스페인 여행기 2014/까미노(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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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세 번째 날 팔라스 데 레이 가는 날
지난밤은 악몽을 꾼 듯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아직 동이 트기 전이지만, 주섬주섬 물건을 챙겨 길을 나서야지요.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라 작은 소음에도 잠을 설치는데 이것은 벼락 치는 소리보다 더 강했고 그 여파는 온종일 계속되었습니다. 걷는 내내 몽롱한 상태로 걷게 되네요. 이제는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 그 여파가 제법 오래가네요. 나이 탓인가요? 그런데 한국에 있는 지인과 우리의 일정을 카톡으로 연락하다 보니 서로 시간대가 맞지 않아 불편을 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늘 한국 시각을 확인한 후 사진이나 글을 보냅니다. 그런데 상대는 가끔 그런 배려를 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한국의 시각으로 착각하고 그러는 거겠죠? 어쩌다 깊은 잠에라도 빠지면 일어난 후 몸도 마음도 가볍지만,..
2015.02.04 -
까미노에서의 행복한 순간 그리고 긴 공포
어제 이야기는 곤사르의 공립 알베르게에 숙소를 정한 이야기였습니다. 공립 알베르게는 저렴한 대신 이불이 없기에 미리 침낭을 준비해오셔야 합니다. 모든 공립 알베르게가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간혹 베드 버그라고 하는 벼룩 때문에 고생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까미노를 생각하시는 분은 미리 대비하셔야 합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기에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까미노가 행복한 길이라고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요? 우리는 그런 환상을 지니고 이 길을 걷지만, 까미노는 현실입니다. 다양한 나라의 많은 사람이 함께하기에 즐겁고 재미있는 일도 많지만, 힘든 일도 많이 생깁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갈등도 있게 마련입니다. 어제저녁에 우리가 가장 먼저 숙소를 정하는 바람에 제일 안쪽 ..
2015.02.03 -
포르트마린을 지나 까미노는 계속되고...
까미노 길을 걷다 보면 500m마다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말 반가운 표식이죠. 내가 지금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과 거리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계획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방향만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나 가리비는 수시로 나타나고요. 컥!!! 이 녀석은 피곤한 모양입니다. 아주 자빠져버렸습니다. 인생의 길에서 좌절이라도 했답니까? 마치 佳人의 젊은 시절 한때 방황하며 지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이정표란 우리처럼 다른 나라 낯선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단비처럼 반가운 존재입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길에서도 이런 이정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현실은 이런 도움을 받는다는 일이 불가능하지요. 내가 처음 가는 길에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는 살아가는 길에서도 지침이..
2015.02.02 -
까미노 두 번째 날 곤사르를 향하여
이제 우리의 까미노 이틀째 이야기입니다. 어제는 까미노의 리허설이었다면 오늘은 본 게임이네요. 오늘은 페레이로스에서 곤사르까지 약 16km를 걸었던 이야기입니다. 지난밤은 10월 초순인데도 무척 추웠습니다. 방에 있는 옷장 속에 두꺼운 밍크 담요가 있어 두 개나 덮고 잤습니다. 지금까지는 밤이 그렇게 춥지 않았지만, 북으로 많이 올라왔나 봅니다. 2014년 10월 4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갈리시아 지방은 지금 10월부터 우기에 접어든다고 하네요. 이 시기부터는 늘 비가 자주 뿌리고 밤에는 무척 춥다고 합니다. 사실, 낮에는 걷느라고 더웠습니다. 아침 7시 반은 이곳에서는 아직 캄캄한 새벽입니다. 이제 두 번째 날을 걷기 위해 배낭을 챙겨 길을 나섭니다. 이렇게 새벽부터 서두르는 이유가 오늘 걸어야 할..
2015.01.30 -
사리아... 까미노 데 산티아고의 시작
까미노에는 우리가 걸어가야 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방향과 남은 거리까지 알려주는 마일스톤이 있습니다. 휴대전화의 지도를 켜면 GPS로 우리가 있는 지금의 위치까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까미노 길에서는 내가 가야 할 방향과 위치 그리고 남은 거리까지 알려주지만, 살아가는 인생길에서는 아무도 그런 방향과 남은 일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살아가는 길이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내일 일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오늘 이 순간에도 더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게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 제일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이제 까미노의 첫발을 내딛습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무슨 마력이 ..
2015.01.29 -
부엔 까미노(Buen Camino)!!! 다양한 모습들...
새벽 1시부터 법석을 떨며 한숨도 자지 못하고 새벽 야간 버스로 루고로 올라가 다시 사리아행 버스로 갈아타고 도착했습니다. 이제 하루 쉬었다 출발해야 하는데 그냥 걷기로 하고 뚜벅뚜벅 걷습니다.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을 실제로 경험해 보렵니다. 새벽에는 안개가 자욱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사리아 버스 터미널과 성당 그리고 까미노길로 들어가는 방향입니다. 혹시 사리아에서 출발하시려는 분은 위의 지도를 참고하시면 쉽게 까미노로 들어서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처럼 크레덴시알로 말미암아 우왕좌왕 고생할 이유가 없습니다. 가는 도중에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까미노라는 순례자의 길에는 참 다양한 모습의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왜 아니겠어요? 세상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모습을..
2015.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