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2. 08:00ㆍ스페인 여행기 2014/까미노
까미노 길을 걷다 보면 500m마다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말 반가운 표식이죠.
내가 지금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과 거리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계획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방향만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나 가리비는 수시로 나타나고요.
컥!!!
이 녀석은 피곤한 모양입니다.
아주 자빠져버렸습니다.
인생의 길에서 좌절이라도 했답니까?
마치 佳人의 젊은 시절 한때 방황하며 지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이정표란 우리처럼 다른 나라 낯선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단비처럼 반가운 존재입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길에서도 이런 이정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현실은 이런 도움을 받는다는 일이 불가능하지요.
내가 처음 가는 길에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는 살아가는 길에서도 지침이 되잖아요.
젊은 시절 얼마나 많은 갈림길에서 고민하며 망설였습니까?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의 처음이 보일듯 말 듯 하여 시작을 망설 인적은 없으십니까?
삶이란 녀석은 늘 내게 길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지름길을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처음 만났을 때 이게 진실한 사랑의 길이라 알려 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면 젊은 시절 방황하지도 않고 혼자 가슴앓이 할 이유도 없잖아요.
최고의 반려자를 만난다는 일은 살아가는 도중에 최대의 축복이잖아요.
지금 당신의 옆에 계신 바로 그 분처럼 말입니다.
그때 이런 이정표가 있어 가는 방향과 목적지까지의 거리도 알려주었다면, 지금의 삶과 다른 것은 무엇이고
같은 것은 또 무엇일까요?
그러나 그것은 정당한 방법이 아닌 듯합니다.
미래를 모두 알고 산다면 너무 무미건조한 삶이 될 겁니다.
삶이란 모르고 살아가는 것에 묘미가 있잖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
바로 우리 삶의 종착점을 미리 안다는 것이겠죠.
그 끝을 알고 살아가는 삶은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무척 불안한 삶이 되겠네요.
전혀 행복하지 않을 겁니다.
그냥 지금처럼 방향만 알려주는 이정표가 좋겠습니다.
까미노 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고 언제나 걷고 싶은 길에서 늘 1위로 선정되는 길입니다.
그러나 그 길이 늘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비포장 길을 걸어야 할 때도 있고 자갈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또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위험한 차도를 따라 걷기도 하고 그런 길을 가로질러 건너야 할 때도 있습니다.
진창길도 만나고 심하면 소똥을 밟고 지나야 할 때도 있습니다.
시골길이기에 시골 특유의 냄새나는 길을 걸어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죠.
걸을 때 힘들고 고생스러웠고 냄새나는 시골길이었지만, 그런 일은 지나고 나면 모두 잊어버립니다.
과정은 쉽게 잊을 수 있지만, 결과는 잊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완주한 기쁨이 모든 힘든 일을 잊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출산의 고통은 새 생명을 생산함으로 모두 잊듯이...
까미노 길에서는 가끔 길가에 지천으로 떨어진 밤송이도 주워가며 알밤을 주머니 가득 채워 넣고
길을 걸으며 하나씩 까먹기도 합니다.
우리가 걸었던 시기인 10월에는 정말 글자 그대로 지천입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디엔가 샘을 숨겼기 때문이라 했나요?
숨겨만 놓으면 다 아름다워질까요?
그 샘을 찾아가는 길도 아름답지 않을까요?
이 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최고로 친다면서요?
그럼 이 길가 어디엔가는 무엇을 숨겨놓았을까요?
돌 틈 사이로?
수풀 속에?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걸어갔던 길이기에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연을 간직한 길이지 싶습니다.
세상에 이런 길도 있습니다.
함께 길을 걷던 프랑스 여인 두 사람이 준비해온 점심입니다.
이 여인들은 배낭 속에 식탁만 빼고 모두 넣어가지고 왔군요.
까미노는 이렇게 길을 걸으며 슈퍼에서 미리 준비했던 빵과 올리브유, 그리고 양파와 토마토를 넣어
즉석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식후 커피 한 잔까지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포르투 마린이라는 큰 마을을 지나 곤사르로 향합니다.
곤사르에 다 와 갈 즈음 비가 뿌리기 시작합니다.
비를 맞으며 계속 진행하기도 그래서 오늘 숙박은 그만 곤사르에서 하렵니다.
우리가 경쟁하듯 까미노 길을 걷는 게 아닌데 피곤하면 쉬어가고 비가 내리면 하루를 자고 가야죠.
큰 길가에 위의 사진처럼 공립 알베르게가 보입니다.
처음으로 공립 알베르게에서 쉬어갑니다.
사실은 공립 알베르게가 어떤 곳인지 또 어떤 시설을 갖추어 놓았는지 알고 싶어 여기서 자고 가렵니다.
관리인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우리가 제일 먼저 온 순례자인가 봅니다.
우리 뒤를 따라 미국인이 함께 등록하네요.
여권을 보여주어야 하니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문을 열고 여권 확인하고 1인당 6유로를 내니 부직포로 된 침대 커버와 베개 커버를 줍니다.
살라망카에서 한번 해본 일이라 능숙하게 침대에 씌우고 베개에도 씌웁니다.
방에는 모두 28명이 잘 수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저 부직포가 침구 전부였습니다.
곤사르까지의 여정을 지도를 통해 알아봅니다.
첫 날을 보낸 페레이로스에서 곤사르 까지는 약 16km 정도네요.
중간에 포르트 마린이라는 큰 마을이 있습니다.
댐을 막는 바람에 수몰되어 지금은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마을입니다.
원래 사리아에서 출발하면 페레이로스에서 머물지 않고 포르트 마린까지 가서 그곳에서 숙박을 하나 봅니다.
전체 까미노 일정 중 오늘의 위치입니다.
새벽에 사리아에 도착해 바로 까미노를 시작해 페레이로스에서 첫날 숙박을 했습니다.
2일 차는 페레이로스에서 포르트 마린을 지나 곤사르 까지 걸어 처음으로 공립 알베르게에 숙소를 정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런!!!
공립 알베르게에는 이불이 없습니다.
오리털 침낭을 하나는 가져왔기에 한 사람은 문제없으나...
결국, 佳人은 옷을 몇 겹 겹쳐 입고 밤에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까미노를 준비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저렴한 공립 알베르게를 이용하시려면 침낭을 꼭 가져가세요.
사립 알베르게는 가격이 조금 비싼 10유로 정도지만, 이불이 있습니다.
10월 초의 날씨는 밤에는 무척 춥습니다.
게다가 비까지 내렸으니...
그런데 이번 사립 알베르게의 선택은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립 알베르게에서 잠을 잤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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