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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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공주 9 - 참 아름다운 사람
그러나 언제나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지요. 송찬간포는 문성공주와 혼인하고 아름답고 꿈같은 세월을 오래 버티지 못하고 9년만에 34세의 젊은 나이로 "임자! 나 먼저 가네~"라 하며 북망산으로 갑니다. 에고 에고 어찌합니까? 사내가 34살에 가다니요. 그렇게 사랑하던 님을 남기고 초원을 거침없이 내달리며 천하를 가슴에 품었던 송찬간포는 갔습니다. 아~ 사내 나이 34이면 세상을 들어 올려도 시원치 않을 나인데... 갔습니다. 송찬간포가요. 역발산 기개세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습니다. 남자가 먼저 이렇게 요절하는 일은 일부는 여자 잘못 아닌가요? 정말 문성공주를 보는 순간 첫 눈에 뻑~ 소리나게 송찬간포는 갔더랬지요. 그것은 佳人도 알고 여러분도 아는 사실입니다. 상큼한 살냄새에 푹..
2012.09.12 -
문성공주 8 - 밀월은 좋은 일입니다.
밀월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어디 사랑만 하고 삽니까? 집이 있다고 어디 사람이 맨날 사랑만 하고 살아간답니까? 먹어야 하잖아요. 이제 문제는 한곳에 머무르려면 먹을 게 있어야 합니다. 토번이 유목민족이라 지금까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동하며 살았기에 농사짓는 법을 모릅니다. 공주는 다시 책과 함께 데려온 농사기술자에게 농사짓는 법을 토번 모든 사람에게 알려 줍니다. 그런데 농사를 지으려니까 문제가 생겼습니다. 농사에 제일 조건인 비가 중원과 비교하면 많이 내리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문성공주는 처음으로 문제에 봉착합니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토번에서 물 부족이 심각하기에 적게 내린 빗물이라도 저수지를 만들어 가두어야 하고 또 그 물이 농토로 골고루 흘러들어 갈 도랑을 만들어 물을 이용하는 ..
2012.09.11 -
문성공주 7 - 별을 따다 줄까?
송찬간포는 문성공주에게 물어봅니다. "짐이 그대를 위해 하늘의 별을 따다 줄까? 아니면 궁전을 크게 지어 줄까?" "궁전!" 그래요, 아무리 여기가 고도가 높아 하늘이 가깝기에 별을 따기 쉽다고는 하지만, 공주는 택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현실적으로 신랑이 가능한 일을 현명하게 선택합니다. 그런데 그게 별을 따는 일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오는 동안 보았던 척박한 풍경에 공주는 여기서 자기가 할 일을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농사짓고 길쌈을 매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가지고 온 모든 기술과 장인들로 하여금 티베탄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토번은 지금까지 한 곳에 건물을 짓고 산 게 아니라 떠돌이 유목생활을 했기에 ..
2012.09.10 -
문성공주 6 - 송찬간포는 심장이 벌렁거려요.
한 달여의 모진 고생을 하며 이듬해 봄, 문성공주는 드디어 황하의 발원지이자 토번의 변경인 하원(河源)에 도착합니다. 참 멀고도 험한 길이었습니다. 평생을 궁 안에서만 살던 문성공주는 처음으로 거친 땅을 가로질러 먼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하원이라는 동네는 이름조차도 물의 근원이라네요. 시기적으로 봄이라 이곳은 제법 풀이 돋아나고 양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그런 곳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하더군요. 문성공주는 지금까지 풀 한 포기 없는 척박한 길을 왔기에 내심 걱정했지만, 이 평화로운 모습을 보니 걱정 하나는 던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동토의 땅이라도 이렇게 계절이 바꾸며 새로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세상은 아름다운 봄을 더 아름답게 하려고 겨울은 그리도 춥고 쌀쌀맞게 했나 ..
2012.09.07 -
문성공주 5 -모든 강물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건만...
문성공주는 토번으로 시집가며 책만 준비한 게 아니랍니다. 토번의 기후에 적합하게 추위와 가뭄에 강한 순무씨를 준비하고 그 외 많은 곡물 종자를 준비합니다. 토번 사람이 사는 방법을 물어보고 집을 짓는 방법과 사람도 수소문합니다. 누에를 쳐 비단 짜는 사람도 준비합니다. 어멈? 벌써 의식주 준비가 모두 되었습니다. 이런 것만 준비한다면 어디 문성공주라 할 수 있겠어요? 이런 기술을 가르치고 직접 시법도 보일 장인도 뽑아야 하지요. 이랬기에 지금까지 토번 사람이 문성공주, 문성공주 하는 겝니다. 이만한 신붓감 흔치 않습니다. 송찬간포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셈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이런 것만 준비한다면 문성공주라 할 수 없지요. 그래요. 마음의 양식을 준비해야 합니다. 배부른 돼지가 되면 안 된다는 말이..
2012.09.05 -
문성공주 4 - 준비된 여인
드디어 당나라와 이야기가 잘 되어 송찬간포는 이듬해인 정관 14년인 640년 어느 좋은 날을 잡아 처음 중원의 공주 하나 분양받자고 이 계획을 이야기한 녹동찬에게 5천 냥의 황금과 진귀한 보물을 마차에 실어 장안으로 보냅니다. 녹동찬은 문무를 겸비한 신하로 당시에 토번에서는 말재간 또한 뛰어났기에 당태종은 화친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합니다. 그러나 당태종의 머리에는 고구려와의 복잡한 문제가 가득했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결국, "줘 버려라!"라고 했지만, 얼라리요? 공주가 있어야지요. 이미 모두 주변국에 하나씩 보내고 공주가 품절된 상태이기에... 급히 생산에 들어가 당나라의 힘으로 조기 숙성시키더라도 출하시기를 맞춘다는 일은 불가능하잖아요. 그게 무슨 물만 주면 저절로 자라는 콩나물도 아니고..
2012.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