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공주 7 - 별을 따다 줄까?

2012. 9. 10.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송찬간포는 문성공주에게 물어봅니다.

"짐이 그대를 위해 하늘의 별을 따다 줄까? 아니면 궁전을 크게 지어 줄까?"

"궁전!"

 

그래요, 아무리 여기가 고도가 높아 하늘이 가깝기에 별을 따기 쉽다고는 하지만, 공주는 택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현실적으로 신랑이 가능한 일을 현명하게 선택합니다.

그런데 그게 별을 따는 일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오는 동안 보았던 척박한 풍경에 공주는 여기서 자기가 할 일을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농사짓고 길쌈을 매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가지고 온 모든 기술과

장인들로 하여금 티베탄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토번은 지금까지 한 곳에 건물을 짓고 산 게 아니라 떠돌이 유목생활을 했기에 집도 농사도 짓지 않았습니다.

옷도 천이 아니라 양가죽으로 엮어 만든 가죽옷이 대부분이죠.

의식주가 중원과는 아주 다른 별세계의 모습입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준비한 것은 무용지물입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여기는 처음부터 모두 바꿔야 하기에 할 일이 태산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요. 

 

 

 

 

원래 토번이라는 이름은 동진 말년에 선비족 사람인 남량 국왕인

독발리록고(禿髮利鹿孤 : 투파리루구)의 후예라 합니다.

이들은 나라를 잃고 지금의 티배트지역을 전전하며 살았기에 이들은 조상을 기리기 위해 독발(투파)이라

불렀고 이를 중원에서 토번이라 부르면서 토번이 되었다 하네요.

그러니 정확한 나라 이름은 투파라고 해야 하고 토번이라는 이름은 중국의 한자문화가 만든

이상한 이름이라는 거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송찬간포가 약속했던 하늘의 별과 궁전 중 궁전이 문제인 겁니다.

지금까지 어느 한 곳에 정착해 본 적이 없이 유목생활을 했기에 궁전이 없었고 더군다나

작은 집도 짓지 못하는 데 궁전을 짓는다는 것은 차라리 별을 따는 게 더 쉬운 일이었습니다.

 

송찬간포도 결국, 문성공주와 천막 안에서 첫 사랑을 했고 그곳에서 다른 사람처럼 똑같이 생활합니다.

공주가 어느 날 "왜?" 하고 묻습니다.

그 이야기는 궁전은 어떻게 됐느냐는 말이겠죠.

왜 짓지 않느냐고요.

 

송찬간포는 뭐라 답을 했을까요?

"....."입니다.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천막을 치라면 10분 안에 후다닥 치지만, 초가삼간도 짓지 못하는데 얼어 죽을 무슨 궁전입니까?

 

이제 더 이상의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공주는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시녀에게 책을 가져오라 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제가 궁전을 지어 달라는 말은 저만의 호사를 누리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토번의 모든 사람이 이제부터는 아늑한 곳에서 바람과 비에 고통받지 않는

그런 삶을 살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마음씨가 곱다는 말입니까?

이게 천사표잖아요.

 

그럼 진작부터 집도 짓지 못하는 민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 아닙니까?

그런데 왜 뜸 들이다가 지금에서야 이야기합니까?

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입니까?

 

"여기에 책이 있고 제가 당나라를 떠날 때 함께 데려온 목수가 있습니다.

이제부터 이 사람들에게 집을 지으라 하고 많은 토번사람이 함께 지으며 기술을 익히면

이제 더는 춥고 바람 때문에 고생하지 않고 비를 맞으며 살지 않아도 됩니다.

더는 찬바람 부는 황량한 들판에서 사랑을 나누지 않아도 아늑한 집안의

포근한 침대에서 사람을 마음껏 나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집도 없이 떠돌이 유목생활을 했던 토번에 집이 지어지고 한 곳에 정착하며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않고도 편히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천지개벽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겁니다.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