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 구경이 재미있었던 호루스 신전

2023. 9. 25. 03:00이집트여행

호루스 신전 안뜰에서 중앙성소로 가는 왼편 회랑 끝에 위의 사진에 보이는 좁은 골목길 같은

통로가 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면 위의 사진에 보이는 벽 양쪽으로 많은 부조가

우리 눈길을 끕니다.

 

워낙 좁은 통로라 사진 찍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조의 새김은 대단히 훌륭하고 구경할만합니다.

이교도에 의해 부조에 새긴 얼굴이 많이 훼손되었지만, 그럼에도 아주 훌륭합니다.

일부 부조는 위의 사진처럼 크기가 엄청납니다.

 

이곳은 입구가 좁아 눈에 잘 띄지 않기에 쉽게 지나칠 수 있습니다.

워낙 흥미롭고 또 역동적인 부조가 많이 있기에 호루스 신전을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개인적으로 이곳은 꼭 들러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크게 구경거리조차 없는 혼잡한 중앙 지성소를 들어가기 위해 고생하기보다 이곳에 훨씬 좋습니다.

이곳은 여행객도 별로 없어 호루스 신전을 찾는 사람 중 대부분이 돌아보지 않는 곳인가 봅니다.

그러나 이곳에는 이집트 호루스 신화에 관한 아주 중요한 부조가 있어 꼭 들러보아야 할 곳입니다.

호루스 신화에 등장하는 부조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구경하려고 합니다.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88 서울 올림픽 때 코리아나가 불렀던 노래가 생각나는 장면으로 제일 왼편에 이 신전의 주인장

호루스가 보이고 그 앞에 선 여인은 클레오파트라 2세이고 그녀와 손을 잡은 파라오가 프톨레미 6세로

남편이며 동생이고 그다음이 그 아래 동생인 프톨레미 8세입니다.

 

그러나 이런 평화로운 장면만 있는 게 아니지요.

역시 이 신전을 지어 호루스 신에게 봉헌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파라오는 자신의 용맹함을 자랑하기

위해 1타 10매 전략으로 적의 머리채를 한꺼번에 휘어잡고 곤봉으로 내리치는 역동적인 모습도 있습니다.

정말 생동감 있고 웅장하고 멋진 부조를 보았습니다.

 

이 모습은 고대 이집트를 지배했던 모든 파라오가 자신의 용맹함을 알리는 교과서와도 같은 모습이지요.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렇게 파라오의 용맹을 널리 알리려는 상징으로 포로를

곤봉으로 내려치는 부조나 그림을 상징적으로 그려놓았습니다.

 

이 상징은 우리가 카이로 박물관에서 보았던 5천 년 전에 나르메르 왕의 팔레트(Narmer Palette)에서

나왔던 장면으로 최초 파라오 나르메르 이후 모든 파라오는 왕조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해 특허로 사용했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다익선이라고 적의 숫자만 늘렸을 뿐이지요.

 

이곳에 새긴 부조를 보면 대체로 얼굴 부분을 뭉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훼손된 것은 세월이 흐른 탓이 아니라 이교도에 의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 계열의 콥트교도와 무슬림들이 이곳을 지배할 때 그들이 금기시하는 우상숭배라는 이름으로

주로 얼굴 부분만 뭉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호루스 신전에 있는 상형문자인 히에로글리프들은 고대 이집트의 의식과 축제,

사제들, 그리고 신화에 대해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히에로글리프를 읽을 수 있다면 신전 구경이 무척 재미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곳에서는 까막눈이지요.

 

고대 이집트인들은 신전 부조에 서 있는 사람을 새길 때 석공 마음대로 적당히 재량껏

새기는 게 아니고 엄격한 규격을 두고 일정한 길이로 새겼다고 합니다.

발바닥의 길이를 3으로 두고 무릎까지는 발바닥 길이 두 배인 6, 배꼽까지는 또 두 배인 12, 그리고

얼굴의 관자놀이까지는 18로 3의 배수로 길이를 과학적으로 수치를 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두 옆면으로만 새겼는데 신들의 특징을 구분하기 쉽도록 얼굴 모양이나 머리에 쓴 관을 달리했고

때로는 인간의 얼굴로 또 동물의 얼굴로 표현했는데 하나의 신에 동물 얼굴도

하나가 아닌 다양한 동물로 표현했기에 얼굴 모습만 보고는 신의 이름을 단정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여신의 경우는 젖가슴 하나를 외부로 꼭 들어내어 여성임을 강조했으며

특히 배꼽을 유난히 도드라지게 표현했습니다.

긴치마를 입었고 모든 신은 손에 앙크 외에 권력이나 힘을 나타내는 물건을 들고 있지요.

 

남신의 경우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치마를 입었고 대부분 상체는 드러난 체로 그렸습니다.

물론, 손에는 힘의 상징이나 생명의 앙크는 꼭 들고 있고요.

파라오의 경우는 치마 앞부분이 앞으로 불쑥 나와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요.

 

호루스 신전에서 우리 눈길을 끌었던 위의 사진에 보이는 부조 하나를 소개해드립니다.

일반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양손에 신에게 공양할 물건을 들고 아래는 염소 한 마리를 끌고 가는

모습인데 그런데 순간적으로 왼손에 들고 있는 것은 분명 와플이 아닐 것이고 이는 현대에서

전 세계적으로 공통으로 사용하는 와이파이 표식으로 생각되어 깜짝 놀랐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전에 이미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참배객들이 사용하였을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호루스 신전은 다른 신전과 마찬가지로 훼손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이곳은 비교적 후손이 덜한 편이라고 하네요.

이는 이교도에 의한 훼손으로 주로 얼굴 부분이 많이 상했더라고요.

이곳에 있는 부조 중 호루스 신이 아버지 오시리스를 살해한 삼촌에게 복수하는

모습이 부조로 잘 나타나 있어 이 부조만 보아도 재미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