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른베르크 사형집행인의 다리(Henker brücke)

2020. 6. 18. 06:00독일·오스트리아 2018/뉘른베르크

 

어제 인권의 길을 걸어 나와 야콥 광장(Jakobsplatz)으로 왔습니다.

이 광장은 제법 넓지만, 구시가지 중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사람이 많지 않네요.

뒤로 보이는 웅장한 돔을 자랑하는 엘리자베스 성당입니다.

 

가운데 광장을 두고 그 맞은편에는 높은 첨탑을 가진 성 야곱 복음교회가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크게 파괴되었으나 지금은 말끔히 복원한 모습입니다.

까미노를 걸어 별이 빛나는 들판이라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선교를 위해 걸었던

우리가 말하는 야고보가 아니겠어요?

 

야콥 광장에 서서 서쪽을 바라보면 둥근 탑이 보이는데 이 탑이

스피틀러 탑(Spittlertor turm)이고 뉘른베르크 4개의 대형 타워 중 하나라고 합니다.

성벽의 남서쪽을 보호하기 위한 감시탑의 역할을 했을 역사적인 랜드마크라고 봐도 되겠지만,

그냥 멀리서만 바라보고 갑니다.

 

그 자리에서 뒤를 돌아보면 화이트 탑이라는 바이서 탑(Weißer Turm)이 보입니다.

이 탑은 원래 1250년에 지을 때 구시가지로 들어갈 때 세금을 걷

요금소로 지은 탑이라고 하고 지금은 지하철역 입구로 새로 복원한 뉘른베르크

4대 탑 중에는 포함되지 않는 탑이라고 합니다.

 

이 사진을 보고 누가 이곳이 지하철 입구라고 상상이나 하겠어요.

하얀 탑이라는 의미의 바이서 탑을 중심으로 형성된 광장으로 주로 현지인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랍니다.

 

뒤편에는 결혼 회전목마(Marriage Carousel)라고 부르는 에카루셀(Ehekarussell) 분수가 있고

1984년 만든 에카루셀(Ehekarussell)이라는 분수는 결혼의 회전목마라는 별명을 가진 분수로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늙어가는 과정을 비관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네요.

한스 작스의 시 중 "쌉쌀 달콤한 결혼생활"이라는 작품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사람이 태어나 자라며 짝을 만나 결혼하고 2세를 낳고

늙어가는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혼이 결코 행복한 일만이 아니라고 생각했나

약간 기괴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뭐...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야콥 광장(Jakobsplatz)에서 북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가다 보니 작은 광장 하나가 나타납니다.

이곳이 운쉴리트 광장(Unschlitt platz)이라고 합니다.

독일도 10월로 접어들며 나뭇잎이 물들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나라를 다녀보았지만, 가을을 물들이는 단풍은 우리나라처럼

아름다운 곳은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단풍은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들이기에 더 화려해 보이지 싶네요.

 

부근에 있는 운쉴리트 하우스(Unschlitthaus)는 1941년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사암으로 지은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원래 곡물 창고였다고 합니다.

 

지붕으로 난 천창이 모두 76개로 이렇게 많은 천창을 만든 이유가 바로 곡물이

습기에 쉽게 썩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환기를 위한 창문이라고 합니다.

이 부근의 건물도 예쁘지만, 구시가지의 중심지역으로부터는 약간 떨어져 있네요.

 

잠시 걸어서 도착한 막스 다리 앞입니다.

이곳에 온 이유는 사형집행인의 다리(Henker brücke)를 구경하기 위함입니다.

 

다리 위에서 왼편을 바라보니 케텐스테그 다리(Kettensteg brücke)가 보입니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느낌이 드는 곳으로 저 다리 앞으로 보이는 체인 케이블은

원래 500년 전에 세운 목조 다리였으나 100여 년 전에 허물고 쇠사슬로 만든 다리로

유럽 최초의 체인 현수교라고 합니다.

 

반대편으로 돌아서 바라봅니다.

여기는 더 아름다운 곳입니다.

탑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보이고 다리를 밖에서는 볼 수 없도록 지붕과 벽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다리는 아름답지만, 사실은 이름만으로서 등골이 서늘한

사형집행인의 다리라고 합니다.

1457년에 만든 다리로 지붕을 씌워놓았고 또 반은 벽으로 외부에서는

다리를 건너는 사람을 볼 수 없도록 만들어 놓습니다.

이는 사형집행인이나 사형수가 형장으로 끌려갈 때 주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고 합니다.

 

중세에는 우리나라의 망나니와 같은 사형 집행인은 보통 사람과는 함께 살 수 없었기에

이곳에 집을 짓고 고립되어 살았다고 합니다.

1595년에는 홍수가 나는 바람에 다리에서 구경하던 구경꾼 8명이 다리 붕괴로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기도 했답니다.

 

그 후 다시 지을 때 지금의 모습으로 지붕을 덮었다네요.

옛날에는 다리 끝에 교수형을 집행했던 탑이 있었다는데...

그러나 이런 사연과는 달리 이 주변의 풍경은 무척 아름다워

우리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한 곳이지요.

 

위의 사진에는 급수탑인 봐써투름(Wasserturm)이 보이고 옆의 건물은

예전의 포도주 저장시설(Weinstadel)이라고 합니다.

1446~1448 사이에 지은 독일 전통의 목조건물로 예전에는 포도주 저장소였으나

그 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학교 기숙사로

사용 중인 건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곳은 아름다운 풍경과는 반대로 이곳에 대한 좋지 않은 역사가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1457년에 만든 목조 다리는 한때 사형집행인만이 오가는 다리로 사용된 곳이라고 합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집이 사형집행인이 머물던 곳이라지요?

그가 하는 일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었기에 보통 사람들과는 격리된 채 살아갔나 봅니다.

지금은 사형집행인의 집 박물관(Henkerhaus Museum)으로 사용 중이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성벽으로 완벽하게 둘러싸인 성벽의 도시 뉘른베르크.

뉘른베르크란 바로 바위산을 의미하는 옛날 언어라고 하네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이런 단단한 바위 위에 성을 지음으로 이 도시가 시작되었고

나라도 반석 위에 오래도록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