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기스탄 야간 레이저 쇼와 사흐진다(Shahi Zindah)

2019. 11. 27. 09:00우즈베키스탄 2019/사마르칸트

둥근 돔이 있고 채색 타일로 장식한 전형적인 이슬람식 건축물입니다.

예쁜 건물이지만, 이곳은 사흐진다라는 왕들의 무덤이 있는 왕족 무덤 단지네요.

아마도 이곳 단지를 만들 때 지관이라도 불러 풍수지리에 근거해 명당자리라도 만들었을까요?

 

왕릉이 모여있는 곳 뒤로는 무슬림 묘지가 있습니다.

아프로시압 박물관을 들렀다가 실크로드의 주요한 길 중 가장 많은 카라반이 오갔다는

타슈켄트 길을 따라 비비하눔 모스크로 올라가다 보면 왼편에 공동묘지가 보입니다.

 

우리는 길을 잘못 들어 무슬림 묘소(Muslim Cemetery)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주로 구글 지도를 보고 다니지만, 가끔 길을 잘못 인도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더라고요.

그래도 들어왔기에 끝까지 걸어가 보니 위의 사진처럼 언덕 너머로

많은 돔으로 장식한 사흐진다가 보입니다.

 

후손이 있어 잘 꾸며 놓은 곳도 있지만, 그냥 버림받은 듯 관리조차 되지 않은 묘도 보이네요.

묘비에는 대체로 생몰 연도와 이름과 얼굴 초상화를 새겨두어 훗날 후손이 와도

얼굴은 기억해내기 쉽겠네요.

그냥 비석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습니다.

 

한참을 무슬림 묘지를 헤매다가 간신히 오솔길을 찾아 내려갑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건물군이 사흐진다라고 하네요.

그러니 이 부근은 그야말로 죽은 자의 세상입니다.

 

사흐진다라는 말은 살아있는 왕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죽어도 산 것같은 마음으로 이곳에서 잠들고 싶었나요?

그러나 이곳에 산 자는 아무도 없고 모두 죽은 자만이 잠들어있는 네크로폴리스네요.

 

세상에 산 자가 죽은 자를 구경하는데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입장료 받는 사람은 도대체 죽은 자와 무슨 관계가 있어 돈을 받을까요?

세상은 원래 그런 것 아닌가요?

 

이곳은 11세기에 처음 묘지로 만들어지기 시작해 14세기 사이에 만든 무덤군으로

예언자 마호메트의 사촌인 쿠삼 아바바(Mausoleum of Kusam Ibn Abbas)가 묻힌 곳으로

시작된 네크로폴리스인 셈으로 티무르는 이곳을 그의 친족 여성 가족의

무덤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울루프라는 건축가는 1434년부터 1435년 사이에 위의 사진에 제일 앞에 파사드가 보이는

출입문을 만들고 그 뒤로 보이는 테라스 또한 만들었다고 합니다.

무슬림들은 체면을 중시하나요?

이곳 또한 무덤군이 있는 건물보다 출입문이 훨씬 큽니다.

 

티무르의 손자였으며 천문학자로도 유명한 울르그 베그의 무덤도 이곳에 있고요

티무르 여동생의 무덤도 있다고 하네요.

이곳에 안치된 묘는 모두 25개로 일종의 고대 왕실 매장지라고 봐야겠지요.

그러니 정확한 표현으로는 도시가 가까운 곳에 죽은 자의 도시라는

네크로폴리스(nekropolis)라고 봐야겠네요.

 

네크로폴리스란 산 자의 도시와 대칭되는 말로 죽은 자의 도시를 의미하며

도시 가까운 위치로 주로 경치 좋은 곳으로 선정한다고 합니다.

또한 묘지 주변의 경계를 분명히 하여 구별되게끔 만든다고 합니다.

그러니 주로 성벽 밖에 만드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성문에서 시작하는

큰길가에 만들어 왕래가 쉽게 한다네요.

 

이집트 룩소르는 왕가의 계곡에 있는 무덤과 네크로폴리스로 불리는 귀족의 무덤으로

유명한 곳으로 이곳 또한 같은 유형의 무덤군으로 세상은 멀리 떨어져 왕래가

별로 없었다고는 하지만, 유사점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경주 같은 곳에는 신라의 왕릉 무덤군이 있잖아요.

 

우리는 봉분을 쌓아 만든 것이나 이곳은 전통 건축양식에 따라 모스크 형식으로 짓고

타일로 석관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이곳은 그냥 무덤군이라 싫어하는 분도 많지만 좋아하는 분도

많은 호불호가 갈리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건물을 장식한 채색 타일이 아름답습니다.

 

입구에는 터키식 목욕탕이라는 하맘이 보입니다.

죽은 자가 걸어 나와 목욕할 일은 전혀 없을 것이고, 혹시 무덤에 참배하러 올 때

이곳 하맘에서 목욕재계하라는 의미일까요?

보여줄 것도 볼 것도 없는 듯...

 

오늘 마지막 구경할 곳은 우즈베키스탄 초대 대통령 카리모프의 영묘(President's Tomb)

모스크(Hazrat Khizr Mosque)있는 복합적인 곳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카리모프를 독재자라고 한다지만.

우즈베키스탄 국민으로부터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인물이라고 하네요.

 

그럴 수밖에요.

그때는 나라에서 일자리를 주고 결혼하면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살 수 있는 거처도 마련해 주고...

다 같이 적당히 일하고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먹고 살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이것도 자본주의가 도입되며 경쟁해야만 더 잘 살아갈 수 있으니...

 

건물 자체는 역시 아직은 살아있는 권력이라 대단히 아름답게 꾸며두었습니다.

종유석처럼 생긴 이슬람 고유의 장식인 모카라베 장식은 우리 눈을 끌잖아요.

 

지금도 이곳은 영묘로 많은 사람이 참배하는 성스러운 곳으로 인식된다고 하네요.

위의 건물은 영묘가 아니라 영묘 앞에 있는 모스크로 보였습니다.

 

이곳은 건물 그 자체도 아름답지만, 위에서 비비하눔 방향을 바라보는 풍경 하나는

정말 좋아보이며 위의 시진 왼쪽의 돔은 비비하눔 영묘고 오른쪽에 큼지막한 사각형으로 보이는

건물은 비비하눔 모스크입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은 작다고 혼이 난 후 다시 높게 올린 포탈문으로 본관 건물보다도

더 커 보이는 기형적인 문이 되었네요.

왜 조조가 썼다는 문 위의 글자 活이라는 글자가 생각나는지 아시겠지요?

 

야간에 레기스탄 광장에 나갔다가 보았던 레이저 쇼였습니다.

제 휴대전화 카메라 동영상으로 찍은 것입니다.

너무 오래 하기에 끝까지는 찍지 못했지만, 나름 볼 만은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사마르칸트는 실크로드의 가장 핵심적인 도시라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여행자가 구경할 곳이 거의 정해진 듯하네요.
누구나 찾아봐야 할 곳은 레기스탄 광장과 비비하눔 모스크, 아프로시압 박물관.

그리고 사하진다라는 왕들의 무덤이 있는 곳과 초대 대통령이 잠든 무덤과 모스크 정도입니다.

물론, 티무르의 도시기에 티무르 영묘도 찾아보아야 하겠지만요.

이렇게 구경할 곳은 거리상으로 별로 멀지 않아 모두 걸어 다니며 볼 정도는 되겠네요.

그러나 너무 화려하기에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가꾸지 않은 인상의 히바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사마르칸트 2박을 마치고 내일은 이번 여행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첫발을 디뎠던

타슈켄트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