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애첩을 위한, 비비하눔 모스크(Bibi-Khanym Mosque)

2019. 11. 21. 09:00우즈베키스탄 2019/사마르칸트

 

사마르칸트는 여행자의 눈 길을 끌만한 충분한 요소가 많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건축물이 비비하눔 모스크(Bibi-Khanym Mosque)입니다.

이 모스크는 티무르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인 비비하눔을 위해 지은 모스크였다고 합니다.

오늘은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옴 직한 이야기가 전해오는 비비하눔이라는 모스크로 갑니다.

 

비비하눔으로 가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길은 예전의 실크로드의 주도로인

타슈켄트 길(Tashkent Road)입니다.

실크로드라는 길이 하나로만 연결된 길은 아니지요.

많고 많은 길 중에 그래도 많은 캐러번이 이동하는 주요 도로가 있기 마련입니다.

 

티무르가 사랑했던 여러 부인 중 가장 사랑을 독차지했던 여인이 비비하눔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원래 이름은 사라이 물크 하눔(Saray MulkK hanim)이라고 하며 중국계라고 합니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그 많은 부인 중에 사랑을 독차지했을까요?

 

우리가 흔히 나라 말아먹는 미모를 지닌 여인을 경국지색이라고 하지요.

달기를 비롯해 포사나 여희 등과 함께 중국의 4대 미인이니 뭐니 하며 신하가 왕이 애첩과

사랑놀이에 빠지면 매번 고사만 들먹이며 예전에 나라 말아 드신 왕을 비유하며

"전하! 아니 되옵니다."만 연발했던 일 말입니다.

 

여기도 미모에서는 양귀비 정도는 쌈 싸 먹을 여인이 있었다는데 그녀가

바로 위의 초상화에 있는 비비하눔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사실 아이를 낳지 못한 비운의 여인이었다고 합니다.

나이도 티무르보다 연상의 여인이었고요.

 

비비하눔은 처녀의 몸으로 티무르에게 시집온 여인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녀는 지방 영주였던 미르 후세인과 이미 결혼한 유부녀였다고 합니다.

처음 티무르는 프랜차이즈도 없이 떠도는 시절에 그의 후원자가 되어 물심양면에다가

그것도 부족하다고 자신의 여동생까지 얹어주었던 호족이 바로

비비하눔의 신랑이었던 후세인이었지요.

 

우선 후세인은 그의 여동생을 티무르에게 시집보내고 함께 전장을 누비며 세력을 키우다가

어느새 두 사람은 대단히 강한 세력을 갖추게 되었답니다.

이 시기에 갑자기 티무르의 부인이 요절하게 되며 그때까지 처남 제부 관계였던

두 사람은 법적으로 일단 자유인이 되었네요.

 

점차 세력이 강해진 두 사람 사이에 다시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며 세상에 태양은 하나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며 드디어 두 사람 사이에 전쟁이 터지고 티무르는 패주하던

후세인을 쫓아가 살해하고 맙니다.

이렇게 되자 평소 처남댁을 눈여겨보며 침만 꿀떡하며 삼켰던 티무르는 화장실에 들어가

혼자 미소짓는 일이 생겼잖아요.

혹시 처남댁이 다른 마음 먹지 못하도록 싹을 자르기 위해 끝까지 쫓아가 척살했을까요?

전쟁에 승리하면 원래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 점령군의 특권인

전리품이라고 생깁니다.

 

더군다나 과거 이슬람 권역에서는 승리 직후 모든 군사는 3일간 마음대로 갖은 방법으로

약탈할 수 있는 법이 있으니까 그래서 티무르는 비비하눔을 수석 황후로 특채해 섭섭치 않게

대우해 주고 비비하눔은 남편을 죽인 원수지만, 죽은 남편이 할 수 있는 것은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처럼 지하철에서 머리나 내밀고 깡통 하나 찰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나이기에

두 사람이 합체하는 일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1도 없지요.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 조조가 유부녀 마니아라고 했나요?

열 명이 넘는 조조의 부인 중 2/3가 유부녀였다고 했던가요?

영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부녀를 좋아하나요?

 

티무르가 1399년 5월 10일에 이곳에 비비하눔을 위한 모스크 건축을 준비할 때

이런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고 하는데 양을 잡아 사마르칸트 주변 여러 곳에 걸쳐

생고기 상태로 보내 걸어두었답니다.

그런 다음 어느 곳에 걸어두었던 양고기가 상하지 않고 가장 오래도록 유지되나 보았더니

바로 이곳에 보내 걸어두었던 양고기가 가장 오래도록 신선함을 유지했다고 하여

이곳에 사원을 정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런 사실이 당시의 역사가였던 기요스딘 알리 야즈다(Giyosiddin Ali Yazdiy)의 기록으로

남아있다고 하니 티무르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지 않나요?

 

이렇게 티무르는 그녀를 위해 사원을 짓게 하고 인도 원정을 떠났답니다.

티무르는 재위 기간 35년 중 사마르칸트에 머문 시간이 겨우 2~3년이었다는데

사랑은 언제 했나 몰라~~

사랑은 짧고 굵고 화끈하게 하는 것이지 오래한다고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요?

티무르는 자신의 위대함을 만방에 알리려고 신하들에게 세상에 둘도 없는 거대한 사원을

건설하도록 명령하고 원정길에 나섰으며 그 때문에 지금 중앙아시아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모스크가 탄생하게 되었다네요.

 

이러면 남아서 이 건축물을 짓는 사람들이 죽어나는 일이죠.

여기에 동원된 건축가가 200여 명, 석공이 50여 명 그리고 무거운 자재를 운반하고

기중기 역할도 거뜬히 해내는 코끼리가 100여 마리가 동원되었답니다.

그런데 얼마 후 공사의 진척이 갑자기 정체상태에 빠졌답니다.

 

사실은 당시 기술로 거대한 사원 건축이 쉽지않아 공사 진척이 늦어지게 되었지만....

비비하눔은 그 이유를 알아보았더니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는 페르시아에서 초빙한

석공이 일하지 않고 태업을 하는 바람에 그렇다고 하네요.

그래서 몰래 그 석공을 불러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어멈!!!

석공은 비비하눔의 미모에 빠져 상사병에 걸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네요.

 

허참!!! 이거 큰일 났습니다.

인도 원정길에서 티무르가 돌아오면 공사진척이 더딘 이유를 틀림없이 물어볼 것이고

그렇다면 여러 사람이 다칠 일이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진 비비하눔은 밤에 시녀 몇 명을

대동하고 달걀 여러 개에 모두 다른 색을 칠해 보자기에 넣어 몰래 석공을 찾아가게 되었답니다.

 

석공을 불러 "이보시게! 석공 양반. 여기 달걀을 보면 색깔은 모두 달라도

껍질을 벗겨 먹어보면 모두 같은 맛이라오.

내가 남보다 미모가 뛰어난 것은 천하가 아는 일이지만, 나도 사실은 여느 여자와 다른 게

별로 없는 같은 여자라오. 그러니 엉뚱한 생각일랑 집어치우고 내 시녀 중에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으면 그대에게 하사할 테니 그만 나는 단념하고 공사에 집중하면 어떻겠소?"라고

이야기하고는 처소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음날 석공이 두 개의 컵에 뭔가를 담아 비비하눔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의 사랑 황후시여~ 여기 두 개의 컵에 같은 듯 보이는

투명한 액체가 담겨있습니다.

그러니 맛을 보시옵서소!

하나는 그냥 물이고 하나는 향기가 풍부하고 맛이 좋아 우리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술이랍니다.

나는 그냥 보통 여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황후이신 당신의 사랑이 필요할 뿐입니다."

 

얼라리요? 이렇게 말을 하고는 그냥 나가더랍니다.

이런 쳐 죽일 놈!!! 죽으려면 고이 혼자나 죽지. 귀신은 저런 모을 잡아가지 않고

뭐 하고 있는지 몰라!!!

도저히 말로는 석공을 이길 수 없음을 안 비비하눔은 석공에게 하나의 제안을 하게 되었답니다.

 

"좋소! 석공 양반 내가 내 손을 뺨에 대고 있을 터이니 그 손 위로 입맞춤을 하시오.

더는 타협이 없는 최후의 통첩이오."

이렇게 합의아래 석공은 비비하눔의 뺨 위에 얹은 손등에 입맞춤하게 되었는데

그 입맞춤이 얼마나 뜨겁고 강렬했는지 손바닥을 통과한 뜨거운 열기가 마치 레이저처럼 뚫고

들어가 비비하눔의 뺨까지 전달되어 그만 뺨에 입맞춤한 자국이 고스란히 남게 되었답니다.

이게 무슨 입맞춤이 레이저도 아니고... 나 원 참~~~

 

이렇게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는 끝을 맺고 석공은 공사에 박차를 가하며 티무르가

개선해 돌아올 즈음에 완공을 보게 되었고 이렇게 완공된 모스크는 티무르가 인도 원장에서

돌아오며 흡족한 기분으로 돌아보게 되었는데...

그만 사랑하는 애첩 비비하눔의 뺨에 난 입맞춤 자국을 보고는

자초지종을 캐내 보니 정말 황당한 일이라.

 

티무르는 크게 화를 내며 그 석공을 잡아다 미나렛 꼭대기로 끌고 올라가

아래로 던져버려 죽여버렸답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비비하눔을 떨어뜨려 죽였다고도 하고 석공이 떨어지는 도중에

카펫을 타고 도망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카펫이 흔한 곳이라 여기서는 카펬으로 이런 놀이도 하나 봅니다.

 

낙성식이란 건물이 완공된 후 축하하기 위한 성대한 잔치라는데

이곳 비비하눔 모스크의 낙성식은 석공의 낙하식으로 대신 성대하게 열렸나 봅니다.

믿거나 말거나 입맞춤 하나 때문에 목숨을 건 바보 같은 석공 이야기였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렇게 하고도 화가 풀리지 않은 티무르는 너무 잘 생긴 비비하눔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누구도 비비하눔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검은 천으로

머리부터 얼굴 전체를 가리라고 했답니다.

이런 일로 이곳에 살았던 이슬람 여자들은 비비하눔을 따라 모두 천으로 얼굴을 가리면

자기도 비비하눔처럼 이쁜 지 알고 모두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게 유행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비비하눔에 대해 석공에 이어 믿거나 말거나 2탄도 있었네요.

예전에 중국의 4대 미녀 중 제일 언니 뻘이었던 서시 이야기에 나왔던

서시빈목(西施嚬目)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서시는 평소 위장병이 있어 속 쓰림 때문에 자주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는데 이를 본

못난 여자가 자기도 찡그리고 다니면 서시처럼 이뻐 보일 지 알고 따라서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는 이야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