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여행의 마지막 도시 자그레브로

2019. 11. 8. 09:00발칸반도·모스크바 2018/크로아티아

이제 우리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숙소가 있는 자그레브로 돌아갑니다.

이번 발칸반도 여행에서 자그레브 만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그레브는 우리에게는 전혀 낯선 도시가 아니라 마치 고향으로 돌아가는 듯합니다.

 

처음 이번 여행을 시작하며 모스크바에서 3일간 스탑오버를 한 후

이곳 자그레브로 와 발칸반도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발칸반도 여행의 첫발을 디뎠던 도시가 바로 자그레브였지요.

그 후 자그레브를 떠나 이스트라반도를 구경하고 슬로베니아로 돌아

원을 그리며 다시 자그레브로 왔습니다.

 

또 자그레브에서 출발해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까지 갔다가

아드리아해를 따라 크로아티아 여러 도시를 거치며 올라와 다시 자그레브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하루 이곳에 머물며 잠시 시내 구경만 하면 모든 일정이 끝나게 되네요.

 

이제 우리는 이곳 자그레브에서 1박을 한 후 내일 러시아 항공 아에로플로트를 이용해

자그레브를 떠나 당일에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을 경유해 우리나라로 돌아갑니다.

지금은 우리나라 국적기가 이곳 자그레브에 취항해 직항 편이 있지만,

그때는 러시아 항공의 동선과 접속 편이 가장 좋았습니다.

 

라스토케 마을을 잠시 아침 산책 겸 돌아보고 들어와 아침을 준비해 먹고 숙소에서 잠시

대기했는데 어제 체크인할 때 여주인이 오늘 버스 정류장까지 우리를 자기 언니 승용차로

데려다주겠다고 했거든요.

숙소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멀지는 않지만, 호의에 감사하며 10시 30 쯤 승용차를 타고

버스 정류장에 갔습니다.

 

자그레브행 버스는 그냥 큰 길가에 차를 세우고 승객을 태웁니다.

11시가 거의 되어서야 버스가 도착하네요.

자그레브까지 버스요금은 73쿠나/1인이고 짐 값으로는 캐리어 하나에

7쿠나씩 기사에게 직접 냈습니다.

 

자그레브로 가는 도중 카를로박에서 잠시 정차하고는 자그레브에는 2시간 정도 걸려 오후 1시에

도착했는데 숙소는 예전에 두 번이나 묵었던 곳으로 했기에 찾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지요.

게다가 저번에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갈 때 숙소에 두고 갔던 바지는

제 자리에 그대로 걸어두었더라고요.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의 수도입니다.

우리에게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는 아주 구경거리가 많은 관광 대국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도인 자그레브는 오히려 구경거리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되지 싶더라고요.

 

이는 구경거리가 없다기보다는 크로아티아의 다른 도시가 구경거리가 많아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오늘 이곳에 세 번째 왔으니 구경거리가 더 없다고 봐도 되겠네요.

그래도 숙소에 머물기 지루해 다시 한 바퀴 돌아보고 들어옵니다.

 

옐라치치 광장 한가운데 말을 탄 체 칼을 뽑아 든 옐라치치 장군은 184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맞서 그들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위대한 장군이었지만, 유고연방 시절 티토

대통령이 크로아티아 민족주의를 부추길 염려가 있다고 1866년~1947년까지 동상을 철거해

창고에 감금(?)시킨 때도 있었다네요.

 

산 자가 죽은 자의 동상을 무서워했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그럼 티토가 사마 중달이고 옐라치치 장군은 죽은 제갈 공명입니까?

1990년이 되어서야 이렇게 지금의 자리에 다시 세워 햇빛을 보게 했다네요.

 

이제 내일 우리는 자그레브를 떠나 모스크바를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돌아갑니다.

한 달간의 여행을 무사히 마치게 되어 고마운 생각뿐입니다.

이제 내일 이야기를 끝으로 우리의 발칸 반도 여행도 끝이 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곳 자그레브 숙소를 떠날 때 우리는 또 패딩 옷을 두고 왔더군요.

패딩을 말아 파우치에 넣으면 아주 작아지는데 우리 캐리어에 넣어두었던 것이 짐을 빼는

도중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나와 굴러서 침대 아래로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까지 하고 보딩을 위해 대기하는 중 숙소 주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겠다고 이야기했으나 계속 우리 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여 나중에 귀국 후

알려주었더니만, 고맙게도 옷을 소포로 보내주더라고요.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을까요?

소포를 받은 날이 크로아티아가 월드컵에서 결승전에 진출했던 날이었습니다.

결승 진출 축하와 함께 크로아티아 우승을 응원했고 소포로 보내준 숙소 주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숙소 주인의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한 사이였음에도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끝을 이런 고마운 사람과의 인연으로 끝을 맺었으니 분명 행복한 여행이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