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루니 마을을 떠나면서...

2019. 11. 7. 09:00발칸반도·모스크바 2018/크로아티아

라스토케에는 수상 마을과 폭포만 있다고요?

이렇게 알고 왔지만, 바로 근처에 위의 사진에 보이는 Stari grad Slunj라는 고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녀왔습니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하룻밤을 라스토케에서 잠을 잤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곳을 떠나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숙박지인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로 올라갑니다.

2018년 5월 23일 수요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잠시 마을 산책을 나섭니다.

오늘은 먼저 라스토케보다는 건너편에 보이는 Stari grad Slunj 고성부터 구경하려고 합니다.

 

마을 구경을 하다 보니 밀란 네랄리치(milan neralic) 생가라고 적혀있네요.

그는 1900년 파리 하계 올림픽에서 크로아티아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한 펜싱 선수였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삶은 베를린과 비엔나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도 올림픽의 메달이 주는 중요성 때문에 그가 태어났던 생가에 동판을 만들어 후손에게 알려주네요.

 

슬루니치차강을 건너 언덕 위를 바라보니 제법 근사한 고성이 보입니다.

고성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다리 아래 흐르는 이 강이 슬루니치차강으로

바로 라스토케로 흘러들어 물레방아를 돌리고 코라나 강으로 폭포를 이루며 떨어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지요.

 

슬루니치차 강을 건너다가 바라보니 강가에 집이 한 채 보이는데...

바로 라스토케 마을의 주인공 역할을 했던 물레방앗간이네요.

 

강물이 흘러 들어가고 나오는 게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폭포의 낙차를 이용해 물레방아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강물을 그대로 이용해 물레방아를 돌리는 듯하네요.

위의 사진을 보면 나무 아래 제분할 때 사용했던 둥근 맷돌이 보입니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고성의 모습이 근사해 보였지만, 다가가 보니 황폐해진 모습으로 버려진 듯합니다.

귀중한 유적으로 리모델링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해도 될 듯한 멋진 고성이었는데...

15세기경 지었다면 분명 역사와 전통이 있으며 많이 부서졌지만 아직 뼈대도 있고요.

 

고성의 모습은 우리에게 보여줄 것도 없고 보여 주기도 싫었나 봅니다.

그냥 폐허로 내버려 두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고성을 돌아보고 다시 라스토케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마을은 비수기에다가 더군다나 이른 아침이라 여행자는커녕 마을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크로아티아라고 부르는 이 나라는 독일식 표기라고 합니다.

이 나라는 자국에서는 흐르바츠카라고 부르더라고요.

 

우리에게는 오히려 흐르바츠카가 생소한 나라명이 아닌가요?

그러나 흐르바츠카라는 나라 이름도 사실은 이란의 흐르바트족이 이 지역을 지배하며 붙인 이름이라고 하니...

그래도 이들은 스스로 흐르바츠카라고 하며 크로아티아로도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라스토케 마을에서는 구경거리라고는 주로 폭포 외에는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플리트비체에서 수많은 폭포를 보고 왔잖아요.

혹시 이곳을 찾아볼 계획이 있으신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숙박까지 하며 구경할 곳은 없고 지나는 길에 1~2시간 정도 이곳에 내려 구경하고 가는 것이 효율적이지 싶네요.

그러나 이런 자연 속에서 하루 머물러 본다면 그 또한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폭포가 라스토케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폭포처럼 보였습니다.

Veliki Buk이라는 이름을 지닌 폭포로 라스토케의 많은 폭포 중 가장 많은 물이 폭포를 이루기에

소리 또한 제일 요란스럽습니다.

따라서 이 폭포를 배경으로 제법 많은 작가가 글을 썼으며 여러 유명 화가의 그림 소재가 되기도 한 폭포라네요.

 

크로아티아 인문학자였던 아돌프 베버가 1860년 제일 먼저 이 폭포를 문헌으로 기록해 남겼다고 합니다.

그는 기록에 높이를 20m라고 기록했는데 실제로 측량해보니 10~12m라고 하네요.

혹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저 위의 작은 폭포까지 계산에 넣었나요?

 

또 하나의 아름다운 폭포가 보입니다.

이 폭포는 요정의 머릿결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Vilina Cosa라는 폭포입니다.

아까 보았던 벨리키 북 폭포보다는 수량이 조금 적은 듯하지만, 폭포의 모습은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정말 애칭으로 불리는 요정의 머릿결이라는 말이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되네요.

은빛 갈래를 이루며 떨어지는 모습이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위의 폭포는 수량이 많지 않은 폭포네요.

Hrvoje Fall이라는 이름의 폭포입니다.

이 폭포에는 많은 이야기가 전해내려온 폭포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가 젊은 청년이 이 폭포에 몸을 던진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이라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렇게 라스토케는 많은 폭포가 있지만, 이 세 곳의 빅 3의 폭포가 가장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 세 개의 폭포는 각각 Veliki Buk은 그 소리가 쉰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것 같고

Hrvoje Fall는 맹렬하게 거품을 뿜어내고 Vilina Cosa 폭포는 험한 바위 절벽을

포근하게 감싸준다고 말하기도 한다네요.

세상에 예쁜 마을 콘테스트가 있다면 이곳 라스토케가 당당히 상위권에는 진입하지 싶습니다.

그런데 관광 수입을 더 많이 올리겠다고 입장료를 두 번이나 받는 무리수를 두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곳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