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Ljubljana)의 아픈 사랑 이야기

2019. 6. 7. 09:00발칸반도·모스크바 2018/슬로베니아

이제 우리는 아름다운 블레드를 떠나 버스를 타고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로 갑니다.

이곳으로 올 때 류블랴나를 거쳤지만, 시내로 들어가지는 못했기에

그곳에서 1박을 한 후 다음 여행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북쪽인 블레드를 떠나 류블랴나를 거쳐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까지 내려간 후 다시 서남쪽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와

모스타르를 거쳐 몬테네그로의 코토르까지 내려간 후 아드리아해를 끼고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부터 북으로 해안을 따라 올라오려고 합니다.

류블랴나 숙소는 용 다리 바로 옆에 있는 곳으로 화장실이 실내에 있는

4인실 도미토리를 우리만 사용했습니다.

 

슬로베니아는 인구가 많지 않은 나라네요.

그러다 보니 수도인 류블랴나도 다른 나라의 수도에 비해 적은 인구로 도시 규모가 무척 작습니다.

국토면적이 남한의 1/5 정도이고 인구가 200만 명 정도 되네요.

 

수도인 류블랴나조차도 전체 인구가 30만 명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슬로베니아어로 류블랴나(Ljubljana)라는 말은 Beloved라는 '사랑스러운'이라는 의미라 하네요.

슬로베니아(Slovenija)라는 나라 이름 안에도 사랑의 'love'라는 단어가 보이잖아요.

그래서 사랑이라는 말이 아프기도 하다는 곳부터 먼저 찾아봅니다.

 

구시가지 규모가 작아 한 두 시간이면 거의 대부분을 볼 수 있더라고요.

류블랴니차 강을 따라 형성된 구시가지를 구경하고 그리고 류블랴나 성(Ljubljana Castle)

오르는 일이 이곳 여행의 전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류블랴나에서 가장 혼잡한 곳이 삼중교(Tromostovje)라는 세 개의 다리가 만나는

프레셰렌 광장(Prešernov Trg)이지 싶습니다.

그러나 다른 도시와는 달리 이곳은 관광객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이 광장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만나는 류블랴니차 강에 다리가 세 개가 있어

한 곳으로 만나는 지점에 있는 광장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정면에 보이는 분홍빛 성당은 성 프란체스코 성당입니다.

 

광장 한가운데 슬로베니아 민족시인이라는 낭만파 시인 프란체 프레셰렌의 동상

(Prešeren Monument)이 있기 때문이죠.

그가 쓴 시인 축배가 슬로베니아 국가의 가사가 된 시인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머리 위로 황금 나뭇가지를 든 뮤즈로 환생한 잊을 수 없는 율리아 프리믹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가 유심히 바라보는 곳이 있어 시선을 쫓아가면 광장 건너편에 집에 머물게 됩니다.

그 집을 확대해 보면...

 

2층 창문 가운데 한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사랑했다는 율리아 프리믹(Julija Primic)

의 집을 바라보고 그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그녀가 살았다는 바로 그 집의 벽에는 그보다 16살이나 어린 율리아의 흉상이 조각으로 남아있고요.

 

그의 동상 아래에 청동 조각으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장면을 조각으로 남겨두었습니다.

프레셰렌은 가난한 농부의 집안에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가 연모했던 율리아는 부유한 상인의 집으로 두 사람 사이에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는 벽이 가로막고 있었겠지요.

 

결국, 그런 신분 차이로 두 사람은 맺어지지 못하고 슬픈 결말에 도달하게 되었다네요.

그래서 후세 사람들이 이곳 광장에 그의 동상을 세우고 그가 연모했던

율리아의 집을 바라보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죽는 순간까지도 한순간도 잊을 수 없었다는 바로 그녀의 집을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언제나 두 사람이 바라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원래 사랑이란 아파야 더 아름답게 보이고 이루어지지 못해야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나 봅니다.

속상하게도...

 

밤에 다시 찾아보아도 역시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고 율리아의 흉상을 바라보네요.

루어지지 못한 사랑이기에 더 애처롭고 더 아름답습니다.

프레셰렌은 49살에 세상을 떠났다는데 나이와 신분 차이로 사랑 고백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다가 세상을 등졌다는데...

 

그나마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은 슬로베니아에서 공휴일로 정해 아픈 마음을 위로하려 했나요?

사랑은 이렇게 유효기간이 있어 세월이 흐르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사랑한다면 이렇게 밤에도 서로 바라보고만 있지 말고 고백부터 먼저 해야 하나 봅니다.

 

그 광장에 서서 뒤를 돌아보면 삼중교라는 다리 세 개가 보이고 야트막한 언덕 위로

고성이 보이는데 그곳이 이곳의 자랑인 류블랴나 성입니다.

그 성은 성안으로 들어가면 입장료를 내지만, 성 주변은 그냥 오르내릴 수 있기에

꼭 올라야 할 곳이더라고요.

특히 해 질 무렵의 석양을 바라보는 명소이기 때문이겠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후세 사람들이 이렇게 그 흔적을 남겨 푸레셰렌을 위로하나 봅니다.
그가 유명했더라면 두 사람 사이에 장애물이 없었겠지만, 그의 젊은 시절은 유명인이 아니었기에
이런 사연을 남기나 봅니다.
나라 이름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슬로베니아지만...
오히려 사랑이 무척 고픈 나라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