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살루 해변의 차이콥스키 벤치(Tšaikovski Pink)와 베라 이야기

2018. 8. 30. 09:00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에스토니아

합살루에는 무척 많은 벤치가 있습니다.

그 많은 벤치 중 최고의 벤치가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벤치입니다.

이름하여 벤치의 제왕인 차이콥스키 벤치(Tšaikovski Pink)니다.

그러나 벤치는 돌로 만들었지만, 시멘트로 만든 듯 크게 볼품은 없네요.

 

프로메나드 거리는 해안을 따라 만든 산책로입니다.

오늘은 산책하기 몹시 나쁜 날입니다.

바람이 무척 많이 불어 손이 시릴 정도입니다.

그러나 사진상으로는 구름도 예뻐 보이고 제법 좋은 날로 보입니다.

 

오리털 패딩을 안에 입고 나왔지만, 바람이 무척 거세게 부니 파도 또한 심하게 칩니다.

합살루는 산책하다 피곤하면 쉴 수 있게 엄청나게 많은 하얀색 벤치가 빈틈없이 놓였습니다.

그곳에는 Haapsalu 1279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네요.

 

혹시 합살루 시에서 공익사업으로 벤치 장사를 하다 사업이 안 되어 폐업했기에

남은 재고로 이곳을 채웠을까요?

앞으로 하얀 벤치만 보면 이곳 합살루가 떠오를 것입니다.

 

이 벤치의 대부분은 이름이 있습니다.

혹시 佳人이 앉았다 가면 여기에 이름 하나 남길 수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이랍니다.

바로 벤치에 적힌 이름의 주인공의 사연과 그 사람이 기증한 것이라 합니다.

아무나 기증한다고 받는 것도 아닌가 봅니다.

 

해안가는 합살루 여행의 백미입니다.

게다가 하얀 벤치는 합살루의 상징처럼 생각됩니다.

 

멋진 카페 건물인 크루살을 지나 조금 더 해안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왼쪽에 허름한

벤치 하나가 보이는데 이곳 합살루의 모든 벤치는 하얀색으로 칠해 통일시켰는데

이 벤치만은 우중충한 돌로 만든 벤치입니다.

이 벤치가 그 유명한 차이콥스키 벤치로 등받이에 악보가 그려졌네요.

 

관광 안내소에서 차이콥스키 벤치(Tšaikovski pink)까지 걸으면

합살루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것이라 했습니다.

매년 여름 이곳을 찾아 휴양차 들렀던 차 선생이 이 벤치에 앉아 발트해로 넘어가는

아름다운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고 하여 그를 기념하여 만든 벤치입니다.

 

이 벤치에는 뒤에 스피커 장치가 있어 벤치에 앉아 있으면 늘 그의 음악이 흘러나오죠.

게다가 앞에 설치된 장치에는 여러 나라 언어로 간략한 설명이 흘러나오지만,

한국어는 없습니다.

 

1867년 차이콥스키가 20대 때 이야기입니다.

그는 러시아에서 음악학교에 다닐 때 가장 친한 친구와 그 가족과 함께 이곳에 잠시 쉬러

왔다 하며 그때 동행했던 친구의 여동생 베라는 차이콥스키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었다네요.

 

어느 날 이곳에서 베라는 황혼이 물든 저녁에 차이콥스키에게 사랑을 고백했는데...

아마도 위의 사진에 보이는 이런 아름다운 황혼이 깃들기 시작하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차이콥스키는 동성애자였기에 그녀의 순수한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어 거절하게

되었고 이에 미안한 마음을 간직한 그는 합살루의 추억(Souvenir de Hapsal Op.2)이라는

곡을 작곡했다네요.

 

사랑이 음악으로 대신할 수 있으려나요?

그도 1940년 나중에 이곳을 다시 찾아 그때를 추억하기도 했다는데

그때를 기념해 만든 것이 바로 이 벤치라 합니다.

1악장은 발트해의 아름다움을, 2악장은 합살루 대주교 성을

그리고 3악장에 베라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노래했다지요?

 

그러나 이곳 벤치에 새긴 악보는 합살루의 추억이 아니라 그의 교향곡 6번인 비창의 악보

하는데 어느 날 에스토니아의 한 소녀가 에스토니아 민요 '그리운 마리'라는 노래의 한 소절을

읊조리는 것을 듣고 차이코프스키는 그의 교향곡 비창에 넣었다고 합니다.

이런 연유로 비창의 한 소절을 이곳 벤치에 새겨두었나 봅니다.

 

매년 차이콥스키 음악 경연대회가 이곳에서 열리며 우울한 연인을 위한 블루 페스티벌도

열린다 하는데 혹시 차이콥스키에 사랑 고백을 했다가 미수에 그친

베라를 위로하기 위한 음악제일까요?

이런 음악제는 8월 보름에 열리는 합살루 대주교 성의 하얀 귀신인

하얀 여인의 축제와 더불어 합살루의 최대 축제지 싶습니다.

 

벤치에 앉아 차이콥스키가 바라보았다는 방향을 향해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벤치 앞의 풍경입니다.

그러나 정확히 우리가 갔을 때는 이 방향으로 해가 지지 않아

이곳에는 아름다운 석양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이 방향에서 더 왼편으로 해가 넘어가더라고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차이코프스키가 베라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 작곡했다는

합살루의 추억(Souvenir de Hapsal Op.2)이라는 곡입니다.

그런 이야기가 전해진 게 실화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