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합살루에 노을이 지면...

2018. 8. 31. 09:00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에스토니아

합살루에서는 무엇을 보아야 할까요?

많은 구경거리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발트해로 넘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는 일이 아닐까요?

그런데 해가 질 시각은 아직 멀었고...

 

할 수 없이 숙소에 들어와 얼어버린 몸을 녹이기 위해 잠시 쉬기로 합니다.

이때 한국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따끈한 라면 국물이지요.

이번 여행을 떠나며 가져온 컵라면이나 누룽지가 아직 남아있기에 오늘 저녁은 휴대용 전기냄비에

물을 끓여 따끈한 국물이 있는 우리의 맛으로 즐기려고 합니다.

 

그런 다음 저녁노을 곱게 물든 발트해 해변으로 나가 잠시 저녁의 모습을 즐기겠습니다.

이곳 합살루는 구경거리가 그리 많이 있지는 않다는 의미기도 하고요.

반대로 생각하면 멋진 저녁노을이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는 그런 말이 아니겠어요?

차이콥스키가 이곳 저녁노을을 유난히 즐겼다고 하니...

 

갈대밭 위로 구름이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그림은 좋아 보여도 5월의 합살루는 무척 쌀쌀합니다.

이럴 때는 멋진 저녁이 아니라 따끈한 라면 국물입니다.

 

이곳 시각 10시가 넘었는데 아직 해는 넘어가지 않았네요.

혹시 저녁노을을 구경하지 못할까 서둘러 나갑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이곳의 석양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수평선에 걸려서도 한참을 머물다 넘어갑니다.

 

합살루는 그야말로 휴양도시라 합니다.

아마도 에스토니아에서는 가장 낭만적이고 조용한 곳이 아닐까요?

발트해가 있고 진흙을 이용한 스파가 있어 많은 사람이 휴양차 찾아오는 곳이라 합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저녁노을이 수평선 가까이 다가서면 금방 해가 사라지지만,

이곳은 저런 상태로 한 시간 이상이 지루하리만치 기다리며 있어야 합니다.

대규모 습지와 갈대밭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녁에 발트해로 넘어가는 석양을 즐길 수 있고 규모가 상당히 큰 고성 또한 마을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차이콥스키를 빼면 안 된다고 하네요.

차이콥스키는 이곳 합살루의 홍보대사나 마찬가지가 아니겠어요?

 

그는 매년 여름이면 이곳에 와 휴양을 했다고 하며 그가 바닷가에 앉아 멍 때리던 장소인 차이콥스키 벤치도

있어 그는 멍 때리며 앉아있어도 명곡이 나왔지만, 佳人은 고민하며 앉아보아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날씨는 차고 밤도 깊었지만, 이곳의 저녁노을은 밤 10시 반이 되어도 해는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제 내일을 위해 그냥 들어가야겠습니다.

 

합살루는 독일의 동방 이주정책의 일환으로 처음 이곳에 발을 디딘 독일인에 의해 건설되기 시작했다네요.

1279년 사레-래네 주에서 이곳이 교구의 중심지로 발달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합살루의 하얀 벤치에는 1279라는 글자를 새겨두었네요.

그러나 리보니아 전쟁으로 말미암아 주교구는 사라지게 되었고...

 

그 후 이곳에 진출한 폴란드에 귀속되었다네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스웨덴의 구스타브 2세에 의해 이곳이 스웨덴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었답니다.

이 덕분에 13세기에 접어들며 스웨덴에서 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집단으로 이주함으로 도시 전체 인구에서

가장 많은 다수를 차지하기도 했다네요.

 

1721년 이번에는 러시아에서 이곳 지배권을 확보하며 러시아인과 스웨덴인이 함께 살아갔지만,

지금은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가고 현재는 아주 작은 에스토니아의 해안 도시로 남았다네요.

인구가 적은 나라는 이렇게 주변 나라에 휘둘리며 살아가야 하나 봅니다.

 

제정 러시아가 지배권을 갖고 있을 때 러시아인에게 휴양지로 알려지며 로마노프 황족은 물론 귀족들에게도

이곳에서의 휴양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했을 정도였다네요.

그러니 행세깨나 했던 사람에게는 이곳 합살루에서 휴양하지 못하면 사람 취급도 하지 않기라도 했나요?

 

지는 저녁노을이 길게 꼬리를 남기니 일렁이는 바다에 금물결이 비칩니다.

이곳 합살루에 왔다고 누구나 모두 이런 저녁노을을 볼 수는 없을 겁니다.

날씨가 좋아야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13세기에 건설이 시작되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곳 또한 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기에...

요새와도 같은 대주교 성이 있습니다.

대주교 성 창문에 비치는 하얀 옷의 여인을 그리는 연극제도 매년 열린다네요.

에스토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이 있지만, 기차는 운행하지 않기에 오직 버스만이 이곳으로 올 수 있습니다.

합살루는 저녁노을도 아름답기에 특별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