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천사의 다리가 함께 있는 타르투

2018. 7. 20. 09:00동유럽, 발트3국, 러시아 2017/에스토니아

재미있는 곳이 있어 사진으로 먼저 보여드립니다.

위의 사진은 타르투 대학 본관 건물 옆에 있는 건물로 창문을 통해 많은 사람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 불어도 늘 저렇게 내다보고 있습니다.

사진 속의 인물은 타르투 대학 총장 이하 교수들이라 하고 벽에다가 창문 모양을 그리고

실제 교수 얼굴을 그려 정말 창문을 통해 내다보는 것처럼 그려놓았습니다.

 

숙소를 찾아가기 위해 미리 휴대전화 구글 지도에 표시를 해두었기에 지도를 따라

찾아가다 보니 대학 안으로 들어가네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타르투 대학 도서관인가 봅니다.

 

도서관 앞에서 보았던 정신 사나운 조형물입니다.

자세히 보니 분수네요.

지금은 분수 가동을 하지 않는 시즌인가 봅니다.

 

이 분수는 타르투 대학교가 배출한 세계 최고의 석학 중 하나인 기호학자 유리 로트만을

기념하기 위한 분수로 유리 로트만(Yuri Lotman)은 러시아에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공부하다 유대인 차별로 이곳 타르투 대학 러시아 어문학과에서 강사로 시작해

나중에 학과장까지 지냈다고 합니다.

 

오늘 숙소는 조금 이상한 곳입니다.

타르투 대학 기숙사로 사용 중인 방입니다.

주소는 맞는데 출입문은 잠겼고 사람도 없기에 위의 사진에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

이야기했더니 전화를 걸어주었고 잠시 후 나타난 젊은이는 우리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우리말 인사를 건네는데 우리말은 인사만 아는데 한국인 친구가 있어 배웠답니다.

 

방은 오래되어 작고 깔끔하지는 않지만, 작은 방안에 침대와 주방과 세탁기와

욕실까지 모두 갖춘 원 룸 기숙사입니다.

기숙사라는 것을 모르고 예약했지만, 하루 쉬었다 가기에는 불편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요금은 1박에 19유로로 무척 저렴한 곳입니다.

소련 강점기에 지은 타르투 대학 기숙사 건물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당연히 아침 식사는 없고 그냥 기숙사 방만 빌렸습니다.

대신 주방이 있고 비닐봉지에 1인분씩 쌀이 담겨있어 우리 보고 직접 조리해 드시라고 하네요.

 

그래서 오랜만에 밥을 하고 오이무침에 토마토 계란탕에...

한국에서 준비해 간 멸치 고추장 볶음까지 저녁에 아침까지 잘해 먹었네요.

썩 좋은 곳은 아니지만, 그냥 하루 묵어가기에는...

 

에스토니아 타르투는 첫인상에서 숲이 무척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전원 속에 마을이 생겨난 듯하네요.

에스토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는데...

 

숙소 방에서 내다본 모습입니다.

저곳도 대학 건물이네요.

배낭을 내려놓고 먼저 타르투 구경부터 시작합니다.

아무리 구경거리가 없는 곳일지라도 하나씩 찾아 다니며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 되지 않겠어요?

 

타르투는 대학 도시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대학 건물이 한 곳에 모여있는 게 아니라

학부 건물이 도시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제일 먼저 만난 것은 악마의 다리(Kuradisild)라 불리는 다리입니다.

처음에는 1613년에 나무로 지은 다리가 있었답니다.

여러 차례 다시 짓다가 지금의 콘크리트 다리는 1913년 로마노프 왕조 300주년 기념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런데 왜 악마의 다리라는 말이 생겼을까요?

 

악마의 다리라고 부른 이름의 내력이 다양하다는데 당시 러시아의 지배가 시작되며

지옥 같은 폭압 때문에 악마의 다리라 했다고도 하고, 또 다른 이유는 이 다리를 지은 독일인

설계사의 이름이 Teufel로 에스토니아어로 악마와 비슷하게 발음되었기에 그랬다 하고요.

제일 그럴듯한 이유는 천사의 다리가 있었기에 그 반대편에 있는 다리 이름으로

대칭적으로 불렀다는 말이 있다네요.

 

위의 사진은 악마의 다리 위의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세 번째 내력이 가장 근접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언덕으로 된 대학 캠퍼스에서 학부 간 이동로로 사용하려고 만들었나 봅니다.

정말 별것도 아닌 콘크리트 다리에 악마라는 이름을 붙여 관광 상품화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악마의 다리와 대칭되는 천사의 다리(Inglisild)를 볼까요?

두 다리 사이의 거리는 한 100여 m 정도 되나요?

 

천사의 다리라는 이름은 주변 풍경이 마치 영국식 정원과 비슷하다고 하여

처음에는 영국식 다리라 불렀다네요.

그런데 에스토니아 언어로 영국과 천사가 발음이 비슷하여 천사의 다리라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다리 이름도...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악마의 다리와 천사의 다리는 이곳 타르투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라 합니다.

정말 크게 볼 것도 없는 작고 보잘것없는 다리 두 개를 대학 구내에 만들어 놓고 상징이니

뭐니 하는데 씁쓸한 이야기지 싶습니다.

우리나라 살곶이 다리는 이 다리보다 수천수만 배 더 뛰어난데 왜 외국인이 찾지 않는 겁니까?

멋진 사연 하나 만들어 그곳을 소개하면 그곳 또한 멋진 관광자원이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