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의 중심도시 카세레스

2015. 7. 20. 08:00스페인 여행기 2014/카세레스

카세레스는 은의 길 중간에 있는 도시로 메리다와 살라망카 중간쯤에 있습니다.

이미 기원전 25년 로마제국이 이곳에 들어오며 도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 후 다른 지역처럼 서고트와 이슬람에 차례로 지배를 받고 지내다가 레콩키스타로 말미암아

스스로 자립하려고 했지만, 워낙 척박한 땅이기에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다가

대항해 시대를 맞이하며 쥐구멍에 볕 들기 시작했다네요.

 

서쪽으로는 포르투갈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지리적으로도 변경이며 두 나라의

영토분쟁에 늘 휘말려 바람 잘 날도 없었을 겁니다.

에스트레마두라라는 이름도 영어로 엑스트라라는 의미로 늘 조연 역할 밖에는 하지 못했을

것이니 영광의 순간에는 늘 구석에 비켜서 있었고 고난의 시기에는 앞장선 지역이 아닐까요?

 

지리적으로 메세타 고원 지역에 있어 연중 강우량 또한 적어 농사짓기에 부적합한 땅으로

겨우 목축 정도로 먹고살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지 싶네요.

짐승이라고 물 없이 살아갈 수 없잖아요?

 

지금도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웅덩이를 만들어 물을 저장하여 목축을 한다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게다가 여름에는 불볕더위로 사람마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달달 볶는 지역이라지요?

그러니 목축을 한다 하더라도 쉽지만은 않았지 싶네요.

 

이런 살아가기 어려운 곳이기에 대항해시대가 열리자 이곳의 젊은이들 모두는 척박한 고향을 떠나

일확천금을 노리고 황금을 찾아 나서게 되며 이 지역을 지금은 정복자라는 말인

콩키스타도르의 고향이라는 명예스럽지 못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요.

물론, 이 지역에서는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겠지만...

 

에르난 코르테스, 피사로 등 이름깨나 널리 알려진 사람이 모두 이 지방 출신이라네요.

뭐 그때 덜수도 따라나섰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동네 젊은이들은 모두 떠나고 어린아이와 나이 든 노인네만 남아 살았을 겁니다.

 

그러니 가난했기에 중세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는 역설이 성립될까요?

그때는 수탈의 길 중계 도시였고 레콩키스타를 맞이해 카스티야 왕국의 물자를 운반했던

중계 도시였으니 스스로 자립으로 살아갈 처지가 아니었나 봅니다.

 

그랬기에 카세레스를 에스트레마두라의 보석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지금 구도시를 걷다 보면 이게 정말 중세로 들어왔구나 하는 느낌이 팍팍 드는 곳입니다.

정말 골목을 걷다 보니 자꾸 골목 안을 기웃거리게 되네요.

갑옷을 입고 말을 탄 중세의 로마 시대 기사가 나올 것만 같아서요.

 

중세의 모습 그대로 성벽이 남아있기에 성벽의 도시라 불러도 무방하겠습니다.

북쪽에 마요르 광장에서 별의 문이라는 문으로 들어가면 성안으로 들어가는 정문이 있습니다.

산타 마리아 성당, 산타 마리아 광장 등이 이어집니다.

 

유서 깊은 건물은 모두 귀족의 저택으로 정복자를 따라 한 밑천씩 잡아온 벼락부자라는 말이겠지요.

별의 문 옆으로 부하코의 탑으로 오르는 길이 있고 성벽을 따라 걸을 수 있네요.

아무 골목으로 들어가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좁은 골목길 그리고 높은 탑을 하나씩 만든 저택은 촌놈의 상징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 싶네요.

 

한마디로 카세레스는 살아있는 유적이며 중세의 박물관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이런 마을을 산책한다는 일은 마치 박물관 안을 걸어 다니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사람도 많지 않고 조용하기에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어보는 일은 호사스럽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우리가 정한 숙소는 구시가지와 터미널 중간에 있는 곳을 정했습니다.

구시가지에 숙소를 정하면 내일 다시 이동해야 하고 그러려면 배낭을 메고 멀리 구시가지로부터

다시 버스 터미널로 와야 하기에 터미널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했지요.

 

그런데 예약 앱에는 아침 포함이라고 했는데 아침은 없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이런 허위 공지는 없었는데 처음으로 당했습니다.

아마도 앱 관리자와의 소통이 부족해 이런 일이 있었지 싶네요.

 

그러나 주인 여자가 마음씨가 고와 용서가 되네요.

아침 식사인 데사유노 대신 커피 한 잔 대접하겠다 하네요.

안주인은 영어가 서투르지만, 성심껏 우리 여행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우리 부부와 이야기하며 우리처럼 나이 든 부부가 직접 배낭을 메고

여행 다니는 게 신기한가 봅니다.

동양인도 쉽게 보기 어려운 곳에 더군다나 나이도 제법 들다 보니 왜 아니겠어요?

비용이며 식사며, 여행 정보 등 궁금한 게 무척 많네요.

 

저녁에 남편이 들어와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아주 잘생긴 끼가 다분한 풍채 좋은 그런 사내로 호스텔은 부인에게 맡기고

낮에 놀다가 들어오나 봅니다.

그런데 이 사내로부터 아주 큰 정보를 얻었습니다.

 

내일 일정에 대한 자문을 구하던 중 우리 부부가 진행하려던 루트인 카세레스 - 트루히요 -

메데인 - 메리다로 가는 차편이 없다는 겁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틀림없이 도로가 있고 메리다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주요 도로라 생각했는데...

 

여기 카세레스에서 트루히요만 있고 나머지는 차편이 없어 트루히요에서

다시 카세레스로 나와 메리다로만 갈 수 있답니다.

배낭을 숙소에 맡기고 내일 일찍 트루히요를 구경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배낭을 찾아 메리다로 가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시간상으로 에르난 코르테스의 고향 메데인을 들릴 수 없다는 불행한 일이 생겼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이번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의 여행 목적은 피사로의 고향 트루히요와 코르테스의 고향

메데인을 들려보는 게 목적이었는데요.

코르테스는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내일은 트루히요로 가려고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다행스럽게도 그분의 도움으로 배낭은 숙소에 맡겨놓고 내일 트루히요나 다녀와야겠습니다.

내일 오후에는 트루히요에서 돌아와 배낭을 찾아 메리다로 바로 내려가려고 합니다.

정보도 없는 곳이기에 여행하며 이렇게 자꾸 변경하며 다니게 됩니다.

그래도 숙소가 터미널에서 멀지 않아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