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타 고원은 축복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2015. 7. 10. 08:00스페인 여행기 2014/카세레스

아침 내내 바다호스의 구시가지를 구경했네요.

바다호스는 제법 느낌이 좋았던 도시였습니다.

알카사바며 푸엔테 데 빠르마스, 즈그라피토 기법의 알타 광장 그리고 시내에 아직도 남아있는

이슬람 풍으로 지은 집 등 구경거리가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게 입장료도 하나도 없는 곳이기에 더 좋았네요.

 

원래 바다호스는 스페인으로 다시 들어오기 위해 선택한 여정 중 한 곳으로 생각했기에 더 느낌이 좋았나 봅니다.

11시 45분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챙겨 천천히 걸어서 버스 터미널로 갑니다.

숙소에서 터미널을 물어보니 천천히 걸어서 30분이면 충분하다고 하기에 걸어서 갑니다.

 

오늘 갈 곳은 바로 카세레스라는 중세의 도시입니다.

카세레스에서 일박하고 먼저 피사로의 고향인 트루히요로 이동해 구경한 후 아침 일찍 남쪽으로

에르난 코르테스의 고향인 메데인으로 이동해 구경한 후 당일로 메리다로 가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보려고 했지만, 예상이 빗나가게 되었습니다.

이곳의 교통정보가 전혀 없기에 이동하며 현지에서 물어보고 다녀야 했습니다.

 

도로가 분명히 있음에도 그렇게 다니는 공공 버스가 없기 때문이지요.

이럴 경우는 어떤 지역을 빼야 할지 빨리 결정해야 합니다.

계속 우리 일정이 현실에 맞게 변경해야 함은 물론이고요.

이 지역 모두는 중세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곳이라 합니다.

골목길을 걷다가 혹시 칼을 찬 중세시대의 기사를 만날지 모르겠습니다.

 

구시가지에서 버스 터미널까지는 말 그대로 30분 만인 12시 15분에 도착하네요.

오늘 우리가 갈 카세레스(Caceres)행 버스는 1시 45분에 있습니다.

 

카세레스까지는 1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하네요.

중간에 승객을 아무 곳이나 태우고 내리지만, 워낙 평야의 한가운데로 난 길을 달리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네요.

2014년 10월 19일 일요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버스 요금이 카세레스까지는 저렴한 9유로/1인입니다.

혹시 이 지역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이 계실까 봐 이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 노선과 시각표를 여기 올려드립니다.

참고하세요.

 

위의 시각표는 카세레스와 바다호스 사이를 운행하는 버스 시각표입니다.

토요일(SABADO)과 일요일(DOMINGO) 그리고 축제가 있는 날(FESTOVOS)은 버스 운행이 확 달리 지니

이 지역을 일반 공공버스를 이용해 여행하시려면 미리 대비하셔야 합니다.

우리도 오늘 일요일 딱 네 편만 있는 버스 중 한 편을 이용해 갑니다.

만약, 이 버스를 놓치면 오후 5시 30분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합니다.

 

이번에는 바다호스에서 사프라 간을 운행하는 버스 편입니다.

사프라는 은의 길에 있는 도시로 메리다와 세비야 중간쯤 있는 도시입니다.

이 도시도 들려볼 생각이었는데 버스 운행 시간상 도저히 들릴 수 없어 포기한 곳입니다.

 

이번 표는 바다호스와 메리다 사이를 운행하는 버스 시각표입니다.

수시로 버스 운행 시각이 변하는지 고치느라 누더기가 되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물론 축제가 있는 날도 버스 운행이 줄어듭니다.

 

마지막으로 한 장 더 올려봅니다.

우리가 천사를 만나 넘어왔던 포르투갈과 스페인 국경을 운행하는 버스 시각표입니다.

하루 세 편만 운행하는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버스가 운행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운행하지 않나 봅니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무모하게 토요일 국경통과를 시도했습니다.

 

참고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보아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사이를 운행하는 국제버스가 있습니다.

그 버스가 이곳을 통과하며 쉬었다 갑니다.

그러니 오히려 큰 도시에서 접근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네요.

 

우리를 태운 버스는 위의 사진처럼 끝도 보이지 않는 광야 가운데로 난 길을 달립니다.

메세타 고원이라 부르는 이 지역은 이렇게 광활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농사짓기가 어려워 찢어지게 가난했던 곳이라지요?

중세까지의 삶은 농사가 가장 중요한 일이었지 않나요?

 

중간에 손을 들면 아무 곳이나 손님을 태우고 수다도 떨다 갑니다.

버스 타려고 올라오던 승객은 운전기사와 한참을 서서 이야기합니다.

 

바쁜 것은 우리지 기사와 저 여자분은 아닙니다.

물론 표도 버스 기사가 직접 끊어줍니다.

버스 안에는 잔돈부터 버스표 발매기에 이르는 다양한 것이 갖춰져 있습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정이 물씬 묻어나는 그런 버스 풍경이지 싶습니다.

 

그리고 또 끝도 보이지 않는 길을 마냥 달립니다.

그냥 보기에는 축복의 땅처럼 생각되는 메세타 고원.

그러나 그곳은 중세까지는 살아가는 일조차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이곳에 사는 사람에게 알려준 땅이었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만약 이 지역이 기름진 곳이었다면 세상의 역사는 또 달라졌을 겁니다.

먹고 살 일이 까마득한 곳이었기에 이곳의 젊은이들은 신대륙을 향해 목숨을 걸고 나섰을 겁니다.

그런 곳이었기에 정복자들의 고향이라는 의미의 콩키스타도르의 고향이라고 부른답니다.

아픈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를 생각하며 우리는 카세레스로 향합니다.

그런 일로 말미암아 세상의 아름다운 문명인 아스테카, 마야 그리고 잉카문명이 사라지는

아픈 역사가 생겨났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