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레스 장미여관에서 마요르 광장 까지

2015. 7. 13. 08:00스페인 여행기 2014/카세레스

위의 사진은 카세레스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역사지구라는 의미의 시우다드 모누멘탈 입구의 별의 문(Arch of the Star)이라고 부르는 문입니다.

카세레스의 중심광장인 마요르 광장에서 구시가지로 들어가려면 이 문으로 들어가야 제대로 들어가는 셈이지요.

 

우리를 태운 버스는 오후 3시에 카세레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버스 터미널은 도시 규모와는 달리 한가합니다.

오가는 승객도 거의 없고 창구도 모두 닫혀 누구에게 내일 구경할 트루히요행 버스 시각표를 알 수 없네요.

스페인의 지방 도시는 이동 인구가 많지 않나 봅니다.

 

한 군데 열린 알사(ALSA) 버스 창구에 물어보니 자기네 버스는 트루히요를 운행하지 않아 모른다고

안내 센터를 이용하라고 매몰차게 끝내버립니다.

스페인을 여행하다 보니 다른 회사가 운행하는 버스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면 대부분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안내센터는 이 나라에서 낮잠을 자는 시간이라는 시에스타 시간이라 문이 닫혀있습니다.

 

우리의 의도를 알아낸 택시 기사로 보이는 사람이 카세레스 관광지도와 종이 한 장을 슬며시 손에 쥐여주네요.

그런데 버스 시각표가 카세레스와 바다호스 간의 운행표입니다.

우리는 그 종이 위에 트루히요라고 써서 보여주니 고개를 가로젓네요.

우리가 알고 싶은 곳은 트루히요란 말이에요~~

 

버스 터미널 건너편은 렌페 기차역입니다.

여기 카세레스는 기차가 다니는 곳인가 보네요.

 

버스 터미널은 구시가지에서 그리 멀지는 않네요.

그리고 아주 한가합니다.

한낮인데도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은 우리 밖에는 없습니다.

만약, 당일로 이곳을 구경하시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실 분은 택시를 이용하거나 1번 버스를 타면

10분 정도 걸리고 걸어가더라도 30분 정도면 구시가지에 도착합니다.

우리는 버스 터미널과 구시가지 중간에 숙소를 정했습니다.

 

휴대전화의 구글 지도를 켜니 지금 우리가 있는 버스 터미널이 나오고 기차역도 보입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신세 질 오스탈이 지도에 나오니 이렇게 쉬울 수 없습니다.

터미널에서 걸어서 10여 분 걸렸나 봅니다.

라 로사(La Rosa)는 아마도 영어로 The Rose지 싶습니다.

옴마야! 그러면 오스탈 라 로사는 우리말로 장미여관?

 

여보! 우리 오늘 장미여관에서 잔데~~

이렇게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오니 금방 찾았습니다.

오늘 장미여관에서 하루를 쉬었다 갑니다.

여관을 장식한 저 그림이 처음에는 어딘지 몰랐지만, 나중에 보니 카세레스의 랜드마크라는 별의 문이었습니다.

 

우선 먼저 별의 문이라는 곳의 사진을 보실까요?

어때요?

장미여관의 벽면에 그린 그림과 정말 똑같지요?

 

이제 배낭부터 내려놓고 구시가지로 가서 두리번거리며 구경이나 해야겠네요.

숙소에 안주인은 서툰 영어로 지도를 챙겨 주며 구시가지를 찾아가는 길을 자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길 가운데 보이는 저 십자가를 중점적으로 설명해주더군요.

저곳만 찾으면 이제 곧장 큰길만 따라가면 바로 구시가지입니다.

 

우리 부부가 아마도 처음 본 동양인이었을까요?

신기해하며 길을 잃을까 봐 몇 번을 서툰 영어로 설명하는 게 고마울 뿐입니다.

사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우리에게는 구시가지를 찾아가는 길이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 지도를 통해 위치를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걸요.

뇌비게이션에 익숙한 우리 세대가 아니겠어요?

 

심심풀이 땅콩도 있습니다.

한 알씩 입속에 넣고 오물거리며 가야죠?

역시 살아가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것은 땅콩 봉지가 다르다는 것뿐입니다.

구시가지로 가는 길은 거리 공원이 있어 걷기가 무척 쾌적합니다.

 

드디어 건물 사이로 큰 광장이 보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어느 도시나 큰 광장의 이름이 마요르 광장이 아니면 에스파냐 광장입니다.

여기는 마요르 광장이랍니다.

스페인 여행의 시작과 끝은 광장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 싶습니다.

 

광장으로 내려가는 곳에 물이 나오는 수도시설이 보입니다.

이 모습은 아마도 물을 소중히 여기는 이슬람의 유산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스페인은 이슬람의 지배했던 곳이 아니더라도 물에 대한 인심이 무척 좋습니다.

 

이제 광장 한가운데 섰습니다.

카세레스 관광의 시작과 끝은 바로 여기 마요르 광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의 사진 오른편이 바로 구시가지입니다.

 

카세레스에서 제일 중요한 광장이 마요르 광장이 아니겠어요?

그렇기에 광장 한쪽에 카세레스 시청사(Ayuntamiento de Cáceres) 건물이 있습니다.

이런 건물이 있다는 것은 이 광장이 중심광장이라는 의미일 테고...

 

밤의 시청사는 어떤 모습일까요?

궁금하면 100원이 아니고 다시 밤에 와 봐야 합니다.

같은 곳일지라도 시간에 따라 달라 보입니다.

 

이제 광장 주변 모습을 몇 장 더 봅니다.

 

광장에는 인포르마시온 투리스티카가 있지만, 낮잠 자는 시간에는 열지 않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이렇게 한낮에는 이런 시설조차 문을 열지 않습니다.

이곳 시간으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문을 닫는답니다.

우리야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문화의 차이가 아니겠어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부하코 탑(Torre de Bujaco en la Plaza Mayor)이라고 하네요.

마요르 광장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이 탑은 이슬람 통치 시절에 만든 탑으로 성벽을 둘러싸고 있는 30여 개의 탑 중 하나라 합니다.

물론 정문에 있는 탑이니까 가장 크고 중요한 탑이겠지요.

탑이라기보다는 망루가 아닐까요?

 

이 탑에는 아픈 이야기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부하코 탑은 이슬람의 지배 아래 있을 때 이 탑에서 이슬람에 저항했던 기독교 기사 40명을 처형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서로가 믿는 신이 다르다는 이유로 묻고 따지지도 않고 고귀한 인간의 생명을 쉽게 거두어버렸습니다.

이런 일이 암흑의 시대라는 중세에만 벌어진 일이 아니지요?

지금도 많은 사람이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귀한 생명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들의 원혼이 아직도 이 탑을 맴돌고 있을 겁니다.

억울한 죽음이기에 하늘나라로 가지 못한 인간의 원혼은 어찌 될까요?

이승을 떠돌며 깡통도 걷어차고 달리는 지하철에 머리 내밀기 놀이도 할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어느 나라나 역사란 모두 아픈 이야기뿐입니다.

문명이란 이런 아픈 역사의 피를 먹고 자라나 봅니다.

그런 역사를 만드는 것은 바로 인간 스스로입니다.

이 세상에서 인간을 가장 슬프게 하는 존재로 인간만큼 세상을 아프게 하는 존재는 없지 싶네요.

한낮 뜬구름 같고 대숲을 지나는 바람 같은 욕심 때문에 영웅 놀이에 빠져

많은 사람의 마음을 멍들게 하지는 않나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