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보아 28번 트램 풍경

2015. 5. 12. 08:00포르투갈 여행기 2014/리스본

아줄레주 박물관에는 투박하고 빛바랜 작품도 많지만, 예쁜 작품을 구경하고 박물관을 나옵니다.

한 시간 조금 더 박물관을 구경하니 더는 볼 게 없습니다.

볼 게 없는 게 아니라 보는 눈이 없다고 해야 사실 정확한 표현이지요.

시계를 보니 4시가 가까워졌네요.

 

일단 박물관으로 올 때 버스 정류장에서 보았던 슈페르마르카도에 들려 간식거리를 삽니다.

우리 여행은 늘 슈퍼만 보이면 들어가 빵, 과일, 요구르트, 물 등을 습관적으로 삽니다.

그 이유는 이동 시 시간이 부족하거나 짧은 시간 안에 무슨 일을 꼭 해야 한다면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하고 미리 간식을 먹음으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여유롭게 다니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습관은 우리 부부가 중국 대륙을 두 발로만 다니며 섭렵한 우리만의 여행 방법입니다.

 

컥! 꼬마 자동차가 시내를 돌아다닙니다.

병아리가 오늘 나들이 나온 모양입니다.

4시가 가까워지니 오후 나머지 시간에는 어디를 들릴까 고민입니다.

이럴 때는 사실 시내 골목길 투어를 하며 어슬렁거리거나 시내버스나 트램을 타고

종점까지 갔다 오는 것도 좋겠네요.

이게 우리가 어느 나라에서나 하는 가장 저렴한 투어니까요.

 

그러면 일단 시내로 들어가 오후에는 트램을 타고 트램 투어나 할까요?

노란색 트램은 신구 할배도 낭만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리스보아의 명물이지요.

그래요! 리스보아에서는 노란 트램이 타보아야 합니다.

특히 28번 트램 말입니다.

 

리스본에서는 리스보아 카드가 무척 유용합니다.

카드 하나로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고 8곳 이상의 관광지를 무료나 할인된 가격에

들어갈 수 있고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이 가는 신트라와 카스카이스로 가는 기차도 탈 수 있고

일부 식당에서 할인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카드는 관광안내소에서 주로 팔며 1일권, 2일권, 3일권

등을 파니 자기 일정에 맞게 구입해 사용하면 경제적입니다.

카드 구입 시 할인 내용을 적은 책도 주니 여행 일정과 비교하며 저렴한 여행을 즐길 수 있겠네요.

 

벨렝 탑, 제로니무스 수도원,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 등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고 

성 조르주 성과 발견의 탑 엘리베이터는 30% 할인해준다고 하네요.

구식 트램은 주로 언덕으로 달리고 신식 트램은 평지로 주로 달립니다.

물론 지하철도 있더군요.

 

우리가 사용 중인 리스보아 카드로는 오늘 하루는 제한 없이 승차할 수 있으니까 트램 투어를

하려고 하는데 리스보아에서는 28번 트램이 갑입니다.

트램을 타고 가며 오며 차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도 좋다고 했습니다.

28번 트램의 노선은 구경거리가 많은 양쪽 언덕을 오르내리기에 최고의 노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지도는 28번 트램 노선도입니다.

왼쪽이 카몽이스 광장으로 오늘은 먼저 그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 노선이 유난히 인기 있는 이유가 바로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운행하며 서로 마주 보는 언덕을

오르내리며 좁은 골목 사이로 다니기에 차창 관광에는 최고라는 점입니다.

 

트램을 보면 출입문에 매달려 가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젊은이입니다.

조금은 위험해 보이나 트램의 속도가 아주 느리니까 크게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야겠네요.

 

이렇게 매달려가면 요금을 내지 않고 공짜로 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트램 기사가 제지하거나 말리지도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이상한 모습이지만, 이곳에서는 생활입니다.

이곳에 사는 젊은 사람에게는 이런 경험이 한 번씩은 있지 않겠어요?

 

사고가 나면 아마도 책임은 매달린 사람에게 있기 때문일까요?

트램은 기사가 있는 앞문으로 타고 뒤로 내립니다.

뒷문에 매달린 청년에게 우리 카드를 주며 안전하게 앞문으로 올라오라고 하니

한사코 웃으며 사양하는데 트램이 정류장에 도착하면 얼른 내려 비켜서서 승객이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하면 냉큼 올라탑니다.

 

철저하게 1차 1인의 원칙을 지킵니다.

어느 누가 이렇게 매달려가면 다른 사람은 다음 차를 기다렸다가 같은 방법으로 타고 간다는 겁니다.

이 세계도 선입 독점의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세상인가 봅니다.

 

종점에 도착했는데 우리는 이곳이 종점인지 알지 못하잖아요.

우리뿐 아니라 제법 많은 사람이 그냥 좌석에 앉아있으니 나이가 제법 든 현지인이 "피니쉬"를

연발하며 종점에 다 왔으니 내리라고 알려줍니다.

 

리스보아를 나눌 때 편의상 구시가, 신시가 그리고 벨렝 지구로 우선 나눈다고 합니다.

구시가는 다시 바이샤, 바이후알투 그리고 알파마 지구로 나눈다 하고요.

 

그러니 지금 우리가 28번 트램 종점은 리스보아를 편의상 나눌 때

바이후알투 지역이라는 곳의 중심입니다.

이 세 곳은 가운데 번화가인 바이샤 지구가 있어 아우구스타 거리를 중심으로 유행과

첨단 패션이 있는 쇼핑가라고 하고 여기는 바이샤 지구의 서쪽 언덕에 있는 곳입니다.

 

구시가지에서도 이 지역을 유흥가로 생각해 먹고 마시기 좋은 물 좋은 곳으로 생각하나 봅니다.

역시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우리처럼 나이가 든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나 보네요.

 

28번 트램 종점은 위의 사진처럼 바로 카몽이스 광장입니다.

광장 한가운데 카몽이스의 동상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이미 호카 곶에서 그의 시를 만났고 제로니무스 수도원 교회 안에서 석관을 보았습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루이스 바스 데 카몽이스 동상입니다.

그는 포르투갈의 민족시인으로 존경받는 위대한 작가로 그의 이름을 딴 카몽이스 상은

노벨 문학상에 버금갈 정도로 권위가 있는 상이라네요.

물론 포르투갈어 권역에서 만이겠지만...

 

트램은 카몽이스 동상이 있는 광장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시내를 지나 반대편 언덕인

알파마 지구로 헐떡거리고 올라갑니다.

이렇게 28번 트램은 양쪽 언덕을 오르내리는 언덕 전문 트램이네요.

이제 우리도 다시 그 트램을 타고 반대편 언덕으로 헐떡거리며 올라가 보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트램이라는 것은 우리에게는 무척 정겨운 존재입니다.

젊은 세대는 느낄 수 없지만, 우리 세대에는 옛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풍경입니다.

학창 시절 트램이라는 전차를 타고 학교에 다녔기에 지금도 이런 트램을 보면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신구 할배도 리스보아의 노란 트램을 보기 위해 일행과 떨어져

혼자 포르투갈을 찾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