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줄레주는 포르투갈의 영혼인가요?

2015. 5. 11. 08:00포르투갈 여행기 2014/리스본

위의 사진은 리스보아 국립 아줄레주 박물관에 전시된 것으로 옛날 리스보아의 모습을

그대로 아줄레주로 표현한 것입니다.

리스보아를 감싸고 흐르는 떼주 강에서 바라본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많은 작품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지만,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 하나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것이었습니다.

 

이게 뭐 대단한 것이냐고 말씀하시겠지만, 역사적을 무척 가치 있는 것이라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리스보아에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의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과거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낸 것이기에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나라 한강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을 조선 시대 때 어느 화가가 장대한 화폭에

두루마리 형태로 그렸다면 그 가치가 어떨까 생각해보는 일과 같지 않겠어요?

 

아니면 청계천을 따라 살곶이 다리까지 천변의 모습을 그린 두루마리가 발견되었다면

아마도 국보 1호로 지정되지 않았을까요?

박물관 3층에는 리스보아 시내 전경을 연속으로 만들어 놓아 전시했네요.

 

먼저 이야기 드렸던 리스보아의 대지진과 관련하여 그 참사 이전의 리스보아 모습을

그린 것이기에 더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 과거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재난 후 리스보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자료의 역할을 했지 싶습니다.

 

대서양에서부터 떼주 강을 따라 세세하게 만들었으니 대작이 아닌가요?

가로세로 각각 14cm의 정사각형 타일을 무려 1.300개를 이어 붙여 전체 길이가 23m에 달하는

장대한 아줄레주로 파노라마를 연출하니 대작은 대작이 맞습니다.

 

이 방의 불을 모두 끄고 아줄레주 뒤로 조명장치가 있어 불을 밝히면 옛날 리스보아의

야경까지 볼 수 있다니 이런 작품이 바로 아줄에주의 백미가 아니겠어요?

아니면 포르투갈의 혼이라고 해도 될까요?

이 작품은 대지진(1755년)이 일어나기 전인 1738년에 만든 것으로 대지진으로 말미암아

모두 사라진 리스보아의 옛 모습입니다.

그런 이유로 대단한 가치를 지닌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아줄레주는 아래 보이는 광장이 지금의 코메르시우 광장입니다.

아우구스타 거리는 구획정리를 한 듯 아주 정돈이 잘된 그런 거리네요.

가지런한 집들은 지금도 같은 모습이고 그 위의 광장은 호시우 광장이네요.

오른쪽으로 피게이라 광장이 보이지요.

그리고 오른쪽 제일 위에 성 조르주 성이 보입니다.

지금의 모습과 아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예전에 중국여행 때 보았던 장택단이라는 화가가 그렸다는

청명상하도가 생각났습니다.

정말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생각이 꼬리를 무니 잠시 그때로 돌아가 봅니다.

그 화가는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청백리 포청천이 활동했던 개봉의 모습을 장대한 화폭에 그렸답니다.

그 그림을 그린 두루마리의 길이가 11m라 하더군요.

아줄레주로 만든 리스보아 전경의 반도 되지 않지만...

 

중국은 국보나 보물을 지정하지 않지만, 만약 국보를 지정한다면,

아마도 청명상하도라는 그림이 우선순위에 오를 겁니다.

1120년에 그린 그림으로 우리나라의 고려 시대가 아니겠어요?

그러니 그 당시가 송나라의 전성시대로 도읍인 개봉의 청명절 날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추측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왜 이 그림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그때 그림 속에서 천 년도 더 넘은 갓을 쓴

우리 조상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쿵쾅거렸는지...

그 다음 날 다시 한번 정주 박물관을 찾아가 청명상하도를 또 본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위의 그림을 보시고 우리 조상의 모습을 찾아보세요.

 

다시 그 부분만 확대해보겠습니다.

갓을 쓴 우리 선조의 모습이 아니겠어요?

만약 이때 바람이 불어 갓이 날아갔다면 뭐라 했겠어요?

"오! 마이 갓!"이라 했을 것입니다.

말꾼 두 사람이 앞에서 끌고 뒤로는 물건을 어깨에 멘 짐꾼으로 보여

혹시 이곳 개봉에 장사하러 온 우리의 선조가 아닐는지요.

만상 임상옥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임상옥이 활동한 시기는 1800년대니 맞지 않네요.

 

혹시 포청천이 중국산보다 더 뛰어난 품질인 메이드 인 고려의 개작두를 주문했을까요?

그럼 그때도 한반도의 작두가 더 품질이 좋았단 말입니까?

그 위로 보이는 조태승가는 한의원입니다.

오로칠상회춘환(五勞七傷回春丸)을 판다고 왼쪽 기둥에 써 놓았습니다.

혹시 청명상하도를 보시고 싶으시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오늘 이곳 아줄레주 박물관에 전시된 리스보아의 지진 전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보며

혹시 우리 조상의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워낙 거리가 멀기에 우리 선조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줄레주 박물관에 방문한 이유는 바로 이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한 것입니다.

시 외곽에 있어 찾아가기도 만만치 않았지만, 모든 고생이 이 작품 하나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박물관 건물은 볼품없어도 내부 진열 작품은 더 볼품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치 세월이 많이 흘러 낡고 바랜 모습이기 때문이죠.

 

어떤 작품은 우리의 타일과 구별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고요.

물론, 과거의 작품만 전시한 것은 아니라 최근 작품으로 보이는 것도 있기는 하더군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포르투갈만의 문화를 직접 체험한다는 의미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아줄레주 박물관은 세상에서 여기밖에 없는 박물관이 아니겠어요?

 

포르투갈은 이렇게 그들을 지배했던 무어족의 문화를 받아들여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는 말이지

싶은데 오히려 한 단계 더 나아가 포용함으로 원본보다 더 뛰어난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다는 말이잖아요.

 

이번 여행을 통해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특이한 점은 그들을 지배했던 민족의 문화를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여 발전시키거나 서로 융합된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그 또한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냈다는 점이죠.

 

지배 기간이 워낙 오랜 기간이라 그랬을까요?

781년이라는 세월이 짧은 세월은 아니지 싶네요.

그러나 모든 지방이 781년 동안 지배당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비록 무어족은 다시 그들의 고향 아프리카로 돌아간 지 오래되었지만,

그들이 남긴 자취는 아직 남아 더 반짝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양 자체도 아랍풍의 문양이 주류를 이룬다고 봐야 하겠지요?

문화라는 게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 세상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하잖아요.

 

아줄레주는 장식만 있는 게 아니네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과학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모여 후세를 위한 교육자료로도 사용하지 않았을까요?

건축과 조선 그리고 나아가 항해술까지 발달해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대항해시대를 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육 자료를 이렇게 타일에다 만든 것도 보입니다.

 

기독교 지배 아래 이슬람교도들이 만든 건축양식을 무데하르 양식이라 하더군요.

벽돌이나 석고를 사용해 아주 정교한 조각을 만들어 외벽을 장식하는 형태라 하네요.

 

반대로 이슬람 지배 아래 살았던 기독교인들의 건축양식을 모카라베 양식이라고 부른다네요.

좌우지간 이렇게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오랜 세월 서로 지배하거나 지배당하며 힘이 균형이

바꾸더라도 문화나 건축양식을 배척하지 않고 포용했다는 점입니다.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더 발전시켜 나아갔다고 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이런 것이 선뜻 이해되십니까?

우리 상식으로는 타민족의 지배로 말미암아 생긴 문화는 터부시하고 단절하는 게 아닌가요?

이미 우리는 포르투에서 아줄레주를 예습하고 왔지만, 그래도 여기 포르투갈의 수도에 있는

국립 아줄레주 박물관을 구경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김빠진 맥주가 아니겠어요?

 

아줄레주는 작은 네모난 타일에 그림을 그려 구운 것을 연속으로 만들어 하나의 커다란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곳에는 그냥 하나의 작품도 있고 연속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그런 모양도 있습니다.

간단하게 그냥 어떤 도형만도 있고요.

타일을 이용해 만든 것이니까 무궁무진한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말이지 싶습니다.

 

위의 작품은 발가락을 표현한 것으로 하나의 타일에 모두 담을 수 없어 네 개의 타일에 담은

모습으로 이렇게 서로 연결된 모양으로 하나의 커다란 작품이 탄생했나 봅니다.

결국, 이베리아 반도의 문화는 서유럽과 아랍, 기독교와 이슬람 그리고 로마와 아프리카의 모습이

함께 모여 하나의 커다란 그릇에 담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나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러 장의 타일이 함께 사용되듯이...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박물관은 월요일은 휴관이랍니다.

화요일은 14:00-18:00까지 개관하고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10:00-18:00까지 문을 여니

이곳을 방문하시려면 미리 요일을 확인하신 후에 찾아가야겠습니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입장이 무료지만, 다른 날은 2.25유로의 입장료를 받는다 합니다.

그러나 리스보아 카드를 소지한 사람은 입장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