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의 귀부인이라는 세고비아 카테드랄

2015. 1. 3. 08:00스페인 여행기 2014/세고비아

세고비아는 참 예쁜 도시입니다.

도시 모양이 마치 알카사르를 꼭지로 가지처럼 생겼습니다.

그 끝은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로마 수도교이고요.

오후 해가 기울기 시작할 때의 수도교는 석양으로 말미암아 예쁜 모습을 보여주네요.

 

세고비아는 역사적으로 중세에는 국토를 회복하는데 앞장선 카스티야 왕궁의 수도로써 중요한 곳이라는군요.

그러다 보니 작은 마을에 어울리지 않게 제법 견고하고 예쁜 고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카스티야 왕국의 왕과 왕비가 살았을 겁니다.

위의 사진이 아마도 카스티야 왕국의 문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래 그 안에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밤이 오면 백설공주는 일곱 난장이의 보호 속에 잠이 들 겁니다.

세고비아도 아름다운 밤이 찾아옵니다.

 

구시가지 안에만 돌아보면 세고비아가 얼마나 높은 언덕에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외곽을 돌아보면 이곳이 천연의 요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너무 빨리 지나치면 이런 모습을 놓칠 수 있지요.

이렇게 세고비아는 거대한 바위산 위에 성벽을 쌓고 만든 군사적 도시였습니다.

 

또 마을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게 바로 카테드랄입니다.

주민도 많지 않은 이곳에 왜 저리도 디따 크게 지었는지...

지금도 이곳의 인구는 6만 명이 채 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성당이 카테드랄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마도 이곳에 머물렀던 무어족을 몰아낸 카스티야 왕궁에서는 이슬람 성전인 메스키타를 무자비하게 빠셔버리고

바로 그 자리에 수백 년간 머물던 무어족의 귀신을 쫓아낸다고 그리하지 않았겠어요?

이게 역사 지우기고 귀신까지 쫓아내는 일이잖아요.

신이란 이렇게 그를 따르는 민초들의 힘에 따라 갈팡질팡하네요.

여기도 무어족이 모셨던 신은 또 노숙자 신세가 되어 어느 하늘 아래 떠돌고 있는지...

 

우선 마요르 광장에서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 카테드랄부터 구경합니다. 

대성당인 카테드랄은 잠시 이슬람의 지배 아래에 있던 이곳을 재탈환하고 더는 이교도가 발을 디밀지 못하도록

엄청난 크기로 성당을 지은 듯합니다.

 

그 이유가 "알라여~ 내가 이겼소이다."라고 하며 여기는 가톨릭 국가임을 선포라도 하는 듯...

정말 마을 규모와는 어울리지 않으리만치 거대합니다.

 

처음 지은 성당은 1511년 코무네로스의 반란으로 성당이 파괴되었답니다.

코무네로스 반란이란 톨레도를 중심으로 21년 동안 카스티야 여러 도시에서 새로운 국왕인 카를로스 1세에

대항해 일으킨 반란으로 도시 측의 패배로 끝난 반란이랍니다.

 

원인은 카를로스가 왕위에 오르며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세금을 많이 올려 부과함으로 조직적으로 여러 도시가 연합해

일으킨 시민 저항운동이라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이란 어려운 문제인가 봅니다.

복지를 위한 증세도 아니고 폼 잡는데 필요한 삽질이라도 하려 했을까요?

복지와 세금이란 늘 이렇게 서로 견제하려는 의미가 아니겠어요?

 

말도 못 하는 성당 건물이 뭐라 했나요?

그렇다고 성당을 부수기는 왜 부숩니까?

 

그 후 1525년 카를로스 1세가 재건축을 명령함으로 다시 짓기 시작해 1777년에 완공해 지금에 이르렀답니다.

그런 그때도 다시 지으려면 재건축 조합을 만들어야 했을까요?

 

18세기 후반에 만든 성당으로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답니다.

아마도 스페인의 성당 중 그 역사가 가장 짧은 성당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뭐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지금도 짓는 중이라 그게 더 신출내기겠지만...

 

이 성당의 모습은 세련미와 우아함이 돋보여 마치 여자의 스커트를 펼친 모습으로 보여 다른 말로

"대성당의 귀부인"이라고 부른답니다.

 어때요?

멋진 스커트를 입은 귀부인으로 보이나요?

 

아니면 긴 스커트를 입고 정열적인 플라멩코를 추는 집시 여인으로 보이나요.

마치 주름치마라도 입은 그런 모습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이 여자가 아닌가요?

 

그럼 우리가 성당 문으로 들어간다면 환장하게도 귀부인 스커트 밑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우짜면 좋겠노?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성당의 정문은 서쪽을 향했습니다.

동양적인 생각으로는 서쪽은 저녁이며 죽음을 의미하는 방향인데

이곳 사람들은 그런 문제에 전혀 신경 쓰지 않나 봅니다.

그런 이유로 내부에 들어가면 오후에 비치는 햇빛으로 스테인드글라스가 아주 화려하다네요.

성당 안에는 유모의 실수로 떨어져 죽은 엔리케 2세의 아들 묘도 있다고 합니다.

들어갈까 말까를 놓고 잠시 고민합니다.

 

앞으로 여행하며 우리는 많은 성당을 구경하겠지요?

유럽 여행이 원래 성당 투어라고 하잖아요.

모든 성당을 다 돈을 내며 들어갈 이유가 없어 이런 곳은 통과합니다.

입장료는 3유로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