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콩키스타의 완성은 세고비아에서.

2015. 1. 7. 08:00스페인 여행기 2014/세고비아

세고비아에 볼거리가 알카사르와 카테드랄 그리고 로마 수도교뿐이라고요?

그러면 세고비아가 많이 섭섭해하죠.

여기는 장구한 역사 속에 한때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로도 위용을 떨친 곳인 걸요.

바로 레콩키스타를 완성하기 위해 기를 축적한 곳이랍니다.

 

이런 곳은 그냥 걸어보기만 해도 즐거운 곳이 아니겠어요?

길을 걷다가 가만히 올려다보세요.

그런 예전의 영화를 누렸던 그런 흔적이 보입니다.

꼬리가 묶인 꿈틀거리는 용 두 마리도 보입니다.

양쪽으로 새끼 인어도 보이고 가운데는 말 탄 기사도 볼 수 있습니다.

안 보이면 또 어떻습니까?

시험에 나올 문제도 아닌걸요.

 

골목길도 보기 좋습니다.

성벽 길도 좋습니다.

세고비아는 이런 돌로 된 언덕 위에 성을 쌓았기에 반석 위에 세운 요새지요.

 

그 골목길 끝에는 아주 멋들어진 성문 하나가 보입니다.

15세기에 만든 유대인 지구로 들어가는 산 안드레스라는 이름의 문입니다.

 

어때요?

대단히 웅장한 문이 아닌가요?

물론, 옛날 그 시절에는 성문 꼭대기는 문을 지키는 수비병들이 있는 곳이고요.

 

성벽 중간중간 망루를 세워 늘 주변을 감시했을 겁니다.

망루란 원래 주변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것이니까요.

로마도 그랬고, 무어족도 그랬는걸요.

물론, 카스티야 왕국에서도 똑같은 일을 했을 겁니다.

 

세고비아 구시가지는 크지 않아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고비아는 해발 천 미터 고지에 생긴 도시로 중세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죠.

이런 고성이 스페인에는 무척 많이 있더군요.

 

로마가 세상을 호령하던 시기인 2천 년  전에 만든 수도교는 걸작으로 평가하고요.

구시가지와 더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답니다.

그럴 자격이 충분한 곳이 맞습니다.

 

그러나 세고비아의 전성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카스티야 왕국의 도읍지로 있을 때일 겁니다.

그때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경제 문화 정치의 중심지로 화려한 시기였을 겁니다.

견고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세고비아 구시가지는 카스티야 왕국의 알폰소 10세가

도읍으로 정한 후가 가장 좋았던 시기였다죠.

 

지금 세고비아가 많은 사람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된 이유는 로마 시대부터 도시로 발전해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며 이슬람 문화까지 간직하고 있는 고도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게 진정 다문화의 도시입니다.

 

물론, 나중에 카스티야 왕국은 수도를 톨레도로 천도했다가 마지막으로 마드리드로 옮겼다고 했던가요?

도시의 중심은 마요르 광장이겠지만, 이곳 구경의 시작은 수도교가 있는 아소게호 광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의 사진은 알카사르 광장에 만든 용 문양의 가로등인데 자세히 보면 가슴을 너무 자세히 묘사하였습니다.

용도 암수 구별이 되나 몰라도 스페인의 용은 이렇게 우리의 용과는 다르게 가슴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넘야하다.

 

세고비아에서는 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이곳에서의 명물은 메손 데 칸디도라는 식당도 있습니다.

꽃할배가 점심을 먹었던 곳으로 새끼돼지 통구이인 코치니요 아사도로 유명하다지요?

바삭하게 구운 돼지를 접시로 자르고 그 접시를 깨는 전통이 있는 집이라네요.

 

구경하는 사람들은 접시 깨는 모습을 보고 좋다고 손뼉을 치지만,

사실 그 생쇼의 비용은 우리가 먹는 음식값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채식하는 마눌님 때문에 입맛만 다시고 지나갑니다.

먹지도 않았는데 왜 사진은 올렸느냐고요?

그러면 스님이 갈빗집 간판도 보지 못하고 갑니까?

이 집은 1898년에 처음 개업했다는데 100년도 더 넘은 식당입니다.

 

그래서인가요?

식당 앞에 창업주로 보이는 사람의 흉상이 보입니다.

지금까지 여행하며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세상에 식당 주인이었던 사람의 흉상 사진을 찍기는

 佳人도 처음이지 싶습니다.

 

어느 분은 고기 냄새가 무척 심해 비위를 상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는 집이라 한국인의 입맛엔 별로 맞지 않나 봅니다.

원래 이런 새끼돼지를 이용한 요리는 그 시작의 사연은 아픈 일 때문이랍니다.

 

처음에는 이 지방에서 어느 해에 돼지의 영양 상태가 좋아져 갑자기 수요 이상의 돼지가 생산되었나 봅니다.

그러니 돼지 가격의 폭락을 막기 위해 개체 수 조절을 위한 결단이 필요했다네요.

돼지 농장의 주인들은 고육책으로 새끼돼지를 요리해 먹으며 시작한 요리라 합니다.

 

원래 이 지방 세고비아는 도토리나무가 많은 곳이라 합니다.

도토리가 떨어지는 계절은 돼지를 방목해 키웠기에 이때 많은 돼지가 영양 상태가 좋아 수태를 하면

많은 수의 돼지를 출산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스페인의 요리 중 돼지 뒷다리를 염장한 것을 하몽이라 부르고 하몽 중 최고급 하몽이 바로

도토리를 먹여 키운 돼지라 합니다.

 

그러니 어쩌겠어요?

새끼돼지를 버릴 수도 없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새끼돼지 요리인 코치니요 아사도라는 요리가 탄생했다네요.

 

위의 서진은 산 에스테반 성당의 야경입니다.

멋진 종루가 유명한 곳이라지요?

그래서 종루를 "비잔틴 양식 탑의 여왕"이라 부른다네요.

 

이 동네는 모두 여왕이니 귀부인의 스커트니 하며 여자와 연관 지어 이름을 불렀나 봅니다.

뭐 이 지방을 다스리다가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모두 몰아내고 콜럼버스를 후원함으로

스페인을 세계 최강의 나라로 이끈 카스티야 왕이 바로 이사벨 1세라는 여왕이 아니겠어요?

 

높이가 53m고 6층으로 쌓아 올린 종루가 일품입니다.

후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13세기경 만들었다 합니다.

제단에는 못이 빠져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상이 손이 아래로 늘어뜨린 모습이 이채롭다 합니다.

미사 때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위의 사진은 성 미얀 성당입니다.

초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12세기에 세워진 성당으로 이곳 세고비아의 성당 중 맏형님에 해당하네요.

버스 터미널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초입에 있습니다.

 

초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물이 너무 낡아 보입니다.

여기도 미사 시간에만 구경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사 시간이 아니더라도 굳이 안에 들어가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넓고 아름답게 조각된 주랑식 전랑이 특히 눈에 띕니다.

아케이드와 조각 세례당 벽화 등은 유명하다 합니다.

 

특히 주랑을 이루는 기둥의 머리 부분 조각이 아름답다고 알려진 곳입니다.

입장료 무료지만 미사 시간 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하네요.

 

중세 도시로의 여행은 이름 난 유명한 곳만이 아닙니다.

미로처럼 생긴 골목길로 들어가 길도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하는 맛도 있어야 합니다.

대도시에서 살아온 우리 대한민국 사람은 이런 작은 중세 도시의 미로 골목에 갇힌다 해도 하나도 겁이 나지 않습니다.

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지 않고 여기서는 마요르 광장으로 통하기 때문이죠.

 

해가 서산을 넘어 어두워진다 해도 걱정하지 마세요.

그것은 여행자에게 이 도시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멋진 쇼에 불과하니까요.

 

이런 곳에서는 해가 서산을 넘어갈 때 오히려 새로운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붉게 물든 고성의 모습에서 그때를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모두가 돌아가고 텅 빈 곳에 앉아도 보세요.

아무도 없는 고성 앞에서 밤이 어두워진다고 해도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시간조차 아쉽게 느껴집니다.

 

왜?

우리는 여행 중이니까요.

그리고 손바닥만 한 마을이니까요.

사실을 손바닥보다는 훨씬 큰 마을입니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가로등 등불 아래 앉아 있는 것도 좋습니다.

이게 바로 여행이니까요.

여행이란 이렇게 낯선 장소일지라도 우두커니 앉아있어도,

터벅터벅 걸어도 늘 새로운 풍경을 느끼게 되어있으니까요.

 

그러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애통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피에타상은 기독교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늘 마주할 수 있지요.

 

그 아래는 바로 아주 작은 클라우스트라 문이 있습니다.

이런 걸 모두 어떻게 찾아다니느냐고요?

 

굳이 찾으려 하지 마세요.

그냥 걷다가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면 다 보입니다.

그런 문이 그곳에 있으니까요.

 

세고비아를 찬찬히 구경하려면 다섯 시간은 족히 걸릴 듯합니다.

밤에 다시 복습하면 하루 꼬박 걸립니다.

같은 장소일지라도 시간이 달리하면 그 느낌 또한 다르니 여행의 즐거움은 당연히 두 배지요.

우리는 너무 빨리 하나의 면만 보고 다 보았다고 훌쩍 떠납니다.

 

이곳은 로마 제국의 유산인 웅장하고 정교하고 튼튼한 로마 수도교도 보고 중세의 미로 같은 골목길도 거닐고

성벽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중세 마을도 돌아보고 이교도에 빼앗긴 땅을 다시 찾았다고 그 땅에

인증 샷이라도 하려는 듯 큼지막한 카테드랄도 구경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동화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백설공주의 마법에 빠지게 하는 알카사르도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마드리드에서 이곳으로 오지 싶습니다.

교통편은 기차와 버스가 있는데 기차보다는 자주 운행하는 버스로 오는 게 편리하고

버스 터미널이 구시가지 주변에 있어 멀리 떨어진 기차역보다는 세고비아 시내로 접근에 더 유리하네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버스 터미널부터 걸어서 시내 중심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내일은 성벽의 도시인 아빌라로 가겠습니다.

아빌라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반길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세고비아 같은 중세 마을은 그냥 휙 둘러보고만 갈 수 없잖아요?

세상은 낮보다 더 아름다운 밤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런 곳이 바로 그런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루를 이곳에 머물다 떠났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으시면 마드리드에서 일찍 오셨다가 구경하고 가도 될 정도의 작은 마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