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의 시작,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의 시작...

2014. 6. 20.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효정 고전장이 있는 호아산(虎牙山)은 마치 호랑이 이빨처럼 생겼기에 호아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으로 

장강을 따라 지금의 이창인 옛 이름 이릉성에서 징저우로 들어가는 길목이며 강을 통하지 않고는 육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가파른 절벽에 만든 바로 여기 좁고 위험한 잔도를 따라 지나야 합니다.

공명이 대업의 첫걸음이라고 유비에게 무조건 먹으라던 형주인 징저우로 가는 길이 바로 여기 호아산 잔도랍니다.

 

이 잔도의 모습이 절벽을 안으로 파고 들어가 길을 내다보니 마치 호랑이 이빨처럼 생겼다고 해

호아산(虎牙山)이라 부른답니다.

그래서 여기에 위의 사진처럼 호랑이를 만들어 이빨을 특히 강조해 놓았나 봅니다.

얼핏 보면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단언컨대 호랑이 입니다.

 

삼국지에는 전쟁 장면이 무척 많이 나옵니다.

삼국지라는 게 원래 싸움이야기니까요.

그중 큰 전투를 세 개만 꼽으라 한다면, 관도대전, 적벽대전 그리고 이릉대전이라고 생각됩니다.

 

원소와 조조가 벌인 관도대전, 조조와 유비, 손권의 연합군이 벌인 적벽대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비와

손권의 이릉전투. 오늘은 이곳 이릉전투가 벌어진 곳을 구경하는 중입니다.

가만히 보니 전쟁을 마치 리그전 붙듯 돌아가며 붙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이 전쟁 모두가 열세라고 생각했던 팀이 모두 뒤집기에 성공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일은 모두 불장난이 성공했다는 점이고요.

세상에 인간만이 불을 이용하는 동물이잖아요.

이렇게 세상을 기록으로 남기면 다음에 벌어질 전투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잖아요.

 

여기도 승승장구하던 유비를 맞아 열세라고 생각했던 육손이 화공으로 멋지게 유비를 해치웠던 곳이죠.

유비는 자신이 100전 노장이라 생각해 너무 상대를 과소평가했나 봅니다.

나중에 도망가 백제성에서 밤만 되면 여기에서 있었던 생각에 밤마다 가위 눌려 자다가도

깜짝 놀라 깨어나기 수십 차례...

 

유비의 저돌적인 공격에 웅크리며 수비만 했던 육손...

마치 공명의 북벌을 맞아 사마의 중달을 보는 듯합니다.

사마의는 훗날 육손의 빠떼루 전략을 그대로 답습해 오장원에서 공명의 진을 빼버렸습니다.

사마의 중달이 똑똑한 친구라 칭송하지만, 사실 육손의 전략을 그대로 카피한 겁니다.

 

유비는 관우가 죽고 바로 원수를 갚겠다고 기병하려고 했지만, 주변의 만류로 잠시 소강상태를 유지합니다.

관우의 머리를 선물 받고 놀란 조조도 시름 거리며 앓다가 죽고...

드디어 후계자 조비가 위왕의 자리에 올라 새로운 세상을 엽니다.

 

조조가 죽기 전부터 움트기 시작한 중신들 사이에 새로운 황제를 옹립하려던 계획은 조조의 강력한 반대로

수면 아래 가라앉았다가 새로운 조비가 위왕의 자리에 오르자 다시 수면 위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조조는 자기 분수를 알았다는 말인가요?

아니면 염치가 있었다는 말인가요.

 

좌우지간 조조는 자기 본분을 망각하지는 않았나 봅니다.

이런 면에서 조조의 현명한 처신은 몇 수 앞을 내다보는 듯합니다.

그래서 조조만한 사람 흔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어느 날 중신 모두가 헌제를 찾아 의논드릴 게 있다고 합니다.

평소에 코끝도 보이지 않던 작자들이 무슨 의논?

"폐하! 저희들이 밤마다 천문을 매일 살피는데 한의 기운은 점차 희미해져 가고 위왕의 별은

점점 더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개가 풀 뜯어먹는 소리랍니까?

아닌 밤 중의 홍두깨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겠어요?

맨날 술만 먹고 희안한 짓거리나 하며 살던 중신이 왜 매일 하늘만 쳐다봤답니까?

 

옛날에 조조가 헌제를 모시고 뤄양을 떠나 쉬창으로 천도할 때도 천문관이 조조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지요.

"천문을 보건대 태백성이 은하수를 꿰뚫고 행성의 운행도 그것을 따라 두 별이 서로 만나려 합니다.

이런 일은 천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할 일입니다."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천문관이 감히 천 년이라는 세월을 겁도 없이 입에 올렸지요?

자기가 천 년동안 하늘을 보고 관찰이라도 해보고 하는 소립니까?

이 지랄 맞은 별은 왜 이럴 때만 되면 슬그머니 나타나 난리를 칩니까?

그리고 중국의 역사책에 나오는 왕조 중 천 년을 넘긴 왕조가 있기나 합니까?

 

"金과 火의 두 별이 만나면 반드시 새 황제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짐작건대 한나라의 맥도 머지않아 끊기고 새 황제는 진위(晉魏)지방에서 나타날 기운이 엿보입니다."

이런 말을 천문관이 조조에게 하며 조조는 쉬창으로 헌제를 모시고 천도를 해

지금까지 그 기운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물론, 참새 날아가다 배 뒤집는 소리지만, 듣는 입장인 조조는 무척 흐믓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그 별이 사고를 친 모양입니다.

이제 그 기운이 빛을 더 발해 아예 한실을 폐하고 새로운 기가 뻗어나고 있다니...

그러며 중신들은 말을 계속 이어갑니다.

 

"옛날 삼황오제도 하늘의 뜻을 따라 그 기운이 다했음을 알았기에 덕으로 선양함으로 후대에 기쁨 주고

칭찬받는 사람으로 위인전기에 늘 오르내립니다.

이제 한실의 400년의 기운이 다했음을 자각하시고 그만 선양하심이...."

컥!!! 선양을 위해 그 지랄맞은 별이 눈치도 없이 또 나타났던 모양입니다.

중국에서는 이런 선양이란 행동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나 봅니다.

 

물론, 처음에는 헌제도 코웃음 치며 반대를 했지요.

그러나 궁을 군사로 둘러싸고 옥새를 관리하는 부모랑이 천부당만부당하며 반대의견을 내자

그 자리에서 부모랑을 단칼에 베여버리며 피비린내를 풍겨 무력시위를 시작합니다.

 

황제 앞에서 말입니다.

그 칼로 황제를 베면 베어질 겁니다.

황제가 자꾸 모른 체하면 황제 목을 한번 베어보자고 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황제 앞에서 신하가 칼장난을 시작하면 더는 황제가 아니라는 게 정설입니다.

이제 이미 한실의 기운은 강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별이 아니고 조비를 따르는 중신들이었습니다.

 

이제 한실을 지키며 비추던 별이 빛을 잃어감을 헌제도 알아버렸습니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하며 노래 부르던 아름다운 시절이 모두 지났다는 말이겠지요?

저 놈의 별들이 모두 나의 별이 아니고 너의 별이 되고 말았다는 슬픈 현실 앞에 황제는 오직 슬플 뿐입니다.

 

양위한다는 조서와 옥새를 조비에게 보내니 조비는 기다리고 있었듯이 넙죽 그냥 받으면 안 되잖아요.

처음에는. "아니 아니 아니 돼 옵니다."로 시작해 앞글자를 모두 빼고 "돼 옵니다." 로 바뀌게 되지요.

천하의 비난을 잠재우고 몇 번 사양하는 생쇼를 하며 잠시 인터벌을 갖자는 거지요.

물론 처음에 속없는 조비는 낼름 받으려고 했지만, 사마의 중달이 다 이렇게 작전지시를 넣었을 겁니다.

그래서 사마의가 똑똑한 사람이라는 말이지요?

 

다시 황제에게 돌아온 옥새와 양위조서...

받지 않겠다고 반송된 이게 아주 무서운 겁니다.

다시 돌아왔다고 "싫으면 관두시오~" 하며 그냥 거두어들이면 조금 시간이 지나면 칼이 황제의 목으로 들어옵니다.

이미 헌제도 이 정도의 지혜는 알 나이가 아니겠어요?

 

그렇습니다.

정성이 부족했습니다.

그냥 받으라 하면 되겠어요?

옛날이야기가 이때 틀림없이 나옵니다.

 

친절한 중신이 헌제에 아룁니다.

말이 아뢴다고 하지 사실을 교육하는 겁니다.

정말 건방진 놈입니다.

평소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대가리를 땅에 박고 아뢰던 놈이 껌이나 짝짝 씹으며 한 쪽 다리를 건들거리며...


"옛날 요임금 시대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나라를 양위하려고 하자

순임금이 사양했다 합니다.

그래서 요임금은 두 딸을 순임금에게 시집 보낸 후에 선양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마트 행사했던 이야기잖아요.

그냥 정상가로 팔면 매출이 오르지 않아 덤으로 얹어주는 1+1 행사 말입니다.

 

정말 환장할 일입니다.

그냥 황제의 자리를 양위하는 것으로는 정성이 부족해 딸까지 덤으로 얹으랍니다.

무당집 굿하는데 복채가 적으면 정성이 부족하다고 하잖아요.

 

권력이나 돈이라면 모두 주어도 좋지만, 이제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같은 내 새끼까지 그것도 둘 씩이나

덤으로 얹으라고요?

조비 애비 조조는 유부녀만 좋아하는 유부녀 킬러지만, 그 자식 조비는 유난히 어린 여자만 밝히기에

더 가슴이 쓰리고 아픕니다.

 

이튿날 중신이 시킨 그대로 헌제는 딸 둘을 마차에 실어 옥새와 함께 조비에 보냅니다.

그런데 젠장...

또 돌려보냅니다.

도대체 몇 번이나 핑퐁을 치듯 하란 말입니까?

 

이번에 또 뭐가 부족한 겁니까?

되돌아온 딸과 옥새를 본 순간 헌제는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고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입안이 바짝 마릅니다.

선양이란 말에 처음에는 기분이 몹시 나빴지만, 이제는 오히려 받지 않는 것이 더 무섭습니다.

 

그렇습니다,

정성이 아직 부족하지요.

황제 자리를 선양하며 좀 더 폼 나게 해주어야 받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겠어요?

선양이란 것이 원래 주는 사람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받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헌제는 직접 전각을 하니 짓고 그곳의 이름을 수선대(受禪臺)라는 이름을 붙여 길일을 잡아 옥새를 들고

두 딸과 함께 조비를 모셔와 수선대에서 무릎을 꿇고 "프리즈~"를 연발하며 자기 대신 조비를 황제에

올라달라고 애원하기에 이르렀답니다.

이렇게 정성까지 들이면 뒤로 돌아선 돌부처도 다시 뒤돌아 앉습니다.

조비야 벌써 돌아앉고 싶었지만, 자꾸 사마의 중달이 사양하라고 하는 바람에...

 

이렇게 길일에 정성을 다해 머리를 조아리고 조비에 선양한다는 조서를 발표하고 옥새를 건네니.

그제여야 조비는 앞으로는 기꺼이 힘든 일을 대신 맡아 하겠다고 승낙합니다.

단언컨대, 정말 하기 싫은 일이지만...

지금까지 고군분투하며 세상의 더러운 꼴 모두 보며 살아온 헌제의 어깨의 짐을 조금이라 덜어주기 위한

조비의 아름답고 눈물겨운 행동이지요.

 

그러자 옆에 있던 화흠이란 자가 헌제를 향해 대뜸 눈을 부라리며 한마디 합니다.

"어이! 유씨~ 어찌 민초에게 두 황제가 있고 하늘에 태양이 둘이 될 수 있겠어? 이미 천하를 양위한 이상

마땅히 제후의 예를 갖추고 무릎을 꿇고 새 황제의 명령을 받아야 하지 않겠어?"라고 하며 무릎을 꿇지 않는다고

난리를 부립니다.

그리고 기분 나쁘게 말끝마다 "어이 유씨~"라 하며 눈알까지 굴립니다.

게다가 반말로 말입니다.

 

헌제는 그 유씨라고 부르는 소리가 정말 싫습니다.

유씨가 누군가 처음에는 한참 생각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나라를 세운 사람이 자신의 조상이 유씨인 유방이 아니겠어요?

유씨란 바로 자신을 부르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기가 막힙니다.

 

헌제는 사실 자신의 성조차 잊고 살았나 봅니다.

누구나 지금까지 자신에게 황상 폐하니 뭐니 하며 눈조차 마주하지 않고 불렀는데 이제 신하란 자가

눈을 부릅뜨고 "어이~ 유씨!"라고 부르니 적응이 쉽겠어요?

 

조금 있다가 얼굴도 몇번 본 적 없는 그 옆에 선 자가 비웃는 얼굴로 이번에는

"어이~ 유서방! 대가리를 바닥에 박아야지~ 뭐가 잘났다고 대가리를 쳐들어?" 이러는데 아니겠어요?

그러며 지들끼리 낄낄거리며 유씨니 유서방이니 유가니 하며 동네 개 이름 부르듯 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佳人조차 화가 치미는데 헌제야 오죽했겠어요.

 

이렇게 새 황제의 큰 은덕으로 산양공에 봉해진 헌제는 이름 그대로 제위를 헌납하고 궁을 나왔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한중왕 유비는 천하가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웁니다.

옛날 조조가 서주에서 아비가 죽었을 때 울었던 것처럼...

이렇게 천하가 모두 듣도록 크게 우는 이유는 다음에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뿐입니다.

로또보다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을 때만 천하가 모두 듣도록 울지요.

사마의 중달이 유비가 크게 울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 놈이 조만간 황제자리에 오르겠군..."이라고 했을 겁니다.

 

유비도 그 우는 이유가 다른 더 큰 것을 할 수 있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한나라는 사라지고 드디어 삼국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세 나라가

서로 쟁패하는 시기가 도래합니다.

유비가 가장 큰 소리로 울었기에 울음을 그치고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촉의 황제에 올랐습니다.

황제자리에 오르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슬피 울었나 보다...

 

위의 사진은 효정전투장에 아직도 물이 샘솟는 샘인 와천(蛙泉 : 개구리 샘물) 입니다.

효정전투 당시 유비의 병사들은 먹을 물이 없어 바로 아래로 흐르는 장강의 물을

그대로 먹어 배탈이 나곤 했답니다.

식수 문제로 고민하던 유비가 매번 낮잠만 자면 꿈에서 청개구리가 나타나 울었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고민이 있으시면 낮잠을 주무세요.

그러면 꿈에 개구리가 나타나...

 

잠에서 깬 유비가 꿈에서 청개구리가 울던 곳을 파보니 맑은 샘물이 솟으면서 유비의 군사가 물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랍니다.

개구리도 도와준 전투에 유비는 왜 대패를 했을까요? 왜? 왜? 왜?

유비는 개구리보다 못하다는 말입니까?

그게 청개구리라서요?

개구리 같은 소리하고 있다고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로지 손권에게 복수하겠다는 한가지 생각으로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유비는 결국,

손권의 대도독인 백면서생 육손에 무참하리만큼 대패하고 겨우 수백 명의 패잔병만 거느린 체

 백제성으로 후퇴했습니다.

그리고 유비는 백제성에서 아우를 잃은 슬픔과 자책, 그리고 허탈감으로 몸 져 자리에 누웠고

익주로 돌아가자는 간청하는 신하들에게 창피하다고 거부하고 마침내 백제성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그래요.

어찌 창피해 익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겠어요.

익주를 출발할 때 그곳의 수많은 젊은이를 이끌고 나와 무슨 면목으로 귀신만 데리고 돌아가겠어요.

처음부터 작가가 만든 영웅은 이렇게 마지막을 전혀 영웅답지 못한 행동으로 꿈을 접었습니다.

과연 그가 꾼 꿈은 그 자신이 생각해도 말도 되지 않는 웃기는 꿈이었다는 게 명백해졌네요.

 

유비여~

원수에게 가장 처절하게 복수하는 방법이 뭐라 생각했습니까?

이렇게 많은 군사를 이끌고 내려와 초토화하는 게 최고 수준의 복수라 생각했습니까?

진정한 복수란 바로 용서라했습니다.

용서만큼 강력한 복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