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릉이었던 이창으로 갑니다.

2014. 6. 13.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옛날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사정없이 휘두르던 시절에 이릉(夷陵)이라 불리던 이창(宜昌)은 지금까지 생각대로

살아왔던 유비에게는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치욕적이고 부끄러운 동네일 겁니다.

물론 주유에게도 죽음의 사신이 덮친 곳으로 그리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곳일 겁니다.

 

이곳의 터가 그런 곳일까요?

2박 3일의 지루했던 장강 유람을 여기 이릉이라는 곳에서 끝을 냅니다.

우리가 탔던 배는 여객선으로 이곳으로 오는 도중 여러 도시를 들리며 승객을 내리고 태웠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여기가 나쁜 기억만 있는 곳은 아니지요.

그렇습니다.

육손...

젊은 서생이라는 육손에는 그야말로 장래가 보장된 약속의 땅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전성기를 이곳에서 맛본 사람일 겁니다.

 

손안에 든 것이 반드시 내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적벽대전이 끝난 후 주유와 유비는 서로 저울질합니다.

이제 늘 조조도 눈독을 들였고 동오도 언제나 바랬던 곳 징저우(荊州 : 형주)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지요.

 

물론, 이때까지는 조조가 적벽대전을 일으키며 유표가 자사로 있었던 곳을 접수하고

조인에게 수성을 주문한 곳이지요.

여기에 있던 유비 일당은 이미 강하로 도망했기에 동오의 손권에게 우리와 손을 잡고 유비 사냥을 하겠느냐

아니면 저항해 조직의 쓴맛을 보겠느냐고 편지를 보내며 적벽대전이 시작되었지요.

 

유비에게는 사생결단이라도 해야 할 곳이 형주라는 군사요충지입니다.

왜?

공명이 삼고초려를 한 유비에게 알려준 천하 통일의 첫걸음이 바로 형주라는 징저우를

손에 넣는 것이라고 알려주었잖아요.

서천을 취하는 일보다 우선 먼저 취할 곳이 바로 징저우였습니다.

우리도 이창을 구경하고 나면 여기에서 멀지않은 징저우로 갈 생각이거든요.

 

이렇게 주유와 유비가 승전 후 서로 만나 조조의 장수인 조인이 지키는 징저우에 속한 남군은 주유가 공략하고

만약, 힘에 겹다면 나중에 유비가 공략해 먼저 취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기로 약속합니다.

물론, 공명의 머리에서 나온 지혜죠.

이는 공명이 주유를 댈꼬 노는 전략임을 주유는 미처 알지 못했지요.

주유와 공명의 차이는 이렇게 마지막 하나 차이가 아닐까요?

그 하나 차이라는 게 바로 고스톱 판에서 주유는 자기 패를 모두 까고 공명과 천하를 다투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앗! 위의 사진에 보이는 이 머리가 공명의 머리일까요?

아니면 유비의 머리일까요.

오늘도 효정 전투장에서 장강을 굽어보며 하염없이 생각에 잠겨있네요.

만약 이게 유비의 머리라면 돌머리가 분명합니다.

자갈이 꽉 박힌....

 

그런데 바로 남군의 이웃에 있는 이곳 이릉에는 조조군의 조흥이 버티고 있어 잘못하면 주유군이 협공을

받을 수 있어 감녕에게 정예병 삼천을 주어 이곳 이릉성을 먼저 공략하게 합니다.

그러나 성을 비워주는 조흥의 전략에 말려 성안으로 들어갔던 감녕은 오히려 고립되고...

 

결국, 주유의 구원으로 간신히 살아 돌아와 남성을 공략하다 조조가 알려주고 간 두루마리 계략에 말려

이번에 주유는 성안으로 들어갔다가 오히려 역습을 받고 독화살을 맞게 됩니다.

이 화살이 주유에는 치명적인 일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자신의 병을 역이용해 야습하게 한 후 역습으로 주유는 적을 무찌르고 남성에 의기양양하게

입성하려는 순간 어멈? 남성의 성벽 위로는 유비와 조자룡의 기가 나부낍니다.

이럴리가 없는데...

저 썩을 놈은 칼자루 한 번 쥐지 않고 죽으라 싸운 주유군보다 언제 먼저 들어와 깃발을 꼽았단 말입니까?

우리 말에 죽 쒀 개 줬다는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주유 머리에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바로 그 말입니다.

그럼 조자룡이 개? 아니면 유비가 개란 말입니까?

 

공명이 조조군이 주유의 진지를 야습하기 위해 성을 비운 사이 빈 성을 조자룡에게 점령하라고 한 것이지요.

정말 비겁한 일입니다.

그러나 전쟁에서는 비겁하게 싸워도 이기기만 하면 모두 용서되나 봅니다.

오히려 병사가 다치지 않고 목적달성 했으니 칭찬받아야 합니다.

 

이를 보고받은 조조가 두 마리의 호랑이가 뼈다귀를 사이에 두고 싸우다가 두 마리 모두 지쳐있을 때 숨어서

내내 지켜보다가 쏜살같이 뛰어나와 얼른 뼈다귀를 물고 도망 간 꼴이라 "멍멍~"하며 빗대어 놀렸던 대목입니다.

그러니 유비를 개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한 셈입니다.

 

유비가 개가 맞군요?

조조도 유비를 개라고 했으니까요.

그러나 유비는 개라고 비아냥 받았지만, 울지않고 꿋꿋하게 버티지요.

욕이 배 째고 들어오냐고 하면서 말입니다.

 

주유는 이미 적의 독화살을 맞은데 이번에 화병이 도져 상처가 덧납니다.

왜?

적벽대전에서 승리했다고 하지만, 피해가 컸고 또 이 지역을 공격하느라 많은 병사까지 잃고 자신도

독화살을 맞아가며 겨우 이제 성을 차지하나 보다 하고 성에 들어가려는데...

 

할 수 없이 남성을 포기하고 형주와 양양을 공략하러 갔더니만,

이번에는 그곳에도 장비와 관우의 기가 각각 나부낍니다.

주유는 남 팥죽 쑤는데 옆에서 지켜보며 혼자 식은땀만 잔뜩 흘린 꼴 아닌가요?

어찌 된 일인가 노숙에 알아보라 하니 환장할 일이 벌어진 겁니다.

 

주유가 남성을 한창 공략할 때 공명은 남성을 지키던 조조군 조인장군의 인수를 손에 넣어 그걸 들고

형주성과 양양성을 찾아 지금 남성이 주유군의 공격을 받아 위태로우니 군사를 동원해 도우라는 명령을

전달해 군사가 모두 빠져나간 사이에 무혈입성해 기를 꼽고 주인 행세하였답니다.

 

이 말을 들은 주유는 또 피를 토하고 쓰러집니다.

이렇게 염장을 질러 경쟁자도 위험에 빠뜨리고 근거지도 만들고...

그러나 군사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도 적벽대전의 연합군으로 행세하고 이렇게 쉽게 3개 성을 손에 넣으니

주유는 몸도 마음도 모두 바쳐 승리한 전쟁의 열매는 모두 유비에게 갖다 바친 꼴이 되고 말았네요.

주유가 하늘에 원망한 것은 바로 마지막 한 수를 보지 못한 것입니다.

 

정당성을 따지고 경박함을 따진다면 유비의 행동은 지탄받아야 마땅하지만...

막대한 군비와 국력을 소모하며 이긴 전투였지만, 유비는 손도 까닥하지 않고 군사상 가장 중요한 거점인

형주와 주변의 양양과 남성까지 손에 넣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이런 개 같은 경우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뙤놈이 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삼국지에 나온 나라는 모두 중국이기에 누가 재주 부리든 돈을 벌든 마찬가지네요.

우리가 오늘 온 이릉이라는 곳과 내일 찾아갈 형주는 바로 주유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이지만, 유비에는

오늘의 작은 발걸음은 천하를 통일하기 위한 거대한 발걸음이 시작된 곳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사람이 바로 유비가 마지막 전투를 벌렸다는 효정산 이릉전투장을 거니는 佳人의 모습입니다.

 

유비와 전면전을 생각한 주유를 노숙이 다독이며 외교로 문제를 풀겠다고 합니다.

정말 노숙만큼 합리적인 사람도 드뭅니다.

이 문제를 따지러 온 노숙에 공명은 노숙의 말이 옳은 듯하나 원래 형주와 주변 아홉 군은 유비의 종친인

유표의 땅이라 하며 지금 유표의 아들 유기와 유비는 숙질 사이로 대신 관리 중이라 하며 지금 유기를 모시고

있다고 병중의 유기를 부축해 노숙에 거의 죽어가는 중환자인 유기를 보여주기까지 하며

노숙을 머쓱하게 만드는 치밀함을 보여 줍니다.

 

정말, 잔머리의 달인을 보는 듯합니다.

법정관리인도 아니고 전문경영인도 아닌 유비의 모습입니다.

죽어가는 사람마저 동원한 유비의 행동은 정말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목적을 위해 어떤 행동도 할 수 있는 유비는 늘 仁이 어떻고 義가 어떤 사람이라 칭송합니다.

98% 귀신이 다 된 유기를 병석에서 끌고 나와 노숙에게 보여주는 장면은

해도 너무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죠.

 

유기는 절대로 유기견이 아니고 유표의 아들로 늘 병약해 거의 죽기 전의 귀신인 셈이지만, 이렇게 죽어가는

사람도 공명은 아주 요긴하게 사용 중입니다.

순전히 유비를 위한 얼굴마담 노릇만 하는 사람이죠.

위의 개사진은 유기가 아니고 이릉 터미널을 떠도는 유기견으로 보였습니다.

개가 분명한데 마치 팬더곰처럼 보이네요.

 

이렇게 노숙은 더는 할 말이 없어지고 다만, 공명과 약속을 합니다.

만약, 유기가 죽으면 형주와 주변의 아홉 개 성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일단 유비가 시한부 법정관리인으로

근무하기로 약속합니다.

그러니 이 또한 말로만입니다.

 

순전히 佳人과 같은 말로만입니다.

이로써 주유와의 전면전은 피할 수 있게 되어 이제 유비는 공명의 주도 아래 메이저리그의 단단한 일원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마련되어 행복한 날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주유는 막대한 피해만 입고 유비가 형주 외에 아홉 성을 차지하는 것을 배후에서 막대한 도움만 준

꼴이 되고 마침 손권이 합비성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고 지원하라는 명을 받고 이곳을 버리고 철군하기에 이릅니다.

주유는 이렇게 인생의 황금기를 유비에 공헌만 하고 요절하고 만 불행한 사내였습니다.

공명을 더욱 빛내는 역할만 하다가 요절한 비운의 천재...

어쩌면 공명은 적이나 진배없는 적장인 주유의 힘을 빌어 유비의 거점을 마련하는 놀라운 일을 만든 겁니다.

 

이윽고 공명의 제안에 따라 유비는 인재등용에 전력을 기울입니다.

우리가 백미(白眉)라고 하는 마량을 바로 여기서 얻을 수 있었지요.

마량은 눈썹이 눈처럼 희다고 마씨 오 형제 중 백미가 가장 뛰어나다고 한 말이 우리가 사용하

는 백미라는 말이 되었다네요.

마량을 포함해 나중에 북벌에서 읍참마속이라는 큰 잘못을 저지를 마속이 바로 마량의 아우였습니다.

눈썹만 멋있으면 뭐합니까?

 

이에 백미인 마량의 제안에 따라 남정에 나섭니다.

남정을 하는 이유는 형주 아래 남쪽은 물산이 풍부하고 쌀과 고기가 많이 나기에 이곳만 손에 넣으면

곳간과도 같은 곳이지요.

유비는 212년 장비를 이곳 이창을 다스리는 군수로 파견했습니다.

중요한 이창을 든든한 장비가 떡 하니 버티고 있었기에 유비는 비로소 평안할 수 있었다고 한 곳이 바로 이창입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장비와 연관이 된 유적이 제법 많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과거 장비가 북을 치며 군사를 모았다는 곳이라 해 뢰고대(擂鼓台)라는 곳이 있답니다.

그리고 그 강 옆으로는 장비가 군사들을 훈련할 당시 강을 건넜다고 하는 장비도(張飛渡)라는 부둣가도 남아있답니다.

아마도 장비가 강을 건너 왔다갔다 한 곳인 모양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창은 옛날에는 이릉이었습니다.

지금은 싼샤댐이 있는 입구로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관광지입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삼국지의 현장을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