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지 호아산(虎牙山) 고전장.

2014. 6. 23.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익주에 머물던 유비는 관우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원수를 갚기 위해 동오의 심장을 향해

대군을 이끌고 나갑니다.

공격의 1차 목표를 빼앗긴 약속의 땅 징저우(荊州 : 형주)를 향해 우선 진군합니다.

지금 우리가 구경하는 효정고전장은 서천에서 형주로 진입하는 길목입니다.

이릉을 지나면 바로 여기 효정의 호아산이고 이 잔도만 통과하면 단숨에 형주까지 내달릴 수 있는 중요한 곳입니다.

그러니 형주로 들어가는 목구멍과도 같은 곳이라는 의미일겁니다.

 

물론, 우리 부부도 오늘 이곳을 보고 바로 형주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러니 유비는 수륙으로 군사를 이끌고 장강을 따라 진군하기 위해 강주에서 합류한 랑중의 군사와 만나

 징저우로 가려면 바로 여기 효정산의 기슭인 호아산 잔도를 통과해야만 했을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유비의 머릿속에는 복수라는 단어만 꽉 차 있어 다른 생각이 들어올 여지가 없었을 겁니다.

이런 한 가지 생각이 사람을 망치게 하지요.

지금 우리가 걷는 이 길을 그때 유비가 걸었을 겁니다.

지금은 강 쪽으로 안전 벽을 만들어 놓았지만, 그때는 바로 장강으로 떨어지는 낭떠러지였을 겁니다.

 

그때 佳人이 옆에서 지켜보니 관우의 원수를 갚겠다고 동오를 치려고 기병해 출정을 서두르는

유비의 모습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의 곗돈 탄 날 모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고생하며 오랜세월 절약하며 곗돈을 부어 겨우 몫돈을 손에 쥔 날, 그게 하늘에서 떨어진 듯

공돈인 것처럼 생각해 아무생각 없이 흥청망청 쓰듯 쓰는 모습 이었지요.

 

지금까지 유비는 종친의 땅인 서천으로 들어와 개같은 놈이라는 욕까지 먹어가며 서천을 자기 프랜차이즈로

만들어 그나마 세력이라고 만들었는데 이제 그 세력을 이끌고 호랑이 입에다가 홀라당 털어먹을

짓을 하려고 했으니까요.

바로 여기 호랑이 입이라는 효정산에서 말입니다.

아!!!

고지가 저긴데...

 

그때 유비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이제 머지않아 징저우라는 형주를 탈환하고 그 여세를 몰아 건업으로 들이닥쳐 손권을 무릎 꿇리고

살려달라 애원하는 손권을 면박에 창피까지 준 다음 참수하며 관우의 복수를 하는 행복한 상상을 했을까요?

 

로또 한 장 사서 발표도 전에 마치 당첨이나 된 듯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멋진 럭셔리 여행도

꿈꾸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이런 생각에 빠져 유비의 얼굴에 미소마저 비칩니다.

동생의 원수를 갚겠다고 출병했지만, 사실은 이번 기회에 동오를 멸하고 북으로 올라가 조비마저 부수고

천하 통일을 생각했지요.

명분은 아우 관우의 원수를 갚는다 했지만, 사실은 천하의 태양은 자신 하나만을 꿈꾸며

언젠가는 쳐부술 동오부터 이번 기회에 손을 보려고 했을 겁니다.

 

여기가 바로 호랑이 이빨이라고 하는 호아산 효정 전투장입니다.

어때요?

호랑이 이빨처럼 생겼나요?

 

촉한의 유비군을 저지하기 위해 육손은 바로 여기 효정산 근처에 영채를 설치하고 최후 저지선을 만들어

방어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육손은 엄명을 내려 무조건 촉한의 군사와 대적하지 말라고 했답니다.

그러니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말이겠네요.

이를 본 사마의 중달이 나중에 오장원에서 공명의 공격을 무조건 영채 안에서 버티기로 일관하며

다시 버티기의 진수를 보여주었지요.

 

이렇게 버티는 적은 상대하기 어려워서 유비도 일단 바로 여기에다가 군진을 설치한 모양입니다.

때는 더운 계절로 들어가며 주로 북쪽에서 내려온 유비군은 이 지방 출신인 동오군에 비해 더위에 약해

점차 탈진하기 시작합니다.

지금 여기에는 그때의 영채를 본 떠 장포영이나 관흥영을 만들어 아우들의 아들 이름을 붙여 그 모습을 보여주네요.

그럼 그때로 잠시 돌아가 당시 삼국지의 세상으로 돌아가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백 투 더 퓨쳐' 하시렵니까?

 

왜?

여기를 구경하고 바로 징저우로 이동해야 하니까요.

삼국지에 나오는 큰 전투 중 관도, 적벽 이릉전투가 모두 같은 특징이 있지요.

무엇일까요?

 

바로 화공이라는 점이 아닐까요?

그때는 불로 적을 무찌르는 게 최고의 미덕(?)이었나 봅니다.

불은 이렇게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주었으면서도 인류를 멸망시키는 양날의 칼인가 봅니다.

 

불의 발견과 이용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고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나쁘게 사용하면 불이란 일시에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무서운 존재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다른 동물은 불로 적을 무찌르는 걸 본 일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모두 열세라고 생각한 편이 승리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관도대전에는 조조군이, 적벽대전에는 동오의 주유군이... 그리고 이릉전투에는 동오의 육손군이

열세로 평가받았잖아요.

이는 세력이 강한 나라가 오만했다는 말일 겁니다.

 

전투란 병사의 숫자가 아니고 바로 지략이고 상대가 생각하지 못한 허를 찌르는 계략이라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학습효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 망각의 동물인지

아니면 자신에 대한 맹신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전쟁에 임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겸손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왜?

전쟁은 연습이 아니고 게임도 아니고 현실이기 때문이죠.

佳人의 생각처럼 아니면 말고가 아니잖아요.

 

전쟁에 패하면 자신만 파멸하는 게 아니고 함께했던 많은 사람의 마음도 아프게 하는 일이거든요.

전투에 함께 동거동락한 병사는 물론, 그가 책임질 식솔은 또 어떻습니까?

그때는 병사가 죽으면 국립묘지에 안장시키고 그 가족에게 연금도 주지 않잖아요.

 

이곳 효정 전투장의 잔도 중 이 길은 이름조차도 화소로(火燒路)라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에 타 죽었으면...

바닥에 보이는 게 마치 촉군의 유골처럼 느껴집니다.

 

촉한의 병사는 지도자의 안이한 작전 때문에 육손의 화공에 억울한 죽음을 이곳에서 맞보았을 겁니다.

여기다 불판을 걸어놓고 불고기를 만들어 병사를 배불리 먹인 곳이라고 하여 화소로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무능한 지도자가 주는 교훈치고는 너무 잔인합니다.

 

위의 사진은 제대로 찍은 사진입니다.

카메라 렌즈가 찌그러진 게 아니라 피사체인 다리가 찌그러졌기 때문에 이상하게 보일 뿐입니다.

마치 한나라가 기울어 가는 것처럼 다리도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무너지기 직전이지만, 수리하거나 통행을 금지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이 모습이 현재 효정고전장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여기저기 망치질하며 수리 중입니다.

덕분에 아무도 없는 고정장 안을 혼자만 두리번거리며 편안하게 구경하는 중입니다.

 

이제 한나라의 마지막 황제였던 헌제는 400여 년을 이어온 조상의 나라 한나라를 조조의 아들 조비에 양위하고

한실의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그때 헌제가 조비에 선양하고 나오며 뭐라고 했겠어요?

"이제야 알겠구나! 요순시대에 선양이라고 하는 실체가 어떤 것인지..."

 

그렇습니다.

선양이라는 말은 그 이면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다는 말일 겁니다.

역사에는 선양이라고 기록했지만 실제는 강탈이라고 읽어야 하나 봅니다.

오죽했으면 딸까지 함께 바쳤을까요?

 

황제 자리를 조비에 양위하고 산양공이라는 벼슬을 하사받고 시골로 낙향했다는 소식을 들은 유비는

문무백관이 모두 유비에게 황제의 자리에 오르라 했지만,

유비는 그럴 수 없다고 다시는 그런 불충의 말을 두 번 다시 꺼내지 말라고 합니다.

 

이번에도 늘 하는 유비의 언론플레이의 참모습이지요.

佳人은 그대목에서 유비가 정말 황제에 자리에 오르지 않고 백의종군한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 다음 줄을 읽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유비는 언제나 처음처럼이 아니고 처음에만...

그러나 그런 사양도 잠시뿐이었습니다.

 

예전에 서천으로 군사를 이끌고 들어왔을 때도 유장은 종친이라 서천을 침략할 수 없다고 하다가 나중에 변심했지요.

변심이 아니라 본마음으로 돌아왔다고 봐야 하겠네요.

결국, 이듬해 4월 어느 길일을 택해 대례대를 짓고 드디어 황제의 자리에 오릅니다.

아주 폼 나게 제대로 격식을 갖추어 황제 자리에 오르고 싶어 처음에는 사양했나 봅니다.

 

6개월도 지나지 않아 황제 자리에 오른다는 일은 사실 대례대라는 건물을 짓고 준비하는 기간도

최하 6개월은 걸렸다고 봐야 합니다.

"황제 자리에 오르라는 소리 앞으로 하지도 마라."고 했을 때 조조가 무덤 속에서 이런 말을 했을 겁니다.

"또 또... 이번엔 며칠이나 가자 두고 보자~"

죽은 조조도 이미 무덤속에서 알고있는 일을...

 

사실 유비는 다시는 황제자리에 오르라는 이야기를 하지 마라고 한 의미는 격식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오르지 않겠다는 말이지 폼 나게 분위기 띄우고 멍석 깔아주면 바로 돌아서서 오르겠다는 말이지요.

그리고 황제 즉위식 준비위원장을 몰래 불러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준비하라고 했을 겁니다.

그래야 6개월만에 대례대를 지을 수 있으니까요.

 

대촉이라는 나라 이름을 짓고 연호도 장무라고 새로 지어 새로운 황제가 탄생했음을 만천하에 알립니다.

조비는 6개월 전 대위라는 나라를 세우고 대위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니 이제 같은 하늘에 태양이

두 개 있을 수 없다는 철칙이 깨지고 만 거지요.

나라 이름도 조비가 대위라고 하니 유비는 대촉이라고?

 

그러나 새 황제에 오르니 관우의 죽음이 더 안타까워 드디어 오를 치자고 의견을 냅니다.

황제에 오르니 또 다른 세상을 원했나요?

물론 조자룡이 반대하고 공명 또한 오는 협력의 대상이지 정벌의 상대가 아니라고 역설하지만,

그 똥고집을 누가 꺾을 수 있겠어요.

눈이 뒤집히면 공명도 막을 수 없습니다.

 

조자룡이 공명에게 "군사! 어쩌면 좋겠습니까? 주군이 저리도 고집을 부리시니..."

공명 왈 "냅둬라! 주군의 똥고집은 나도 꺾을 수 없단다."

결국, 공명도 포기하고 내버려둡니다.

 

대부분 반대를 하지만 랑중을 지키던 장비가 유비를 찾아와 관우의 원수를 갚게 해 달라고 펌푸질하며

엎드려 비니 유비도 더는 참을 수 없어 드디어 출병을 선언합니다.

장비야 원래 꼴통이라고 세상 모두가 인정하니 그렇다 치고...

 

유비마저 냉철한 판단을 미룬 체 부화뇌동하는 모습에 기가 찹니다.

장비는 랑중으로 돌아와 군사를 이끌고 남으로 내려가고 유비는 익주를 출발해

지금의 충칭인 강주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드디어 유비는 모든 신료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전을 결정했습니다.

공명도 말렸고 조자룡도 막아섰지만, 고집불통 유비는 어느 사람의 의견도 귀 기울이지 않고

오직 장비의 말만 듣고 출전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오직 장비 말입니다.

모두가 노라고 할 때 혼자만이 예스라고 외치는 우리의 유비...

나도 황제가 되었다고 황제 깃발이라도 장강에 펄럭거리고 싶었을까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때까지는 유비는 죽음의 사신이 가까이 다가오는지 몰랐습니다.

단숨에 징저우로 밀고 들어가 관우의 원수를 갚는 그런 상상에 빠졌습니다.

이제 동오를 장강에 장사지내고 이내 북으로 군사를 몰고 올라가 위나라를 요절내면 그렇게 꿈에 그렸던

천하 통일의 대업을 이루어 한실을 다시 세우는 일이 저만치 다가와 손에 잡힐 듯합니다.

꼭 로또 복권 산 후 당첨되면 무슨 일부터 할까 꿈꾸는 일을 유비가 여기서 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