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군(天軍)을 이끌고...

2014. 6. 25.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위의 사진을 보니 마차에 황제어차라고 썼습니다.

그럼 유비가 이 마차를 타고 이곳에 왔을까요?

이렇게 유비는 촉한의 황제에 즉위한 그해 7월 75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오나라 정벌에 나섭니다.

유비도 이제는 황제라고 합니다.

그리고 75만이라...

설마 중국에서 발표하는 숫자를 믿으시는 분은 많지 않죠?

 

중국에서 이야기 하는 숫자는 예나 지금이나 믿을 게 못된다고 하네요.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10만에 가까운 대군은 분명했나 봅니다.

10만 대군도 적은 군사가 아닙니다.

 

지금 중국에서 발행하는 활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합니다.

무척 많은 신문이 매일 발행되지만, 믿을 수 있는 것은 그날 날짜라는 숫자뿐이라 하더군요.

누구는 숫자 중 그날의 온도도 믿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유비가 군사를 출병한다는 이야기를 하자 신이 난 장비는 랑중으로 돌아와 출전채비를 서두르게 됩니다.

범강과 장달을 불러 병선의 돛에서부터 군사의 전포와 깃발도 모두 흰색으로 하되 사흘 안에 마치라 합니다.

두 장수는 사흘로는 어림도 없다고 열흘을 이야기하자 장비는 두 장수를 나무에 묶은 후 매질을 하며

사흘 안에 끝내지 못하면 효수하겠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효수라는 말은 목을 치겠다는 말인데...

 

머리가 나쁘면 이래도 되나요?

장비의 한계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습니다.

장판교에서 잘했다고 칭찬 좀 했더니 이렇게 부하장수를 막 대해도 되나요?

사실 장비의 단점은 너무 급한 성격입니다.

그것 말고는 정감이 가는 사람이지요.

 

그 시간 안에는 만들 수 없고 어차피 만들지 못하면 죽게 되어 있으니 두 사람은 고민합니다.

맞아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기는 매일반이라는 말입니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결국, 그날 밤 두 사람은 술에 곯아떨어진 장비의 숙소에 들어가 장비를 살해하고

목을 잘라 오나라도 도망하게 되었답니다.

관우도 목이 사라지고 동생 장비도 목이 분리되었습니다.

술이란 장비에게 가장 사내다운 모습을 만들었지만, 가장, 바보같은 사내로 만들었습니다.

 

장비는 전투력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에 목을 매다가 목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처럼 바보 같은 짓이 어디 있겠어요?

이러니 장비를 꼴통이라고 하나 봅니다.

사람은 때로는 본질과 벗어난 작은 일에 목숨을 걸다가 끝내 본질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우를 범합니다.

투박한 손으로 미인도도 그리고 입마명이라는 제법 멋진 시도 짓는 로맨티스트인데...

 

결국, 장비는 관우의 원수를 갚겠다고 서둘렀지만, 죽고 나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유비는 장비마저 잃었습니다.

이렇게 유비는 또 하나의 슬픔을 안고 오나라로 진격해 들어가며 연전연승을 거둡니다.

여기 이릉으로 올 때까지는 말입니다.

이제 장강에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나요?

오호상장 중 나이가 제일 많은 황충장군이 전투 중 동오의 마충이 쏜 화살을 맞고 숨을 거둡니다.

물론 삼국지연의 속에서 말입니다.

 

사실은 정사의 기록에는 오나라 정벌을 하기 3년 전 병으로 죽었다고 했나요?

이렇게 죽은 자를 다시 살려내 전투에 투입한다면 세상에 패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그게 바로 하늘의 군사라는 천군(天軍)이 되어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구름처럼 사라지며 전투할 것입니다.

이렇게 죽은 자도 살려 전투에 임했는데 유비는 왜?

천군을 거느리고도 전투에 참담한 패배를 당한 유비야 말로 장수라 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닌가요?

 

세상에 살아있는 것은 모두 사라집니다.

인간의 힘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어려운 자연의 섭리라 봐야 하겠지요.

인간도 마찬가지죠.

물론 우리도 언젠가 모두 사라질 겁니다.

 

유비는 관우의 죽음, 그리고 장비의 어처구니없는 죽음과 황충의 자살행위와도 같은 일련의 죽음을 바라보며

자신도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철이 들었지만, 보통 이때가 되면 살아있는 게 사라질 즈음이 되었다는 의미일 겁니다.

 

수군은 황권에 맡기고 유비는 육로를 이용해 오나라로 계속 나아갑니다.

한당, 주태 그리고 감녕...

오군의 맹장들이 촉군과 부딪혀 약속이나 한 듯 궤멸당합니다.

이제 유비 눈에는 동오를 모두 박살내고 아우 관우와 장비의 원수를 갚는 상상까지 하게 됩니다.

 

감녕은 결국 전투 중 화살을 맞고 숨을 거두고 맙니다.

매복했다가 관우를 사로잡은 번장은 관우의 아들 관흥이 끝까지 추격해 목을 베어버립니다.

이렇게 하나씩 한풀이하며 진군하니 유비는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공명이 없어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하늘이 내린 군사라고 공명 앞에만 서면 작아진 자신을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마저 떠오릅니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드는데~

계책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황제~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군사여~"

그땐 늘 이런 노래를 부르곤 했지만, 이제는 공명 없이도 홀로서기가 가능하기에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기까지 합니다.

 

이제 동오의 황실에서는 연전연패하자 점차 비관론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나라의 패망이 다가온 듯 말입니다.

이에 손권은 유비에 사람을 보내 화친을 청하고 함께 위를 공략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유비 눈에는 뵈는 게 없어 단칼에 거절하고 동오의 씨를 말리겠다고 선포합니다.

자꾸 너무 앞서 나가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도자라는 사람은 나아갈 때를 알고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하고 멈출 때까지도 알아야 하지만,

유비는 지금 이런 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동오로써는 마땅히 내세울 변변한 장수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꾸 명성만 따지지 실력을 따지지 못하는 우매한 일이죠.

이에 감택이 나서 손권에게 육손(陸遜)을 추천합니다.

육손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명성과 지위뿐...

 

세상 일이 그렇지요.

우리 주변에도 명성과 지위만 따지니 자꾸 이상한 사람이 나오는 게 아닌가요?

공연히 이름만 요란하고 속은 빈 그런 사람이 있고 속은 꽉 차 있지만, 이름을 얻지 못하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육손은 손가락이 여섯 개가 아니지만, 속은 꽉 찬 사람이었나 봅니다.

젊은 백면서생 육손은 이렇게 졸지에 오나라의 대도독이 되어 전군의 병권을 손에 넣고 유비와 대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영웅의 탄생입니다.

 

모두가 비웃었습니다.

적인 유비도 비웃었지만, 아군인 오나라 장수 모두가 육손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낙하산 타고

갑자기 내려오니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비웃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육손이 내린 명령은 적과 싸우려 하지 말고 무조건 영채에 빠떼루 자세로

납작 엎드려 버티기에만 들어가라고 합니다.

 

그래요.

배는 항구에 머물 때 가장 안전합니다.

그러나 항구에만 머무는 일은 배의 목적이 아닙니다.

 

사실 관우가 죽은 것은 여몽의 계략이 아니라 육손의 말을 여몽이 그대로 따랐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안 유비는 눈이 돌아버립니다.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자가 적의 대도독으로 나타났고 그가 여몽의 책사처럼 관우의 뒤를 치고

형주를 점령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유비 자신이 백전노장이라는 잘못된 우월감에 빠져 육손을 무시하고 앞뒤 가리지 않고 나섰기 때문에

동오와의 전투는 이제 막바지로 접어든 느낌입니다.

호랑이라도 작은 짐승을 사냥할 때 최선을 다하는 법인데 하물며 유비가...

누구는 이런 유비를 어리석다고 비웃었지요.

작은 승리에 도취해 큰 패배가 눈앞에 있는데...

 

유비의 선조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는데 큰 도움을 준 육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말을 타고 천하를 얻을 수는 있지만 말 등을 타고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는 말...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육손의 버티기 전법은 마치 북벌군을 이끌고 올라오는 제갈량을 맞아 사마의 중달이 편 전략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촉군과의 전투는 무조건 맞서지 말고 영채에서 버티기 전략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까?

이제 佳人도 촉한의 어느 누구라도 겁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佳人이 천하의 섭리를 알아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