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크룸로프 고성 안 구경하기

2013. 12. 11. 08:00동유럽 여행기/체코

이제 고성 안으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고성을 위주로 두리번거리렵니다.

고성과 우리가 올라온 언덕은 서로 떨어진 곳이지만, 망토 다리라는 이름의 다리로 연결했습니다.

 

망토 다리가 끝나면 위의 사진처럼 성안으로 들어가는 터널처럼 생긴 입구가 있습니다.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위를 바라보니 아마도 이 성의 주인댁 문패로 사용한 가문의 문장인가 봅니다.

이 성문은 아마도 전쟁을 대비해 방어 목적으로 만든 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번에는 작은 정원처럼 생긴 공간이 나옵니다.

그리고 벽에는 프레스코화 같은 그림으로 벽 장식을 했네요.

벽은 마치 벽돌을 쌓은 것처럼 보이지만, 저것은 착시현상을 이용한 장식입니다.

 

그러나 답답한 느낌이 듭니다.

마치 중국의 전통가옥인 사합원같은 느낌인데 높이가 더 높으니 더 답답할 수밖에요.

이런 곳에서 살았던 사람은 행복했을까요?

중국의 사합원은 도적으로부터 스스로 지키려는 방법으로 생겨난 주거형태지요.

얼마나 외침에 시달렸으면 집의 모양마저 그리 생겼나 모르겠습니다.

 

이곳의 구조도 적의 공격에 방어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든 그런 건축 양식이 아닌가요?

이렇게 건물과 건물 사이의 통로는 모두 요새화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살았다면 결코 행복한 삶은 아니었지 싶습니다.

 

호연지기를 키워야 하는데 폐쇄된 곳에서 살아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아닌가요?

그러나 성의 목적은 귀족이 거주하기 위함도 있지만, 사실 전쟁에 대비해 만드는 게 맞을 듯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방어하기 쉬운 산 위에 만들었나 봅니다.

 

터널 같은 회랑을 빠져나오니 이제는 좀 넓은 정원이 나타납니다.

답답했던 가슴이 이제 조금은 풀리네요.

 

그런데 정원에는 대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적으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너무 많은 대포가 있어 이 성이 대포 만드는 공장인지 알았습니다.

佳人은 늘 이런 엉뚱한 생각만 하고 다닙니다.

 

대포알까지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아무리 이런 준비를 했어도 공산화가 되며 이 성의 마지막 성주였던 슈바르젠베르그는

그냥 손만 탈탈 털고 개털이 되어 나갔다 합니다.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게 사상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래도 불안했나요?

대포도 믿을 수 없더란 말입니까?

예수님까지 모셔두었습니다.

 

이제 성 구경은 모두 했습니다.

구경이라는 게 그냥 통과하며 기웃거리는 정도입니다.

시간만 더 주어진다면 내부도 구경하며 더 많은 사진으로 남길 수 있지만...

 

걷다가 잠시 뒤돌아 보면 흐라테크라고 불리는 탑이 보입니다.

예전에 감옥으로도 사용된 적이 있다는 탑이라네요.

지금은 돈을 내고 탑에 올라가 도시를 조망할 수 있다지만, 우리는 그냥 쳐다보고만 갑니다.

 

그러고 싶지만, 가이드와 함께 여행하는 일행의 눈총을 맞아 이 성에 귀신이 될 겁니다.

정말 이 성에는 귀신이 산다고 합니다.

나중에 그 귀신도 만나볼까요?

 

고성의 주요 부분을 그린 조감도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설명했지만, 그냥 사진으로 대치합니다.

고성 안에는 소금 저장소도 있고 마구간, 버터나 치즈를 만들었던 낙농장소도 갖추고 있네요.

 

물론, 극장도 만들어 예술도 사랑했나 봅니다.

그런데 이 극장에는 이상한 이야기가 남아있답니다.

예전 이 마을에 에브리나라는 예쁜 처녀가 살았답니다.

그녀는 이곳 바로크 극장의 여배우였다네요.

 

그녀는 그의 상대역인 남자 배우인 데이비드를 속으로 짝사랑하며 살았나 봅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용기를 내 데이비드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러나 데이비드에게는 다른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네요.

 

결국, 그녀의 고백은 물거품이 되고 그녀는 그와의 공연 마지막 날 무대에서 스스로 자살을 하고 말았더랍니다.

그런데 그녀가 자살하며 그 자리에 흘린 핏자국은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고 지금까지 남았다 합니다.

죽어서라도 데이비드가 그녀의 고백을 받아준다면 그때야 핏자국은 깨끗하게 닦아지려나요?

 

이제 빨간 문(Red gate)이라 부르는 문을 나서면 고성을 벗어납니다.

이 문이 마을에서 고성으로 들어오는 정문인 셈입니다.

그러면 민초가 살았던 마을로 연결되네요.

 

체스키 크룸로프는 프라하 남서쪽으로 약 2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마을입니다.

1992년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름다운 곳입니다.

프라하에서도 수시로 버스가 운행한다 하니 한 번쯤 배낭을 메고 오고 싶은 곳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기는 배낭여행을 해야 할 곳이네요.

하루나 이틀 머물며 천천히 돌아다니며 구경을 해야 제대로 즐길 곳입니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편안한 곳...

이렇게 슬쩍 스쳐지나 면 마치 꿈을 꾼 듯할 것입니다.

아쉬움만 남고 그림움만 커집니다.

사실, 우리 삶이 열린 창문 틈으로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흘낏 쳐다보는 짧은 시간이라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