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명원, 이 아름다운 원림...

2012. 12. 24.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10월은 늘 이렇게 청명한 날씨인가요?

작년 이맘때도 파란 하늘을 보았습니다.

오늘 정말 날씨가 좋습니다.

위의 사진은 원명원이라는 곳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단풍이 물들어 가을의 정취를 한껏 뽐내고 있습니다.

베이징 날씨도 일 년 중에 이런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계절이 있네요.

 

오늘도 어제에 이어 원명원을 구경하렵니다.

남문 입구를 지나 왼쪽 구주경구로 들어가는 곳에 다리 하나가 있습니다.

아주 멋진 무지개 다리네요.

여행 중 이런 곳을 걷는다는 일은 정말 즐겁고 유쾌한 일입니다. 

 

그런데 다리가 부서진 상태로 겨우 형태만 조립해놓은 잔교(殘橋)가 있습니다.

이 잔교는 부춘당서궁(敷春堂西宮)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습니다.

1860년 원명원이 서양 오랑캐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될 때 그때 모습 그대로 남은 유일한 다리라 합니다.

아마도 그날의 일을 잊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았을 그런 다리라 생각됩니다.

많은 다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옛날 그때의 돌은 여기뿐이고 다른 곳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왜?

중국사람은 집을 지을 때 만리장성의 돌도 빼다 짓는 민족으로 여기에 다리에 사용된 석재도

모두 자기 집을 짓는데 빼다 사용하였으니 남아있는 것도 저절로 무너졌을 것 아니겠어요?

 

원명원 안에는 거의 200여 개의 많은 다리가 있답니다.

그러나 그 많은 다리 중에 유독 왜 이 다리가 눈에 띄는 겁니까?

이 다리의 모습을 보니 아마도 원명원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다리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철저하게 부서진 원명원 말입니다.

 

이 모습은 새로운 힘으로 세상이 재편되며 청나라는 이제 아름다운 노을이 길게 드리우고 내일 떠오를

태양을 맞이하기 위해 그 자리를 물려주는 그런 시간의 모습이 아닐까요? 

 

입구에 그렇게 많던 관광객이 여기 구주경구로 가는 길에는 거의 없습니다.

관광객 대부분은 아무것도 없는 여기보다 서양루를 볼 수 있는 장춘원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여기는 주로 작은 호수가 많고 수목이 우거지고 그냥 산책하는 길인가 봅니다.

우리 부부는 이런 길을 걷기를 좋아합니다.

서로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또 여러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위의 사진에는 호수주변으로 많은 유적이 아주 멋진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이름조차 외우기 쉽지 않고 그 하나하나의 의미조차 알기 어렵지만,

예전에는 황실의 주요 업무시설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사실 찾아가 보면 대부분 건물은 없고 주춧돌만 덩그러니 남아있더군요. 

 

그러나 두리번거리며 다니다 보니 간혹, 옛 건물 터만 보이고 주춧돌은 남아 있지만,

건물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방치되고 누구 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는 슬픈 모습의 주춧돌입니다.

그러니 이름뿐인 유적지네요.

뭐... 이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도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좋은 모습이지요.

 

그렇다고 시시한 곳은 절대로 아닙니다.

걷다가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십시오.

지금 여러분은 佳人과 함께 바라보고 계십니다.

 

호수와 호수를 잇는 개울물...

그 개울은 파란 하늘을 담고 단풍이 듬뿍 든 가을마저 담았습니다.

이런 날은 그냥 걷는 것만으로 행복해집니다.

눈도, 마음도 깨끗해지는 느낌입니다.

 

원명원에는 40여 개의 정원이 있다고 합니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제각기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어 어느 곳이 더 아름답다고 하기 어렵다 합니다.

가까운 호수의 모습을 바라보는 곳, 먼 산의 모습을 바라보는 곳,

그리고 구름의 모습을 감상하고 달 구경 하는 곳...

어느 하나 못난 놈이 있겠습니까?

내 마음이 즐거우면 세상 모두가 즐거워 보이잖아요.

 

중국인들은 이곳을 만원지원(萬園之園)이라고 부를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합니다. 

청나라가 가장 힘쓸 때 만든 원림이라 그럴 수밖에요.

윤진은 아비 강희제의 선물이었으나 그가 황제의 자리에 즉위하자 이곳을 너무 사랑했기에

개인의 정원에서 황궁의 정원으로 또 가꾸었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슬픈 주춧돌이 보입니다.

또 다른 사람은 정원 건설의 모범답안이라고도 한답니다.

어떤 말로도 여기를 설명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더 이상의 정원은 없다고 단정해도 되지 않겠어요?

비록 지금은 이렇게 폐허로 남아 돌무덤만 모아놓았을지라도...

 

여기가 바로 그림 속의 여행이라는 화중유(畵中遊)인가요?

아니면 거울 속의 여행이라는 경중유(鏡中遊)인가요.

그림 속이든 거울 속이든 우리 부부가 사는 세상은 아름다운 여행이 아닐까요?

 

슬며시 마눌님의 손을 잡아봅니다.

이런 멋진 곳을 당신 손을 잡고 함께 거닐 수 있다는 일은 정말 유쾌한 일입니다.

당신과 함께 살아온 시간을 되돌려 봅니다.

참 힘든 세월이었죠?

 

내 어깨가 필요할 때 난 항상 당신에게서 떨어져 저 멀리 있었고 혼자 흐느낄 때 난 늘 외면하며 살았습니다.

그래도 그런 나를 늘 잔잔한 미소로만 대해주었던 당신...

오늘 여기 원림을 통째로 전세 내 당신에게 보여드립니다.

아니... 아주 여기를 당신 이름으로 등기해주고 싶지만,

중국에서는 개인의 토지소유가 되지 않기에 등기는 할 수 없군요.

 

저 호수에 파문이 일어도 금세 잔잔해지듯 늘 당신은 마음 상해 슬퍼도 다시 잔잔한 호수 같은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걷고 있는 게 아닙니다.

나무와 꽃 그리고 호수의 물이 우리 곁을 스치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세월이 우리 곁을 지나치듯 말입니다.

 

그림 속으로의 산책은 정말 행복합니다.

바쁜 가운데 이렇게 둘만이 손을 잡고 이런 고즈넉한 곳을 데이트한다는 일은 생각만 해도 가슴 셀렘니다.

당신은 언제나 날 가슴 설레게 했고 살아가는 일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마음이 들도록 했지요.

이제부터는 나도 당신에게 진 빚을 하나씩 갚아나가고 싶습니다.

 

조금은 섭섭했고 마음 상해 돌아서 눈물 흘린 날도 많았지만,

지금부터는 그런 눈물은 흘리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섭섭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당신은 늘 괜찮다고 했지만, 그 말은 나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남은 시간 난 당신을 위한 삶을 조금이나 이해하며 살아가렵니다.

난 당신의 든든한 어깨가 되어 힘들고 외로울 때 언제나 내어줄 준비가 되었습니다.

남은 시간이 당신을 위한 이벤트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운 장미꽃 가지에서도 아픈 가시가 돋아나고

가시덤불 속에서도 향기로운 장미꽃이 피어납니다.

살아온 삶 속에 어떤 때는 가시에 찔리기도 했고 아픈 가운데에서도 향기에 취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앞에 남아 있기에 우리 부부는 다시 길을 나섭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어주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이미 나이가 들어간다는 뜻이겠지요?

돌아보니 벌써 우리도 이만큼 지나쳐 왔습니다.

 

얼마나 함께 살아갈는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만큼은 즐겁게 지냈으면 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만 있어도 삶이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상대의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해 줄 수만 있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의 아름다운 모습을 당신 마음에 모두 담아드리고 싶습니다.

그저 그리움 하나로 찾아가는 그 길이지만,
언제나 웃을 수 있는 향기 그윽한 꽃길 밟아 가는 당신과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 때문에...

때문이 아니고 덕분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내일은 모두 파괴되어 더 아름다운 서양루가 있는 장춘원으로 가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당신은 내게 울타리가 되어주기를 바랐지요?

그러나 지금까지는 너무 바쁘다는 핑게로 울타리가 되지 못했어요.

당신은 그 울타리 안에 향기로운 꽃이 되어 언제나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싶다 했지요?

이제부터라도 난 울타리가 되고 당신은 꽃이 되어 그 울타리 안에 마음껏 꽃을 피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