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상촌에서 있었던 일

2013. 1. 7.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이름 하여 당시는 탁현 누상촌이었던 게 지금은 보정시 탁주(涿州 : 줘저우)라는

마을에 삼의궁(三義宮)이라고 있답니다.

누상촌이라는 말은 유비가 살았던 집에 아주 커다란 뽕나무가 자랐기에 마을 이름이

그 뽕나무를 따서 뽕나무 상(桑)을 넣어 누상촌(樓桑村)이라 불렀다네요.

원래 뽕나무는 그렇게 크게 자라는 나무가 아니지요.

워낙 이상하게 크게 자랐기에 그 동네를 누상촌이라 불렀다 합니다.

아마도 유비는 뽕나무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나 봅니다.

 

 

그렇다면 유비는 나무의 성질이기 때문에 늘 불을 조심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하게 여기고 마지막 전투였던 오나라 정벌에 나섰다가 효정산에 진을 치며

70만이나 되는 군사를 더위를 피한다고 700여 리에 이르게 모두 숲 속에 주둔케 했다가

 육손의 화공에 그만 홀랑 털어먹고 간신히 백제성으로 도망하며 그곳에서 죽었다지요.

 

 

나무는 불이 상극입니다.

공명이 물이라 했으니 공명과는 천생연분이지요.

육손은 젊은 서생이라 너무 깔보았나 봅니다.

그러나 오나라는 원래 젊은이가 더 능력 있는 자가 많았잖아요.

주유도 그렇고 손권도 그렇고...

 

 

그러나 하북성은 사실 그 당시는 중원에서 멀리 떨어진 변경이었답니다.

그 이유로는 황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물이 귀하고 비마저 자주 내리지 않았기에

농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곳으로 나무마저 자라기 어려운 흙먼지 풀풀 날리는

척박한 곳이었답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조자룡의 고향은 여기 누상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석가장이라는 곳이라는군요.

그들은 모두 고향을 떠난 후 다시 찾지 못했기에 원래 유적이라고 할 것은 하나도 없고

후에 소설 속의 멋진 이야기로 남은 것을 청나라 때 주로 만들어 놓았을 겁니다.

만주족이었던 오랑캐라고 손가락질 했던 민족이 오히려

이런 일에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요.

 

 

위의 지도를 보시면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라는 노랫소리가 들리는

북경 아래 보정시 탁주라는 곳입니다.

그러나 지도상으로 볼 때는 버스도 다니지 않을 곳으로 생각되어 우리 부부는 그만

통과하고 말았지만, 그곳에 가면 삼의궁만 있는 게 아니라 볼 게 많은 곳이라 하니

시간이 있으신 분을 꼭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복숭아밭도 만들어 놓았고 덕분에 북숭아는 도원결의를 한 후

신성한 나무로 통한답니다.

복숭아 꽃은 사랑을, 복숭아 열매는 심령과 마음을 상징하며 나무는

귀신을 쫓아내는 의미가 있다고 하니...

원래 복숭아 열매는 문학작품에서 신선이나 먹는 그런 과일이지요?

 

우리가 도원결의한 장소를 유비네 집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장비네 집이었다 하는군요.

정말 웃기는 일은 이게 소설 속에 나온 말일 뿐 사실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이야기죠.

그게 어디면 어떻습니까?

이런 촌구석에서 태어나 천하 삼분을 주절거렸고 황제라 칭하고 한때 세상을 향해

소리 냈으니 유비는 이 마을이 배출한 꿈동이 중의 지존이라 해도 되지 않겠어요?

  

 

이런 일에 서로가 내가 옳니 네가 옳니 하고 싸우는 모습도 썩 보기 좋지는 않지요.

당시는 유방이 세운 한나라가 그 세력이 점차 기울고 민심이 흉흉해지며

황건적이라는 도적이 날뛰는 시기라 하네요.

세상이 어수선하면 늘 민초는 먹고살기 위해 더욱 고생하게 마련이지요.

여기에 세상을 향해 큰 뜻을 품은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유비라는 청년이었습니다.

 

사실 유비는 보잘것없이 자존심만 강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세 사람이 후에 천하를 삼분하며 함께 기회만 엿보았지만,

유비는 처음에는 다른 경쟁자보다 훨씬 뒤쳐진 출발이었지요.

돗자리나 팔고 짚신이나 만들어 팔던 유비는 한실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이유도

누가 증명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자기 주장 하나만으로 청운의 푸른 꿈을

야무지게 꾸었지만, 사실 주변의 도움 없이는 생각지도 못하는 일이었으며 더군다나

유비의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말입니다.

 

 

그때 하늘에 맹세했다지요?

"서로 성은 다르지만, 하늘에 맹세하건대 우리 세 사람은 태어난 날은

제각기 달라도 죽는 날만은 한날한시가 될 것이다."라고요.

그런데 그 약속이 지켜졌나요?

남자 셋의 결의는 풍선껌보다도 못한 일이었잖아요.

 

택도 없는 허언을 도원결의라는 멋진 맹세라 후세사람은 이야기합니다.

그냥 의미만 부여하라고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말이 아닐까요?

그렇다고 그 뜻마저 바래면 안 되는 일이지요.

비록 모든 여건은 미비했지만, 결국 유비는 한실의 부흥은 이루지 못했지만,

황제에 올랐으니 혼자만의 부귀영화는 누릴 만큼 누린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

 

 

다행히 세 사람 모두 복숭아 알레르기가 없어 다행이지 만약,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었다면 한날한시에 가자고 했던 약속을 당장 그 자리에서 지켰을지 모릅니다.

이제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유비는 드림팀을 구성할 바탕을 만듭니다.

 

여기에 코치를 맡아 훈련을 책임질 군사(軍師) 한 사람만 스카우트하면

천하의 드림팀이라 할 수 있지요.

맞아요.

게임에 선수들만 뛸 수 있나요?

감독도 있어야 하고 트레이너도 필요하잖아요.

 

메시와 호날두를 함께 부릴 수 있는 감독은 세상에 겁날 팀이 없잖아요.

어디 괜찮은 스카우터나 헤드헌터 없나요?

유비가 佳人에 헤드헌터 한 사람 소개해 달라고 조르네요.

 

 

한날한시에 죽자고 도원결의를 했지만, 개인별로 손익계산서를 놓고

결산을 해보면, 유비는 남는 장사였습니다.

비록, 띨띨한 아들 때문에 더 오래 나라를 지속하지는 못했지만,

당대에 황제 자리에 올라보았기 때문이죠.

확실히 남는 장사가 맞습니다.

죽고 난 후 아들이 나라를 통째로 말아드셨더라도 말입니다.

그런 문제는 천하를 통일했다는 진시황도 자식농사에 실패해 띨띨한 자식놈이

천하를 말아드셨잖아요.

 

관우는 한도 원도 없이 전쟁터를 누비며 진액이 다 빠질 때까지 싫건 싸움을 했지만,

그래도 죽고 난 후 관제니 뭐니 하며 온통 중국사람뿐 아니라 동양 3국에서

행세깨나 하기에 대박 난 장사였습니다.

시골구석에서 학동이나 가르치고 녹두장사나 했더라면 그저 그런 촌부로 끝났을 테니

확실히 남고도 넘치는 장사를 한 겁니다.

 

 

만약, 도원결의가 없었다면 어느 누가 관우를 기억이나 하겠어요.

관우의 성격도 그리 좋은 것도 아니잖아요.

남을 흉보고 깔아뭉개고 망신주고...

 

그런데 청룡언월도를 언제 휘둘러 봤다고 그렇게 처음부터 눈에 띄었나 모르겠어요.

사실 누상촌으로 흘러들어오기 전에 출신도 불분명하지만, 살인도 저지르고

이름도 바꿔가며 숨어들었다는 소문이 있어요.

그런 출신의 사람이 제왕의 반열에 올랐다니 중국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요즈음은 제왕을 넘어 신의 반열에 올랐어요.

 

 

그러나 관우로 말미암아 화용도에서 조조를 살려 보내면서 천하 통일의 대업을

그냥 날려보냈고 오만하고 건방진 성격 때문에 죽음을 재촉함으로 유관장 모두 따라

죽게 만들었으니 관우야말로 정말 잘못된 사람입니다.

관우가 좀 더 신중하고 생각이 깊은 성격의 사람이었다면 유비가 천하를 통일하고

한실을 다시 굳건히 세우는 일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들 유관장 삼 형제가 한 짓을 보면 공명의 조언에 따라 남의 성을 그냥 삼키고

시치미 떼기, 돌려준다 약속하고 뭉기적거리고 버티기, 위나라 조조의 백만대군을

오나라 주유를 꼬드겨 대신 적벽에서 박터지게 싸우게 하고 몰래 도망하기, 남이 흘린

유실물 그냥 줍기처럼 패주하는 조조를 잡아보기, 이게 놀부가 했던 일이 아니라

유관장이 했던 일입니다.

놀부는 빨래에 똥칠까지 했으니 놀부만 못하군요.

 

 

게다가 오나라 손권의 여동생까지 부인으로 맞이하며 안면 몰수하기, 마지막으로

촉의 땅으로 들어가 온 나라를 통째로 삼키기, 하이에나는 죽은 고기만 먹는다고 하는데

유비 삼 형제는 가리지 않고 빼앗고, 오리발 내밀기, 못 들은 척하기 등등

무슨 사오정도 아니고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유비는 백제성에서 화병으로 죽을 때 제갈량에게 유업으로 남겨준 게

바로 천하를 삼키라는 말이지요.

이 이야기는 작가가 유비에게는 대업이라고 했지만, 작가가 쓴 내용을

佳人 혼자 반대로 뒤집어보았네요.

누구나 자기만의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장비는 도원결의 형제 중에 제일 밑지는 장사를 한 셈입니다.

역시 장비는 꼴통이라고 한 말이 맞나 봅니다.

백정출신이기에 미리 칼 다루는 솜씨가 있어 장팔사모를 능수능란하게 다루었다는

대목에서는 절대로 태클 걸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말입니다.

 

그런데 늘 구박만 받고 화가 나 술만 마시고...

우쒸~ 술 마셨다고 또 구박받고...

사람 구실 변변히 하지 못하다가 죽는 순간에도 어찌 그리 허무하게 간답니까?

장수란 모름지기 전쟁터에서 용감히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게

모든 장수의 꿈이자 희망이지요.

 

 

위의 초상화를 그린 사진을 보세요.

남들은 장비의 눈이 소 눈깔을 닮았다 하지만, 佳人의 눈에는 마치 한 마리 애처로운

사슴의 눈처럼 우수에 젖어 황당해하는 그런 모습으로 보입니다.

장비~ 난 그대를 한 마리 사슴이라 부르고 싶소!

장비가 술만 먹으면 지랄병을 해서 욕을 많이 먹지만, 사실 심성은 착한 사람입니다.

 

적도 아닌 휘하 장수인 범강과 장달에게 그것도 잠결에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게다가

몸과 머리가 분리되어 몸은 촉나라에 머리는 장강으로...

혼이 있다면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합니까?

장비가 죽어서 몸은 랑중에, 머리는 윈양에, 그리고 영혼은 탁주에 있다고 말한다네요.

 

이러니 어디 죽어서 제대로 염라대왕이라도 만나볼 수 있었겠어요?

머리 없는 장비를 보고 염라대왕이 뭐라 하겠어요?

"머리는?"

"글쎄요?"

술에 곯아떨어져 자다가 밤에 당했기에 어디로 머리가 사라져버렸는지

장비 자신도 모르잖아요.

아직도 구천을 떠돌며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처럼 빈 깡통 던지고

지하철 타고 머리 내미는 연습 하고 있을 겁니다.

 

 

적어도 장수라면 전쟁터에서 싸우다 죽어야 폼이 나지 위의 사진처럼 침상에서

그것도 제명에 죽지 못하고 부하에게 암살당해요?

무슨 변강쇠나 카사노바처럼 침대의 제왕도 아니고...

사람은 죽을 때 자기가 원하는 장소에서 죽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라 합니다.

그래도 위의 사진을 보면 엉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관우 엉아의 위패를

방안에 마련해 두고 향을 사르며 엉아 좋은 곳으로 가라고 빌었잖아요.

그런데 그 엉아마저 머리와 몸이 서로 이탈해 다른 곳에 있으니

그게 의형제를 맺은 그 집의 내력인가 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산 사나이는 산에서...

장수란 전쟁터에서...

변강쇠나 카사노바는 침대에서...

그런데 장비가 카사노바입니까?

왜 침대에서 죽습니까?

 

우리가 모르는 장비의 복잡한 여자와의 과거가 있다는 말입니까?

삼국지연의 작가께서는 제발 장비를 전쟁터에서 용맹하게 싸우다 죽게 해주세요.

장비가 카사노바가 아니잖아요~ 그쵸?

우리는 장비가 용맹하게 싸우다 장렬하게 죽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개죽음입니다. 개죽음이요.

아무리 따져보아도 남는 게 하나도 없고 밑지는 장사네요.

원금까지 반토막이 난 중국 펀드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