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단(邯鄲) 츠시엔(磁縣) 가는 길

2013. 1. 9.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2012년 10월 24일 여행 6일째

 

우리 부부는 삼국지 기행을 떠나기 전에 잠시 워밍업을 끝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주 오래된 삼국지에 등장했던 마을을 찾아갑니다.

옛날에는 업(邺)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마을입니다.

그 마을은 지금은 폐허나 마찬가지로 모두 사라져버렸지만, 업성유지(邺城遺址)라는

아주 유명한 곳으로 이 마을은 현재 한단(邯鄲)시에 속한 아주 작은 마을로 임장현

자현(磁县: 츠시엔)이라고 하는 곳에 있는 마을입니다.

 

베이징에서 업성유지가 있는 츠시엔(磁县 : 자현)이라는 곳으로 가는 기차가

하루에 딱 두 편만 있는 작은 시골입니다.

물론 츠시엔이라는 작은 마을 위와 아래로 버스로도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한단이라는

도시와 안양이라는 도시가 있기에 서지 않고 통과하는 기차는 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지금은 시골이지만, 그곳은 한때 정말 대단한 곳이었습니다.

업성이라는 곳은 조조에게는 희망의 땅이었습니다.

 

 

원래 삼국지가 시작할 때는 원소의 땅이었던 이곳은 관도대전을 통해 조조의 손에

들어왔고 천하를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 우선 중원의 일부와 뒷문을 잠그는 의미로

북방을 우선으로 통일해야 합니다.

조조의 처지에서는 중원을 통일하려다 보니 늘 뒤통수가 근질거려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일로 고만고만한 군벌이 서로 영웅이라고 으스대던 그때 조조는

관도대전을 승리로 이끎으로 삼국 중 가장 먼저 확고한 위치를 잡았으며 누가 보아도

리더 세력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물론, 관도지방이 여기는 아니고 아래였지만, 그 전투에 승리한 후 원소가 있었던

이 지역을 조조는 중요시했다는 말이겠네요. 

삼국지에 나오는 그 유명한 전투 중 하나인 관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천하 통일이 눈앞에 보였던 희망의 땅입니다.  

그곳에 가면 조조가 지었다는 동작대를 비롯해 금봉대와 빙정대의 삼대가 있었다는

옛터를 구경하고 박물관을 찾아보겠습니다.

물론, 츠시엔이라는 시골 마을도 기웃거리고요.

 

 

기차로 바로 업성이 있는 츠시엔으로 가려고 했지만, 새벽 5시 22분에 한 대가 떠나고

 10시 31분에 한 대가 떠나기에 하나는 너무 이르고 하나는 도착할 시간이 늦은 오후라 얼른

포기하고 바로 업성에서 제일 가까운 도시를 살펴보니 한단이라는 도시가 보여

우선 그곳으로 가는 7시 26분 출발하는 기차를 탑니다.

(잉쭤 65원, 5시간 15분 걸림)

 

한단에 도착하면 츠시엔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츠시엔이라는 마을은 한단과 갑골문으로 유명한 안양이라는 도시의 중간쯤에 있습니다.

안양에서도 버스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입니다. 

베이징 서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좌석이 2층으로 된 기차네요.

 

 

한단이라는 도시는 무척 오래된 도시지요.

이미 기원전 2천여 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곳으로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도

기원전 500여 년 전이라 합니다.

조(趙)나라의 도읍으로 무척 번성했기에 물 좋은 곳으로 많이 회자하는 곳이랍니다.

여불위가 당시에 조나라에 볼모로 와 있던 진시황의 아비 되는 자초를 처음 만나 자기의

애첩을 무상으로 주어 나중에 진나라로 돌아가 왕이 되고 그의 아들인 영정이 후에

천하 통일의 대업을 이룬 진시황이 태어난 곳이지요.

 

 

1시 30분에 한단에 도착합니다.

기차역에 내려 버스 편을 물어보니 바로 기차역 부근에 버스 터미널이 있어

수시로 츠시엔으로 간다고 합니다.

버스비는 6원/1인으로 무척 가까운 가 봅니다.

2시에 버스가 한단 터미널을 출발하고 45분 정도 지나 츠시엔에 도착하네요.

재미있는 일이 위의 차표 사진에 있습니다.

출발시각이 유수(流水)라고 되어 있네요.

흐르는 물처럼 그냥 사람이 차면 출발한다는 그런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선 내일 안양으로 이동할 버스를 알아보니 바로 우리가 내린 터미널이고 수시로

버스가 안양으로 간다고 합니다.

그다음에는 숙소부터 정해야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지요.

오늘은 이미 업성유지와 박물관은 다녀오기 늦어 숙소를 정한 후

어슬렁거리며 시내구경만 하렵니다.

 

 

자현이라는 마을은 지금은 비록 작은 시골 농촌에 불과하지만, 예전에는 조조가 세운

위나라와 후조, 염위, 전연, 동위, 북제의 여섯 왕조의 도읍이었기에 육조고도(六朝古都)로

불린 고장으로 옛 이름이 업 또는 업성이라 한다네요.

그러니 업성은 한때 아주 대단히 유명한 도시였다고 합니다.

조조가 도읍을 허창과 이곳으로 결정하고 허창은 황제인 헌제보고 쉬라하고

여기에는 조조가 지냈다고 했으니까요.

 

 

바로 여기에다 그 멋지다고 소문이 자자한 삼대인 금봉대(金鳳臺), 동작대(銅雀臺)

그리고 빙정대(氷井臺)라는 화려한 누대를 지어 황제보다 더 폼나게 지냈다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옥수수밭 뿐 개털보다도 못한 곳이라 하네요.

조조가 사라졌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일지 모릅니다.

조조가 죽은 후 그의 무덤은 알려지지 않았지요.

 

 

얼마 전 이 부근인 위의 지도에서 보시듯 허난(河南)성 안양(安陽)현 안펑(安豊)향

시가오쉐(西高穴)촌에서 발견됐다고 떠들썩 하지만, 그게 사실 믿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며 관광객을 불러모으기 위한 지방정부의 속임수라는 게 정설이라 합니다.

중국은 지방정부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말인가요?

 

 

조조는 살아생전 유명한 많은 사람의 무덤을 파헤쳐 부장품을 거두어 군비에 보탰기에

죽을 때 유언으로 아무도 모르게 무덤을 열 개나 만들라 했고 무덤 안에는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유언했다 합니다.

왜?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자기가 평소에 했던 일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허난성 정부는 이게 조조의 무덤이라 우기고 단장을 마치고

일반에게 공개한답니다.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이 처음으로 이 도시를 세웠고 전국시대에는 위나라 땅이었다

하는데 우리에게도 유명한 서문표라는 사람이 이 마을 근처를 지나는 황허와 장허의

물관리를 잘한 덕분에 아주 잘 먹고 잘살았던 모양입니다.

 

한단이라는 도시도 아주 유명한 곳이지요.

옛말에 한단지몽(邯鄲之夢)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요, 아주 물 좋은 곳을 일컫는 말이지만, 개꿈이라는 말입니다.

 

 

노생이란 자가 한단에서 여옹의 베개를 빌려 잠시 잠을 자며 80년간이나 아주 행복하게

지낸 꿈을 꾸었는데 잠에서 깨보니 그게 여옹이 누른 조밥을 짓는

아주 짧은 시간이라는 말이라 하네요.

그러나 그런 일도 꿈에서 깨어나면 덧없음을 말하는 게 한단지몽이라는 말이라 합니다.

개꿈 말입니다.

우리 부부도 오늘 그 개꿈의 고향인 한단에 왔네요.

개꿈이라고 하면 개도 꿈을 꾼다는 말이지요.

개도 자다가 웃기도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꿈을 꿀 겁니다.

 

 

그리고 여기 한단에는 또 진시황과 얽힌 유명한 이야기가 있는 곳이잖아요.

여러분도 잘 아시는 바로 진시황의 아버지인 자초 이인과 여불위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도시가  바로 여기 한단에서 이루어졌고 진시황의 어머니인 조희가 바로 여기

한단이 배출한 미인으로 원래는 그때까지는 여불위의 애첩이었지만, 여불위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지내던 진시황의 아비를 초대해 베푼 연회에서 진시황의 아버지는 조희를 보고

파블로프의 개처럼 임자 있는 여자에게 개같이 침을 좔좔 흘리며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탐내며 껄떡거리자 함께 술을 마시던 여불위가 일부러 술에 취한 척 상에 엎드려 주는

연기에 속아 자초가 순간의 욕정을 참지 못해 마각을 드러내고 추근거리다가 여불위에게

딱 걸려 식겁한 곳이며 여불위가 애첩 조희를 자초 이인에게 양도하여 그날로 바로

한단에서 황홀하고 아름다운 밤을 지새우며 바로 진시황을 잉태한 곳이잖아요.

진시황도 알고 보면 이런 파블로프의 개같은 아비를 둔 평범한 사내였지요.

 

 

이렇게 한단이라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야기가 바로 진시황의 아비였던 자초 이인이

볼모로 와 있던 초나라의 도시며 볼모로 오게 된 것은 왕자라도 배경이 없어

태자에 오르는 위치에서도 열외로 밀려 후보군에서도 빠진 상황이라는 말입니다.

이런 끈 떨어진 자초를 본 여불위는 기발한 생각을 합니다.

 

중략...

여불위는 화양부인에게 "색쇠이애이(色衰而愛弛)..." 라는 말을 했고 이 말에 자초 이인은

자식이 없는 화양부인의 양자로 호적 세탁을 하고 다시 진나라로 돌아오게 되었고 후에

화양부인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장양왕에 올라 진나라의 군주가 되는

행운을 누린 꿈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얼마나 재미있는 마을이면 풍류와 꿈의 도시라는 한단지몽이라는 말도 있겠어요.

 

 

라스베이거스나 있을법한 그런 물 좋은 동네였습니다.

여불위와 자초의 역사적인 만남을 길게 읽어보시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blog.daum.net/nhk2375/7162067

 

여불위 열전 1 - 여불위(呂不韋)와 자초(子楚) 이인의 만남

"장사란 이문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상도]라는 책에서 만상 도방 홍득주가 임상옥에게 한 말입니다. 쉬운 장사 이야기를 무척 심오하게 풀이했네요. 그 심오한 말을 오늘

blog.daum.net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결국, 이화접목(移花接木)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하늘이 내린 타고난 장사꾼인

여불위는 세상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하나의 국가에 투자하는 대단한 발상을 하게 됩니다.

만약에 이화접목이 들어맞는 말이라 하면 여불위는 진시황의 친부로

대단한 사건을 만든 사람이 맞습니다.

우리 모두 사랑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