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의 낭중취물 (囊中取物)이란?

2013. 1. 8.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오늘 장비를 만나 그 사내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사실 장비는 아픕니다.

환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들이 너무 몰라줍니다.

꼴통이니 무식하니 하면서... 

 

장비는 혹시 격분 증후군이라는 질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질환이 사실은 바로 장비로부터 시작된 병일지 모릅니다

물론 佳人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실을 이런 질환을 '창페이 신드롬'이라 고쳐야 합니다.

순간적인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격분해 사고 치는 그런 질환 말입니다.

 

 

사진 한 장 보여 드립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그런 장면이지요.

뇌물을 요구하며 생트집 잡았던 감사관 독우를 개 끌 듯 마당으로 끌고 나와 매질했던

그때의 그림인데 그런데 장비는 왜 화가 나면, 비겁하게 사람을 나무에 묶어 놓고 팹니까?

 

그건 너무 일방적인 매질이 아닙니까?

장비는 이렇게 화를 참지 못하고 사람을 나무에 매어놓고 회초리,

아니 몽둥이로 때린 적이 여러 번이나 되죠.

저러다 사람 잡겠어요. 그쵸?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풀어보면 이런 성격을 외상 후 울분 장애

(Post-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라고 한다는군요.

외상이라는 게 어떤 사고를 겪었거나 정신적 고통도 원인입니다.

이런 질환을 앓는 장비를 공명은 도대체 왜 내버려두었답니까?

치료가 필요하면 공명이 나서서 심리치료를 해야죠

그래도 심리전의 대가라고 하는 공명이 아니겠어요?

 

이런 병 때문에 결국, 장비는 관우 엉아의 원수를 갚겠다고 오나라로 나서는 준비과정에

사흘 안에 흰 갑옷 3만 개와 깃발을 만들라고 무리한 지시를 내렸고 도저히 시간 내에

만들기 어렵다고 답을 한 장강과 범달이 항명이라 여기고 또 나무에 묶어놓고 몽둥이로

때렸다가 그날 밤 부하에 의해 목이 사라지는 엄청난 사고를 당합니다.

 

자다가 당했기에 아직도 장비는 그날의 사건, 사고를 알지 못할 겁니다.

아니? 아무리 엉아의 복수를 위한 출전이지만, 흰 갑옷을 사흘 안에 3만 개를

만든다는 일은 당시 봉제 시설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어요?

흰옷은 앙드레 김에게 부탁해야지 되지 않나요?

 

 

위의 사진은 아까 보았던 그 사진을 실물 크기로 만든 조형물로 유비가 처음으로

아주 작은 고을을 맡고 있을 때 그 지방을 담당하는 태수가 유비의 고을을 살피려고

파견한 감독관인 독우를 장비가 나무에 묶어두고 패는 모습입니다.

독우는 뇌물을 바라고 자꾸 트집을 잡자 장비가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독우를

개 끌듯 끌고 나와 뜰의 나무에 묶어놓고 개 패듯 패버리는 모습입니다.

 

매 맞는 독우의 저 리얼한 모습...

허리 꺾기의 달인을 보는 듯합니다. 

감동입니다.

그 뒤로는 모두 웃고만 있지 말리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마치 연아의 유연한 모습을 보는 듯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장비를 술로 흥해 술로 망한 놈이라 욕을 하지만,

장비의 하소연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당시 백정일 하며 고기 팔고 술을 팔며 살았던 장비에게는 손만 뻗으면 고기요,

발에 걸리는 게 술독이 아니겠어요?

그런 장비의 주변 환경에 쉽게 장비는 술을 가까이하게 되었잖아요.

장비에게 물어보세요.

그런 난세에 술을 먹지 않고 어떻게 맨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고요.

 

그런 장비에게 술이란 바로 모든 것을 잊게 하는 묘약이며 또 그 후유증은 재앙이었지요.

그런 그도 술만 먹지 않으면 순한 한 마리 양처럼 온순하고 제법 머리도 씁니다.

위아래도 구분하고 엉아의 말이라면 자신을 누룰 줄도 알았어요.

알코홀중독 치료를 받고 심리치료만 받았어도 장비는 정말 멋진 놈이었을 거예요.

 

 

‘雄赳赳吓碎老曹肝胆 , 眼睁睁看定汉室江山(웅규규혁쇄로조간단 안정정간정한실강산)’
‘장비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조조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장비의 부리부리한 눈동자는

한나라 영토를 지켰다’는 뜻이랍니다.
마지막까지 처음처럼 변치 않은 마음으로 함께 한 그런 사람 흔치 않습니다.

 

장비를 빛내는 가장 멋진 모습은 바로 위의 사진속의 모습으로 아두를 데리고 달려온

조자룡을 장판교에서 마중하며 조자룡의 뒤를 쫒아 추격해온 조조군을 향하여 시커먼스처럼

생긴 장비가 장판교 중간에 삐딱하게 서서 장팔사모를 비껴 잡고 소 눈깔보다도 더 큰

두 눈을 부라리며 "내가 바로 장익덕이다. 나랑 겨뤄보고 싶은 장수가 있다면 이름부터 대고

나와라!"라고 대갈일성 하던 그 모습이 아닐까요?

좋은 말로 해 부리부리한 눈동자라고 하지만, 속된 말로는 소 눈깔이라는 말입니다. 

 

 

이때 말입니다.

전설과도 같은 환장할 일이 두 가지나 일어납니다.

놀라지 마세요.

바로 위에 보이는 장판파의 다리가 장비의 고함소리에 무너져내리고

그 다리 밑을 흐르던 강물이 역류하며 흘렀다 합니다.

다리야 중국에서 만든 다리이기에 부실공사를 해 그렇다 하더라도

강물이 역류하며 거꾸로 흘렀다는 것은... 

중국에는 워낙 이런 신기한 일이 자주 벌어지는 나라이기에 놀랄 일도 아니지만...

어디 무서운 장비뿐인가요?

 

 

두 번째로 일어난 일이 쫓아오던 조조군의 하후걸은 그 목소리에 쫄아서 말에서 떨어져

즉사했다 하며 물론, 이때 함께 있던 조조는 불현듯 관우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관우는 장비를 일컬어 조조에게 “백만대군 속에서 적의 대장의 목 베기를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 듯하다는 바로 낭중취물(囊中取物)이라는 말을 했거든요.
순간 조조는 말머리를 획 돌려 뒤로 돌격을 외치니 조조의 100만 대군도 조조를 따라

뒤로 돌격하며 장비 혼자 막아선 그 모습이 술만 먹은 장비만이 아니라

 가장 장비다운 모습이 아니겠어요?

 

물이 역류했다는 일도 중국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요.

옛날 문성공주가 토번의 송찬간포에게 시집을 가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모든 강물은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데 왜 나는 동에서 서로 가야 하냐고 노래 부르자 갑자기 강물이

역류하며 동에서 서로 흘렀답니다.

그 강이 지금의 도류하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답니다.

 

 

장비가 술만 잘 먹었다고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랍니다.

장비는 서화에 매우 뛰어난 사람으로 특히 그의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미인도를

잘 그렸다 하는데 솥뚜껑처럼 투박하게 생긴 장비의 손으로 미인도를 그렸다고요.

그 모습을 상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이겠지만, 장비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비는 사대부 집안 출신으로 13살 때 춘추를 통달하고 손자병법에도

능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사대부 집안이라는 말은 은행에서 대부를 네 번이나 받은 능력 있는 집안이 아니고

 양반층이라는 말일 것이니 사람 겉모습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일인가 봅니다.

좌우지간, 삼국지라는 소설은 쓰는 사람에 따라 출신이 수시로 변하기에 읽는 사람 마음대로입니다.

 

 

서예에 능한 장비는 서기 215년 소규모 군사를 거느리고 조조의 수장 장합을 쓰촨성

팔몽산에서 격파한 후에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바위를 화선지로 삼고 전장에서

휘두르는 장팔사모를 붓 삼아 ‘입마명(立馬銘)’이라는 시를 새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고 하니 믿어야 합니까?  말아야 합니까?


물론 그곳에 썼다는 시는 홍수가 나며 석벽이 물에 쓸려 사라지고 말았다 하니..

바로 위의 사진이 말 위에서 장팔사모로 바위에 시를 쓰는 모습이고

그 위의 사진이 장비가 썼다는 시랍니다.

 

장비는 늘 2% 부족한 사람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더 친근감이 가는 캐릭터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디 완벽한 사람만 이 세상을 살아가나요?

사람 냄새 풀풀 풍기는 캐릭터가 바로 우리 이웃 같은 장비가 아니겠어요?

 

 

장비는 서유기에 나오는 사오정과 같은 인물인가요?

佳人처럼 98% 부족한 사람도 사는 게 세상이 아니겠어요?

그래요, 세상은 완벽한 사람만 살아가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부족한 사람도 열심히 그 부족함을 채우며 살아가는 그런 곳이잖아요.

어쩌면 장비가 더 우리와 가까운 꾸미지 않은 사람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네요.

장비 홧팅!

위의 사진은 장비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랑중이라는 마을에 가면 저런 옷을 입고

수시로 마을을 다니며 볼거리를 제공해 여행자를 즐겁게 하지요.

 

장비는 원래 돼지를 잡아서 팔던 백정출신이라죠?

그런데 왜 소고기로 바꾸어 장비우육이라고 팔지요?

중국을 다니다 보면 장비우육이라고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혹시 돼지고기를 소고기로 이름만 바꾼 것인가요?

 

 

장비가 돼지 과에서 솟과로 변심한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한 때 파서군을 책임지고 방비하던 장비가 위나라 장합이 군사를 이끌고 밀어닥쳤습니다.

바로 입마명이라는 시를 절벽에 새겼던 바로 그 전투였지요.

이때 늘 힘만 앞세우고 전투에 임했던 장비가 머리를 썼답니다.

이게 천지개벽할 일이지요.

 

꼴통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장비가 글쎄 머리를 썼다는군요?

머리를 썼다고 하니 혹시 헤딩으로 적을?

우리가 봐도 신기한데 유비가 봐도 신기한 것 있죠.

살다 보면 가끔 이런 일이 있더군요.

 

 

멋진 승리로 장식한 장비에게 유비는 술 다섯 항아리를 하사품으로 내립니다.

안주는요?

손가락만 빨라고 술만 내립니까?

그래서 장비는 함께 고생한 부하를 위해 소를 잡습니다.

소를 잡을 때 아마도 장비의 고함소리로만 잡았을 겁니다.

원래 백정출신이라 소 잡는 데는 이력이 났기에 조금도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장비는 이런 일을 혼자서도 잘해요.

 

 

그런 다음 예전의 실력이 어디 가나요?

바로 백정질 할 때 칼 쓰는 솜씨 말입니다.

벌써 칼자루 쥐는 폼이 다릅니다.

장비는 전쟁 때 쓰는 칼과 소 잡을 때 쓰는 칼이 다르다 했습니다.

부위별로 칼질하여 요리해 내니 이게 바로 장비우육이라네요.

그 후 쓰촨의 유명 요리 중 하나가 장비우육이라고 하네요.

짐승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잖어요.

그런데 장비는 죽어서 소고기를 남겼나요?

 

 

이렇게 서로 결의를 다지고 세 사람은 의용군을 거느리고 황건적 토벌에 나섭니다.

위의 사진에 보시듯이 머리에 누런 띠를 두르고 민초가 못살겠다 갈아엎자고 일어섰습니다.

조조는 이미 관군을 이끌고 토벌에 나섰는데 유비는 잡군이나 다름없는 농민군을 이끌고

시작하였으니 시작부터 노는 물이 달랐습니다.

그래도 운이 좋아 말 장사꾼에게 말은 공짜로 얻긴 했지만,

농민군이라는 게 원래 오합지졸이잖아요.

 

 

그런데 과연 유비가 한 이 일이 정당한 행동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당시, 한실은 겨우 숨만 쉬고 있고 황궁 안에는 간신이 들끓어 민심은 흉흉하고 가혹한

세금에 민초는 살기 어려워 들고 일어난 일이 바로 황건적의 난이라는 게 아닙니까?

가렴주구라고 하는 백골징포에, 황구첨정, 인징, 족징....

 

마치 마른행주 쥐어짜듯 민초에 세금을 쥐어짜고 그랬을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그런 가혹한 대우를 받으며 못살겠다 발버둥치는 민초를 토벌하기 위해

무기를 들어요?

누가?

민초를 하늘처럼 받든다는 유비가 말입니다.

누구를 위한 도원결의입니까?

그래서 황건적의 난이 아니고 황건기의(黃巾起義)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그들이 작당질하여 용병과 무기의 힘으로 하나씩 이루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

정당한 게 거의 없으며 위의 사진을 보시면 복숭아 흐드러지게 핀 장비집 뒤뜰에

세 사내가 모여 도원결의라는 것을 하는데 당신들이 한 일이 정당한 일이었냐고

뭐라고 야단을 쳤더니 부끄러워 뒤돌아서서 도원결의하고 있네요.

그냥 개인적인 뒤집어 보기였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장비는 워낙 술을 좋아했습니다.

그가 도원결의하기 전에 돼지를 잡고 술을 파는 일을 했다 합니다.

술이 좋아도 술이 술을 좋아하게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장비가 죽은 이유는 바로 과음과 격분 증후군 때문입니다.

술이 만든 친구는 그 술처럼 하룻밤뿐이라 합니다.

그런데 그 밤에 장비는 부하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