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삼국지 기행인가?

2013. 1. 4.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참 웃기는 佳人입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삼국지 기행이라고 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해 놓고는 지금까지 삼국지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곳으로 떠돌며 쓸데업는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았네요.

佳人의 여행이 친황다오에서 시작해 베이징을 거쳤기에 사실은 그 지방이 삼국지의 주 무대는

아니었기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佳人의 글을 읽으시는 분도 삼국지 기행이라는 말도 잊어버리셨을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이제부터는 여행 스케줄 상 삼국지의 무대 속으로 자주 드나들 것 같습니다.

주로 사내들의 이야기인 삼국지는 주로 남자분들이 좋아할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제일 위의 사진은 나관중의 고향이라고 추정하는 곳에 세워진 나관중의 모습입니다.

 

삼국지의 재미는 사실 공명의 출연부터라고 봐야 할 겁니다.

신출귀몰한 모습에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유비도 그전까지는 맨날 울고 도망만 다니던 처지였으나 공명을 만난 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목소리가 변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천하의 모든 기운이 어느 한 쪽으로 몰리면 하나로 합쳐지고,

합쳐진 기운은 다시 흩어지는 일은 필연입니다.

그러나 흩어진 기운은 세월이 지난 후에는 다시 하나로 합쳐집니다."

세상 일이란 게 바로 이런가 봅니다.

 

우리 부부 여행이 늘 가을에 떠나니까 올해도 전설처럼 다녀왔으니까요.

우리가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중국어도 모르며 이렇게 중국의 오지를 찾아다니며 여행한다는 게...

 

수어지교(水魚之交)...

유비가 공명을 만난 후 유비는 자기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듯 생각난 첫 마디가

바로 수어지교였으니 그러니 공명은 물이고 자기는 물고기라는 말이겠죠.

물은 언제나 고기가 살아갈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주지요.

위의 동상에는 신군수어(臣君水魚)라 했네요.

그래도 그게 그 말이지 싶습니다.

 

그러나 만약, 물고기가 물을 떠나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습니다.

물고기가 불고기가 됩니다.

프라이팬 위에 떡허니 올라앉아 말입니다.

퀴김도 되고 찜도 되기도 하겠지만요.

 

실제로 유비의 마지막 전투인 이릉전투는 공명이 극구 반대한 전투로 유비의 똥고집으로

군사를 끌고 오나라로 갔다가 오나라의 영스타라는 육손의 화공에 식겁하고

그야말로 불고기가 될 뻔 했다잖아요.

젠장...

그때 공명은 유비가 이릉 효정산 부근에 친 유비의 진을 보고 뭐하고 했는지 아세요?

"헐!!! 습한 곳, 평지 그리고 숲속에는 진을 쳐서는 안 된다."

"어쩌면 좋겠습니까?"

"벌써 불고기가 되었을지도 몰라!" 

유비는 혼자서는 아무 일도 도모하면 안 되나요?

 

똥고집!!!

함부로 피우지 맙시다.

정말 함부로 피다가는 프라이팬 위의 불고기가 됩니다.

 

사실 유비는 공명을 만나며 팔자가 폈다고 봐야 합니다.

바로 인생역전 한 방에 책임진다는 로또보다 더 큰 대박을 맞은 것이지요.

그러나 공명은 유비보다 조조를 만났더라면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이고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

별로 없어 혼자 모두 해결하느라 가을바람 소슬한 오장원에서 과로사로 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은 하늘이 정한 운명이고 숙명입니다.

위의 사진은 어린 얼떨리우스 유선에게 공명이 출사표를 올리고

북벌을 감행하려는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왜 이번 여행은 삼국지 기행인가?

우리 세대의 사람이라면 삼국지라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에게는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며

현장을 찾는 것은 하나의 로망일지 모릅니다.

삼국지 마니아에게는 성지순례와 같은 그런 테마여행이 아닐까요?

그러나 우리 부부는 삼국지 마니아는 아니고 우연하게 여행계획을 하다가 결정한 코스입니다.

 

삼국지의 현장은 일반여행지처럼 풍경이 아름답고 많은 사람이 찾는 그런 관광지가 아닌 곳이

대부분으로 어느 곳에서는 사람 하나 없고 이게 정말 그때의 그 장소였나를

의심하며 바라본 적도 있습니다.

심지어 공명의 잠든 무덤이 있는 정군산에서는 길을 잘못 들어 산속을 1시간이나 헤매다

겨우 사람을 만나 길을 찾아 내려온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왜?

젊은 사람 같으면 나중에 이런 테마 여행은 아무 때나 다녀올 수 있지만, 우리 나이가 되면

이런 재미없는 장소를 찾는 테마여행은 후일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아마 죽을 때까지 찾지 못할 겁니다.

왜?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엄청나게 적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 부부에게는 사실 이런 테마여행을 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나이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기회에 삼국지라는 소설을 처음 알게 된 울 마눌님이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동행하며 여행 내내 친구처럼 옆에서 여행 마지막까지 함께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삼국지에 나온 장소 모두를 찾지는 못하지만, 많은 곳은

찾아보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이번 여행기가 멋진 풍경이 별로 없기에 무척 재미없는 여행기가 될 게 뻔합니다.

그러나 삼국지 마니아라면 흥미를 끌 수 있는 곳도 제법 많을 겁니다.

 

여행 준비를 하며 여행 루트를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처럼 현지 여유국의 도움도 받고 전문가가 동행한 여행이 아니고 우리 부부 둘이서

직접 물어 찾아가야 하는 여행이기에 처음부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합니다.

 

차편도 정확히 모르고 더군다나 옛 지명과 현재 지명이 다르기에 제대로 가고 있는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료도 충분하지 않았고 있어도 전세버스를 이용한 여행사를 통한 단체여행을 다녀오신 분이

사진만 나열해 올린 것이 대부분이고 간혹 신문사에서 테마여행이라고 찾아간 것도 승용차를

이용했기에 공공교통 수단을 이용해 어떻게 찾아 가야하는 지 기록한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 도시를 찾아가도 어디에 그런 곳이 있는지 중국어를 모르는 우리 부부에게는 난감한

일이었고 또 그곳에 어떤 곳을 보아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찾아갔습니다.

택시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 시내버스만을 이용한 이동은 환장할 일이지요.

다행히 다녀온 곳에 대한 것은 일반 버스를 이용한 접근을 자세히 기록하여 혹시 나중에

우리처럼 찾아가실 분이 계시면 佳人의 여행기가 조금은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역사로 보면 그동안 무수히 많은 일이 있었고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우리에게 삼국지라는 소설은 재미와 영웅들의 이야기로 아주 잘 꾸민 드라마로 널리 알려진

판타지 소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저마다 영웅임을 자처하고 영웅놀이에 목숨을 걸었지만, 이 모든 게 지나고 나니

바람이며 구름 같은 일이었습니다.

 

삼국지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유방이 세운 한나라 말기의 이야기로 지금으로부터

1.800여 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진수의 삼국지를 송나라 초에 배송지라는 사람이 주석을 달기 시작하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저잣거리에서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 글을 읽어주는 설서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사람마다 다르게 전해졌겠지만,

그래도 가장 인기 있는 이야기로 민간에 전해 내려왔다 하는데 이 기간이

약 900여 년이니 얼마나 많은 사람에 의해 삼국지라는 이야기가 시장바닥을 굴러다녔겠어요?

 

설서인(說書人)이란 중국의 글이 워낙 어렵기에 글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 저잣거리에서

사람을 모아 돈을 받고 글을 읽어주는 사람을 말합니다.

중국에서만 볼 수 있는 당당하고 특별한 직업입니다.

중국에서는 글을 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능력입니다.

게다가 글을 잘 쓴다는 일은 가문의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여행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물 뭍은 붓으로

글을 쓰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지요.

그 사람들은 아악 연주를 잘 하는 일처럼 예술인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드디어 그 이야기가 설서인들의 밥벌이에서 나관중 외 여러 사람이 재미를 더해

활자화함으로 만든 이야기라 합니다.

그러니 삼국지라는 이야기는 진수로부터 시작한 정사 삼국지가 민간인에 의해 보태지고 각색되고

신격화와 신비주의로 빠지며 재미를 더해갔을 겁니다.

 

여기에 이야기꾼들의 아주 기막히고 재미있는 내용의 더해지며 점차 환장하게도 흥미 위주의

이야기로 변해가다가 나관중 같은 문인에 의해 제대로 상품화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다 보니 사실과 다른 이야기도 많고 시기적으로도 다른 이야기도 더해지며

지금에 이르렀다고 봐야 하겠네요.

 

이렇게 삼국지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에 佳人이 쓰는 내용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佳人의 이번 여행기에 올리는 삼국지의 이야기도 뒤죽박죽에 佳人만의 엉뚱한

상상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틀리다 맞다 따지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왜 이번 여행은 삼국지 이야기 속에 나왔던 곳을 찾아가는 기행을 하게 되었나?

1년 전 여행 때 우리 부부는 타이위안이라는 도시 남쪽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

칭쉬(淸徐 : 청서)라는 곳을 우연히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간 이유는 바로 나관중 기념관이 있기 때문이었죠.

 

나관중이라고 하면 한국사람 대부분이 아는 친숙한 이름일 겁니다.

삼국지라는 소설은 동양권에서는 가장 유명한 소설 중 하나일 겁니다.

정말 이 책을 처음 접하고 밤을 새워가며 읽었으니까요.

지금은 대강 줄거리조차도 희미하지만, 그때는 삼국지를 소재로 많은 이야기도 나눌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우연히 나관중 기념관이 있다는 그곳을 지나는 길에 묻고 따지지도 않고

찾아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다시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blog.daum.net/nhk2375/7164279

 

루오꾸안쫑(羅贯中 : 나관중) 기념관을 아시나요?

밤에 내린 눈(夜雪) 已訝衾枕冷(이아금침냉)하여 이상하게 이부자리 서늘해서 復見窓戶明(부견창호명)이라 다시 보니 창문이 훤하구나 夜深知雪重(야심지설중)하니 밤 깊어 눈이 푹 내린 것 알

blog.daum.net

아마도 그때 나관중 귀신이 우리 부부에 씌어 우리를 이번에 삼국지 기행을 하도록 했나 봅니다.

우리 부부는 중국말도 모르는데 어떻게 한국말도 모르는 나관중 귀신이 설득했나 몰라요.

 

우리 부부의 이번 여행에서 구채구를 가려고 했기에 구채구를 가기 위한 도시를 청두라 생각하니

청두가 있는 곳이 바로 쓰촨성으로 옛날 촉한의 도읍이 아니겠어요?

기왕 청두를 가는 김에 조금 생각을 달리해 당시 삼국지에 나온 지명 중 몇 곳을 구경하고

그때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려고 찾아 나섰습니다.

 

대부분 그런 곳이 작은 시골이다 보니 차도 없고 전문 안내인도 없이

부부 둘이만 찾아간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정말 막연히 생각했던 일을 감행한 셈입니다.

그리고 무사히 돌아와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청두와 시안 사이는 공명이 북벌을 감행하며 여러 번 오르내렸고 많은 이야기가

진령산맥을 중심으로 계곡에도, 산허리에도 남아있다기에 돌 틈 사이에 숨은 이야기도 들춰보고

흐르는 물 위 석벽에 만든 잔도를 걸어가며 수많은 군사가 지나다니며 했던 이야기도 들어보렵니다.

 

그곳에는 거친 숨소리가 그대로 들리고 땀 냄새가 고스란히 배어있습니다.

창칼이 부딪치고 병사의 고함소리가 들렸습니다.

늙은 병사가 내지른 고함소리는 적을 제압하려 하기 보다 자신의 무서움과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지른 소리였습니다.

 

삶과 죽음이 교차했던 곳...

피와 땀이 흘렀던 곳...

살아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만난다는 일념으로 죽음도 불사하고 적을 죽였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을 죽여야만 했습니다.  

산다는 게 이렇게 모질고 힘든 일이지 정말 몰랐습니다. 

여행도 그냥 떠나는 것보다 이렇게 어느 주제를 놓고 여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비록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다니지는 못하고 일부만 보고 왔더라도 말입니다.

 

삼국지라는 이야기는 사실 역사적이 사실과 재미있는 소설이 결합한 것으로 재미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되며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 이야기가 아니겠어요?

이 이야기 속으로 잠시 들어갔다 나오는 것도 좋겠다 싶어 두리번거려 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 부부의 삼국지 기행이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모든 지명을 찾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역사적인 고증을 하며 다닌 것도 아니라

이번 여행길에 돌아다니다 그 주변에 삼국지와 연관된 곳이 있으면 여행 중

잠시 그때의 이야기 속으로 들렀다 가는 겁니다.

그러니 현실과 과거로 들락날락하며 여행할 생각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佳人의 이야기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입니다.

같은 삼국지를 보고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먼저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왜?

여행도 생각도 자유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