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기(妲己) 이야기 8 - 달기는 살아 움직이는 백과사전

2012. 9. 27.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이제 점점 주왕은 달기로 인해 이성을 잃어갑니다.

정성적인 사람이 보았을 때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달기와 주왕에게는 이런 일이 지극히 정상적인 통치행위라는 겁니다.

 

이런 일들이 두 사람이 더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 되었나 봅니다.

두 사람에게는 점점 이성을 찾아 아주 즐겁고 재미있는 인생을 누리고 있다는 말일 겁니다.

살아가는 힘은 사람마다 다르다지만, 이렇게 살았던 사람도 있었네요.

 

심장이 없으면 사람이 어찌 살 수 있습니까?

심장이 상하면 사람 또한 시름 거리다 죽어갑니다.

주왕은 바로 상 나라의 심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상 나라는 심장이 점차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못된 일을 하지만 주왕과 달기의 심장은 시름 거리며 병들어가는 게 아니고

점점 더 팔딱거린다는 점입니다.

 

어느 날, 주왕은 달기와 함께 적성루에서 술을 마시던 중 저 멀리 강을 건너려는 몇 사람을 보게 됩니다.

눈도 밝습니다.

그렇게 주색잡기에 빠졌으면 먼저 시력부터 나빠져야 하는데 아주 잘 보인답니다.

 

그날은 겨울이라 무척 추운 날이었지요.

그런데 젊은이들은 차가운 강물에 발을 담그는 게 두려운지 머뭇거리는데 그 옆에 나이 든 노인은

바짓가랑이를 걷고 아무렇지도 않게 강을 건너갑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강물이 얼어붙어 차가운데 노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건너는데 젊은이들은 두려워하는구나. 이게 무슨 조화인고?"

인터넷이라도 있었다면 당장 지식인에 물어보면 될 일이지만....

그 옆에 앉아있던 달기가 머뭇거림도 없이 즉시 답을 합니다.

 

달기는 박학다식하여 아는 것도 많습니다.

"제가 들으니 사람이 세상에 태어날 때 태아는 아비의 정액과 어미의 혈액을 얻어야 비로소 태를 이룬다 하였습니다

부모가 젊어서 아이를 얻으면 둘 다 신체가 튼튼하여 낳은 자식도 기가 충분하고 골수가 그 정강이에

가득 차 신체가 튼튼하여 나이가 들어서도 추위를 잘 견디지만, 나이가 들어 아이를 낳게 되면 기가 부족하여

정강이에 골수도 부족하여 겨울에도 쉽게 추위를 탄다 합니다."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고 참새가 하늘을 날다 뒤집기에 들어가 방귀 뀌는 소리랍니까?

주왕이 박학다식한 달기를 바라보고 그게 사실이냐고 물으며 달기의 의학상식에도 놀라게 됩니다.

주왕은 이렇게 묻기만 하면 입에서 줄줄 지식이 샘솟는 달기에 존경심마저 듭니다.

 

이렇게 달기는 세상에 모르는 게 없는 학식의 달인이었던 것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백과사전인 셈입니다.

"대왕께서 저의 말을 믿지 못하시면 지금 당장 강을 건너는 저 사람을 데려다

정강이뼈를 갈라 보시면 아실 겁니다."

ㅋㅋㅋ~ 또 재미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주왕은 궁금하면 못 참습니다.

더군다나 달기가 주왕을 꿰뚫고 올린 말인데 "고뤠~"하며 끝나면 안 되는 일이잖아요.

즉시 강을 건너던 사람을 데려오게 하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달기가 설명한 대로 정강이뼈

해체 작업에 들어갑니다.

 

그러자 과연 나이 든 사람은 골수가 가득 차 있고 젊은이는 뼈 안이 비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니 주왕이 달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필 젊은이와 늙은이는 왜 그때 그 앞을 지나갔는지...

 

주왕이 크게 웃으며 "아이고 어여쁜 것 세상에 모르는 게 없으니~ 역시 달기 너뿐이구나~"라고 칭찬하자

달기는 한 술 더 떠 임신한 산모의 배 안에 태아가 사내아이인지 딸인지도 안다고 합니다.

이거 발설하면 의료법 위반인 거 아시죠?

그런데 이번에는 물어보고 시키지도 않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나 봅니다.

 

이제 점점 심오한 인체 해부로 들어가고 싶은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달기의 성격상 정강이뼈 해체란 더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었거든요.

 

그런데 해부학의 달인인 달기의 눈에는 투시기라도 달렸답니까? 

주왕이 놀라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묻자 주저하지 않고 즉답을 합니다.

이런 빠른 검색이 바로 달기의 힘입니다.

 

"이 또한 부모의 정혈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남녀가 교접할 때 남자의 정액이 먼저 이르고

여자의 혈액이 나중에 다다르면 음포양에 속하므로 사내아이를 낳게 됩니다.

먼저 여자의 혈액이 먼저 이르고 남자의 정액이 나중에 다다르면 양포음에 속함으로 아이는

반드시 여자아이가 됩니다."

 

글을 쓰는 佳人도 달기의 말에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환장하겠습니다.

세상의 진리가 달기의 입에서 줄줄 흘러나옵니다.

달기는 살아 움직이는 백과사전입니다.

 

그러니 여자가 예뻐서만 군주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현명하고 똑똑하고.... 같은 말인가요?

좌우지간 달기는 미모뿐 아니라 이렇게 명석한 두뇌로도 충분히 주왕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여인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태연하게 생명의 기원과 출생의 비밀을 기원전에 통달했답니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달기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지 어찌 인간이라 하겠습니까?

화타가 울고가고 편작이 사부로 모셔야 할 사람이 달기가 아니겠어요?

 

그리고 그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을 이렇게 녹음기를 틀어놓고 후대에 생생하게 쓰는

중국인의 능력 또한 무섭습니다.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부터 픽션인지 알 수 없는 게 중국의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