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기(妲己) 이야기 7 -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2012. 9. 25.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이렇게 지내며 잠시 휴식기간을 거치자 나라는 조용해지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습니다.

젠장... 달기는 너무 심심합니다.

늘 강한 도전에 대항하며 살았던 달기가 싫어하는 게 바로 풍파도 없이 시간이 흐르는 겁니다.

살아가는데 짜릿한 맛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또 재미를 위해 일을 꾸미면 됩니다.

일이 생기지 않으면 스스로 만들면 됩니다.

달기는 눈이 녹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눈을 치우면 앞으로 나아갑니다.

사람에게 시간이 나면 대인은 남에게 이로운 일을 꾸미지만, 소인은 자신을 위한 일을 도모하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긴장감이 들게 보통사람보다는 특별한 사람을 선택합니다.

달기의 레이더망에 걸린 사람은 조야의 권세가이며 주왕의 숙부인 비간이 선택되었습니다. 

숙부인 관계로 달기가 건들지 못한다는 생각은 달기의 사전에는 없습니다.

 

축하합니다.

비간...

이번 기회에는 당신이 당첨되셨습니다.

당신에게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 풍파도 없는 태평세월이라서 달기가 너무 무료했기 때문입니다.

달기의 나쁜 마음이 아니라 세월이 너무 평온했기 때문에 세월을 원망하셔야 합니다.

 

오히려 강한 자와 마주하면 더욱더 도전 의욕이 생기고 임전하는 마음가짐이 흥분되기도 하지요.

바로 이런 도전정신이 충만한 여인이 달기입니다. 

숙부이기에 건방지게 주왕에게 바른말을 가끔 하기도 했지요.

 

"선왕의 법을 따르지 않고 아녀자의 말을 따르면 머지않아 큰 화를 당할 수 있습니다."

어쭈구리~

자기가 당할 화는 보이지 않고 남의 화는 원래 잘 보이는 편이죠.

그렇지 않아도 상대를 못찾아 탐색전을 펴고 있는데 숙부 비간이 아주 간이 부었나 봅니다.

간이 부어 아주 배 밖으로 나왔나 보네요.

 

주왕은 숙부이기에 그냥 넘어가지만, 달기에는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

그게 주왕의 숙부지 달기의 숙부예요? 안 그래요?

법적으로 유전적으로 살펴보아도 달기에게는 남이 분명합니다.

 

달기는 오히려 급이 다른 중량급과의 싸움에서 거꾸러뜨릴 때는 더 짜릿하잖아요.

작은 산 100개를 넘는 것보다 큰 산 하나를 넘는 게 더 성취감이 있지요.

 

달기는 정색을 하고 주왕에게 속삭입니다. 

"제가 듣기에는 성인의 심장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비간은 스스로 성인이라 자칭하니 그의 심장을 꺼내어 정말 일곱 개의 구멍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이 얼마나 학구적이고 탐구적인 생각입니까?

그냥 남의 말보다는 직접 확인해보고 싶고 해부학적으로도 접근해보고 싶은 학구적인 달기입니다.

 

그녀는 인체에 대한 무한한 도전정신이 있습니다.

히포크라테스가 문제입니까?

인체해부학에도 관심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달기에 누가 이런 의학상식을 가르쳐주나 모르겠어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스스로 배웠나요?

 

그러자 주왕이 그 자리에서 즉시 숙부를 바라보고

"들었지? 집안에서는 그대가 숙부요, 나는 조카이다. 그러나 조정에서는 그대는 신하요, 나는 군주이노라.

군주가 신하에게 죽으라 하면 신하가 그 명을 따르지 않으면 불충이 아니겠는가?

특히나 나라의 원로임을 믿고 군주를 우습게 알고 나불거리면 그게 불충임을 왜 숙부만 모르는가?"

틀린 말을 하나도 없는데 듣고보니 마음이 썩 내키지 않지요?

 

순간 숙부는 움찔합니다.

어린 시절 금이야 옥이야 업어주고 안아주며 키웠던 조카가 아니겠어요?

그런데 조카가 감히 숙부인 나에게 이런 말을 함부로 하다니...

순간 분위기도 파악하지 못하고 내뱉은 말에 후회가 들기도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니겠어요?

 

비간을 하늘을 우러러 장탄식을 하며 "조카님! 내 심장이 그리도 보고 싶은가? 그럼 보여 주지.

천하에 후레자식 같으니라고 숙부인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하고 네놈이 무탈할지 아느냐?"

보세요.

조금 전까지는 군주라고 생각해 존댓말을 하다가 이제부터는 반말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말투가 바뀌면 더는 볼 장 다 봤기에 막가자는 겁니다.

 

그 말을 마치자 옆에 지키고 서 있던 무장에게 칼을 달라고 하여 칼을 두 손으로 받치고

종묘를 향하여 여덟 번을 절을 하고 옷을 벗어 칼을 거꾸로 잡고 배꼽부터 칼을 찔러 위로 향해 끌어올리고

몸을 가른 다음 오른손으로 심장을 들어내 아직 펄떡거리며 뛰는 심장을 꺼내어 바닥에 내려놓으면

"보라~ 조카 이 개자식아! 내 심장을!" 하며 앞으로 고꾸라집니다.

이럴 때 군주에게 욕하지 못하면 평생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가능한 일인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중국에서 나온 이야기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중국은 원래 불가능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그 칼로 자기 신체를 훼손하지 말고 주왕과 달기의 목을 치는 게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요?

아무리 중국의 이야기라도 이런 일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네요.

 

내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