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기(妲己) 이야기 5 - 포락지형의 특허권자

2012. 9. 21. 08:09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어느 날 왕의 편전에서는 많은 중신이 모여 국사를 논하고 난 후 상대부 매백이 주왕을

따로 알현한 자리에서 "강후는 잘못도 없이 죽음을 당했고 태자는 아무 죄도 없이 궁궐에서

쫓겨났습니다. 대왕께서 태자를 다시 궁으로 불러들여 동궁으로 복위시키신다면

신은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매백은 정말 말을 잘못했습니다.

신은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죽는다는 말은 쉽게 하면 안 됩니다.

 

그런 이야기를 주왕으로부터 전해 들은 달기가 인터셉트하고 들어갑니다.

"매백은 태자와 한패입니다. 그들은 서로 결탁하여 간악한 일을 저지르려는 것입니다."

달기의 말을 들은 주왕이 다시 달기에게 묻기를...

"그러면 어찌 저들을 다스려야 하느냐."

 

"저들이 그런 말을 쉽게 대왕께 한다는 것은 대왕의 존엄을 업신여기는 일이며

속으로 다른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존귀하신 대왕을 귀히 여긴다면 저런 망발은 감히 쉽게 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런 버르장머리 없는 자에게 처했던 형벌이 가볍기 때문입니다.

 

소첩의 생각으로는 속이 빈 구리 기둥을 만들어 안에서 불을 때고 겉에는 기름을 발라

죄를 지은 자들로 하여금 그 기둥을 발가벗은 채로 껴안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시면 살은 타고 뼈는 가루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죄를 물으시면 저들은 비로소 두려움을 알아 감히 대왕께 대들지 못할 것입니다."

 

주왕이 듣고보니 아주 기발하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구리 기둥이라는 이게 바로 달기의 특허제품이지요.

달기의 머리는 무척 영특하여 주왕을 늘 앞서 가며 혁신적인 제품으로 즐겁게 하는 여인입니다.

 

세로 길이만 키워 신제품이라 법석 떠는 휴대전화와는 다른 것이지요.

혁신이란 지금까지는 없었던 이런 형벌을 생각해내는 여인 달기의 생각이 아니겠어요?

세상에 신제품을 고안해내는 크리에이터 중에 달기만 한 인재가 있다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그녀의 머리는 그야말로 신제품으로 가득 찬 아이디어 뱅크입니다.

 

달기는 주왕의 재미를 위해 하늘이 보내준 맞춤형 천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는 여자로서의 재미만 아니라 이렇게 기발한 생각으로 주왕을 즐겁게 하는 여인입니다.

그러니 어찌 이 복덩이를 사랑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하늘이 내린 주왕을 위한 맞춤형 여인이 아니겠어요?

 

 주왕은 달기가 개발한 새로운 형벌로 매백을 구리 형틀에 알몸으로 묶어 불을 때니

신기하게도 뼈와 살이 금방 타버리고 그 형벌을 시행해 보니 아주 즐겁고 재미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게 바로 통바베큐라는 벌이 아니겠어요?

 

그러나 같은 것만 되풀이하면 사람은 금방 실증을 느낍니다. 

 이번에는 달기가 또 새로운 방법을 제안합니다.

"사형에 처할 죄인이 아닐 경우는 불덩어리에 달군 구리 인두를 쥐게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함으로 대왕께서는 죄의 경중을 두고 합리적으로 처리하신다 할 것입니다."

 

끄하하하~ 합리적이라 합니다.

비록 통바베큐보다는 작은 형벌이지만,

죄의 경중에 따라 형벌도 나누어 벌하는 아주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처벌 방법이 아니겠어요?

죄의 경중에 따라 그에 적합한 형벌까지 생각해내는 달기야 말로 현명한 여인입니다.

 

주왕이 그대로 또 형벌을 가하니 그들은 고통에 못 이겨 울부짖고

달기는 매우 즐거워 깔깔거립니다.

그런 모습을 주왕이 지켜보며 사랑하는 여인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 인간이 살아가는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주왕이 살아가는 힘 중의 하나는 바로 달기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고 사내가 살아가는

힘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랑하는 여인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잖아요. 그쵸?

사랑하는 여인이 힘들어하면 함께 힘들어해야지 혼자만 즐거워하면 나쁜 놈이지요.

 

그래서 달기의 즐거움을 위해 구리기둥과 인두를 수십 개 준비하여 궁전 앞에 비치하여 놓고

수시로 죄를 지은 자를 처벌하니 그 후로는 다시는 주왕에게 충언하는 자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왕과 달기의 즐거움이 사라질 텐데....

 

이런 형벌을 포락지형(炮烙之刑)이라고 한답니다.

이런 포락이라는 형벌이 생겨나게 된 다른 사연이 있다고 하네요.

달구어진 구리 인두 위를 기어오르던 개미가 뜨거운 열 때문에 꿈틀거리다가 죽는 모습으로 보고

주왕과 달기가 포락지형이라는 특허를 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커다란 사각형 모양의 구덩이를 파고 숯불을 피워놓고 그 위에 구리기둥을 얹어놓고

시뻘겋게 달군 후 죄인을 맨발로 기둥 위를 걷게 하면 죄인은 뜨거움에 못 견디어 팔짝 뛰다가

구리기둥 아래로 떨어지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때 죄인이 지르는 처절한 소리와 떨어지는 모습을 본 달기가 즐거움에

까르르 거리는 소리가 주왕의 가슴 깊이 파고들며 심금을 울립니다.

 

주왕은 달기가 즐거워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지 하고 싶습니다.

하늘에서 별을 따오라 해도 따오고 싶습니다.

아마도 세상애는 이렇게 변태적으로 사랑하는 남녀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겁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는 아첨꾼만 가득합니다.

 

뜻을 펴고자 하면 구리기둥을 부여안고 한 줌의 재로 변하던가...

주변에는 충신은 점차 사라지고 눈도 입도 귀도 모두 닫아버립니다.

멍청한 군주는 아첨꾼만 생산합니다.

 

내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