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武汉 : 무한)으로 가는 길

2014. 7. 9.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2012년 11월 25일 여행 38일째

 

오늘은 징저우를 떠나 우한(武汉 : 무한)으로 갑니다.

원래 계획은 오늘 하루 이곳에 더 머무르며 구경하려고 했지만, 어제 밤늦게까지 형주성 안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보니 거의 본 듯하여 더는 머무를 필요가 없을 듯하여 다음 여행지로 떠납니다.

 

이제 벌써 우리 여행을 시작한 지 38일째...

점차 처음 출발 때의 열정은 서서히 사라지고 자꾸 게으르고 편한 것만 추구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동행이 힘들어하면 같이 힘들어지고 집에 빨리 가고 싶어집니다.

이번 여행은 함께한 사람은 별로 흥미없는 여행이었나 봅니다.

 

7시에 숙소를 떠나 바로 길 건너 터미널 앞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몇 정류장 되지 않은 기차역에 도착합니다.

징저우 기차역은 새로 지은 동차 전문 역인가 봅니다.

무척 크고 깨끗하고 아직 완공 전인가 보네요.

표를 사려고 하지만, 바로 떠나는 표는 없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8시 57분 출발하는 기차가 있으나 1등석밖에 없다고 하네요.

배낭여행자에겐 1등석은 어울리지 않지요.

다행히 한 시간 후에 출발하는 2등 좌석표가 있어 60원에 9시 23분 출발하는 기차표를 샀습니다.

징저우와 한커우 사이는 한 시간에 한 대 이상 동차가 운행하나 봅니다.

 

기차역은 아직 벌판에 찬바람만 부는 곳입니다.

이번 여행을 하며 기차이용을 제법 많이 한 듯합니다.

그러나 역동적으로 변하는 중국이 기차역을 새롭게 건설 중이더군요.

새로 짓는 기차역을 많이 이용하게 되며 보았습니다.

 

기차가 달리는 동안 창밖의 풍경은 가랑비도 내리고 운무로 뿌연 모습뿐입니다.

허허벌판에 황량한 모습뿐입니다.

이렇게 조금 먼 풍경조차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슨 천하를 논의하고 욕심을 부리고 살았나 모르겠습니다.

중국 중원의 날씨는 청명한 날이 드물고 운무나 황사로 시계조차 멀지 않다고 하는데...

 

징저우에서는 공명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머물렀다는 융중이라는 곳도 멀지 않고 장비의 기개가 세상을

뒤흔들었던 장판파도 가까운 곳으로 삼국지 기행을 하려는 사람은 꼭 가보아야 할 곳이지만, 함께 왔던 친구마저

그저께 혼자 집으로 떠나보내고 나니 우리 여행도 빨리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곳 징저우는 다음 기회에 다시 찾아보고 싶은 곳입니다.

그때는 조금 삼국지를 정리하여 음미하고 싶습니다.

 

늘 우리는 부부 둘이만 다니던 여행이었기에 친구가 이번 여행에 동행하며 함께 하는 바람에

울 마눌님이 많이 긴장했었나 봅니다.

왜 아니겠어요.

부부만이라면 먹는 것, 자는 곳... 모두 부부이기에 쉽게 결정하지만, 동행이 함께하면 우리처럼 함께

행동한다고 하지만, 그게 아무래도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잖아요.

 

친구가 떠나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몸이 아프기 시작해 감기몸살마저 온 모양입니다.

게다가 어제부터 빨리 가라고 가랑비까지 내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한으로 왔습니다.

그러나 우한에 오니 오히려 가랑비가 제법 더 강한 비로 바뀌어 버렸네요.

몸도 좋지 않은데 비까지 내려 음산합니다.

 

사실 佳人은 징저우 주변에 삼국지에 나온 지역을 좀 더 돌아보고 가고 싶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돌아가는 표를 미리 사놓지 않았기에 비자 만료일 전까지 60일간은 무척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것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아픈 사람에게 무리한 일정을 하자고 할 수 없네요.

 

우한 한커우(汉口 : 한구) 역에서 다음 구경할 보저우(亳州 : 박주)까지 가는 기차가 있다고

알고 있어 한커우로 왔습니다.

보저우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의 고향이며 화타의 고향이기에 모두 비중 있는 사람이기에 들려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우리 일정이 연운항으로 가려고 하기에 보저우를 지나 쉬저우를 거쳐 가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커우에서 보저우로 가는 기차는 새벽 5시 17분에 출발하는 하루 한 편밖에는 없습니다.

내일 표를 사려니까 좌석은 없고 침대밖에는 없다고 우리보고 보라고 모니터를 돌려줍니다.

대안이 없지요.

 

워푸에 누워가야겠지요.

어차피 울 마눌님이 몸도 온전하지 않으니 오히려 침대칸이 더 좋을 듯합니다.

이렇게 새벽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샀기에 숙소도 한커우 역 부근으로 해야 합니다.

 

자 아제 한커우에서 무엇을 해야 합니까?

마눌님은 아프고 그냥 숙소에 머문다는 일도 그렇고...

더군다나 비는 추적거리며 내리고...

원래 계획은 박물관, 황학루 그리고 고금대를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박물관을 가보려 합니다.

숙소에 박물관 가는 것을 물어보니 기차역을 등지고 광장 오른쪽에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411번 버스를 타라고 합니다.

비가 오는 날은 실내의 박물관 구경이 정말 좋은 방법입니다.

411번 버스를 타면 바로 다음 정류장에 우한 박물관이 있고 고금대, 황학루를 지나

성(省)박물관까지 모두 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은 모두 411번 버스만 타면 해결되나 봅니다.

세상에... 여행이 이렇게 시내버스 한번만 타고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공부보다 여행이 더 쉽습니다.

 

버스비는 1.5원/인 입니다.

숙소 구하고 밥 먹고 하다 보니 12시가 가까워지네요.

일단 버스를 탑니다.

버스는 2층 버스네요.

 

2층버스 제일 앞자리에 앉아 시티투어 한다는 기분을 내려 했는데 비가 내리는 날이라

차가 출발하니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일 앞자리에 앉는다고 모두 잘 보이는 게 아닙니다.

 

잠시 달리다 보니 큰 강이 보입니다.

아마도 이게 장강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장강 바로 건너기 전에 고금대가 보입니다.

 

조금 더 달려 호북성 박물관 앞에 버스는 정차하고...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이제 내일부터 하나씩 구경하며 돌아보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중국의 박물관 중 주로 지방정부에서 운영하는 省박물관은 무료인 곳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작은 규모의 박물관은 입장료를 받아야 하는 곳이 많더군요.

성박물관은 규모도 클뿐 아니라 전시물이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워낙 땅이 넓은 나라이다보니 출토되어 전시하는 유물이 무척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