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타이산 탄푸씨아(云台山 潭瀑峡 : 운대산 담폭협)

2012. 5. 11. 08:00중국 여행기/하남성(河南省)

미후곡을 나와 다시 안으로 더 올라가니 담폭협 입구 중간 즈음에 지질 박물관이 있습니다.

혹시 운대산을 찾아오시는 분이 계신다면 지질 박물관은 들려보시기를 바랍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을뿐더러 전시된 화석이 제법 볼만하더군요.

 

지질 박물관을 나와 조금 더 올라가니 탄푸씨아(潭瀑峡 : 담폭협)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입니다.

천천히 걸어 올라가 보렵니다.

계곡의 깊이가 1.270m 정도라 하니 조금 깊은 계곡인가 봅니다.

이름으로 미루어 짐작건데 아마도 못과 폭포가 많은 계곡인가 봅니다.

 

잠시 걷다가 벽을 쳐다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벽에 마치 사람처럼 보이는 형태가 얼룩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방금 생생한 화석을 보고 왔기에 그 잔상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나 봅니다.

혹시 사람의 화석은 아니겠죠?

 

제일 처음 만나는 곳이 용사담(龍蛇潭)이라는 곳입니다.

아마도 못이 길게 늘어져 있어 뱀과 용을 생각했나 보네요.

전혀, 결코 용과 뱀은 닮지 않았습니다.

그냥 붙인 이름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우리는 어린 시절 "원숭이 엉덩이는 빨게~"라는 노래를 불렀지요?

그때 길면 기차라고 불렀는데 중국은 뱀과 용인가 봅니다.

 

운대산은 "세 걸음마다 샘이 있고, 다섯 걸음마다 폭포가 있고, 열 걸음마다 못이 있다.

(三步一泉, 五步一瀑, 十步一潭) "라고 한답니다.

물론 과장의 달인이라는 중국사람이 지어낸 말이기에 믿을 게 못 되지만,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세상의 계곡마다 못이 없고 폭포가 없고 샘이 없는 곳이 있으면 나와보라 하세요.

이 말이 묵슨 운대산을 대표하는 말이겠어요?

방금 들어갔다 온 미후곡이라는 곳에 대한 실망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이번에는 수도석(壽桃石)입니다.

큰 바위에 목숨 수(壽)라는 글을 새겨놓았습니다.

바위의 모양이 마치 복숭아처럼 생겼다 하여 그 이름을 수도석이라 부른 답니다.

그렇다 하고 지나 가려고 했지만, 시비 한 번 하고 갑니다.

저게 복숭아처럼 생겼습니까?

글이야 후세 사람이 썼을 것이고, 거기다 칠까지 했네요.

차라리 修道라도 제대로 했으면 싶습니다.

 

그 위로는 폭포가 하나 보입니다.

정인폭(情人瀑)이라는 이름이 있는 폭포입니다.

우리 말로는 연인의 폭포라는군요.

폭포가 서로 따로 갈라져 흘러 내려오다 한 곳에 합쳐졌기에 그리 불렀나요?

사랑하는 사람은 몸은 둘이지만, 하나의 영혼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이번에 보이는 폭포는 금룡와파(金龍臥波)라는 이름의 폭포입니다.

폭포의 모습이 마치 용이 물 위에 누워있는 모습으로 보였기에 그렇다는군요?

정말 용이 자빠져있는 모습으로 보입니까?

 

누구 입에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곳 담폭협 물이 중국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합니다.

수질검사라도 하고 그런 말을 하는 겝니까?

물이란 사람이 가까이 갈 수 없는 곳일수록 깨끗한 법이 아닌가요?

여기는 저잣거리처럼 많은 관광객이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 데 어찌 깨끗할 수 있을까요?

자연은 스스로 자정능력이 있지만, 그것을 혼탁하게 하는 일은 사람이 아닌가요?

아무리 깨끗해도 이곳에 와 탐욕 한 덩어리씩만 버리고 가도 여기는 혼탁한 곳이 될 겁니다.

그러나 나중에 대단한 반전이 일어납니다.

 

이번에 보는 폭포는 "Y"자폭(Y字瀑)이라는 폭포입니다.

이제는 이름조차 지을 게 없어 영어의 Y를 빌려 오기까지 했습니다.

중국도 제법 글로벌라이제이션 해 졌습니다.

세상에 유명 상표도 자기네 말로 바꿔 이상하게 보였는데 여기에는 반대로 영어까지 나왔네요.

 

여기에 보이는 연못은 청의지(淸漪池)라는 못입니다.

그런데 한글 표지에는 청련지라 쓰여 있네요.

맑은 물결이라는 의미는 청의라는 단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니면 말고요.

 

이번에는 불로천(不老泉)이라는 샘입니다.

여기까지 올라오면 제법 땀을 많이 흘렸기에 물병에 물이 거의 바닥날 때이기도 합니다.

불로천의 샘물을 한 번 마시면 10년은 더 살 것입니다.

두 번 마시면 20년은 더 살지 않겠어요?

그럼 세 번 마시면 어찌 될까요?

30년을 더 산다고요?

아닙니다.

배탈이 날 것 같습니다.

 

한국인에게는 장가계가 워낙 유명하여 많이 찾아가지만, 중국인은 이곳 운대산을 더 많이 찾는다 합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이곳과 직항편도 있고 배로도 접근성이 좋아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지요.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산을 무척 좋아하기에 운대산도 이제 한국 국민관광지가 되지 않겠어요?

 

운대산은 이곳만 따로 보기 위해 와도 될 정도의 멋진 곳입니다.

물론 또 중국사람이 지어낸 말이지만, 이 부근의 태항산을 중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한답니다.

우리 부부는 계곡 따라 물 따라 그렇게 산책하듯 올라갑니다.

 

이곳 담폭협은 무척 걷기 좋은 곳입니다.

아까 본 미후곡과는 전혀 다른 곳입니다.

산을 좋아하시는 분은 이 부근에 오셔서 여러 곳을 다니며 즐기기에는 무척 좋은 곳이리라 생각되네요.

그러나 우리 부부는 그냥 간단히 보고 갈 수 있는 곳만 둘러보고 다시 길을 계속 갈 겁니다.

 

세연지(洗硯池)입니다.

아마도 옛날 묵객이 이곳에 들러 벼루를 깨끗하게 씻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게 물을 오염시키는 나쁜 일이었을 텐데 그런 일마저 멋진 일로 치부해 버렸네요.

벼루는 없고 볼펜이라도 씻고 갈까요?

 

어느 미술학도가 가을을 화폭에 담다 잠시 자리를 비웠네요.

가을이 화폭에 듬뿍 담겨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은 낙엽 모두를 떨어 버리겠지만, 화폭에 남은 가을은 언제까지나 남아있을 겁니다.

佳人은 카메라와 마음속에 가을을 듬뿍 담아왔습니다.

 

이제 거의 계곡의 끝까지 올라온 듯합니다.

앞에는 엄청난 높이의 절벽이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곳에 서면 누구나 "와~"하는 소리를 지를 겁니다.

계곡의 끝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런 모습으로 더는 올라갈 수 없도록 딱 막아서 버렸습니다.

천애 절벽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은 나약하고 왜소해 보입니다.

정말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생각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늘은 협곡 세 개가 나란히 있다는 곳부터 먼저 보고 있네요.

제일 사람이 붐빈다는 홍석협은 내일 아침 일찍 찾아가고 그다음 수유봉에 올라보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남는다면 만선사도 들려보겠습니다.

이곳 담폭협은 무척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