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폭협의 용봉협(龍鳳峽)

2012. 5. 12. 08:00중국 여행기/하남성(河南省)

이제 담폭협의 막다른 곳에 도착했습니다.

더 올라갈 곳이 없네요.

엄청난 높이의 절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구름인가, 안개인가 잔뜩 끼어 시계가 영 좋지 않습니다.

중국은 대륙성 기후라 늘 이렇게 운무에 싸여있나 봅니다.

한국의 가을 날씨는 정말 청명한데...

 

장엄한 자연의 벽 앞에 서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답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사람과 용봉벽을 비교해 보세요.

 

마지막 코스로 진입하기 전에 커다란 바위가 갈라진 틈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이런 모습의 균열이 생긴 바위만 보면 환장하지요.

이미 여러분도 짐작하셨군요?

맞습니다.

시검석입니다.

칼 장난하고 싶다는 말이죠.

 

당왕시검석(唐王試劍石)이랍니다.

웃기고 자빠진 이야기로 들리시겠지만, 중국인을 이런 바위만 보면 칼 장난을 많이 합니다.

말장난만 하지 말고 제발 바위를 가를 수 있는 좋은 제품의 칼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佳人도 말로는 중국 인민 모두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까지 들어왔습니다.

이곳은 용봉협(龍鳳峽)이라 부르는 곳으로 담폭협의 제일 위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 용과 봉황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았지만,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제법 중국 여행이 오래되어 간다는 뜻일 겁니다.

담폭협으로 흐르는 깨끗한 물은 바로 이곳의 암벽 아래서 샘솟는 샘물과 절벽 사이로 흘러나온 암반수이기에

중국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라 자랑하는 이유입니다.

이 말은 맞는 말로 인정하렵니다.

여러분도 왜 담폭협을 흐르는 물이 중국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라는 이야기인지 아셨죠?

 

이곳은 절벽의 모양이 U 자라기보다 오메가(Ω)의 모양입니다.

들어가는 입구의 폭이 좁고 그 안이 무척 넓기 때문입니다.

3면이 절벽으로 이루어졌고 한 면만 열린 모습입니다.

절벽 암벽 틈으로 암반수가 쏟아집니다.

 

이곳은 무척 신비스러운 모양의 절벽입니다.

그 모양이 Ω 형태로 붕괴하여 떨어져 나간 형태입니다.

중력 때문에 탄산염암에 균열이 생겨 그 모양이 둥글게 Ω 형태로 깨끗하게 도려낸 것처럼

큰 덩어리를 들어낸 듯하여져 있습니다.

마치 솜씨 좋은 전문가에 의해 잘 다듬어지듯 잘려나간 모습입니다.

아! 그러면 아까 본 그 시검석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곳은 멋진 산책코스입니다.

제일 안쪽에는 Ω 형 절벽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 절벽의 높이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습니다.

마치 병풍처럼 드리운 용봉벽은 장관 그 자체입니다.

그 앞에 서면 누구나 입에서 탄성이 나올듯한 곳입니다.

입이 있고 눈이 있고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용봉벽(龍鳳壁)이라고 이름 붙인 절벽을 자세히 보세요.

용과 봉황이 노니는 게 보이십니까?

속세에 찌든 佳人의 눈으로는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용과 봉황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이 벽에 용과 봉황의 모습이 보인다고 합니다.

이럴 때는 정말 환장하겠습니다.

왜 나만 보이지 않는 겁니까?

 

날씨만 좀 더 좋았더라면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날씨는 정말 우리를 속상하게 합니다.

험한 산봉우리와 깊은 골짜기에 언제나 구름과 안개가 끼어 있어 오죽했으면 운대산이라 이름 지었을까요.

그러나 우리 마음대로만 되지 않는 이런 게 인생이고 여행이 아니겠어요?

 

이제 다음 볼거리를 찾아 담폭협을 내려갑니다.

이곳도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을 다르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중국은 인구가 많기에 어느 곳이나 들어가고 나가는 길을 따로 만들어 혼잡을 피하게 하였습니다.

 

올라갈 때는 몰랐습니다.

왜 이 계곡의 물이 중국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했는지...

내려올 때는 알았습니다.

 

담폭협을 흐르는 물은 바로 절벽 사이의 틈새로 흘러나오고 바위를 뚫고 올라온 암반수 샘물이었다는 것을...

그랬습니다.

담폭협을 흐르는 물은 정말 깨끗하고 순수한 물이었습니다.

그 물은 자연의 순수함을 모두 담고 있는 그런 물이었습니다.

 

용봉벽에서 용과 봉황은 찾지 못했지만, 장대한 절벽의 모습에 압도되었습니다.

마치 장인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파낸 듯 오메가 모습의 문 안으로 들어선 느낌이었습니다.

혹시 위의 사진 아래쪽 가운데 보이는 저게 용의 등줄기는 아니겠죠?

가재 등껍질이라면 몰라도...

 

담폭협 출구를 나오면 오른쪽에 천폭협 입구가 보입니다. 

담폭협을 보고 나오다 입구에 근무자가 있기에 천폭협을 돌아보는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니

2시간이 걸린다 합니다.

이미 시간은 4시가 훌쩍 넘어 한 시간 안에 천폭협을 보고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협곡에서 나가는 마지막 셔틀버스 시간이 5시 30분에 출발한다고 적혀있었습니다.

 

가장 깊은 곳에 있다는 윈타이티엔푸(云台天瀑)까지는 3km나 들어가야 314m의 폭포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이 늦으면 입구에서 나가는 차를 탈 수 없어 안상마을까지 걸어 내려가야 합니다.

뭐 이런 곳에 밤에 걷는다는 일도 좋은 일이겠지만, 진짜 운대산 산적이라도 만나면 어찌합니까?

이럴 때는 아쉽지만, 깨끗하게 포기하고 나가야 합니다.

 

잠시 걸어 내려오다 보니 물 가운데 공연장을 만들어 놓고 아주 우아한 동작으로 무술 시범을 하는군요.

물에 비친 모습이 한 마리 나비인 양, 또 학인 양...

부드러운 자세로 기를 모아가며...

 

비싼 입장료 때문에 미후곡에서 원숭이 뺨이나 때리는 공연보다 이런 게 훨씬 보기가 좋습니다.

정말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그곳은 화가 났거든요.

09, 10, 11, 14, 15, 16시에 각각 태극권 시범이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권법만 아니고 검술 등 여섯 가지의 다양한 기술을 진 씨가 개발하여 전승한 것이라 합니다.

여기도 진 서방이 꽉 잡고 있나 봅니다.

 

날씨는 산속이라 벌써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천폭협은 아쉽게 포기를 하고 내일 시간을 내서 다시 오기로 기약하고 버스 타는 곳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이 결정이 정말 잘못된 결정이라는 것을 내일 알게 되었습니다. 

 

저녁을 먹은 식당 안에는 클래식 자동차가 여러 대 진열되어 있습니다.

식당이 넓어 식당 안에 차를 여러 대 진열해도 될 정도의 넓은 곳입니다.

 

내일 먹을 과일도 미리 사서 배낭에 챙겨둡니다.

저녁을 먹고 들어오며 주인에게 하루 더 있다가 가겠다고 하며 1박에 80원이었던

숙박료를 60원만 더 주기로 하고 1박을 더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니 2박에 합이 140원인 셈입니다.

오늘은 운대산 안에 있는 삔관에서 코~하고 자고 내일 다시 홍석협부터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운대산 여행은 대부분 바람처럼 왔다가 구름처럼 사라지더군요.

이곳에서는 하루 정도 경구 안에 있는 삔관에서 자며 2일간 돌아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숙박료도 싸고 식대도 저렴한 편입니다.

초작에서 주무시지 마시고 안상마을까지 들어오세요.

그렇게 하시면 늦게 다녀도 불안하지 않고 이곳에서 코~ 자고

아침 일찍 사람이 붐비지 않을 때 구경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