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이라는 용광로

2012. 5. 8. 08:00중국 여행기/하남성(河南省)

오늘은 황성상부를 떠나는 날입니다.

정말 아주 좋은 곳을 보았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느낌이 아주 좋았거든요.

여행이란 준비하고 찾아가도 후회할 때가 있지만,

이렇게 우연히 들린 곳이 마음에 들 때도 있습니다.

 

우리 부부의 여행도 벌써 20일째입니다.

앞으로 열흘 후면 그리운 우리나라에 돌아가 있을 겁니다.

이때쯤이면 집이 무척 그리울 시간입니다.

특히 우리 음식이 많이 생각납니다.

 

佳人이 오늘 이곳을 떠난다고 황성상부 주인인 진 서방이 집안의 식솔을 모두 동원해

배웅한다고 법석을 떠는군요?

이렇게 요란 떨지 않아도 괜찮은데...

잠시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합니다.

 

젠장, 진 서방 부부까지 문 앞에 나와 두 손을 모아서 공손하게 잘 가라 인사하네요.

안 그래도 되는데...

산책하며 여행 중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흉노족, 선비족, 돌궐족, 만주족, 여진족...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을 두고 수천 년간 한족과 경쟁하며 살아온 민족들이죠.

중원이라는 거대한 세력에 맞서 늘 티격태격 거리며 살아왔던 그 많던 북방민족은

지금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아무리 인간의 삶이 구름 같다고 해도 질풍노도와 같은 힘으로 언제나 중원을 위협하며

살아왔던 민족이 어느 날부터 삼베바지 뭐 새듯 흔적조차 희미하게

그냥 슬그머니 사라져 버릴 수 있습니까?

 

이런 민족은 중원을 중심으로 세력을 갖고 있던 한족에 버금갈

세력을 가졌던 북방민족이 아닙니까?

서로 경쟁하고, 또 미워하며 함께 부딪히며 살아온 다민족...

늘 중원의 한족이 두려워했던 그런 민족이 아니었습니까?

 

수시로 물 좋다고 소문난 곳을 찾아 북방에 살던 여러 민족이 번갈아 내려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바람처럼 구름처럼 메뚜기 떼 쓸고 가듯 중원을 쓸어버리고

홀연히 사라지기를 수천 년...

어떤 경우는 아예 중원에 자리 잡고 살림까지 챙기며 섬겨달라고 까지 했잖아요.

이상하게도 그런 민족이 차린 밥상이 중원의 한족이 차린 밥상보다 더 훌륭했고

더 반찬 가짓수도 많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요.

오히려 중원에 자리하며 오랑캐라고 비하했던 민족이 일으킨 나라가 한족이 세웠던 나라보다

더 강한 나라가 많았잖아요. 

 

그들이 더 강했고 더 훌륭한 문화를 꽃피우지 않았나요?

그런데 이 북방민족은 지금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나요?

도대체 어디로 간 겁니까?

문화가 사라지면, 나라가 사라집니다.

나라가 사라지면 민족 또한 사라집니다.

아마도 중화, 중원, 중국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모두 사라지고 말았겠지요?

 

그렇다면 지금의 한족이라는 민족은 순수 한족 외에

이런 주변의 많은 민족이 함께 섞인 민족이 아닐까요?

중국에 살아가는 조선족이라는 우리 민족도 이미 젊은 세대는 정신적으로 문화적으로는

우리 민족이 아니고 중국에 동화되고 흡수되어 한중전 축구시합이 열려도

대한민국을 연호하지 않고 짜이요! 중궈를 외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중원의 한족과 더불어 북방의 오랑캐라고 불리던 이민족은

중원의 패권을 두고 늘 경쟁하며 살았잖아요.

그들 나름대로 화려한 문명을 꽃피우기도 했었다고 알고 있고 있고 이미 북방민족의 유적이

발견되고 그 찬란한 문화가 당시의 중원문화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지금의 중화문명은 사실 한족 고유의 문명은 아니지 않습니까?

의복, 음식, 그리고 땅만 파면 나오는 유물과 문화재...

그런 것을 모두 한 곳에 모은 곳이 중원이며 중국의 문화가 아닐까요?

 

어느 하나가 모두를 거부하고 자신의 문화만 강요했다면, 지금의 중국문화는 어찌 되었을까요?

오랑캐라고 배척하고 욕을 했지만, 사실 중국의 문명은 오랑캐라고 했던 여러 나라의 문명이

혼재된 문명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에 독불장군이 어디 있겠어요.

중국이 자랑하는 불교예술의 극치라는 3대 석굴은 한족과는 아무 상관없는 게 아닌가요?

 

그래서 이곳은 거대한 용광로가 되어 주변에 있던 세상을 모두 빨아들였습니다.

민족이 아니라 지역이 빨아들여 녹여버린 겁니다.

오랑캐라고 비하했던 그들이 사실은 오랑캐의 피를 이어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명은 이미 오랑캐라고 했던 문화가 중원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민족만

한족이라고 폼 잡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때로는 오만한 생각에 주변 나라의 땅은 물론 역사마저

모두 자기네 역사라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게 자기네 역사가 된다고 달라지는 것은 무엇입니까?

욕먹을 일밖에는 없지 않아요?

그게 그 민족의 고유 문화고 역사라 인정한들 중화사상에 커다란 흠집이 생기겠습니까?

오히려 대국이라고 칭찬들을 일만 있지 않겠어요?

 

그렇군요...

지금까지 중국이 버티어 온 힘은 주변국으로부터 너무 많은 욕을 먹었기 때문은 아닌가요?

욕을 먹어야 오래 살고 잘 산다고 하잖아요.

뭐 욕이 배 째고 들어오겠어요?

 

그러기에 한족은 그야말로 이름뿐인 한족이지 혈통도, 문화도 중화라는 허황한 생각에 빠진

허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그들이 한족이라는 것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왜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족이 1등 민족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지나 않나 싶습니다.

 

1등 민족이면 어떻고 2등 민족이면 또 어떻습니까?

이제 세계화 시대에 사실 국경이라는 의미는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잖아요.

그 알량한 우월주의가 만든 허상에 많은 중국사람은 만족하고 살아가나 봅니다.

 

한족이라는 허상은 유전학적으로 현존하지 않는 제3의 혈통으로 나타났습니다.

얼마 전에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중국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대학 생명과학학원 셰샤오둥(謝小東) 교수는 중국인의

유전자 검사를 해 본 결과, "순수한 혈통의 한족은 현재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하네요.

경천동지...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랍니까?

지금까지 중원이 버텨온 힘이 바로 한족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온 게 아닌가요?

그런데 한족은 허상이라니요?

형태도 없는 한족을 만들고 스스로 자랑하며 살아왔다는 말입니까?

 

그의 연구 결과는 중국 서북지역의 소수민족 DNA 연구 등을 통해 나온 것이랍니다.

셰 교수는 "DNA 조사 결과 현대 중국인은 다양한 민족의 특징이 고루 합쳐진 것으로

어떤 특정 민족의 특징이 도드라지게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답니다.

아! 젠장~

과학적인 근거에서 나온 이야기군요?

 

이 이야기가 바로 여러 민족이 함께 섞여버렸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이럴 때 짬뽕이라는 말을 사용하지요?

짬뽕보다는 비빔밥이라는 말이 더 옳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짬뽕이나 비빔밥은 사실 서로 잘 어울려야 더 깊은 맛이 납니다. 

 

이미 북방민족으로 이루어진 여러 나라가 지배층을 형성할 때

이미 한족과 섞여버렸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중화라고 자랑했던 한족은 그야말로 비빔밥 민족이라는 말이 아닌가요?

중국은 밥보다 면을 좋아하니 비빔면 민족이란 말이죠?

 

그는 "오래전부터 '한족은 중원(中原)에 살고 있다'라고 생각돼 왔으나 이는 특정 시기의 한족을

주변의 다른 종족과 구별하기 위해 만든 지역적 구분일 뿐"이라면서 "이젠 한족을 그렇게

지역적으로 따져 정의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답니다.

 

예를 들어 BC 11세기 현재의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 수도를 정한 서주(西周)는

한족 정권에 속하지만, 그 이후인 춘추전국시대에 같은 지역에 세워진 진(秦)은

소수민족인 서융(西戎)이 주류였다는 것입니다.

어디 시안만 그럴까요?

지금 우리 부부가 이번 여행에 거쳐온 곳도 그런 곳이잖아요.

 

또 중국 역사에 나타나는 중원의 범위는 주로 현재의 산시(山西) 남부와

장쑤(江蘇) 서부 및 안후이(安徽) 서북부 등의 소수 지방을 포함한 허난(河南)성 일대였으나,

이곳에 거주한 사람들을 한족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우리가 지금 구경하며 내려온 다퉁이나 뤄양의 석굴도 한족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북위 시대에 만들어진 게 아니었나요?

어디 석굴만 만들고 홀연히 바람처럼 사라진 게 아니라 이 지방에 나라를 세우고

다스리기까지 했다잖아요.

그럼 그 당시 민족이 다르다고 서로 혼인도 하지 않고 살았을까요?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말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중국인들은 또 자신들이 "염제(炎帝)와 황제(黃帝)의 자손이라는 염황 자손(炎黃子孫)"이라고

주장하지만, 연구 결과 황제와 염제의 발원지도 중국인들이 오랑캐로 치부해 왔던

북적(北狄) 지역이었던 것으로 연구 결과 드러났답니다.

사실 이 자체도 신화에 가까운 이야기라 물론 신빙성은 없겠지만 말입니다.

황제와 염제의 발원지는 모두 현재의 간쑤성과 산시(陝西)성에 걸쳐 있는 황토 고원지역으로

이 두 곳 모두 한족의 본거지가 아닌 것은 물론 주요 거주지역도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셰 교수는 "연구 결과 오히려 중국 북부에서 남부로 이주한 객가족(客家族)이 고대 중원인의

문화 전통을 계승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이들의 고어(古語), 풍속 및 습관에서 나타나는

역사의 흔적을 보면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중원인"이라고 강조했다고 하니 한족이라는 개념은

혈통 개념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문화개념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중국이라는 나라는 민족으로 구분할 게 아니라 여러 민족이 복합적으로 비빔밥이

되었기에 현재 중국의 한족이 중국 인구의 90 몇 %라고 하는 것도 이상한 것입니다.

이제는 나라의 구성이 어디 단일민족이라고 더 좋다고 할 수 없는 세상이 왔잖아요.

비빔밥은 오른쪽으로 비벼도 되고 왼쪽으로 비벼도 마찬가지입니다.

면에 비빔장을 넣어도 되고 비빔장에 면을 넣어도 되고요.

 

우리도 이제는 이런 생각을 버릴 때가 되었나 봅니다.

지금까지 단일민족이라는 마음으로 살아온 우리 대한민국도

단일민족이라는 마음을 버려야 할 때인가 봅니다.

이미 결혼하는 사람의 10%가 외국인과 하며 출생하는 아이도 다문화 가족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10%가 넘어버렸습니다.
이미 세상은 피부색의 구분도 사라지고 그 나라에 살며

 국민이면 그 나라 사람인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한족의 언어라는 漢字도 중국글자로 불러야 하고 한족이 몇 % 라는 통계

도 의미 없는 공허한 말이 되었습니다.

요즈음은 짬뽕과 짜장면까지 합쳐 짬짜면도 나온 세상인데

지금 짬뽕만 가지고 말할 이유도 없잖아요?

비빔밥이 어디 대한민국의 고유한 음식으로만 남아 있겠어요?

이제 우주인이 먹는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돋움한다고 합니다.

 

더운물만 부으면 세상 어느 지역에서나 즉석에서 맛난 비빔밥을 먹을 수 있답니다.

배낭여행을 떠날 때 몇 개만 준비하면 한식이 그리울 때

맛난 우리 비빔밥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왔습니다.

 

만약 정말 한족이라는 것이 유전학적으로 의미 없는 말이라면, 실체도 없는 허황한 생각에

사로잡힌 유령과도 같은 존재에 중국이나 주변의 나라가 웃고 울었단 말이 아닌가요?

 

짬뽕을 두고 팔보채나 탕수육으로 생각했다는 말이 아닙니까?

짬뽕에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그러니 중국이라는 나라는

"나는 짬뽕이다."

라고 해야

되나요?

아니면 순수한 우리 음식인 비빔밥이라 해야 하나요.

佳人의 이야기는 순전히 "아니면 말고."입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너무 민족으로만 구분 짓지 말고 세계인은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옆집에 살면 피부색이 어떻든 모두 우리의 정겨운 이웃사촌이 아니겠어요?

어느 나라 사람이 어떻다는 것보다 어느 나라나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이 모두 함께 살아가고 있잖아요.

 

하물며 같은 민족이라도 지방마다 서로 구분하고 등 돌리고 미워하며 살아가면 행복한가요?

이제 우리도 다문화 가정이 점차 늘어나고 그 사람이 어느 나라에서 왔냐를 따지기보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임을 인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 산서성 여행을 마치며 하남성으로 넘어가려고 준비하는 도중 아침 산책을 하며

여행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만 보냈습니다.

내일부터는 하남성으로 넘어가 보렵니다.

하남성은 중국에서 중원이라 부르는 핵심 지방이 아닌가요?

 

이 이야기는 전혀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분석해 본 글이 아니라

순전히 아침에 산책하며 혼자만 생각해본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혀둡니다.

현자는 한가한 시간일지라도 생산적인 생각을 한다는데

우매한 佳人은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쓸데없는 생각만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 여행 스타일은 주로 천천히 걸어 다니며 보는 방법입니다.

그 이유는 너무 빨리 지나치면 경치만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닙니다.

지금 어디로 가는지,  왜 가고 있는지조차도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두 발로 조근조근 밟아가며 두리번거리며 다녀보렵니다.

그런데 천천히 다니다 보니 쓸데없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