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타이산(云台山·운대산) 산적을 만났습니다.

2012. 5. 9. 08:00중국 여행기/하남성(河南省)

10월 30일 여행 20일째

오늘 이야기는 운대산 산적을 만난 이야기를 하려고 사진을 올려야 하는데

위에 올린 사진을 보니 佳人이 산적 같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황청샹푸(皇城相府 : 황성상부)를 출발해 양청(陽城 :양성)으로 나가

진청(晉城 : 진성)으로 가는 일입니다.

 

진청에서 윈타이산(云台山·운대산)이 있는 자오쭤(焦作 : 초작)로 가는 차가 있다면 그리로 가서

먼저 운대산을 본 후, 원래 코스로 생각했던 뤄양으로 가려 합니다.

운대산과 뤄양은 이번 여행에 가려고 했던 곳이니까요.

서안으로 가서 뤄양으로 오려고 했던 계획이 황성상부라는 멋진 곳을 소개받고 구경하기 위해 코스를

이탈함으로 갑자기 腦비게이션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경로를 재설정하겠다고 난리를 칩니다.

 

뇌비게이션이 잠시 난리를 쳤지만, 이제부터는 괜찮을 겁니다.

원래 계획이 운대산도 구경하고 뤄양도 가려고 했던 곳이기에 이제 제대로 코스로 진입하는 날입니다.

오늘부터는 산서성 여행이 끝이 나고 황하의 남쪽이라는 의미인 허난(河南 : 하남)성으로 들어갑니다.

예로부터 이 지역을 중국의 가운데라서 그냥 중원이라 불렀나 봅니다.

 

원래 계획은 시안을 구경하고 동쪽에 있는 허난성의 삼형제인 뤄양, 정저우 그리고 카이펑으로 가다가

소림사를 들리고 초작을 들려 운대산도 보려고 했지만, 황성상부를 오기 위해 시안을 포기하고 오다 보니

루트가 잠시 엉망으로 헝클어져 버렸네요.

 

우선 진청까지는 무조건 가야 합니다.

그다음에 어느 곳으로 차편이 쉽게 연결되나 알아보고 이동방향을 결정할까 생각합니다.

황성촌에서 양청으로 나가는 버스는 공교가 없고 아주 작은 빠오처만 다닌다 합니다.

지금도 저렴하고 수시로 다니기에 이동하는데 그리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빠오처가 출발하는 장소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황성상부 앞에 있는 도로의 큰 주차장에서 수시로 출발합니다.

바로 그곳은 서산원이라는 절로 올라가는 입구네요.

우리 부부는 8시 30분에 출발합니다. (3원/1인)

서산원이라는 절은 황성상부 문표를 산 사람은 무료로 올라가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크게 볼 것은 없더군요.

 

빠오처를 타고 15여 분 정도 이동하여 8시 45분경에 내리라 하네요.

그곳은 큰 도시로 보이고 혼잡한 사거리였고 중형버스가 서 있는데 모두 진청으로 가는 버스입니다.

이곳에서 진청까지는 수시로 이 버스가 운행하나 봅니다.

버스에 있는 진성-황성촌이라는 말은 황성상부가 있는 입구까지 가지 않고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반대로 오실 분은 진성에서 황성촌이라고 쓴 차를 타고 여기까지 오시면 여기서

작은 빠오처를 3원/1인에 타고 황성상부로 들어가시면 될 겁니다.

그러니 진청이라는 도시는 제법 큰 도시이기에 주변 도시인 뤄양이나 자오쭤(초작), 정저우, 타이위안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버스는 손님이 어느 정도 차야 출발하나 보네요.

잠시 기다리니 아침이라 제법 많은 사람이 버스에 오르고 곧 만원이 되니 버스는 출발합니다. (10원/1인)

이곳은 진청과 생활권이 같은 마을인가 봅니다.

 

한 시간 가까이 국도를 달려 무척 큰 도시로 접어듭니다.

이 도시가 바로 진청인가 봅니다. (9시 45분 도착)

이곳까지는 4-50분 정도 걸렸습니다.

오는 도중 많은 승객이 버스에 타고 내리기를 반복했기에 거리상으로는 먼 곳이 아니었습니다.

잠시 우리 부부는 작전타임을 갖습니다.

 

여기서 뤄양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초작으로 가 운대산을 먼저 구경할 것인가...

원래 계획을 생각하면 일정이 헝클어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럴 경우는 단순하게 행동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차가 연결되면 바로 먼저 연결되는 차를 타고 가면 됩니다.

두 군데 모두 원래 계획에 있던 곳이니까요.

 

우리가 도착한 이 터미널의 명칭이 진청 장도 터미널인가 봅니다.

진청은 무척 큰 도시로 생각되네요.

버스 터미널도 크고 이동하는 사람도 무척 많네요.

 

마침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바로 앞에 자오쭤(焦作 : 초작)로 가는 버스가 보입니다.

운전기사에게 자오쭤에서 뤄양(落陽 : 낙양)행을 물어보니 수시로 다닌다 합니다.

그러면 바로 자오쭤로 가서 운대산을 구경한 후 뤄양으로 가기로 하고 차에 오릅니다. (28원/1인)

이렇게 이동 버스가 쉽게 연결되면 시간 절약도 되고 무척 기분이 상쾌합니다.

중국에서 버스로 이동하며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 바로 차편이 몇 번이나 있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여행 일정이 아직 10일이나 남았기에 점차 진행하며 일정 변경을 하며 가면 될 것 같네요.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려 산서성에서 하남성을 넘어갑니다.

자오쭤는 산서성이 아니고 하남성이었나 봅니다.

버스가 달려가는 고속도로는 무척 험한 도로로 높은 산을 끼고 달립니다.

10시 20분에 출발한 버스는 무척 험악한 길을 따라 1시간 20분 만인 11시 40분에 자오쭤에 도착합니다.

이제 여기부터 고민입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이동할 뤄양행 버스를 알아보니 수시로 다닌다 하네요.

이제 숙소를 정하고 운대산 구경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렵니다.

그때 운대산 산적 같은 사내가 우리 부부에 접근해 윈타이산을 가겠냐고 묻습니다.

정말 생긴 모습이 깍두기 머리에 학창 시절 일진 짱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부부가 한국인임을 금방 알아채고

한국사람은 말은 알아듣지 못해도 글로 쓰면 알아본다고 하며 글로 대화를 시도합니다.

이 산적은 이미 한국인을 아주 잘 아는 글로벌 베테랑 산적인가 봅니다.

그러면서 윈타이산이 이곳에서 가까우니 지금 그곳으로 들어가서 구경하라 합니다.

문표는 한번 끊으면 2일간 유효하다 하네요.

우리도 사실 아직 12시가 넘지 않았기에 너무 이른 시간이라 어떻게 하나 고민 중이었지요.

 

그런데 윈타이산에 들어가 구경하고 다시 나오려면 무거운 배낭이 문제입니다.

산적이 제안합니다.

윈타이산에 들어가 오늘 숙박을 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곳은 아무래도 관광지인데 호텔만 있는 비싼 곳이 아닐까요?

아니랍니다.

저렴한 삔관과 농가삔관이 널렸답니다.

 우리 부부는 이미 황성상부에서 농가삔관을 경험했기에 가격을 물어보니 80-100원 정도라네요.

 

그러면 바로 윈타이산으로 가기로 합니다.

굳이 복잡한 자오쭤 시내로 들어가 잠을 자고 아침 일찍 다녀올 필요가 없이 오늘 반나절도 구경하고

내일도 온종일 구경하고

다시 이곳으로 나와 뤄양으로 이동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가기로 하자 자기를 따라오라 합니다.

터미널 매표소가 아닌 안내소로 데려가더니 두 사람 합해서 50원의 차비를 내라고 합니다.

돈을 내고 위에 보이는 표를 받아 들었지만, 어딘가 이상합니다.

이게 정상적인 버스표가 아니잖아요?

 

우리 부부가 하루 이틀 중국 여행을 한 것도 아니고 이게 정상적인 버스표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일단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더니만, 데려간 곳은 버스를 타는 곳이 아니라 구석에 있는 택시로 데려가는 겁니다.

울 마눌님이 택시를 보더니 기겁을 하고 안 타겠답니다.

우리는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지 언제 택시를 탄다고 했느냐며...

이거 참 난감하게 생겼습니다.

우리 부부는 여행하며 거의 택시를 타지 않습니다.

택시비를 버리더라도 타지 않겠다고...

 

산적이 우리가 머뭇거리는 것을 눈치채고는 터미널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제복 입은 여자를 불러와

 우리에게 안심시키는 말을 하게 하나 봅니다만, 우리가 중국어를 모르는데...

상황 정리를 하면 버스 터미널에서 운대산으로 가는 버스는 아침 한 대뿐이랍니다.

 

위의 사진을 보세요.

깍두기 머리에 학창 시절 일진 출신의 산적처럼 생기지 않았나요?

물론 아니라고 하실 겁니다.

운전대 잡은 산적은 본 적이 없으니까요.

 

이 사진은 지금 경황도 없는 상황에 부닥쳐 찍은 사진이 아니라 다음날 다시 운대산을 돌아다니다

자기가 먼저 우리를 알아보고 길거리에서 만나 반갑다고 찍은 사진입니다.

첫날 만났을 때 산적처럼 생긴 험상궂은 사내에 카메라 들이대고 사진 찍겠다고 할 수 없잖아요. 그쵸?

여행 중에 죽고 싶으면 무슨 짓을 못하겠어요?

그러나 첫날은 정말 생긴 게 산적처럼 몸집도 크고 뚱뚱하고 목소리도 임꺽정 같고 가끔

포대 화상 뺨치는 배를 내밀고 자기 배를 툭툭 치는데 그게 전형적인 산적의 모습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이곳에서는 버스가 없을 때 수시로 가는 사람을 위해 이렇게 터미널과 연합으로

택시를 이용하게 하고 요금도 바가지가 없도록 터미널에서 50원으로 정하였다 합니다.

우리 부부가 알고 있는 정보는 기차역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간다는 것이 전부였지요.

좌우지간, 납치만은 당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가기로 하고 출발합니다.

 

그런데 생긴 것과 달리 윈타이산 산적은 무척 여린 친구였습니다.

생긴 것은 우락부락하고 아주 많이 나온 배를 꺼내고 가끔 두드리지만, 말을 하는 게 아주 예의가 있는

친구로 불안한 우리를 다독이느라 윈타이산을 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거의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자기가 들고 있는 지도를 보여주며 무척 상세한 설명도 잊지 않고 말입니다.

 

30분 정도 차를 타고 윈타이산 도착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차를 타고 들어간 곳은 사진에서 본 윈타이산 입구가 아니라 옆구리로 들어가는 겁니다.

마을 이름이 안샹씨앙(岸上鄕 : 안상향)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은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입구보다 훨씬 안쪽에 위치해 무척 편리한 곳이었습니다.

아마도 예전부터 이곳에 마을이 있어 원주민이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이었나 봅니다.

 

지도에서 보듯이 관광지 대부분이 왼쪽에 보이는 안상마을에서부터 왼편에 있습니다.

홍석협, 미후곡, 천폭협, 담폭협, 수유봉, 만선사 등...

윈타이산 입구로 들어오면 공연히 한참 셔틀버스를 타고 안상마을로 와야 합니다.

장거리 셔틀버스를 타게 하는 이유는 셔틀버스 비용을 많이 받아 미안해 그랬나요?

이 마을은 실제로 많은 주민이 사는 마을로 가정삔관이 넘치도록 많아 자오쭤에서 숙박하지 말고

이곳으로 들어와 숙박하면서 천천히 둘러보 더 많은 곳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문표는 2일간이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적은 우리 부부를 竹林雅風이라는 삔관으로 안내하는군요.

이 마을은 입구에서 한참 들어와 관광지가 시작되는 곳 입구에 있는 마을이라 여러 곳을 다니기에

시간 절약도 되고 많은 숙박시설과 식당이 있는 마을이라 무척 편리한 곳이었습니다.

순전히 산적 덕분이었습니다.

 

삔관의 여주인은 우리 부부에게 1박에 100원이라 합니다.

우리 부부는 산적에게 아까 80원이면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산적은 주인에게 80원에 해주라고 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80원에 하루를 묵기로 하며 배낭을 풀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다음날 구경하며 다니다 길에서 우리 부부를 발견하고 반갑게 다가와 아는 척을 한

우리를 태워준 산적입니다.

예쁜 짓을 하라고 하니 V자를 그려주는군요.

보기에는 산적이지만, 정말 착한 순둥이 덜수 산적이었습니다.

깍두기 머리를 보면 영락없는 산적이지요.

 

배낭을 방에다 올려놓고 작은 배낭에 짐을 꾸려 내려오니 아직 산적이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 부부를

자기 차에 타라고 하며 윈타이산 표 파는 곳까지 무료로 태워주며 표 사는 것도 도와주었고

셔틀버스는 무제한으로 탄다는 것도 알려주네요.

세상에 산적이 모두 이렇게 친절하고 착했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은 서해를 넘어와 행패 부리는 나쁜 해적도 있지만, 운대산 덜수 산적은 정말 착합니다.

 

총비용은 180원(입장료 120원과 셔틀버스 비용 60원 포함)입니다.

그 다음날 돌아다니다 어제 우리를 태워준 택시 기사를 골목에서 만나 우리 부부에게 왜 안 갔느냐고

물어보기에 하루 더 있기로 했다고 하니 잘했다고 하네요.

이곳은 경로 할인이 되기에 120원에 셔틀버스까지 끊습니다.

버스는 정류장이 많아 어느 곳이나 횟수 제한 없이 타고 내릴 수 있습니다.

이곳 풍경구는 구경할 곳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기에 셔틀버스는 꼭 타야 편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울 마눌님은 겁을 냈지만,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고 결정이었네요.

저렴하고 깨끗한 숙소를 구했고 더군다나 시내가 아니고 운대산 안으로 들어와 자며 구경 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2일권을 제대로 사용한 셈이잖아요.

문표는 카드로 만들어 각 풍경구로 들어갈 때 긁고 들어갑니다.

단, 한번 들어간 곳은 다시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 부부가 당했으니까요.

 

배낭을 숙소에 내려놓고 구경에 나섭니다.

우선 오늘부터 구경해 보렵니다.

이곳에 숙소를 마련하고 돌아본다는 일이 이렇게 편안합니다.

원래 하루만 있기로 했지만, 저녁에 하루 더 묵어가기로 결정하고 1박 추가에 80원이라는 것을

60원만 더 주기로 하였습니다.

손님도 없는 비시즌에는 이렇게 우리가 숙박 가격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차를 즐기는 민족은 흥할 것이요.

술을 좋아하는 민족은 망할 것이라 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하신 말씀이라 합니다.

그럼 중국은 차도 즐기고 술도 즐기는 민족인데 이런 때는 어찌 되는 겁니까?

그래서 중원을 중심으로 수많은 나라가 흥했다 망했다 한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