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대산 홍석협(홍쓰시아 : 红石峡)

2012. 5. 14. 08:00중국 여행기/하남성(河南省)

10월 31일 여행 21일째

오늘은 이번 여행을 위해 집을 떠나온 지 21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제 10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군요.

집으로 돌아갈 날도 열흘밖에 남지 않았네요.

이때가 되면 제일 그리운 게 우리 음식입니다.

워낙 식탐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칼칼한 맛이 그립습니다.

 

오늘은 느지막이 일어납니다.

굳이 서두를 이유도 없습니다.

운대산 안에 있는 마을에서 잤으며 오늘 하루 더 자고 내일 아침에 나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되는 대로 돌아다니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때는 온종일 게으름을 피우고 싶습니다.

 

우선 홍석협부터 구경하려 합니다.

이곳 운대산에서 볼 곳 중 하이라이트가 홍쓰시아(红石峡 : 홍석협)가 아닌가요?

계곡 아래 숨겨놓은 홍보석과도 같은 곳이 홍석협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자방호(子房湖)는 홍석협과 연결되어 있기에 함께 보면 될 것이고...

 

안상마을에서 잠시 셔틀버스를 타고 오르면 첫 번째 정류장이 바로 홍석협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내리는 곳이죠.

운대산 구경을 온 사람은 다른 곳은 지나쳐도 여기만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지요.

운대산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는 운대산의 꿈동이가 바로 여기일 겁니다.

 

건너편을 바라보니 물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자방호에서 물을 가두어 수로를 통하여 흘려보내는 물길인가 봅니다.

언제 만든 물길인지는 몰라도 반 자연 반 인공인 자방호의 물을 아주 긴요하게 사용하려는 모습이지요.

산 허리를 깎아 수로를 만든 중국인은 우공이산을 실제로 실현한 사람입니다.

 

운대산에 온 사람 치고 홍석협을 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만큼 아름답고 운대산의 대표 미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돌아보니 그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운대산 안에서 숙박한 이유로 느지막하게 7시 30분에 숙소를 출발합니다.

 

잠시 걸어 안상촌에 들려 아침을 간단하게 먹습니다.

어제저녁을 먹었던 집이라 반갑게 맞이하는군요.

도삭면은 10원이고 볶음밥은 6원 하네요.

국수가 밥보다 비싼 곳이 중국이지요.

자 이제부터 미인보다 더 예쁘다는 홍석협의 속살까지 마구마구 파헤치며 들어가 보렵니다.

 

식사를 마치고 그 앞에서 버스를 타고 5분 만에 홍석협 입구에 도착합니다.

8시 45분에 홍석협 입구로 들어섭니다.

홍석협으로 내려가는 길은 깊은 계곡의 건너편이라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그런데 다리 앞에 검표소를 만들어 표를 검사합니다.

이 다리를 일선천교(一線天橋)라 한다는군요.

 

그 이유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계곡 아래서 올려다보면 좁은 협곡 위로 하늘이 보이고

그 하늘을 가로질러 다리 하나가 보이기 때문이랍니다.

나중에 내려가 올려다볼 겁니다.

만약 그 모습이 생각과는 다르다면 빠떼루 줄 겁니다.

 

다리 위에서 계곡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제법 멋진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구경하는 사람이 보이는군요?

그래도 아직은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내려가는 길이 제법 험합니다.

그러나 노약자가 내려가는 길은 따로 만들어 놓았네요.

그 길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한 길이지만, 한참 돌아간다 하네요.

 

길은 계속 아래 협곡으로 내려가게 하여 놓았습니다.

길이 산책하기에는 무척 좋게 만들어졌네요.

중국은 국토 모두가 국가 소유이기에 이런 시설에서는 아직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나라지요.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은 원생대에는 해변가였다고 합니다.

이미 우리는 지질 박물관에서 당시의 해저생물의 화석을 많이 보았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옛날 그대로 있었다면 도대체 육지가 없는 나라로 생각됩니다.

석림도 바다였고, 여기도 또 그렇다 하니...

그래서 반대로 베트남과 필리핀 코앞에 있는 바다도 남중국해라 하고 자기네 바다라 하나요?

바다 밑으로 세계가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 전 세계가 모두 중국령인가 봅니다.

 

고소공포증이 있으신 분은 조금은 두렵겠지만.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 않기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佳人이 고소공포증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 길을 별로 두근거리지도 않고 휘파람을 불며 걸었으니 괜찮습니다.

佳人이 무서운 것은 이런 길이 아니라 이런 길도 무서워하지 않고 즐기며 걷는 울 마눌님입니다.

 

우리가 홍석협을 보기 위해 걷는 길은 없던 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리나라라면 자연파괴라 하겠지만, 중국이기에 이렇게 절벽에 길을 만들고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길을 내기 어려우면 이렇게 굴을 뚫어 갈 수 있게 하였습니다.

덕분에 우리 같은 사람도 구경할 수 있고 세상 사람이 구경하려고 비싼 입장료를 내고 몰려옵니다.

 

깊은 굴로 들어가면 전깃불을 밝혀놓았습니다.

만약 이 길을 만들지 않았다면, 어찌 홍석협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요?

 

터널 속으로 걷다 보니 중간마다 석창(石窓)을 만들어 밖을 볼 수 있도록 하였네요.

지금 우리는 창을 통해 수십억 년 후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수십억 년 전에 만들어진 바닷속이고 석창을 통해 내다보는 모습은 바로 현재입니다.

세월이라는 게 정말 별 게 아니네요.

눈 한번 깜빡이니 세월이 수십억 년 후가 되었습니다.

 

붉은 돌이란 아마도 철분 성분이 많이 함유되었기에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러니 기이하게도 붉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기암절벽 사이로 길을 만들어 즐길 수 있게 하였고

간간이 폭포도 보여주어 아주 진귀하고 멋진 풍경을 보여줍니다.

손을 뻗으면 건너편 협곡을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곳도 있습니다.

중국의 관광지는 이렇게 사람의 힘으로 손을 대 보는 사람이 무척 편리하도록 하였네요.

 

14억 년 전 지각변동으로 생겨났다 하지만, 그게 우리 같은 사람은 가늠하기도 어려운 세월이 아니겠어요?

중국은 가는 곳마다 이렇게 바다가 묻고 따지지도 않고 불쑥 솟아올라 기묘한 자연을 만들어 주었나 봅니다.

홍석협은 운대산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볼거리라고 합니다.

가다가 길을 내기 어려우면 다리로 연결하여 건너편으로 건너가게 합니다.

 

그러니 일부러 만든 다리조차 아름다운 곳이 되었습니다.

기묘하게 생긴 붉은 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그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기에 일찍이 여기를

황하제일기협(黃河第一奇峽)이라고 부를 정도로 많이 알려진 곳이랍니다.

바위 모양이 오랜 세월 풍파에 시달려 닳아버려 동굴동굴 해져서 그마저 기이한 모습입니다.

 

다리 위에 서서 협곡 아래를 찍어보았습니다.

오른쪽 중간에 보시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이런 협곡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도 내려다보고 찍었습니다. 

홍석협을 다른 말로 온반협(溫盤峽)이라고도 부른다 합니다.

 

온반협이란 아래로 내려가 홍석협을 가로질러 건너가게 한 돌다리 부근까지의 별로 길지 않은 협곡의 폭이

불과 2-3m 정도로 좁기 때문에 골짜기의 공기가 외부와는 서로 잘 섞이지 않고 늘 20도 내외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다 합니다.

그러니 동굴 속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현상과 같다는 말일 겁니다.

 

겨울이 되어도 이 부근은 어지간해서는 얼음이 얼지 않는다 하네요.

바로 사진에서 보시는 이곳이 온반협이 되는 겁니다.

 

그러기에 이 지방 사람들은 특히 이곳을  봄과 같이 늘 푸름을 유지한다 하여 장춘곡(長春谷)이라고도 부른다네요.

얼지 않는다는 말은 겨울에 가보지 않아 佳人의 말에 책임질 수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부끄럽지만, 佳人은 언제나 이렇게 무책임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울 마눌님이 내일 다시 만나자고 바이 바이 하나 봐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고 내일 다시 만나면 어떻겠습니까?

내일 다시 온다고 홍석협이 어디 가겠어요?

내일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붉은 암벽으로 이루어진 홍석협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모습에 한동안 즐겁고 멋진 산책을 했습니다.

자연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시끄럽게 떠들며 지나가도 화내지 않고

세상살이에 힘겨워하는 우리에게 등을 토닥거리며 위로해 줍니다.

이런 곳에서는 세상 모든 일을 가만히 내려놓고 쉬며 산책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