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커우(壺口 : 호구)폭포를 찾아 지시엔(吉县 : 길현)으로 갑니다.

2012. 4. 17. 08:00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지에시우(개휴)에서 그곳 역무원의 배려로 다음날 입석표를 끊어 당일 침대칸에 편히 앉아

기차를 타고 새로운 도시인 린펀(临汾 : 임분)이라는 곳으로 왔습니다. (22원/1인)

중국어를 몰라 오히려 행복했고 고마운 은혜를 입었습니다.

중국에서도 여행을 하다 보니 이런 좋은 일을 겪기도 합니다.

일 년 전 여행에서도 통런이라는 곳에서 경찰의 도움으로 경찰차를 타고

터미널을 찾아간 일도 있었습니다.

 

혹시 佳人이 살아가는 도중에 선업이라도 쌓았나요?

이렇게 다녀온 여행 후기라도 쓴 게 선업 중의 하나일는지 모르겠네요. 

매번 여행 때마다 이야깃거리가 생기듯 이 또한 우리 여행의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여행기를 쓰고 있나 봅니다.

 

 

당일 출발표도 아니고 다음날 표를 끊고 기차를 차고 입석표로 침대칸에 앉아

왔는데 이 모든 게 다 무식해서 생긴 해프닝이지 제대로 말을 알아들었다면,

이런 일은 할 수도 없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억지였습니다.

세상은 때로 이런 우습지도 않은 일로 말미암아 빙그레 미소 지으며 다닙니다.

 

 

여행이란 때로는 이런 억지가 통할 때도 있다는 것은 그곳도 우리처럼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이 사는 아름다운 곳이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맞아요.

그들도 우리와 같은 36.5도의 따뜻한 피가 흐르는 같은 사람입니다.

2시간이 조금 지난 12시 47분에 기차는 린펀 역에 도착합니다.

린펀은 지우시에에서 서남 방향으로 아래에 있는 도시입니다.

 

 

후커우 폭포는 린펀에서 서쪽으로 가야 합니다.

여행 중 늘 우리는 생소한 곳에 도착하면 가벼운 흥분을 느낍니다.

여행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그런 야릇한 느낌이지요.

기차역 광장에서 버스 터미널을 물어보니 바로 근처라네요.

오늘 무척 운이 좋은 듯한데 역 광장에서 앞으로 난 큰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다

왼쪽으로 난 길로 들어가니 바로 그곳에 터미널이 있습니다.

 

 

지시엔(吉县 : 길현)으로 가는 차를 타기 위해 표를 사려고 하니까 이번에도 "메이요!"라네요.

오늘 모든 일이 술술 풀렸는데 그만 여기서 태클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지시엔으로 가는 버스는 아침 6시 30분 한 번 뿐이랍니다.

어멈?

이게 무슨 말입니까?

환장하겠습니다.

 

오늘 별의별 쇼를 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그러면 여기서 하루를 자고 내일 아침 새벽에 가야?

아까부터 썩은 고기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처럼 택시 기사들이 우리 부부 주위를 맴돌고

있는데 난 저들이 무서워요.

벌써 저들은 우리 부부의 목적지인 후커우를 알고 자꾸 따라오며

"후커우"라는 노래를 합니다.

 

 

마침 대합실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는 젊은이가 보이네요.

우리 부부는 젊은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다녔기에 접근했는데 젊은이가

노트북을 들고 다닐 정도면 정보에도 빠르고 영어도 가능한 사람이 대부분이잖아요.

 

우리의 목적지를 이야기하고 어떻게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느냐고 물어보니 그 젊은이는

이곳 터미널에서는 연안이라는 마을로 가는 버스가 후커우를 거쳐 가기에

하루 한번 아까 들었던 그 버스라 합니다.

그리고 후커우로 가려면 지시엔(吉县)으로 가야 하고 그곳으로 가는 버스는 이곳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고 야오먀오(尧庙 :요묘)라는 다른 곳에 있는 버스터미널이라 합니다.

 

 

그런데 왜 터미널에 근무하는 안내원은 우리의 목적지인 후커우를 알면서 다른 터미널로

가서 타야 한다고 알려주지 않고 이곳에 없으면 없다고 "메이요."라는 한마디만 하죠?

물론 이곳만 아니고 중국을 다니다 보니 그런 경험이 무척 많습니다.

절대로 있다 없다고만 하고 우리 일에 간섭도 하고 싶지 않아서일까요?

 

 

이제 야오먀오 치처짠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다시 물어봅니다.

옆에서 우글거리던 택시 기사가 눈이 빤짝이기 시작합니다.

우리 부부는 가능하면 택시를 타지 않습니다.

꽁꽁치처만 물어봅니다.

위의 지도만 보시면 우리 부부처럼 어리바리하지 않고 한칼에 끝내실 수 있습니다.

  

 

기차역 광장을 등지고 큰길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가면 버스정류장이 있고

그곳에서 3 路 버스를 타랍니다.

이제 이런 정보만 있으면 우리 부부는 울지 않고 잘 다닙니다.

드디어 버스정류장을 발견하고 버스를 타고 갑니다.

종점이라니 얼마나 가기 쉽습니까?

30분 정도 지난 1시 30분에 야오먀오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중국은 시내버스가 일찍 끊어집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시내버스인데도 오후 6시 대가 막차입니다.

설마 그게 중국의 인구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겠죠?

 

 

혹시 우리 부부처럼 이곳에 오실 분은 기차역 광장에서는 왼편에 길 건너다 보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3로 버스를 타시면 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마시고 무조건 타시면 종점이 야오먀오 터미널입니다.

그냥 버스 안에서 두리번거리며 중국 사람도 힐끗 바라다보시고 거리도 구경하세요.

이제 터미널 앞에 도착했습니다.

 

 

옴마야~ 좋아라~~

여기서는 지시엔으로 가는 버스는 수시로 출발합니다. (37원/1인)

버스는 터미널을 나와 오른쪽으로 잠시 가다가 유턴을 합니다.

그러더니 그곳에 버스를 세우고는 길가에 서서 한참을 호객행위를 하는군요.

우리가 탄 버스만이 아닙니다.

대부분 버스가 같은 행패를 부리고 있습니다.

 

 

잠시 후 출발하더니만, 이번에는 터미널 건너편까지 오더니만 또 버스를 세우고

호객행위를 하더니 또 유턴합니다.

이게 무슨 犬 같은 짓입니까?

다시 한번 반복하고 난 후 다음 버스가 뒤에 보이니 출발하여 지시엔으로 달립니다.

유턴 몇 번 하며 이곳에서만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그냥 보내버렸습니다.

중국은 시외버스를 타면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게 참 많습니다.

그게 여행인가 봅니다.

 

 

혹시 우리 부부처럼 이곳에서 버스를 타실 분은 터미널로 들어가지 마시고

길가에 버스가 보이시면 내리셔서 호객하는 버스를 타시는 게 더 빨리 갑니다.

호객하는 버스 뒤에는 지시엔(吉县 : 길현)이라고 크게 쓴 푯말을 차장이 들고 있어

금방 보이니까 그 푯말은 버스 앞에 늘 놓았던 그 푯말입니다.

 

 

버스는 4시간 가까이 달려 오후 6시가 거의 다 되어 지시엔(吉县 : 길현)에 도착을 하는데

중간에 아주머니 한 분이 버스에 오르더니만, 뭐라고 합니다.

우리 부부야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그냥 멀뚱 거리고 있는데 버스 기사가 자꾸 아주머니에게

우리 부부를 가리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아주머니는 후커우 폭포 투어를 예약하는 아주머니였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우리가 가는 길을 따라다니며 계속 칭얼거립니다.

 

 

마침 버스 안에 우리 앞쪽에 큰 배낭을 옆에 둔 젊은이가 보입니다.

다가가 영어를 하느냐고 하니까 한다고 하네요.

푸~ 하하하~ 또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배낭을 지참한 젊은이가 후커우를 구경하지 않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습니다.

뭐... 틀린다고 손에 장을 지진 사람도 없겠지만...

물어보니 당연하지요.

 

 

그래서 "우리 함께 뭉치자! 오늘부터 내일까지 말이다!"라고 했더니만, "커이"랍니다.

이제 중국말에 능통한 동행자가 있는데 이곳의 시간이 어두워 컴컴하다고 뭬가 두렵겠어요?

이제 지시엔(吉县 : 길현)과 후커우(壺口 : 호구) 폭포는 佳人의 손바닥 안에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여행 중 중국인을 만나 함께 다닐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잘 잡은 중국인 비서 하나 열 정보 부럽지 않습니다.

 

 

지시엔으로 오는 길은 버스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정말 먼 길을 달리고 또 달려왔습니다.

차가 달리는 길옆에도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우리 부부는 지금 가을 속으로 달려왔습니다.

울 마눌님 마음속에도 아름다운 가을이 내려앉았습니다.

 

 

지시엔 이라는 마을은 아주 작은 마을입니다.

마을의 큰길은 거의 외길이네요.

그리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버스 터미널이 외곽으로 이전해 버스를 탈 때는

그곳으로 가야 하지만, 내릴 때는 시내 입구 삼거리까지 와서 내려주네요.

 

 

함께 하기로 한 중국 젊은이와 일단 같은 숙소를 정합니다.

같은 숙소를 정해야 내일 후커우로 같이 갈 수 있기 때문이죠.

시내에는 삔관이 많습니다.

다만 우리가 늦게 도착했기에 협상에 약간 불리하겠지만, 중국인이 함께하기에 걱정 없습니다.

 

 

깨끗해 보이는 삔관이 있어 들어갔더니만, 1박에 150원을 달라고 하네요.

중국 젊은이는 그렇게 비싼 곳에 묵지 않겠다 합니다.

물론 우리 부부도 그렇지요.

 

잠시 뒤로 나와 조금 전 지나치며 보았던 골목길 안에 있는 삔관을 찾아갑니다.

원래 큰길보다는 이렇게 골목 안에 있는 삔관이 저렴하지요.

일단 협상은 중국 젊은이가 하고 우리는 옆에서 숨소리마저 죽이며 조용히 구경만

했는데 우리 부부가 숨소리마저도 내지 않았던 이유는

한국인의 숨소리를 주인이 알아들을까 봐...

 

 

우리 부부는 화장실이 딸린 방을 60원이라 하기에 40원에 하기로 하고

젊은이는 더 저렴하게 화장실이 없는 방을 30원에 하기로 합니다.

일단 방을 정하고 식사를 위해 길거리로 나왔습니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숭늉부터 내놓습니다.

중국에서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숭늉이 아니고 면 삶은 물이군요.

그래서 우리는 도삭면을 시켰습니다.

우리가 중국인이 아닌 것을 알고 어디서 왔느냐 묻네요.

 

 

한국이라 하자 한국사람을 처음 보았답니다.

젠장, 주방장 겸 주인인 사내도 일하다 말고 주방에서 뚫린 작은 문으로 우리를

내다보기에 그래서 사진 한 장 찍자고 하고 찍었습니다.

위의 사진에 잘생긴 저 남자는 포스터의 그림이 아니고 주방으로 열린 문의

실제상황인데 계속 내다보지만 말고 빨리 국수 줘~~

 

 

옆에 앉은 가족끼리 식사를 하던 사람들도 우리 부부가 중국말도 모르며

여행 다니는 게 무척 신기한 가 봅니다.

사실 우리 부부 스스로도 중국말도 모르며 돌아다니는 일에 신기해하기도 하지요.

그곳에서 후커우 폭포로 가는 버스를 확인하자 버스는 없고 빠오처나 택시를 타야

한다면서 요금은 한 사람에 최저 왕복 60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현지에 사는 사람에게 얻는 이런 게 사전 정보가 되는 겁니다.

 

 

정말 힘들게 찾아왔습니다.

후커우 폭포가 어떤 모습이기에 이렇게 힘들게 찾아왔을까요?

만약 내일 후커우 폭포가 멋이 없다면 부숴버릴 겁니다.

중국 돈에도 나온 곳이라 하니...

일단 믿어봅니다.

 

 

숙소로 돌아와 젊은이와 내일 후커우 가는 방법을 상의합니다.

젊은이는 조금 전 버스 내릴 때 만나서 끈질기게 따라다닌 아주머니 명함에 있는

전화로 가격을 상의합니다.

원래 후커우 입장 문표가 91원이고 자동차는 60원인데 한 사람 당 입장권까지

포함해 120원까지 절충이 되었다고 어떻게 할 거냐고 묻습니다.

그러니 151원을 120원에 하기로 했다는 말입니다.

물론 "커이"지요.

 

 

무척 저렴한 편이네요.

그렇지만, 경로 할인도 되느냐 물어보라 했습니다.

60이 넘었으면 80원에 해주겠다고 합니다.

이 금액은 할인도 되지 않는 왕복 교통비 60원에 20원만 더 받겠다는 게 아닙니까?

혹시 개구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문표는 날짜가 지난 표였고 문표 파는 곳에 근무하는 사람과

빠오처 기사 간의 무엇인가 있었지요.

알아도 모른척하고 들어갔습니다.

 

바로 결정하고 오늘은 코~ 하고 자고 내일 아침 6시 30분 숙소 앞에서 출발하기로

했고 물론 내일 후커우를 둘러본 후 우리 부부를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주는

일까지 약속받았습니다.

물론 돈은 모든 투어가 종료되고 우리 부부를 지시엔 터미널에 내려 준 후에 치르기로

했으며 이제 내일 후커우 폭포로 가는 문제는 완벽하게 숙제를 마치고

행복한 잠자리에 듭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중국 여행 중에 이렇게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하면

얼마나 큰 도움을 받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처럼 지에시우 기차역에서 중국어를 몰라 덕을 본 때도 있고요.

여행은 그 나라 말을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습니다.

다만, 내가 얼마나 여행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느냐가 아닐까요?

언어란 여행의 불편함을 조금은 덜 수는 있지만, 그게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