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정녕 중국의 호구(壺口)란 말이냐?

2012. 4. 18. 08:00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10월 28일 여행 18일째

 

중국에 유명한 호구(壺口)가 있다고 하여 오늘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며 찾아왔습니다.

사실 폭포를 바라보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더티엔 폭포나 황궈수 폭포는 폭포 주변을 돌아다니거나 폭포 안으로 난 길을 따라 걷기에

제법 폭포에 머무는 시간에 길었지만, 이곳 후커우 폭포는 돌아다닐 곳도 없어 그냥 한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기에 30분 정도만 보면 돌아서야 할 지경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구경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왔기에

원가가 무척 많이 들어간 곳이 이곳입니다.

 

여행도 이렇게 원가가 비싼 곳도 있다는 것을 알아갑니다.

헐!

그렇다고 폭포의 풍광이 뛰어나지 않다는 말은 절대로 아닙니다.

아주 훌륭한 모습이었습니다.

 

아침 6시 30분에 숙소 앞에서 만나기로 한 빠오처는 오지 않습니다.

잠시 후 7시가 가까워지니 나타나는군요.

우리에게 변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설거지하다가 늦었다고 하지 마세요.

중국 사람은 아침도 집에서 직접 밥을 해먹지 않는 것 다 알거든요?

세수도 하지 않아 눈곱도 그대로 붙어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다 압니다.

변명한다고 우리 부부가 중국어를 알아들을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젊은이와 우리 부부, 이렇게 세 사람이 타고 후커우 폭포를 향하여 나아갑니다.

중간쯤 가다가 약속한 돈을 먼저 달라고 하는군요.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기사의 일방적인 말이죠.

어제 젊은이를 통하여 미리 이야기해 놓았잖아요.

중국에서는 돈을 먼저 주었다가는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기에 단호히 끝나고 주겠다고 했습니다.

분명히 어제저녁 우리 부부는 후커우 폭포를 본 후 우리 부부를 버스 터미널까지 태워 준 후

돈을 주겠다 약속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우리 부부는 이곳을 보고 난 후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주는 조건으로 계약했으니까요.

중국 여행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말이 잘 통하지 않아 고민스러운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왜?

중국이니까요.

이 젊은이 덕분에 빠오처 기사와 계약을 아주 단단히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를 태운 빠오처는 잠시 망하정이라는 곳에 차를 세웁니다.

망하정(望河亭)이라...

그냥 황하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정자 하나 세우고 쉬어가는 곳입니다.

제법 꾸미려고 했겠지만, 개똥부터 치워야겠습니다.

 

그곳에서 황하를 내려다보면 역시 누런 흙탕물입니다.

그 오랜 길을 흘러내려오며 침전되어 맑은 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수억 년 쉬지 않고 불어온

황사로 말미암아 이 지방은 황토가 내려앉아 그 깊이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곳이 아니겠어요?

그 사이로 흐르는 강이기에 황하라는 이름은 필연입니다.

 

지시엔을 출발한 빠오처는 30분이 조금 넘어 문표 파는 입구에 도착합니다.

잠시 차를 세우고 기사 아주머니는 문표 파는 곳에 갔다 오네요.

표를 들고 오는데 보니 날짜가 지난 표를 들고 옵니다.

내 이미 그럴 줄 알았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이렇게 음성적인 방법으로 출입하는 것을 자주 보았기에

이제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표는 91원이고 주차료도 10원을 징수한다 했네요.

우리는 어제 약속한 대로 주면 될 겁니다.

주차료는 주던 말든 우리 책임이 아닙니다.

 

또 문표 파는 입구는 위에 보이는 사진처럼 산서성에서 섬서성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다리가

있는데 저 다리만 넘으면 이웃 지방인 섬서성입니다.

만약 린펀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다는 연안행 버스를 타고 후커우까지 오시려면 바로 이곳에서

내릴 것 같은데 이곳은 후커우진이라는 마을로 보입니다.

 

이곳에서 후커우 폭포까지 4km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삼거리에는 많은 삔관이 보입니다.

아마도 이곳까지 오셔도 숙박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숙박을 하며 볼 정도의 풍경구는 아닌 듯합니다.

그리고 4km나 떨어진 곳에 폭포가 있기에 걸어가기도 조금 먼 곳이네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안내를 해주겠다고 말하네요.

물론 젊은이가 통역하여 알았습니다.

우리가 중국말을 모르는데 안내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서 괜찮다고 사양합니다.

 

우리 배낭을 일단 차 안에 두고 몸만 빠져나왔으니 우리가 차만 타고 이곳으로 와

폭포 구경만 한 후 슬그머니 사라질 일은 없다는 말이지요.

도로 옆에 있는 주차장에서 폭포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지금은 황하의 물이 적은 철이라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보입니다.

 

이번에는 얼마 동안이나 보고 올 거냐 묻습니다.

글쎄요, 처음 온 우리가 얼마나 보게 될지 어떻게 압니까?

아주머니 왈 "30분이면 대부분 사람이 차로 돌아온다." 합니다.

이 말은 "뭉그적거리지 말고 빨리 와!"라는 말이 아닐까요?

물론 젊은이가 통역한 말이지만...

 

통역해 주는 젊은이로 말미암아 이번 여행 중 이렇게 중국사람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기도

처음으로 중국 여행이 이렇게 쉽다니...

후커우 폭포에 너무 일찍 왔나요?

구경하는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의 강바닥은 돌로 되어 있네요.

조금 전 아래에서는 모래를 퍼올리는 작업을 하더니만...

아마도 넓고 조용하게 흘러내려온 황하는 이곳에서 바위로 된 바닥을 지나며 일부 약한 부분이

물살에 의해 깎여지며 움푹 파여 들어가 낭떠러지 같은 단애(斷崖)를 만들어 그곳으로

갑자기 좁아지며 물이 흘러들어 가는 모습이 아닐까요?

 

여름철 장마질 때는 지금 서 있는 이곳 바위 위로 엄청난 물이 흘러내려갈 듯한데 바로 이런

단단한 바위로 된 바닥이 평지에서 아래로 꺼지는 기이한 모습의 후커우 폭포를 만들었나 보네요.

그래서 후커우의 모습은 계절마다 모두 다른 모습이고 그때마다 볼만하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중국에서는 이곳 후커우 폭포와 황궈수 폭포 그리고 더티엔 폭포를 중국 3대 폭포라 하던가요?

작년에 이미 두 곳을 보았기에 이번에 여기를 보면 중국의 3대 폭포는 다 보는 셈입니다.

 

먼저 더티엔(德天 : 덕천) 폭포를 한번 보고 갈까요?

더티엔 폭포는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에 폭포 앞에서 바라보면 오른쪽은 중국 폭포이고

왼쪽은 베트남 폭포인 셈입니다.

물은 같은 물이지만, 떨어질 때 어디로 떨어지느냐에 따라 나라가 다릅니다.

 

위의 사진은 중국 땅에 있는 폭포입니다.

아름답기로 치면 佳人 개인 생각으로 셋 중에 제일이라 생각됩니다.

중국 땅에서 국경선을 잠시 넘어가 베트남 땅을 밟아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한국인에게는 베트남이 무비자 15일이 주어지니 별 게 아니겠지만,

중국 사람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겠어요?

 

이번에는 황궈수(黃果樹 : 황과수) 폭포입니다.

주변에 황과라는 나무가 많이 있어 이름 또한 황과수라고 했다네요.

셋 중에 높이로 승부하는 폭포입니다.

그리고 폭포 뒤로 돌아들어 가는 길을 만들어 놓았기에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곳입니다.

 

그리고 오늘 구경할 후커우(壺口 : 호구)) 폭포입니다.

이곳은 산서성과 섬서성의 경계를 이루는 폭포라 양쪽에서 모두 접근할 수 있는 곳이지요.

그러니 하나의 폭포에 주소가 산서성과 섬서성을 모두 가진 이상한 녀석입니다.

후커우 폭포를 우리 부부는 산서성에서 찾아왔고 섬서성 서안에서도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 합니다.

그곳에서의 교통편은 전혀 모르겠습니다.

폭포 위를 지나다니는 다리가 없어 건너편에서의 모습도 알 수 없습니다.

 

접근성은 떨어지나 이곳이 우리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모 항공사의

광고 카피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한 때 우리에게 익숙했던 비행기 항공사 광고 말입니다.

진시황이 진나라 출신인 신하로부터 다른 나라 출신의 신하를 써서는 안 된다는 상소를 접하고

솔깃하여 그대로 시행하자 당장 개털에 되게 생긴 다른 나라 출신인 이사가 올린 상소문에서

모든 인재를 가리지 말고 써야 한다는 글을 광고 카피로 사용했을 겁니다.

泰山不辭土壤(태산불사토양) 河海不擇細流(하해불택세류) 라고 유식하다고 자랑질 한 게지요.

그런데 이사는 인재를 흙이나 물로 본 겁니까?

 

아니군요?

죄송합니다.

유식한 척한 게 아니라 한자는 중국인의 글이군요.

자랑질이 아니고 평소에 늘 사용하는 생활도구였습니다.

이사는 자기가 물 먹게 생겨 이런 글로 진시황의 마음을 돌렸다고 했나요?

진시황은 이사의 상소문을 보고 "오잉? 이사 말도 맞는디?"라고 하며 없던 일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싱거운 짓을 진시황이 했군요? 그쵸?

 

여불위의 아들일지도 모르는 진시황 영정을 도와 중국 최초로 천하를 통일하는 데

가장 큰 힘을 보탰다고 하는 이사가 출연료도 받지 못하고 이곳 폭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말 한마디로 일약 후커우는 한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폭포가 되었습니다.

이사를 후커우 홍보대사로 임명하라 건의해야겠어요.

 

우리 부부가 이곳 후커우를 찾은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니 바로 항공사 광고가

우리 머릿속에 깊이 남아 있었던 겁니다.

지금처럼 황하의 물이 이곳 후커우에서 한번 용트림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치며 굵고 낮은

음성으로 泰山不辭土壤(태산불사토양) 河海不擇細流(하해불택세류) 라고 했던 그 말 말입니다.

 

사실 베트남의 하롱베이도 가서 보면 별것 없지만, 그 항공사 광고 때문에 하롱베이는 졸지에

한국인의 국민 관광지가 되었잖아요.

젊은 부부가 좋다고 "여보! 나중에 부모님을 이곳에 보내드리자. 응!!!"하고 한 말 말입니다.

우리 부부는 자식 놈이 보내주지 않아 우리 부부가 꼬불처 둔 돈으로

버어어얼써 하롱베이를 다녀왔습니다.

"아들아! 거기는 이미 다녀왔단다. 유럽이나 한번 보내주라~ 응!!!"  

 

시간을 제대로 맞추면 후커우 폭포가 만든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확인하실 수 있지요?

무지개란 우리의 어린 시절 꾸었던 꿈에 비유하는 말입니다.

이곳에 서시면 우리를 꿈의 세상으로 인도합니다.

여러분은 무지개를 보셨습니까?

 

아! 네가 정녕 중국의 호구(壺口)란 말이냐?

어찌 이리 요란스럽더냐?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법석을 떠는구나!

 

아침에 볼 수 있는 무지개는 같은 산시성일지라도 태양을 등진 동쪽의

산시(山西)성에서만 볼 수 있을 겁니다.

너무 힘들게 찾아왔기에 내일 하루 더 후커우 폭포를 살펴보렵니다.

 

물처럼 살아가라 했습니까?

물도 물 나름이지요.

여기의 물은 G랄같아 정신이 혼미합니다.

이렇게는 도저히 정신이 사나워 한시라도 살아갈 수 없겠어요. 그쵸?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동안은

사실, 그것이 하기 싫다고 아니..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여행도 마찬가지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동안은

가지 않으려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으로는 결코 여행을 떠날 수 없습니다.

여행이란 단순 무식하게 시작해야 합니다.

갈 수 없는 이유를 나열하기 시작하면 누가 봐도 절대로 떠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