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원 장랑에는 삼국지와 서유기가 있습니다.

2012. 1. 19. 08:00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장랑이 길어 오늘도 잠시 더 보고 가렵니다.

장랑을 걷다 보면 회랑 천장 양쪽으로 많은 그림이 있습니다.

그러나 佳人은 무식하기에 그게 무슨 그림인지 알지 못합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내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른쪽에 세 명은 관우, 장비와 유비가 아닌가요?

아마도 삼고초려하기 위해 공명의 초가를 찾아가는 장면으로 보입니다.

 

아~ 이것은 알겠어요.

도원 작당이 아니고 도원결의하는 모습인 듯합니다.

이로써 삼국지라는 소설이 제대로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지요.

 

이 장면은 여포와 초선이 동탁 몰래 만나는 장면이 아닌가요?

여포가 초선에게 "오빠 믿지?"라고 하고 초선은 "저는 당신의 여자예요

하루빨리 동탁으로부터 저를 구해주세요.

당신 여포는 세상의 영웅이라고 하는 사내 중의 사내가 아니었나요?"라고

연환지계를 차곡차곡 진행하는 장면인 듯합니다.

아닌가요?

"오빠는 무슨 오빠야? 네가 오빠면 佳人 오빠는 어쩌라고~"

동탁이 이 모습을 보고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고 여포는 동탁이 칼을 휘두르며 쫓아오는 바람에

식겁했지만 여포는 초선이를 몰래 만나며 가슴이 콩닥거렸는데 동탁에게 들켜 도망가느라

또 가슴이 콩닥거려 하루에 두 번이나 콩닥. 콩닥.

 

드디어 화타가 떴습니다.

어깨에 독화살을 맞은 관우를 수술하는 장면?

아닙니다.

수염이 없으면 관우가 아니지요.

아마도 악비의 등에 그의 어미가 글을 쓰는 모습이 아닌가요?

 

요 장면은 알겠습니다.

삼고초려의 장면이 아닌가요?

아니면 제일 먼저 수경 선생을 만나는 장면이겠지요.

 

원숭이와 돼지가 자주 보이는 게 아마도 서유기에 관한 그림이지 싶습니다.

몇 장 더 보고 넘어가렵니다.

 

이곳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다른 느낌일 듯하네요.

이 길은 혼자 걸으면 아니 되옵니다.

특히 여자분 혼자 걸으면 서태후처럼 오만방자한 생각을 할지 모릅니다.

 

세상을 품기 위해 조카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조카가 사랑한 여인을 죽여 우물에 빠뜨릴지도 모릅니다.

 

한 자도 되지 않는 그녀의 작은 가슴으로 무엇을 얼마나 품으려 했을까요?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작은 손으로 무엇을 얼마나 잡으려 했나요?

그게 모두 지나가는 바람이며 잠시 나타났다 흩어지는 구름이라는 것을 언제 깨달았을까요?

탐욕이란 바닷물과 같아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이 마릅니다.

 

부부가 함께 와 같이 걸으시면 황제와 황후가 되어 잠시 그들의 세상으로 빠져들어 가실 수 있습니다.

오늘 마눌님을 잠시나마 황후로 만들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마눌님을 황후로 만들 수 있다면 나는 자연히 황제가 되는 날입니다.

황제가 되는 일이 이렇게 쉽고 간단하다니...

 

너무 장랑에 빠져 오래 머물렀습니다.

길다고 장랑이라 이름 지었지만, 아무리 긴 장랑일지라도 그 끝은 있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천 년 만 년 권력의 중심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더라도 그 끝은 있게 마련이지요.

 

시간이 나시면 그림 하나하나를 보며 이곳에 오래도록 머물러도 좋겠습니다.

오래 있겠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 하나도 없으니까요.

 

이제 우리는 파이윈텐(排雲殿 : 배운전)이라는 곳으로 왔습니다.

배운전은 이화원의 중심인 정전입니다.

배운이라는 말은 진(晉)나라 곽박의 유선시(遊仙詩) 중에 나왔던 말로 신선배운출(神仙排雲出),

단견금은대(但見金銀臺)라는 "신선이 구름을 헤치고 나타나니 보이는 것은 금은대 뿐이네!~"에서

따온 말이라 합니다.

어때요?

신선이 구름을 헤치고 나올 것처럼 보이십니까?

 

원래는 사찰의 대웅전으로 사용되었으나 서태후 시대에는 자신의 생일 등

경사스러운 일이 열린 곳이라 합니다,

안에는 서태후의 초상화와 옥좌가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 보관된 물건 모두가 서태후 70세 생일에 받은 선물이라 하네요.

죽을 때 억울해 어찌했나요?

무덤 속에라도 챙겨줄 걸 그랬나 보네요.

 

배운전 앞에 있는 패방부터 만수산으로 이어지는 건축군은 그야말로 중국 원림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답니다.

배치가 완벽할 뿐 아니라 건축 양식 또한 완벽에 가깝다 한다네요.

호수를 끼고 제일 앞에 패방이 있습니다.

패방을 지나면 배운문, 배운전, 덕휘전, 불향각, 중향계, 지헤해에 이르기까지 장엄한 기세로

질서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고 원림과 절, 그리고 궁전이 일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건륭 15년에 만들어졌으며 주체 건물은 대보은연수사이라고 합니다.

1860년 영국, 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불탔으나 광서 연간에 다시 지었다 합니다.

이곳의 모든 건물이 광서제 시절에 재건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광서제가 황제이기에

연호를 사용할 뿐이지 재건축에 들어간 사람은 황제가 아니라 자희태후였지요.

만수무강이라고 쓰여 있네요.

얼마나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을 괴롭히려고 만수무강이라고 합니까?

 

그러니 이곳은 전(殿), 각(閣), 랑(廊), 정(亭), 교(橋), 방(坊)에 이르기까지

거의 완벽하게 건축군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배치며 양식이 어디 한 곳 흠잡을 곳이 없이 완벽하다는 것입니다.

 

배운전은 원래 청의원 대보은연수사 대웅보전으로 함풍 10년에 서양 연합군에 의해 불탔으나

광서 12년에 그 자리에 배운전을 지어 자희태후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기 위해지었답니다.

그때 장수를 축원하며 왕공 대신들이 바친 선물이 진열되어 있다는군요.

 

이제 배운전을 지나 하나씩 올라가며 살펴보렵니다.

이곳은 통표를 끊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일반 문표만 끊고 들어온 분이더라도

이곳 입구에서 파는 입장 문표를 사면 들어올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꼭 들려볼 것을 추천합니다. 

 

바오윈거(寶雲閣 : 보운각)입니다.

불향각 서쪽에 있는 정자로 흰색 대리석 위에 세워진 41만 4천 근의 동을 녹여 만든 정자입니다.

그런 관계로 이화원이 영국 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모두 불타버렸지만,

이곳만은 동으로 만들었기에 화재에도 살아남았습니다.

 

특이한 건물임은 틀림없습니다.

전각은 목조 전각과 다름없지만, 청동으로 만들었기에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건축물입니다.

청나라 때는 황제들이 이곳에서 불경을 읽거나 염불을 외웠다 알려졌습니다.

서태후라면 염불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있었을 겁니다.

 

덕휘전(德輝殿)은 서양 연합군에 의해 타버린 청기원 다보전의 그 자리에 광서 12년에 덕휘전을

만들었고 이곳은 자희태후가 불향각에 불공을 드리러 올 때 이곳에서 깨끗한 의복으로

갈아입었던 곳이라 합니다.

황제가 천단에서 제천의식을 할 때 구복대라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었다고 하니

이 여인도 그대로 흉내를 냈나 봅니다.

 

서태후는 결벽증이 있었나 봅니다.

그녀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옷을 갈아입는 깔끔한(?) 여자였다 하네요.

참 여러 가지 골고루 한 여자였나 봅니다.

佳人은 이번 여행 내내 한 달 동안 저 재킷 하나만 입고 다녔습니다.

내일은 불향각이라는 곳으로 올라가 보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눈물을 거두어들이고 싶은 사람은

사랑의 씨를 뿌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상에는 사랑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서태후는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아 사랑의 씨앗을 뿌리지 않았나 봅니다.

그렇게 독하고 매섭게 살았던 이유는 사랑이라는 것을 세상에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