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원에는 유리로 만든 패방이 있습니다.

2012. 1. 21. 08:00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불향각을 보고 다시 뒤로 올라갑니다.

이곳은 이화원에서 가장 높은 곳입니다.

그러기에 이곳에서 이화원을 내려다보는 풍광은 최고의 지점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런데 불향각 뒤에는 유리로 만든 멋진 패방이 보입니다.

유리로 만든 패방은 처음 보는 모습입니다.

 

사실 유리라고 하지만, 도자기라고 봐야 하겠네요. 

불향각 뒤로 올려다보면 바로 위에 중향계(衆香界)라는 패방이 보입니다.

패방 안에 중향계라는 글자가 남아 있습니다.

티베트 풍으로 만든 것이라 지금까지 보았던 패방과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좌우지간 특이한 패방임은 틀림없네요.

 

이화원에서는 가장 높은 곳인 만수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에 패방을 만들어 놓아 저 문이 활짝 열리며

들어간다는 의미는 아마도 해탈의 경지에 오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불향각 위쪽에 자리한 즈훼이하이(智慧海 : 지혜해)는 만수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전각으로

서태후가 살아생전 이곳에 한 번도 오른 적 이 없다고 합니다.

불향각에는 불공을 드리러 자주 왔다고 하는데 바로 뒤에 있는 지혜해는 왜 들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꼼지락거리기 싫어서일까요?

게을러서일까요?

지혜는 서태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서였을까요?

지혜의 바다에 풍덩 빠지기 싫었나 봅니다.

 

만약 이곳에 들른다면 이곳에 올라 서태후도 바라보지 못한 멋진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어때요?

멋진 풍광이 아닙니까?

세상에 갖은 호사를 모두 누린 서태후도 느끼지 못한 풍광을 이제 우리는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사실 지혜해는 불향각에서 그리 높은 곳이 아닙니다.

 서태후가 꼼지락거리는 것을 싫어했나 봅니다.

이 멋진 풍광을 놓치다니...

서태후도 불행한 여인이었나 봅니다.

 

사실 불향각에 오를 때도 두 발로 걸어 올랐을까요?

가마를 타고 오르지 않았을까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서태후가 아니었나요?

물론, 佳人은 두 발로만 걸어서 헥헥거리고 올랐지요.

 

중향계 패방 뒤에 있는 유리로 만든 건물은 지혜해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무량전이라고도 부른다네요.

내부는 무척 어두워 사진으로 보여 드릴 수 없습니다.

 

건물 외벽에 천 개나 되는 자그마한 불상이 있는데 그 모습이 모두 다르다 하네요.

황금색 유리벽돌로 만들어 빛을 받으면 그 모습이 더 아름답게 빛난답니다.

어때요?

정말 아침, 저녁으로 해가 비치면 멋지지 않겠어요?

부처가 많다고 믿음이 강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방만 크다면 공부도 잘한다는 말과 같으니까요.

 

아무리 많은 부처를 모시면 뭐합니까?

여기까지 올라오는 게 귀찮다고 올라오지 않으면 서태후에게 영생 극락으로 인도하지 않을 겁니다.

자신의 잘못을 알기에 그게 무서워 부처의 모습을 직접 마주하기 무서웠나요?

 

그녀도 나중에 죽을 때 뭐라 했는지 아세요?

여자가 정사를 농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답니다.

그러니 자기가 했던 일이 잘못된 일이라고 알고 있었다는 말이 아닐까요?

정말 환장하겠습니다.

 

중향계 패방 뒤에는 기수림(祇樹林)이라고 글을 적어 놓았습니다.

기수림은 중인도(中印度)에 있던 기타태자(祇陀太子) 소유의 수림(樹林)을 일컫는 말인 듯합니다.

수달장자가 보시하여 부처는 그곳에서 설법을 하였다 알려진 곳이라 합니다.

 

여기도 황금색 유리벽돌을 사용하였네요.

서까래며 지붕과 건물이 마치 나무로 지은 것처럼 만들었지만, 전부 벽돌로만 지은 곳이군요.

 

그러니 이 패방은 불향각에서 보면 패방이지만,

지혜해에서 보면 조벽의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일거양득의 마음으로 만든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러나 패방과 불향각 사이가 무척 좁아 사진을 한 장에 담기 어렵습니다.

 

정말 알뜰한 마음이 아닐 수 없네요.

같은 벽을 앞과 뒤를 다르게 사용해도 이렇게 멋지게 만들 수 있으니 말입니다.

용 두 마리가 놀고 있네요.

눈으로 직접 보신다면, 더 멋지리라 생각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오늘 오른 곳이 이화원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합니다.

그러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자희태후는 이화원을 그렇게 사랑했으면서도 이곳을 오르지 않았다 합니다.

그녀는 세상을 살아가며 아래만 보고 위를 보지 못했나 봅니다.

자희태후는 더 높은 곳을 오르지 않고 아래만 보고 살았기에 오만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장 높은 곳은 오르지 않고 남겨두었다는 의미는 조금만 오만해지자고 생각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