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사합원에 숙소를 정합니다.

2011. 11. 18. 08:20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기차역에서 만난 학생도 우리와 같은 기차를 이용하여 베이징으로 올라간다 합니다.

워낙 복잡하고 개찰시간이 되자 그만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개찰하는 곳에 생수병을 쌓아놓고 고속열차를 타는 사람은 한 병씩 들고 가게 하네요.

중국이 이렇게 변했나요?

 

바로 기차역에서 나누어준 물이 시짱 5100이라는 물입니다.

홍보기간에 홍보용인지 아니면 고속철 승객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함인지 알 수 없지만,

좌우지간 고맙게 받았습니다.

물론 우리 부부는 각각 하나씩 두 개를 받았지요.

 

저는 가끔 길을 걷다가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늘 젊었다고 생각했고 언제나 청춘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모습과 너무도 다른 초라한 노인네의 모습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경험이 없으십니까?

아까 비자 발급받는 곳에서도 30대 후반에 찍은 사진은 분명 내 모습인데

그곳 직원은 몇 살 때 사진이냐고 물었거든요.

 

예전에는 전자기기도 제법 잘 다루어 다른 사람에게 사용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휴대전화를 새것으로 바꾸기만 해도 도무지 사용방법이 서툴러 휴대전화기는 전화만 주고받으면 되지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어~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런 게 바로 세월의 때가 수북이 내려앉은 아날로그 세대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러나 마음만은 디지털 세대입니다.

정확히 디지털 시대에 숨어서 곁눈질도 하며 살아가는 아날로그 세대입니다.

 

이런 어리삥삥한 佳人도 배낭 짊어지고 여행길에 나섭니다.

혹시 나이 때문에, 언어 때문에 망설이는 분이 계신다면 용기를 내십시오.

우리가 가는 곳마다 그곳에도 우리와 같은 36.5도의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두려워 떠나지 않는다면 영원히 떠날 수 없습니다.

두려움에 두근거리고 떠나지만, 돌아올 때는 아쉽다는 마음이 드실 겁니다.

 

기차표를 들고 좌석 찾아가 앉는 일도 중국어가 필요 없습니다.

더군다나 중국 기차는 탑승구에 직원이 있어 표를 확인하고 태우니까요.

5시 23분에 탕구를 출발한 기차는 50여 분만인 6시 15분에 베이징 남역에 도착합니다.

내릴 때도 말이 필요 없습니다.

중간에 정차하는 역도 없이 바로 베이징 남역으로 가고 모두 일어나 나가면 따라 나가면 됩니다.

 

이곳 역에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우리 부부를 웃음으로 반기는 삐끼가 무척 많습니다.

우리 차림새만 봐도 배낭을 짊어진 모습에 여행자라는 선전을 하고 다니잖아요.

그러나 우리 부부는 이 부근에 숙소를 정하고 싶지 않아 뿌리치고 걷습니다.

중국에서 삐끼를 뿌리칠 때는 눈도 마주치지 말고 얼굴도 보이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앞으로만 가면 됩니다.

바로 기차역이 지하철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가는 곳이 바로 지하철 역입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아까 탕구 역 대합실에서 이야기를 나눈 학생이 나타나 어디로 가느냐 묻습니다.

쳰먼 부근이라고 하자 지하철을 타는 게 빠르고 쉽다고 하며 지하철 타는 곳으로 안내하고 함께 북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 우리 부부가 바꾸어 타는 곳에 이르자 내려 동쪽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라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우리 부부는 첸먼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숙소를 예약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그곳에 가면 많은 숙소가 있을 것이고 쉽게 숙소를 잡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 금방 알게 됩니다. 

 

처음 배낭여행을 시작할 때 낯선 곳에 도착하면 두려운 마음에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낯선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 즐겁습니다.

바로 우리가 여행을 왔다는 실감이 드니까요.

같은 두근거림이지만, 그 느낌은 많이 변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조금 뻔뻔스러워졌다는 말일 겁니다.

 

우리 부부는 삐끼가 좋습니다.

처음 낯선 곳에 도착한 우리 부부를 웃음으로 맞이하잖아요.

비록 서로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미소란 아름다운 행위잖아요.

미소란 부자도, 가난한 자도 지을 수 있고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도 지을 수 있는 아주 단순한 일입니다.

물론 삐끼는 미소 하나만은 확실하게 지어주지요.

 

그리고 우리가 제일 알고 싶은 그곳 물가정보를 빨리 알려주잖아요.

처음에는 이들을 피했지만, 이제는 이들이 없으면 오히려 불안합니다.

그러나 중국의 어느 곳을 가나 삐끼를 만나는 일은 필수지만, 결정은 우리만의 절대적인 선택입니다.

자~ 이제 중간에 환승 한 번 하고 바로 쳰먼짠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첸먼에 내려 걷는데 삐끼가 하나도 없습니다.

갑자기 불안해지는군요?

이미 사진처럼 밤은 깊어가고....

우리가 이곳에 숙소를 정하려는 이유는 아무래도 베이징에서 5-6박은 할 계획을 하고 있었기에

가능하면 베이징에서 돌아볼 관광지로의 이동하기가 편리한 곳으로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어디가 편리한 곳인지 알지 못하니...

이번 여행이 날짜가 당겨지는 바람에 대강 큰 곳만 결정하고 떠났기에 베이징에 머무를 때

조금 더 연구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완전 작전이 헝클어져 버렸습니다.

삐끼가 없으니 주변 시세도 모르고 어디에 숙소가 많은지도 모르고...

더군다나 이미 베이징은 캄캄한 밤이 되어버렸으니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쳰먼(前門 : 전문) 앞에 또 하나의 문이 있는데 그곳을 정양문(箭樓 :전루)라고 쓰여 있습니다.

요게 바로 총알받이... 아니지요, 화살받이 역할을 했던 곳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위의 사진을 보니 누각에 수많은 벌집이 보이는데 만약 적이 공격하여 온다면 이곳에서 1차 방어를 하여

공격하는 적을 향하여 화살을 쏘려고 만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문을 저렇게 많이 만들었나 봅니다.

 

그 앞으로 난 큰길이 보이고 그 옆에 관광안내소가 보입니다.

일단 들어가 숙소를 알아봅니다.

대책란이라는 따실란으로 가면 많다고 알려줍니다.

오잉~ 그런데 그곳이 어딘지 알아야지요.

점점 불안은 고조되고...

 

알려준 곳(煤市街 :매시가)으로 걸어가니 많은 삔관이 보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물어보니 모두 와이구런(外國人)은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아니! 외국인은 밤에 잠도 자지 않는답니까?

정말 왜 그러세요?

모 주석께서 그리 가르쳤어요?

아래 사진에서 모 주석이 쳐다보고 있잖아요.

 

계속 길을 걸어가다 보니 만국기가 걸린 숙소(쳰먼 게스트하우스)가 보입니다.

들어가 물어보니 외국인도 받는답니다.

그런데 도미토리가 60원/1인이고 2인실은 200원이라 합니다.

아래 사진이 바로 쳰먼 호스텔입니다.

치엔먼이라고 읽어야 하나요?

 

저렴하게 도미토리에 묵고 싶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방을 사용한다는 게 썩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중국을 다니며 100원 이상 되는 숙소에는 거의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중국의 심장인 베이징이 아니겠습니까?

 

변두리 체질로만 여행을 다니다 보니 세상 물정이 어두워 감이 많이 둔탁해졌나 봅니다.

어느 여행객은 길거리 악사에게도 100원을 쉽게 던져주지만...

우리 백수 부부는 그리하지 못합니다.

 

다시 길을 걸어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오른쪽으로 크고 번화한 길이 나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길이 바로 대책란이라는 유명한 거리였습니다.

많은 삔관이 보이고 들어가 물어보니 대부분의 삔관이 외국인은 안 된다 하네요.

 

이러고 중국이 세계의 리더국가가 된다고 웃기고 누워계십니다.

천안문 광장에 마오쩌둥 사진을 붙이고 그 옆에 뭐라고 써 놓았는지 아세요?

세계인민대단결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진짜 웃기고 계십니다.

 

그런데 공통적인 것은 실내에 만국기를 걸어 놓은 숙소(레오 호스텔)는 외국인을 받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에도 숙소의 가격은 비슷한 수준입니다.

2인실은 비싸게 부릅니다. 

그래서 조금 더 걸어갑니다.

숙박비는 내가 걷는 걸음수에 반하여 줄어든다는 것이 세계 만국의 법칙이잖아요.

 

일단 외국인도 잘 수 있는 곳을 알아놓았기에 이제 한시름 놓고 저렴한 곳을 찾습니다.

남서방향으로 걷다 보니 갈라지는 길이 나오고 그 길에서 아랫길로 들어가 조금 더 내려가니

京日食이라는 사합원 양식의 삔관이 보이고 실내에는 만국기가 걸렸습니다.

제일 앞에 태극기가 보입니다.

 

숙소 이름이 징이스(京一食) 호스텔입니다.

중국 전통 사합원 양식의 숙소입니다.

베이징에서 만국기가 걸린 숙소는 대부분 외국인의 숙박이 가능한 곳으로 생각됩니다.

아래 지도만 눈에 익히시면 경일식이라는 호스텔까지 오실 수 있습니다.

예약도 하지 않아도 방이 많이 있습니다.

 

들어가 물어보니 외국인도 받는답니다.

젊은이가 영어도 합니다.

반가운 마음에 가격을 물어보니 2인실이 120원이라네요.

이 부근에서는 상당히 좋은 가격입니다.

 

낮에 찍은 사진입니다.

태극기를 걸어놓았습니다.

대체로 만국기가 걸린 숙소는 외국인을 받는 곳으로 생각됩니다. 

 

어디 다 주고 자면 되겠어요?

우리의 무기는 하루 숙박이 아니고 4-5일을 베이징에서 묵을 건데요.

그래서 협상을 합니다.

100원을 이야기하자 안 된다고 하네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힘도 빠지고 더 찾아볼 의욕도 없어 서로 10원씩 양보해 110원에 하기로 합니다.

 

110원이면 우리 돈으로 20.000원 정도 되는 가격입니다.

중국에서 하루 이상을 묵을 경우 거의 가격협상에서 우리가 유리합니다.

물론 우리 부부는 주로 비수기에 여행을 하니 말입니다.

5박에 550원과 야진이라는 보증금 100원을 치르고 영수증은 받아두었습니다.

 

인터넷도 되고 에어컨 기계인 콩티아오로 난방도 되는 집이었습니다.

이 집의 명함입니다.

오히려 찾기가 더 어렵게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오른쪽은 전문대가와 왼쪽의 유리창 거리의 중간 정도에 있으며 대책란 서가로 들어오면 보입니다.

 

중국의 사합원을 보실 수 있으며 그곳에서 묵을 수 있는 좋은 가격의 집입니다.

후통 투어 중에도 사합원 안으로 들어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남의 집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숙소를 사합원으로 했으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지금까지 중국어 한 마디를 하지 않아도 숙소에 들어왔습니다.

숙소에서도 영어가 가능하기에 짧은 영어와 숫자만으로 결정했습니다.

 

아~ 베이징의 밤은 깊어만 갑니다.

이제 이곳에 짐을 풉니다.

짐을 풀고 나니 피곤하기도 하고...

여행을 하며 항상 이동하여야 하는데 숙소를 구하면 여행의 반은 한 듯합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베이징의 첫날밤을 그냥 보낼 수 없잖아요?

이것은 참 여행자의 모습이 아닙니다.

자꾸 창밖에서 구경 나오라 손짓하는 듯합니다.

 

우선 숙소부터 정했으니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천천히 살펴보려고 생각했으나...

그런데 숙소에서 쉬려고 했더니 창문 밖의 풍경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려 방안에 있기가 그렇습니다.

누군가 숙소 주변이라도 돌아다니며 보아야 하지 않느냐고 유혹하는 듯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나가봐야 될 것 같네요.

아까 오면서 대강 이곳의 지리를 눈여겨보았기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기에...

 

우리 부부는 당연히 배낭만 던져놓고 다시 길로 나섰습니다.

막 숙소의 문을 나서는데 눈에 익은 사람이 보입니다.

바로 천인호 페리를 함께 타고 온 한국 여성입니다.

 

아까 헤어질 때 톈진에서 하루를 머물고 베이징으로 올라올 예정이라 하여 헤어졌는데...

바로 베이징으로 올라온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여성은 레오 호스텔의 도미토리에 숙소를 정했다 합니다.

결국, 다음날, 그 팀은 우리가 머문 숙소로 옮겨왔습니다.

 

옴마야~

여기가 그 유명하다는 탐관오리들 잡아다 오리구이 한다는 그 집이 아닙니까?

중국에는 탐관오리가 무척 많은 나라인가 봅니다.

오리구이집이 무척 많았거든요.

 

여기는 톈진에서 영업하다 서태후가 맛있다고 선전해주어 베이징까지 진출한 구부리 만두집이고..

아주 서태후가 작정하고 모델로 나섰습니다.

가게 앞에 앉아서 광고에 정신이 없습니다.

 

흐미~ 여기는 동인당이라는 중국 제일의 약국이고...

 

이 집은 중국 영화의 시발점이라는 대관루라는 곳이군요?

 

안녕하슈?

궁궐에 신발을 납품하던 곳이라 했나요?

중국에서 제법 역사가 있다는 유명한 가게는 대부분 이곳에 몰려있습니다.

쩐러우에서 남쪽으로 곧게 뻗은 길이 바로 전문대가라는 길이고 그 길에서 남서쪽으로 가지를 내린 길이

바로 대책란입니다.

 

우리 부부는 가을의 밤이 깊어가는 베이징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날밤을 맞이합니다.

오늘은 코~ 하고 자고 내일 다시 길을 나서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사랑의 힘입니다.

더군다나 평생을 함께 살아갈 부부란 사랑 없이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이라는 게 과거 젊은 시절 뜨겁게 느끼는 그런 사랑이 아닙니다.

그냥 눈에 보이지 않으면 궁금하고 손을 뻗어 느끼지 못하면 걱정스러운 사랑입니다.

그러나 살다 보니 가끔 사랑이 내 마음에서 가출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 사랑이 다시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더 단단히 떡허니 자리 잡더군요.

살다 보니 말입니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의 사랑은 호롱불 사랑이라고 하지요.

화려한 불꽃은 보이지 않지만, 은은하면서도 밤새워 도란거릴 수 있는 그런 분위기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