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세상의 원리가 있었다네요.

2011. 11. 21. 08:27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오늘은 제일 먼저 시내부터 돌아보렵니다.

아무래도 중원의 중심이라는 자금성을 포함해 그 주변을 천천히 걸어 다니며

둘러보려는데 우리 같은 자유 배낭여행자에게 가장 큰 고민은 찾아갈 곳에 대한

정보로 자연적인 풍광이야 그냥 바라보면 되지만,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있는 곳은

그냥 바라보면 의미가 반감하잖아요.

 

더군다나 글이 있으면 이게 오른쪽부터 읽어야 하나, 아니면 왼쪽부터 읽어야 하나를

고민하지만, 뭐 사실 읽기도 어렵거니와 읽는다 해도 의미를 모르니 마찬가지긴 하지요.

유식한 척 어려운 한자로 쓰고 게다가 어떤 곳에는 휘갈겨 쓰니 읽지 말라는 의미라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외면하고 가지요.

 

 

그래서 가이드 없이 자금성을 구경하기 위해 약간의 공부를 하고 돌아보렵니다. 

중국의 도성 건축 원리는 그들이 교과서라고 생각하는 주례라는 책에 나오는 동관 고공기의 

도성 구성에 관한 원리에 따라 만들었다 합니다.

그냥 아무렇게나 대목수 마음대로 만든 게 아니라 원칙에 따라 만들었다 합니다.

 

주례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알고 있습니다.

인간이란 자기들이 규범을 만들고 그 규범에 얽매어 살아가잖아요.

인간이 만든 규범에 대한 해석을 자기 입장에서 함으로 서로 당쟁도 하며

싸우는 게 인간이 아닌가요?

결국, 1/2과 0.5를 두고 서로 자기 말이 바르다고 싸우는 게 우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물론,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나 일본 그리고 베트남도 이에 따라 궁성을 만들었다고

알려졌는데 같은 문화권이라 베트남을 제외한 동남아시아와는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도리라든가 규범을 따지는 국가에서는 도성의 건축물을 마음 내키는 데로

그냥 함부로 만들 수는 없지 않겠어요?

이렇게 모범 답안을 보고 그대로 만들었으니 얼마나 쉬운 방법입니까?

족집게 과외 선생이 따로 없습니다.

 

 

그 책에 나오는 이야기에

'匠人營國, 方九里, 旁三門, 國中九經九緯, 經涂九軌, 左廟右社, 面朝後市, 市朝一夫'라고 기록이

남아있다는데 그 의미는 '왕의 도성은 사방으로 길이가 9리이고 각 변에는 문을 세 개씩 둔다.

성 안에는 동서와 남북방향으로 각각 9개의 길을 만들고 그 길의 너비는 아홉 대의 수레가

나란히 서서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가운데 왕궁을 두고 동쪽에 종묘를 두고 서쪽에 사직단을 둔다.

그리고 왕궁 앞으로는 국가의 관청을 두고 뒤로는 시장을 배치한다.

시장과 조정은 일 묘 즉, 사방 백 보의 넓이로 한다.'라고 한다네요.

 

길이는 물론 위치까지 족집게 모양으로 찍어주었습니다.

머리 골치 아픈 이야기입니다만, 도성 건축이 배낭여행보다 쉬워요~

그런데 길의 너비는 수레 아홉대가 나란히 서서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목에서

또 분쟁이 일어날 수 있잖아요.

수레 폭을 정해놓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인간은 또 이것 때문에 당파가 갈리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진시황이 수레바퀴의 폭을 통일했다고 했나요?

백 보라 하면 최홍만과 이수근의 보폭이 다를 텐데 우짜면 좋겠습니까?

 

 

그러니 첫째 중앙궁궐(中央宮闕), 둘째 좌묘우사(左廟右社), 셋째 전조후시(前朝後市),

넷째 좌우민전(左右民廛)이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러한 룰은 중국에서는 도성을 지을 때 기본적인 생각이라 하네요.

 

도시의 구성은 궁성을 중심으로 좌우 전후를 이런 지침에 따라 건설하고 그 주변으로

일반 백성이 사는 곳을 만들었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주변을 다시 성벽으로 둘러쌓아 도시를 완성했다는 말이겠지요.

이런 모습의 도성 건축 방식을 회자형(回字型) 도시라 한다고 하네요.

 

 

그러니 이는 중국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 어느 나라나 유교의 영향권 아래 있는

나라의 왕궁이 있는 도읍을 둘러보면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형식인 게지요.

처음에는 한문으로 써놓아 복잡해 보였는데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일이군요?

 

 

이 원리만 머리에 숙지하고 돌아보면 아무리 복잡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자금성도

쉽게 찾아다닐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래 지도를 참고하시면서 밑에 쳰먼(前門)이라는 정양먼에서부터 일직선으로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을 통과하여 북으로 올라가면 경산공원이 나옵니다. 

 

 

이 말은 한가운데 황제가 기거하는 궁을 두고 황궁에서 바라볼 때 왼쪽에 태묘,

서쪽인 오른쪽에는 사직단이 있고 전방에는 실무를 집행하는 조정이 있고

후방에는 시장이 있게 만듭니다.

이런 이론에 따라 베이징이라는 도시가 생겨났을 겁니다.

지금은 공산화되며 예전 황실의 권위를 모두 쫓아낸다고 사직단은 사라지고 중산공원이

되었고 우리는 종묘라고 하는 태묘는 귀신조차 범접하지 못하게 인민 문화궁에게 자리를

대부분 양보하고 뒤에 숨어있답니다.

 

태묘라 하면 황제 귀신의 이름표인 위패를 모신 곳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황제 귀신이 자리를 대부분 빼앗기고 구석에 모여 훌쩍이며

눈치 보고 셋방살이한다는 말일 겁니다.

황제라도 살아 있을 때 황제지 죽고 나니 개털보다도 못한가 보네요.  

 

어때요? 지도를 보니 과연 그 원리대로 지었잖아요.

자금성이 복잡하다 해도 이 원리에 따라지었지 다른 게 없습니다.

헐!!!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합니까?

황궁이 넓다고 정치를 잘하나요?

우리와의 차이는 조금 더 크다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경복궁도 복원이 끝나고 원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면... 

 

 

그러니 중앙에 있는 황궁을 위해 주변에 다른 곳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되눈데 이런 생각이 중국의 기본적인 생각이기에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름을

볼 때 주변이 오랑캐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주변국이란 중국을 위해 존재한다는 아름답지 못한 생각 말입니다.

뭐 괜찮습니다.

생각은 자유니까요.

그렇게 폼 잡고 살다가 한 입에 홀랑 털어드셨으니까요.

 

 

지금 천안문 광장에는 조정의 실무를 담당하는 전조(前朝)이기에 관아가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겠는데 한마디로 정부 종합청사라는 말이네요.

천안문의 동쪽인 지금의 역사박물관이 있는 방향으로 종인부, 이부, 호부, 예부, 병부, 공부,

홍려시, 흠천감이 있었고 지금의 인민대회당이 있는 방향으로 형부와 대리시, 태상시,

도찰원 등의 관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관청을 통틀어 전조(前朝)라고 불렀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관청이 모두 어디로 갔습니까?

여기도 도성 이전한다고 난리라도 났었나요?

신중국이 들어서며 불도저로 모두 밀어버렸나 봅니다.

세상이란 새로운 힘이 生 하면 먼저 있었던 질서는 삼베바지 뭐 세듯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사라지는 게 이치인가 보네요. 

 

 

당시에는 이런 모습을 보고 동쪽은 살아 있는 것을, 서쪽은 죽어 있는 것을

취급하는 관청이라 불렀다 하네요.

황궁 뒤에는 저자가 있고 좌묘우사로 황궁 왼쪽에는 황제의 조상을 모시는 태묘가 있고

오른쪽에는 토지와 곡물의 신에게 제사 지내는 사직단이 있었을 겁니다.

 

좌우 민전이란 황궁 주위로 많은 수의 민가와 상점이 있고 왕자들이 기거하는 왕부를 배치했다

히는데 우리나라 서울의 경복궁을 중심으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종묘의 위치와 사직단의 위치...

그리고 육조가 어디에 있었느냐를 생각해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지잖아요.

 

 

위의 사진처럼 문에 박은 장식용 황금 못인 문정(門釘)마저도 황궁이라

아홉 개씩 아홉 줄로 만들었네요.

세상 어디나 동과 서를 같은 방법으로 구분하지요.

힌두교에서도 동쪽은 현 세상이고 서쪽은 사후 세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힌두교 사원 대부분의 출입문은 동쪽으로 나 있어 사람이 드나들게 했다네요.

 

 

동쪽은 생기가 있고 피어나는 곳이며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곳이고

서쪽은 지는 운세로 죽음과 쇠망과 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쪽은 밝음이며 따뜻함이며 봄이며 살아나는 것이고 시작이며 처음이며 아침인데

서쪽은 저녁이며, 동시에 차가움이며, 가을이며, 죽음이며, 끝이며, 어둠입니다.

따라서 양과 음으로 구분하면 동과 남은 양에 해당하고 서와 북은 음에 해당한다고 하잖아요.

 

만약 태양이 서쪽에서 떠올라 동쪽으로 진다면 이 생각은 반대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 봅시다.

얼라리요? 대한민국은 중국의 동쪽이 아닙니까?

또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어느 방향에 있습니까?

만약 생각이 있는 중국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면 환장할 노릇입니다.

 

 

재미있는 일은 새로운 왕조가 탄생하면 먼저 있었던 왕조의 기를 누르기 위해 새로운

토목사업을 벌였기에 명 왕조는 원대 황궁 자리에 경산(景山)을 인공으로 더 높이 쌓아

올려 원나라의 기를 제압하려고 했으며 청 왕조는 그 산 위에 다섯 채의 정자를 만들어 

명 왕조의 기세를 꺾으려 했다는 점입니다.

 

 

이 말은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도성을 그대로 재활용하되 적은 비용으로 리모델링해서

먼저의 세력을 위에서 무엇이든가 눌러서 그냥 사용하자는 의미가 아니겠어요?

다만, 그냥 사용하기가 찝찝하니 도배 정도는 안 되고 더 강력하게 차이 나는

방법으로 리모델링한 겁니다.

한 층을 더 올리거나 옥탑을 만들면 먼저 집과 차별화에 성공하잖아요.

 

일제가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기를 누르고 맥을 끊기 위해 산 정상에 쇠못을 박고

철도를 낸다고 산을 절단 낸 것과 비슷한 생각이겠지요.

이 일 때문에 일본은 지진에서 안전해졌나요?

대한민국의 기를 꺾어 영원히 꺾었나요?

참 졸렬하고 안쓰러운 일본입니다.

일본이 생각하는 수준이 겨우 이 정도였나요?

지금도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것을 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런 어리석을 생각으로 먼저 권력의 세력을 눌러 흥한 게 아니라 세상이 변한 겁니다.

그런 바보 같은 생각으로 언제까지나 천세 만세를 외치며 영원한 제국을 꿈꾸지만,

그 권력이 사라지는 원인은 전 권력의 문제가 아니고 스스로 만든 잘못 때문이지요.

그것은 하늘의 잘못도 아니고 민초의 잘못도 아닙니다.

한 마디로 "너나 잘하세요."입니다.

 

 

세상의 도성이라는 곳은 지리적인 장점이 있어야 하고 기후가 좋아야 하고 도시는 문물이

모이고 번창해야 하며 교통의 중심점인 곳이 되어야 하지만, 

사실 베이징은 이런 의미에 많이 부족한 곳이지요.

 

 

그러다 보니 인공적으로 산을 만들고 운하를 파고 거대한 저수지를 만들고...

단순하게 인구가 많다고 이런 짓을 한 곳이 바로 베이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문물이 발달하며 이제 그런 지리적인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되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는데 그래서 중국이 자연의 섭리를 따르지 않고

남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나 봅니다.

 

 

국민성이란 그 나라의 지정학적인 위치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잖아요.

앞으로 미국을 대신해 세상의 리더로서 살아가야 할 나라가 순리에 따라 살아가면 좋을 텐데...

팍스 차이나는 구호로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 싶습니다.

아래 사진 두 장을 모셔왔습니다.

 

 

 적벽대전의 연환계가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요즈음 서해나 제주도 부근에 출몰하는 중국 어선을 찍은 사진이라 합니다.

가만히 보니 이게 조폭들의 조직적인 행동이지 순수한 어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리 단체로 훈련하고 조직되어 위기 시, 선단을 꾸미는 방법까지 조련받은 전문가인 것 같습니다.

 

이게 바로 마치 적벽대전에서나 본 연환계가 아닌가요?

그러면 조조가 어민으로 위장하여 저 안에 숨어 있을까요?

제갈량이 동남풍이라도 불어오게 했다면 화공으로...

역시 삼국지의 나라이기에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세상의 문명국이고 차세대 선도국이라는 우리의 이웃 나라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가요?

TV에서 이 화면을 보고 佳人이 좋아했던 중국이라는 나라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

오만한 중국 정부 대변인은 이 사진을 보고 뭐라고 할까요? 

분명 "우리 선원의 신변을 최대한 보호해달라!"라고 하지 싶습니다. 

 

 

이제 이런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 중국의 심장을 주변부터 하나씩 살펴보며

안으로 들어가 보렵니다.

그냥 둘러보는 방법도 좋지만, 이렇게 혼자만의 생각으로 돌아보면

또 다른 느낌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더군다나 배낭여행자는 가이드도 없이 다녀야 하기에 기본이라도 알아야

어떤 것을 볼 것인가 생각하잖아요.

 

오늘 날씨가 무척 좋습니다.

황사와 미세먼지의 도시 베이징의 가을도 우리나라처럼 파란 하늘인가 봅니다.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보여주기 위해 간밤에 그리도 비가 퍼부었나 봅니다.

佳人이 걷는다고 물청소를 하려고 하늘에서 그리도 비를 퍼부었나 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제 하나하나 돌아보며 사진도 찍고 그 안에 있는 이야기도 들춰내며 돌아보렵니다.

모르면 그냥 슬쩍 쳐다만 보고 지나가고요.

그러나 대부분 佳人 개인의 생각이기에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시고 읽으셔야 합니다.

공연히 묻고 따지시면 골치만 아프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