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으로 가려고 인천여객 터미널로 갑니다.

2011. 11. 15. 08:29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오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우리 부부만의 한 달간 여행 이야기의 첫 페이지를 살포시 엽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오늘부터 佳人의 여행기를 함께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 중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노래가 있지요?

젊은 시절은 이 노래를 들으며 모든 아빠가 물불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살았을 겁니다.

저녁에 파김치처럼 축 처져 집에 돌아와 이 노래라도 듣는다면 다시 힘을 낼 수도 있었잖아요.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며 이 노래를 듣는다면 자다가도 식겁할 겁니다.

그리고 '이 노래가 얼마나 무서운 노래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은퇴할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말일 겁니다.

평생을 열심히 힘을 내며 살았는데 그 끝이 없다는 게 아니겠어요?

쉬고 싶어도, 몸이 아파도,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어도...

 

혹시 몸이 아프기라도 해 잠시 쉬고 싶을 때 이 노래를 듣는다면, 환장할 일이 아니겠어요?

아파도 일어나 또 죽으라 일하라는 채찍보다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겠어요?

얘들아~ 아빠는 로봇 태권브이가 아니란다.

정말 아빠도 가끔은 쉬고 싶은 때가 있단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이 노래가 정말 아빠를 위한 노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아름다운 황혼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자식들이 아빠의 아름다운 여생을 마음껏 즐기며 황혼을 열심히 살아가시라 부르는

노래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뭐 지금은 이런 노래 부를 나이는 아니지요.

그러나 이런 노래보다 여행이나 다녀오시라고 용돈이나 주머니에 쿡~ 찔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이 노래를 불러 준다면 더 좋겠습니다.

아들아!

아빠도 찔러주는 돈을 받을 줄 안단다.

 

佳人 오늘부터 아이들이 전혀 신경도 써주지 않지만, 여행길에 나서렵니다.

신발 끈 단단히 조여 매고 먼 길을 나섭니다.

그동안 몰래 뚱쳐 둔 비상금으로 배낭 하나 둘러메고 부부 둘이서만 길을 나섭니다.

 

佳人의 여행기에 실리는 사진은 佳人의 눈높이로 다니며 본 세상 모습입니다.

佳人의 여행기에 나오는 글은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설령 그 내용이 틀린 내용일지라도 개인적이 소견이므로 논쟁의 대상이 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의 생각과 당연히 다를 수 있습니다.

 

여행기란 원래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자유로운 글이 아니겠어요?

보시는 분들에게는 그저 그런 흔한 글이겠지만,

쓰는 사람 처지에서는 머리가 나빠서 한 땀 한 땀 장인의 정성으로 수를 놓듯 써내려 간 이야기입니다. 

 

이번 여행은 비행기를 타지 않고 배를 타고 다녀오렵니다.

그 이유는 한번 정도는 배를 타 보고 싶었고 비행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그러나 그게 절대적인 게 아닐 겁니다.

비행기도 비수기에는 오히려 더 저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관광 붐으로 말미암아 저렴한 비행기 표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미 중국의 관광인구가 3억 명이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런 일은 점점 더 심화하지 않겠어요?

중국도 이제는 관광에 눈을 돌릴 정도의 소득이라는 말인데

외국여행으로는 우선 떠오르는 곳이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되지 않겠어요?

더군다나 일본은 지진과 방사능의 두려움이 있고 태국은 물난리로 야단법석을 떠니

아무래도 한국이 여행지로는 최고일 겁니다.

 

배를 이용한 여행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살며 배를 탄 경험은 유람선 정도였지 이렇게 배를 타고 외국으로 여행을 간다는 일을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갑니다. 

 

처음 출발하려고 생각했던 날에 한 달 전 예매하려 했더니 이미 모든 표가 매진이라고 합니다.

800명이나 승선한다는 인천-천진 페리호가 말입니다.

그 앞 주도 마찬가지라 합니다.

단체여행객이 몰려 그렇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요즈음 비행기 표가 가격이 비싸 조금이라도 저렴한 배로 몰리는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너무 늦게 출발하면 춥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할 수 없이 계획보다 거의 보름이나 빨리 떠나게 되었습니다.

우리 여행은 늘 이렇게 두서없이 진행되나 봅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완전한 백수이기에 여행 날자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 여행은 출발하게 되었고 처음 생각했던 한 달을 정확히 맞추어 끝내게 되었는걸요.

 

혹시 나이가 드신 분 중에 배낭여행을 생각하시는 분에게 도움이 되실까 하여 조금은 지루하지만,

자세히 적어보렵니다.

누구나 여권 하나만 들고 길을 나서면 한 달간 佳人 부부처럼 배를 타고 저렴하게

중국을 마음껏 돌아다니시다 오실 수 있습니다. 

 

인천에서 출발해 톈진(천진:天津)으로 들어가 기차를 타고 베이징(北京)으로 오늘 바로 들어가렵니다.

물론 왕복으로 여객선 표를 예매하면 10% 할인이 되기에 같은 톈진에서 인천으로 미리 왕복으로 결정했습니다.

일정은 10월 11일 인천에서 출발하여 11월 11일 인천으로 들어오는 일정입니다.

선상비자가 한 달짜리라 정확히 한 달 여행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佳人보다 더 佳人을 사랑하는 울 마눌님과 둘만의 여행이었습니다.   

 

집에서 전철을 타고 동인천역까지 갑니다.

1시 출발이라 11시 전에는 도착해야 하기에 집에서 8시 반에 출발합니다.

배낭을 메고 지하철을 타니 마치 먼 산행이라도 떠나는 기분입니다.

 

집에서 출발한 지 1시간 반이 지나 동인천역에 도착합니다.

동인천 역을 나와 길 건너편을 보면 위의 사진처럼 보이실 겁니다.

그러면 지하도를 통하여 건너편으로 가야 합니다.

 

지하도 안으로 건너가면 왼편 연안부두 방면이라는 표시가 보입니다.

바로 우리가 배를 타기 위해 버스를 탈 정류장이 있는 방향입니다.

 

건너와 뒤를 돌아보니 동인천 역이 보입니다. 

전철역을 나와 그곳에서 24번 시내버스를 탑니다.

여기까지는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누구나 오실 수 있습니다.

 

버스를 탈 때 기사분에게 제2여객터미널을 가느냐고 물어봅니다.

인천에는 여객터미널이 두 곳이 있다는군요?

우리는 톈진으로 가야 하기에 제2 여객 터미널로 갑니다.

 

잠시 버스를 타고 가면 바로 여객터미널 입구를 지나 버스 정류장에 정차하며 내리시면 됩니다.

인천 여객터미널에서 톈진으로 가는 배는 일주일에 화요일과 금요일 두 편이 있습니다.

그 배가 일주일에 두 번 왕복한다는 의미인 듯하네요.

출발 시각이 서로 다릅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올 때는 같은 시각에 출발하지만...

 

자...

이제부터 佳人의 이번 중국 여행을 위해 인천 여객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대합실에는 벌써 많은 사람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한국말과 섞여서 중국말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중국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는 뜻은 우리가 중국으로 간다는 말이겠네요.

 

혹시 배를 이용하여 중국으로 가시려는 분에게는 이번 이야기가 조금은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우리 부부처럼 중국어도 잘하지 못하고 입국 문제도 두려우신 분에게는

우리 부부처럼 두리번거리며 다니면 되기 때문입니다.

중국을 손쉽게 돌아다니시는 분들도 처음에는 우리 부부처럼 두리번거리고 다녔던 초보 여행자였을 겁니다.

여행의 달인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처음에는 어리삐리하게 두리번거리며 다녔던 분들입니다.

여행이란 시작하기 전에는 두려웠고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면 늘 아쉬운 게 여행이 아니겠어요?

 

미리 예매한 표를 저곳에 보여주면 탑승권을 줍니다.

남녀가 유별하여 부부라도 다른 방으로 배정하여 줍니다.

혹시 배에 올라 그 방에 함께 여행하시는 분에게 양해를 구하면 같은 방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화요일에 출발하는 배를 타는 게 유리하군요

톈진 도착을 낮에 하기에 비자도 받고 하려면 아무래도 밤에 도착하는 금요일 출발보다는

낮에 도착하는 편이 도움됩니다.

배를 이용하는 정보 대부분은 佳人의 여행에 늘 격려해주시는 OO님이 알려주셨습니다.

아직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사이버상에서 친구보다 더 가깝게 지냅니다.

 

역시 중국으로 간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중국인은 몇 사람만 모이면 저렇게 손을 맞추어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놀면 뭐합니까?

머리를 쓰면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고 손을 움직이면 건강에 도움이 되잖아요?

 

이게 우리 부부가 한 달간 다닐 배낭입니다.

제가 늘 허리에 차고 있는 2kg 무게의 카메라 가방만 사진에 없습니다.

23L 배낭 두 개와 35L 배낭 하나가 우리 부부의 한 달 여행의 전부입니다.

그래도 저 가방 안에는 작년에 중국 여행 중 샀던 전기장판과 노트북 컴퓨터, 침낭 등

아주 다양한 살림살이가 있는데 모두 15kg 정도의 무거운 짐입니다. 

 

인천에서 톈진까지 여객선 운항에 걸리는 시간은 27시간이나 걸린답니다.

그런데 그게 사실 중국이니까 마음대로라 합니다.

접안하는 시간이 항구 사정에 따라 많이 늦어진다고 하는군요.

 

어른 요금은 항만세와 유류할증료도 포함하여 왕복하는데 모두 281.200원입니다.

나중에 귀국할 때 중국 탕구항에서 30元을 항만세로 더 내야 합니다. 

비행기와는 다르게 비즈니스 이하는 선내에서는 음료나 밥을 개인적으로 사 먹어야 합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배를 타고 하는 여행은 크게 경제적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걸리는 시간 또한 많기에 짧은 휴가를 얻어 떠나시는 직장 여행자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같은 백수는 시간에 제한을 받지 않기에 아무 상관없습니다. 

 

배편은 귀국 편까지 미리 국내에서 모두 예매를 마쳤습니다.

오고 가는 날짜가 정해졌지만, 중간에 거쳐 가는 곳은 예약이나 미리 정해놓은 곳이 없기에 편리한 방법으로

다니려고 생각했기에 총 여행 날짜는 비자 기간에 맞추어 딱 30일로 잡았습니다.

 

비자는 선상 비자로 하고 위안화 170원/1인 이라네요.

여행사를 통한 비자 발급비용보다 조금 저렴합니다.

선상비자는 중국으로 들어가는 항구마다 요금도 다르고 비자 기간도 다릅니다.

톈진은 한 달짜리 비자입니다.

 

이제 배 안을 돌아다니며 구경이나 하렵니다.

톈진은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중국에서는 제3의 큰 도시라고 하네요.

청나라 말기에 서태후가 권력의 화신이 되어 난리를 칠 때 이곳 천진이 서구 열강의 군대가

중국의 심장으로 들어가는 대문 역할을 했던 곳이지요.

바로 베이징과는 무척 가까운 항구이기에 이 항구가 이용했을 겁니다. 

그러니 중국 근대화의 대문이나 마찬가지였던 곳이라 생각되네요.

한때 세상의 중심이라고 자부심을 느꼈던 중국이 욕을 본 그런 항구인 셈이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언어란 서로 간의 의사소통에서 단지 수단에 불과합니다.

마음으로 읽는 언어가 더 오래가고 더 큰 감동을 줍니다.

말로 하는 언어는 남을 속일 수도 있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만, 마음으로 하는 언어는 진실만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