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 필요한 다섯 친구.

2011. 11. 16. 08:17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출국 순서는 출항을 약 한 시간 반을 남기고 시작하는군요.

800여 명을 태우는 배이기에 무척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출구로 빠져나가지만, 그리 혼잡스럽거나

시간이 걸리지 않고 신속하게 이루어집니다.

나중에 중국 톈진에서 출국할 때와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 출입국 업무가 무척 신속하더군요.

 

드디어 배에 올랐습니다.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오히려 공항보다 더 빨리 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 신고가 이루어지네요.

출국장을 나서게 되면 모든 승객은 버스를 이용하여 배까지 이동하여 배어 오릅니다.

 

배에 오르면 안내 데스크가 있고 그곳에서 방 배정을 받습니다.

우리는 저렴한 비즈니스석을 예약하였기에 6인실 방을 배정받습니다.

방 하나에 키를 두 개 준비하여 먼저 오르는 사람부터 주는군요.

잃어버리면 30.000원을 배상한다고 하니 열쇠를 받은 사람은 그 열쇠를 잘 간직해야 하겠습니다.

 

방의 모습은 4인은 2층 침대이고 2인은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방에는 4명이 배정되었고 모두 한국사람이었지만, 올 때는 모두 중국사람 중에 혼자 끼어 왔습니다.

방안에 화장실은 없어 공동 화장실을 사용해야 합니다.

다만, 세수할 수 있는 세면대는 방안에 있더군요. 

 

드디어 배가 출항을 하고 잠시 후 갑문으로 들어섭니다.

예전에 학교에서 배웠던 바로 그런 갑문으로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한 서해는 썰물이 되면 수면이 무척 낮아지기에

큰 배가 항구에 접안하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일단 좁은 도크로 들어가면 들어온 쪽의 문은 닫히고 나갈 방향의 문이 열리며 대해 쪽과 해수면이 같아지기를

기다렸다 완전히 같아지면 배가 대해로 나아갑니다.

 

이곳을 통과하는 시간에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군요.

 

이제 큰 바다로 나왔습니다.

생각보다는 흔들림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오늘 일기가 좋아 파도가 약하기도 했지만, 워낙 배가 크기에 어느 정도의 파도는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합니다.

 

갈매기들이 배를 따라오며 승객이 던져주는 과자를 잽싸게 낚아채갑니다.

마치 佳人의 중국 여행을 배웅이나 하는 듯 말입니다.

 

제법 먼 거리까지 따라오는군요.

 

승객 대부분은 모두 선미에 있는 갑판에 나와 햇볕을 즐깁니다.

여행 증명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군요.

 

이 햇볕이 얼마나 고마운 햇볕인가는 중국을 여행하며 내내 느꼈습니다.

 

중국의 기후는 워낙 넓은 곳이라 지역마다 많이 다르더군요.

 

여행 초반인 베이징과 후허하오터에서는 날씨가 상당히 좋았지만,

따통에서부터는 매일 짙은 안개와 간간이 내리는 비로 말미암아 곤란을 겪으며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는 잠시 후 14.3km나 된다는 기나긴 다리인 인천대교 아래를 통과합니다.

바다에 이런 다리를 건설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대단한 역사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건강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빌어봅니다.

 

바다에 길을 만든 듯 바닷길이 생겼습니다.

우리를 태운 배는 마치 바다에 만든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입니다.

 

이제 서해바다에도 하루가 저물어가기 시작합니다.

황혼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네요.

마치 우리의 삶과 같은 황혼이 물들기 시작하며 우리는 이렇게 아름답게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큰 바다에서

해가 저무는 서쪽을 향하여 천천히 나아갑니다.

 

"여보! 우리의 삶도 이렇게 아름다운 삶일까?

당신과 함께 인생의 황혼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웠으면 좋겠어..."

 

은퇴 후의 삶이란 인생의 전반전과 후반전을 모두 마치고 이제 연장전에 들어선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일은 마치 운동경기의 연장전과 같은 일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몸을 추스른 후 다시 정해진 시간을 줬기에 새롭게 작전도 구사할 수 있잖아요.

물론, 전후반과 같은 체력으로 경기에 임할 수는 없지만, 노련한 경험으로 새로운 전략으로

임할 수는 있다고 생각되네요.

 

그러니 우리에게 연장전이 주어졌더라도 필요한 친구가 꼭 있다네요.

어디 인생에 친구가 없다면, 그 삶은 재미없는 삶이 될 거예요.

그 기본적인 친구란 바로 건강, 아내. 돈, 친구, 취미생활이라는 다섯 개의 친구가 아닐까요?

이 중의 하나라도 부족하면 서럽게 연장전을 치러야 하잖아요.

 

여러분은 이 중에 몇 개나 준비해 두셨습니까?

佳人은 준비해두지 않았더라도 이제부터 차례로 준비하며 연장전이 임하렵니다.

인생에서 성공으로 가는 길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제부터 적당한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적은 돈이지만, 알뜰살뜰 사용하고, 비록 사이버 세상이지만

많은 분과 이런 자리를 통하여 서로 교감하여 친구처럼 지내고 마눌님과 함께 가끔 여행이라도 다닐 수 있어

모두 갖추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춘 게 없지만, 부족한 대로 누구나 다 갖추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 여행을 떠나며 우리 부부에게도 이 다섯 가지의 친구와 함께 떠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배는 밤새 달려 서쪽으로 나아갑니다.

가끔 흔들리는 것을 느끼지만, 거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장거리 배를 처음 타고 가지만, 뱃멀미는 하지 않았습니다.

워낙 배가 커서 그런가요?

거의 움직인다는 느낌이 없이 조용히 물결을 헤쳐 나아갑니다.

밤에는 달님이 넘실거리는 바다를 비추고 있네요.

아~ 그러고 보니 보름입니다.

 

이렇게 여행 첫날은 배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비행기에 비해 많은 시간이 걸려서 가지만, 오히려 넓은 배 안을 돌아다니며 걷기 운동도 할 수 있기에

오히려 더 좋다는 생각입니다.

비행기를 타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인천항과 바다 그리고 노을까지 모두 즐길 수 있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중국이라는 나라도 흥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모든 일은 흥정에서부터 출발하며 그게 여행의 본질입니다.

장사꾼이 다가와 물건을 사라고 하면, 안 산다는 의사표시를 그들은 거래의 시작으로 알아듣습니다.

맞아요... 거래의 시작은 No로부터 시작하는 게 맞습니다.

사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무관심으로 일관해야 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