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19. 00:25ㆍ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10월 13일 여행 3일째
베이징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지난밤은 무척 요란스러웠습니다.
밤새 비가 내리며 사합원의 정원에 씌워둔 지붕에 빗방울이 요란스럽게 떨어졌습니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무척 심란합니다.
오늘이 실질적인 여행의 첫날이 아니겠어요?
첫날부터 비를 맞으며 여행을 한다는 게 그렇고, 또 그렇다고 방에만 머물기는 더 그렇지 않겠어요?
빗소리에 잠이 달아나버렸네요.
가만히 문을 열고 사합원의 정원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우선, 오늘의 일정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 부부는 이곳 베이징에 일단 5일 이상은 머무를까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베이징에서의 5일간 일정을 결정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일정을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천안문 광장을 출발해 쯔진청이라고 하는 자금성을 보고 북쪽의 경산공원과 그 위를 살펴볼까 합니다.
그래도 숙소에서 제일 가깝고 비가 내려도 일정을 진행하기가 수월할 것 같습니다.
그다음 날은 완리창청이라는 만리장성 중 빠다링에 올라보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명 13릉을 돌아보고요.
3일째는 이화원을 중심으로 원명원까지 돌아다닐 예정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천단 공원과 시내 구경을 할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유가 있으면 주변에 있는 다른 작은 마을도 돌아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게 얼마나 혼자만의 계획인가는 나중에 알게 됩니다.
사실, 우리 부부의 계획은 순전히 계획입니다.
정했다고 그대로 이행하지도 않고 생각하지 않았던 곳도 좋다면 다녀옵니다.
자유여행이라 길을 나섰지만, 그놈의 계획 때문에 계획의 노예가 되어 움직인다는 일은 끔찍하잖아요.
오늘은 자금성으로 들어가 북으로 걸어갈 수 있는 곳까지 걸어보렵니다.
그래서 우산도 챙기고 비옷도 챙겨 대문을 나섭니다.
그런데 문을 나서는 순간, 신기하게도 비는 그치고 하늘 저편에 파란 하늘마저 언뜻언뜻 보입니다.
이럴 경우, 정말 환장하게 좋습니다.
베이징이 佳人을 알아보고 지난밤 도로를 비로 깨끗하게 물청소까지 마쳤습니다.
착한 베이징을 우짜면 좋겠습니까?
중국이라는 나라가 세상의 중심이니 리더국이니 떠들지 않아도 정말 책임감 있게 주변국과 우호 선린을
생각해 간다면 저절로 존경받지 않겠어요?
中國이라는 나라 이름이 주는 단어의 의미가 중심국가라는 의미가 아닌가요?
우리와는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싫으나 좋으나 서로 부대끼며 살아온 이웃이 아니겠어요?
원래 이웃이란 먼 친척보다 낫다는 의미로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라 사이에는 맞지 않는 말인가 봅니다.
지구가 사라지는 순간까지 우리와는 이웃으로 살아가야 할 운명이니 좋은 관계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베이징이라는 도시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하네요.
그러나 이렇게 계획도시가 생겨나게 된 원인이 명이 일어나며 원을 빠셔 버릴 때 베이징이라는 도시도
황궁을 위시하여 아주 철저하게 부숴버렸다는군요.
한족이 자존심에 상처를 준 장성 너머에 살았던 몽골족에 대한 응징이었겠지요.
야만인이라고 무시했던 북방민족이 어느 날 말을 몰고 내려와 고함지르는 통에 한족은 자존심마저 감추고
100여 년간이나 숨죽이고 살았잖아요.
그 이유는 황궁을 그대로 두면 몽골이 언제든지 황궁을 그리워하며 다시 무리 지어 내려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파괴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혼자만의 생각으로 다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명이 원의 기를 꺾기 위해 그렇게 부숴버린 베이징을 다시 수도로 삼았다는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렵네요.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고 완전히 파괴한 곳을 왜 다시 넘겨다 보고 올라왔을까요?
맞아요!
리모델링보다 오히려 재건축이 돈과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사실 계획적으로 밑그림대로 그릴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제국의 탄생을 폼나게 시작하려면 거대하게 계획대로 본사 사옥을 새로 짓는 겁니다.
중국은 이렇게 여러 민족이 모여 살아왔기에 하나의 민족이 스러질 때 완전히 보내려 했나 봅니다.
과거 춘추시대에 그래도 조상에게 제사라도 올릴 수 있게 복종만 하면 그냥 끝을 냈지만,
전국시대로 접어들며 보낼 때 완전히 보내버려야 후환이 없다고 생각해 조상은 제삿밥도 얻어먹지 못하게
철저하게 끝장내 주었다고 하네요.
바라보아 가슴이 먹먹하고 울컥하는 감동을 보고 싶었지만, 여기는 막막하고 왈칵하는 답답함이네요.
어리석게도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살았던 자금성을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베이징이라는 도시에 또 온다는 기약이 없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나라의 아이콘이라는 만리장성도 보아야겠네요.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의 종주국인가요?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것은 아마도 평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국이 종주국인 만큼 아마도 아주 평등한 국가임이 틀림없겠지요?
중국은 아주 평등하게도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나라이지요.
그러다 보니 베이징에는 베이징 토박이인 원주민이 있고 다른 지방에서 흘러들어온 이방인이 있겠네요.
혹시 이방인에게 차별을 없을까요?
왜 없겠어요?
외국인이라고 아무 곳이나 잠도 자지 못하게 하는걸요.
그런데 평등을 기본으로 하는 나라에서 전혀 평등하지 못한 일이 있다고 하네요.
베이징 토박이는 학교 입학에서부터 등록금까지도 할인 혜택이 있고 취업에서도 혜택을 본다고 하네요.
그러다 보니 원주민 증명서를 얻기 위해 위조 호적까지 난무한다 하니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 듯합니다.
지금도 그러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나 보네요.
평등이라는 단어도 나라의 정체에 따라 해석이 다른 모양입니다.
과연 무엇이 평등한 일인가 평등을 기본으로 탄생한 중화인민공화국의 심장에서 잠시 쓸데없는 고민을 해 보았네요.
사회주의 중국의 평등이란 능력에 따른 적절한 대우가 평등인가 봅니다.
그러나 금세 그런 생각은 여행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낯선 땅에 도착하면 가장 두려운 게 어디로 가야 하느냐입니다.
사전에 미리 준비를 잘하고 오면 이런 일이 무척 쉬운 일이지만, 준비가 부족하면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그러나 그냥 시내만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녀도 되는 베이징이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어요?
어슬렁거리는 그런 일 자체가 여행이라 생각할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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