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불위 열전 4 - 색쇠이애이(色衰而愛弛)

2009. 10. 8. 00:04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으로 일이 진행됩니다.

이제부터 미리 세워 온 머릿속의 마지막 전략을 본격적으로 진행합니다.

역시 여불위는 타고난 장사꾼입니다.

 

그동안 장사를 다니며 거친 사내들과 장사하느라 육두문자만 주로 사용했는데

여불위는 화양 부인을 향하여 오랜만에 문자를 써서 말을 합니다.

"색쇠이애이(色衰而愛弛)..."

좋은 말입니다.

문자를 써서 이야기하면 같은 말이라도 더 그럴 듯 하지요?

 

앗!!! 佳人의 실수!

이 말은 중국어니까 중국인에게는 어려운 문자가 아니라 그냥 말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밑줄 좌아아아악~ 그어주어야 합니다.

장삿군으로 육두문자만 지껄이던 여불위는 이 5글자를 외우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당시의 기록에는 이렇게 쓰여 있더군요.

“以色事人者(이색사인자) 色衰而愛弛(색쇠이애이) 以色事他人(이색사타인)

能得幾時好(능득기시호) 미모로 사랑을 받은 사람은 미모가 시들면 사랑도 식는다.

미모로 남을 섬겼다면 그 얼마나 오래갈 수 있겠는가!”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權不十年)이라는 말이지요.

 

“제가 듣건대 아름다운 얼굴로 남을 섬기는 자는 아름다운 얼굴이 스러지면 사랑도 시든다고 하니

지금 부인께서는 태자를 섬기며 총애를 받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아들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일찌감치 태자의 여러 아들 가운데 현명하고 효성스러운 자와 인연을 맺어

그를 후사로 발탁하여 양자로 삼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남편이 살아 있을 때는 존중받으며 귀한 자리에 있고,

남편이 죽은 뒤에도 양자가 다음 보위에 오르며 부인은 끝까지 권력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한마디 말로 장구한 이로움을 얻는 일입니다.

영화를 누릴 때 터전을 닦아 놓아야 하지 아름다운 얼굴이 스러지고 사랑이 식은 뒤에는

비록 한마디 말을 하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부인 혼자의 영화가 아니라 부인 가족 모두가 함께 영화를 영원토록 누리는 길입니다.

 

지금 이인은 현명하여 스스로 둘째 아들이기 때문에 후사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으며,

그를 낳아준 어머니도 태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므로 스스로 부인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것입니다.

부인께서 진심으로 이때 그를 후사로 뽑아 맏아들로 삼는다면

평생 진나라에서 존경받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눈밑에 잔주름이 생기고 옆구리 허리살을 엄지와 검지로 쥐어보면

두께가 제법 잡히는 게 적어도 국정교과서 두께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지나면 월간지를 지나 백과사전으로 넘어갈 게 걱정이 되었거든요.

그 백과사전이 머리에 들어가야 하는데 왜 옆구리에 붙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구?

佳人의 옆구리 말입니다.

 

"저는 '아름다운 용모로 총애를 받는 사람은 용모가 쇠잔해지면 총애도 시든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당신은 예쁘다는 말입니다.

이런 말을 듣고 짜증 내는 여자도 佳人은 여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말속에는 '너는 얼굴만 반드르르한 여자로 머릿속에 든 게 아무것도 없는

바보야' 하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름다운 용모로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은 아름다움이 사라지면 자연히 멀어질 수밖에 없지요.

지금도 화양 부인 주변에 많은 후궁이 있지만, 구중궁궐 어느 구석에 박혀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바로 색쇠이애이(色衰而愛弛)라는 말입니다.

그녀들이 선택을 받았을 때는 어느 누구 부럽지 않았고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고

세상을 모두 움켜쥘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세월이 흘러 미모가 쇠잔하니

지금 그런 그녀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인기란 마약과 같아서 훗날을 생각하지 않고 그 달콤함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그 인기가 빠져나가면... 그 마약이 독약으로 변해 오히려 즐겼던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지요.

 

지금까지 바람은 충분히 잡았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전략을 이야기해야겠지요?

 

"지금 부인은 우월한 미모로 총애를 받고 있지만, 자식이 없습니다.

그러나 안국군이 왕위에 오르면 당연히 태자를 세워야 합니다.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음 태자가 왕위에 오르면 부인과 가족들은 어찌 되겠습니까?

그 태자와 부인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데...

자식이 없으니 하루아침에 잘하면 길거리 쫓겨나고 잘못되면 멸문지화를 당합니다."

자다가도 이런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면 등어리를 타고 식은땀이 흐르지요.

 

이 정도 이야기를 하면 화양 부인도 침을 꿀꺽 삼키며 묻습니다.

가까이 다가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라고 재촉합니다.

지금까지는 안국군이 사랑하는 애첩이라 화양 부인과 그 가족들이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다음 태자는 누가 될지도 모르고 또 누가 오르더라도

그 외가 가족들이 권력을 틀어잡을 텐데......

 

그러나 문제는 안국군이 죽고 난 후 다음 태자가 왕위에 올랐을 때가 가장 큰 문제가 되지요.

그러면 그들이 권력을 즐기기 위해서는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부인과 부인의 인척을

우선적으로 집요하게 제거해야 할 텐데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요?

 

"그럼 어찌해야 되나요?"

"해결책은 단 하나....

 

여러 공자 중에 어질고 효성스러운 사람을 정해 후사로 세우고 양자로 삼으십시오.

가장 중요한 것은 최소한 자신을 선택해준 공자가 화양 부인의 공을 알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배은망덕한 양자는 나중에 고무신 거꾸로 신기에 양자가 아니라 웬수입니다.

 

단, 지금 태자의 유망한 순위에 오르내리는 사람은 우선순위에서 무조건 배제시켜야 합니다.

그런 사람을 순위에 올리면 자기 힘으로 태자에 올랐다고 생각하기에 100% 믿을 수 없기

때문이기에 따라서 전혀 가능성이 없는 사람을 세워야 합니다.

그리하시면 그 양자가 화양 부인은 물론 가문을 빛내드릴 겁니다."

오호라! 드디어 광택 전문가의 입장에서 여불위가 또 화양 부인 가문까지 광을 내고 있습니다.

 

역시 여불위는 광택 전문가가 맞나 봅니다.

먼저 자초 이인을 만나 광을 내준다고 했고 오늘은 화양 부인을 광을 내준다고 합니다.

여불위를 불러다가 내 차도 광택 한 번 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패자는 눈이 녹기를 기다리지만, 승자는 눈을 치우며 전진합니다.

길이 없다면 길을 만들어 나아가야 진정한 승자가 되십니다.

나중에 어찌 되겠지 하고 기다리다가 멸문지화를 당하니 미리 준비하시라는 말입니다.

 

만약에 이 대목에서 화양 부인이 '20명이나 되는 공자 중에 누구?' 하고

물어보면 정말 바보가 됩니다.

화양 부인은 백과사전이 머리가 아닌 옆구리 살에만 붙은 얼굴만 예쁜 바보 말입니다.

 

이미 위에서 여불위는 자초가 밤낮으로 화양 부인을 그리며

눈물로 지새우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으니까요.

이제부터는 오히려 화양 부인 쪽에서 몸이 달아 다음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자신을 그리며 눈물로 날밤이나 까는 쭉정이 공자가 있다는데...

 

이어집니다.

"우선 남편이 살아 있을 때는 존중받을 것이요.

남편이 세상을 뜨고 나서는 양자가 왕위에 오르면 고마운 마음에 평생 권력을 잃지 않을

것이며 권력은 쥐고 있을 때 화려하지만 밀려나면 찬밥입니다.

차라리 권력의 맛을 안 보았더라면 오히려 마음은 편할 텐데...

 

찬밥은 개도 좋아하지 않으니 개도 스스로의 몸을 부르르 털면 떨어져 나가는 개털이라는

말이기에 그 권력이라는 게 본인만이 아니라 그 인척 모두이기에

가문의 영광이냐 가문의 몰락이냐로 갈려집니다."

 

사실, 그처럼 개 같은 경우가 없잖아요.

권력도 우리가 들이마시는 숨과 같아서 들이마시면 언젠가는 내뱉어야 합니다.

단순한 숨조차도 자연의 순리에 거스르며 내뱉다 보면 사래가 들리듯이...

우리도 주변에 한때 권력의 달콤함에 빠져 잘 나가다가 세상이 바뀌고 나니 감옥에 들어가

스스로 셀프로 감옥 깊숙한 곳에 자가격리에 들어가 있는 사람을 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서방 죽고 난 후에도 화장실에서 몰래 웃을 수 있는 안전한 보험을 들어 놓으라는

말이며 이렇게 하면 TV에서 선전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하는 보험보다

더 확실한 보장을 책임진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보험회사 남자 직원을 사귀라는 말은 아닙니다.

 

이 정도에서 '알았습니다. 내 그리 하지요 또는 검토하지요' 하고 말하면 똑똑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우둔한 사람은 '그럼 그렇게 하려면 어찌해야 하나요?' 하고 묻습니다.

 

"지금 자초는 현명하나 둘째 아들이기에 그 집안에서조차 후사로 설 수 없습니다.

또 그의 외가는 그야말로 지지리 궁상으로 어느 누구도 제대로 사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중에 뒤에 조용히 앉아있다가 일이 끝나고 나면 슬그머니 고리 뜯는 사람도 없다는 말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어느 누구 하나 탐내지 않는 공자로 아무도 눈길조차 주고 있지 않기에

양자로 들여도 태클 걸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바로 화양 부인을 위한 맞춤형 양자라는 말인데...

 

"만약, 자초 이인을 양자라 삼는다고 하더라도 자초의 어머니인 하희도 안국군의 총애를

받지 못하니 권리금도 요구하지 못할 것이니 심적으로 부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하희는 쭉정이로 먼 나라 조나라에 볼모로 가 있는 아들을 궁 안으로 불러들여

양자로 삼아준다니 화양 부인에게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삼아 드리고 싶을 겁니다."

 

낯선 나라에 볼모로 나가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들을 양자로 궁으로 데려온다는데 어미

입장에서는 고마운 마음에 머리카락으로 짚신이라도 삼아 화양 부인에게

갚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지 않겠어요?

 

"이때 부인께서 자초를 후사로 삼아 장자로 입양을 하면 현명한 자초도 부인에게 열과

성을 다하여 지극히 효를 다할 것이며 그다음 안국군이 왕위에 오르면 태자로 자초를

적극 밀어 놓으면 부인께서는 물론 부인의 친척 모두 한평생 진나라에서 다음 세대까지

권력을 잃지 않고 해피할 것입니다. Forever~~"

가만히 여불위의 말을 듣다 보니 정말로 자초의 친모인 하희가

어느 궁에 박혀 지내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겠네요.

 

바로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진귀한 보물로 뇌물을 주었고 어렵게 말을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여불위가 놀고 있어도 화양 부인이 알아서 일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죠?

나놀받죽.

'나는 놀아도 받아먹은 먹은 놈은 죽을 둥 살 둥 열심히 일한다고...'

뇌물의 세계란 이렇게 오묘한 것입니다.

가끔 먹고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주로 대한민국의 정치인이죠.

물론 그러다 들키면 정당한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주절거리더군요.

 

이제 공은 화양 부인에게로 넘어갔습니다.

 

안국군은 처음에는 NO!라고 외쳤지만, 애첩이 베개송사를 하며 조르는데 별 수 있겠습니까?

남자란 원래 베개송사에 살아남는 그런 대단한 동물이 아닙니다.

남자는 천하를 주무르지만, 그 남자는 여자가 주무릅니다.

더군다나 제일 사랑하는 애첩인데요.

 

그리고 안국군은 진나라 민정 수석팀을 몰래 보내 자초 이인의 행동을 조사해보니

미리 여불위가 돈을 500금이나 주었고 남겨 두고 온 가신으로 하여금 여불위가 진나라에 간 후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모두 알려주었기에 그동안 인맥을 다지고 주변 정리를 모두 하고

소문까지 만들어 여론 조작질까지 철저하게 해 두었기에 한단에 있는 이인의 행동이

반듯하고 애국심이 투철하고 아비인 안국군과 화양 부인을 그리며 바른생활 맨으로

산다고 주변 모든 사람의 칭찬이 자자한지라....

 

그러니 옥부를 새겨주어 자초를 후사로 삼겠다고 할 밖에요.

시작이 반이라는데 딱 50% 진행이 되었으니 정확히 성공률 0%에서 75%로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말로는 믿을 수 없기에 공증을 해야겠지요?

그래서 옥을 반으로 갈라 그 증표로 서로 갖고 있기로 합니다.

 

화양 부인은 자기의 출신인 초(楚) 나라를 생각해 이인을 초나라의 아들이라는 의미로

자초(子楚)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여불위는 이인의 스승 겸 보좌관이 되라고 합니다.

이 지경에 이르면 투자 끝, 회수 시작이지요?

 

그 무렵 여불위는 한단(邯鄲)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무에 능한 조희라는 여자를 애첩으로 데리고

살았는데 그녀는 한단 화류계에서 가장 물이 좋다는 한단 클럽 랭킹 1순위였습니다.

또 어떤 문헌에서는 힘 있는 호족의 딸이라고도 합니다.

 

출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佳人에게는 그녀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또한, 佳人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면 佳人 마음대로 역할이 주어지지요.

조희의 출신 성분이 어떻든지 가무에 능하고 한단에서는 사내라면 누구나 껄떡거릴 정도의

미모를 지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여불위와 만리장성을 쌓고 난 후 그녀가 단번에 임신을 했다는 것을 여불위는 알게

되는데 사실 이 대목에서는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임신 테스트를 해 본 게 아니니까요.

 

한단은 원래 미인이 많고 풍류와 꿈의 도시라고 하여 한단지몽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인터넷 검색만 해도 당시의 한단 미인 랭킹이 쫘아아아아악 뜹니다.

그곳에서 돈 많고 멋진 벤처 사업가인 여불위라면 적어도 미스 한단 진은 되어야 되지 않겠어요?

여불위는 가치 투자의 전문가로 그가 선택했다는 조희라면 묻고 따지시면 곤란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뚜 마담들이 사진과 이력서를 들고 문턱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드나들었겠지요.

그중에도 여불위가 가장 애지중지하며 아끼는 애첩 랭킹 1위라면

묻거나 따지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군계일학입니다.

경국지색입니다.

미스 월드입니다.

인터넷 검색순위 1위입니다.

 

다음 편에서 조희의 등장으로 또 다른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듯합니다.

원래 젊은 남녀 간의 비밀스러운 일을 몰래 본다는 일만큼 짜릿한 것도 없잖아요.

그렇기에 쭉정이 자초 이인을 두고 여불위와 조희의 활약을 볼까요?